[한국사 인물 탐험] 교육立國 외친 선각자 李容翊(1854~1907) : 월간조선

李容翊(이용익)은 寒微(한미)한 가문에서 몸을 일으켜 일약 왕실재정을 총괄하는 財相(재상)이 되어 당대의 실력자로 군림했다. 그는 외세의 경제침탈에 맞서 근대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진력했고, 敎育救國(교육구국)의 일념으로 고려대학교의 前身(전신)인 普成(보성)전문학교를 설립했다. 尹孝定(윤효정)은 日帝(일제) 때 펴낸 「風雲韓末秘史(풍운한말비사)」에서 그를 이렇게 평했다.

『사람들은 李容翊이 평생 그만한 財權(재권: 재정에 관한 권한)을 가지고 皇室經用(황실경용)을 독단한 까닭에 응당 기천기백 석의 축적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그 자손을 위한 경영이라고는 空空無餘(공공무여)했다. 이는 세인의 所公知(소공지: 공공연히 아는 바)이다』

한미한 가문 출신이 군주의 知遇之恩(지우지은: 자신을 알아 주는 은혜)을 입어 발탁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구한말의 난세 상황은 이를 가능케 해주었다. 李容翊의 가문과 성장배경 등에 관해 아무것도 알려진 게 없다. 훗날 보부상 등에 관한 연구로 조선풍속사 정립에 큰 기여를 한 柳子厚(유자후)는 「朝鮮貨幣考(조선화폐고)」에서 그의 생장배경을 소개해 놓기는 했으나 소략하기 그지없다.

李容翊은 철종 5년(1854)에 함북 명천에서 가난한 常民(상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모의 姓名(성명)과 家系(가계)에 대해 전혀 알려진 게 없다. 그의 생장배경에 대한 추적은 전설처럼 전해져 오는 일화를 토대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르면, 그는 조석으로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가난한 어느 말 거간꾼의 아들로 태어났다. 장대한 기골을 갖고 태어난 그는 산을 오르내리는 사이에 자연스레 疾足(질족: 빠른 걸음)을 자랑케 되었다.

그는 17세 때 가출했다. 이웃 집 색시의 婚行(혼행) 가마꾼이 되었을 때 고을 이방에게 봉변을 당한 사실과 관련이 있다. 그는 혼행 가마를 앞에서 메고 가던 중 고을 이방이 인도하는 혼행 가마와 만나게 되었다. 혼행 가마가 길에서 마주치면 좀처럼 길을 비키지 않는 게 관례였다.

시비 끝에 이방에게 대거리를 한 그는 일방적으로 얻어맞은 뒤 이방의 말꼬리에 매달려 5리나 끌려갔다가 석 달 동안 감옥에 갇히는 봉변을 당했다. 가까스로 부친이 말장수를 해 모아둔 돈을 이방에게 바친 뒤 겨우 풀려났으나, 그는 그해에 집을 나와 떠돌이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훗날 李容翊이 閔氏(민씨) 척족의 신임을 얻은 뒤 단천부사로 부임한 점에 비춰 이 얘기가 전혀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구렁이 광산」 전설

李容翊의 후견인이었던 閔泳翊.

이후의 행적과 관련한 대표적인 일화로는 「구렁이 광산」 전설을 들 수 있다. 李容翊은 집을 뛰쳐나온 뒤 두만강과 연해주 일대를 떠돌면서 소금을 파는 등짐장수를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다가 러시아산 성냥을 넘겨받아 북청과 회령 일대에 파는 수법으로 약간의 돈을 모으게 되었다.

이때 마침 함경도 일대에 金店(금점) 장사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러시아 상인들이 석유와 성냥 등을 가지고 와 금으로 바꿔 가면서 값을 후하게 쳐주자 백성들 사이에서 은밀히 금을 캐어 파는 소위 「潛採(잠채)」가 유행했다.

李容翊은 등짐장수로 모은 돈을 들고 「잠채」에 나섰다. 하루는 어느 산골 주막에서 단천 불티고개의 「구렁이 광산」 얘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몇 해 전에 몇 사람이 금을 캐 큰 부자가 되었으나 그만 귀신이 붙어 폐광이 되었다』는 얘기였다.

李容翊은 이튿날 홀로 솥단지를 걸머진 채 구렁이 광산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아무 소득이 없자 이내 산을 내려와 다시 등짐장수 노릇을 했다. 이런 일을 4년 동안 반복한 끝에 금맥을 발해 금덩이를 싸들고 서울로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선화폐고」는 李容翊이 「잠채」로 상당량의 금을 손에 넣은 뒤 중앙 정계 진출을 노리고 入京(입경)한 것으로 기술해 놓았다.

「구렁이 광산」 전설은 사실 여부를 떠나 李容翊이 어느 정도 무서운 집념을 지닌 인물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李容翊이 학문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한 것은 거의 확실하다. 당시 세인들은 그를 두고 『자신의 이름 석 자도 쓸 줄 모르는 不學無識(불학무식)한 자』로 폄하했다. 이는 그를 질시한 자들이 만들어 낸 얘기일 공산이 크다. 그가 지방수령과 財相으로 재직하는 동안 「불학무식」과 관련한 얘기는 없었다. 오히려 그의 知恩을 입어 헤이그 밀사로 발탁된 李儁(이준)이 그의 글을 보고 탄복했다는 얘기가 전해 오고 있다.

그가 훗날 입신양명하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당시 최고의 실세였던 민씨 척족과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매켄지가 쓴 「조선의 역사」에 나오는 다음 대목이 그 증거이다.

젊은 시절 보부상으로 활동

『李容翊은 왕의 寵兒(총아)로 원래 일용 품팔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민비를 구해 낸 공으로 벼슬길에 나서 지금 왕의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다』

조선을 두 차례 방문하면서 일련의 저서를 통해 조선의 역사와 풍속을 해외에 소개한 바 있는 매켄지가 말하고 있는 「일용 품팔이」는 「褓負商(보부상)」을 말한다. 당시 서울에는 지방으로부터 반입되는 물품을 揚陸(양륙)하는 다섯 곳의 나루터가 있었다.

한강(남한강 앞 나루)과 노들강(제1한강교 부근 나루), 용산강(원효대교 부근 나루), 마포강(마포대교 부근 나루), 서강(서강대교 부근 나루) 등이 그것이다. 이를 흔히 「5강도진(五江渡津)」이라고 했다. 5강도진의 길목에는 客主(객주)와 旅閣(여각)이 크게 발달해 있었다.

객주와 여각은 개항 이후 서울의 5강도진과 지방의 포구를 거점으로 외국에서 들어오는 소위 「舶來品(박래품)」을 비롯해 각종 물화의 유통을 독점하면서 신흥 상업세력으로 급성장했다. 지방의 鄕市(향시)와 서울의 六矣廛(육의전)을 연결해 준 보부상들이 객주와 여각의 급속한 성장에 큰 공헌을 했다.

李容翊은 5강도진 중 한 곳에 둥지를 틀고 보부상으로 활약했을 공산이 크다. 특별히 배운 것은 없으나 疾足을 자랑했던 그로서는 보부상보다 나은 직업을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객주와 여각, 보부상은 하나의 집단을 형성해 초기 민족자본의 대들보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임오군란

李容翊이 민씨 척족과 접촉케 된 것은 각종 물화를 권문세가로 배달하는 와중에 자연스레 이뤄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과정에서 이내 민씨 척족의 유망주인 閔泳翊(민영익)의 知恩을 입은 게 확실하다. 이는 高宗 19년(1882)의 壬午軍亂(임오군란) 당시 「閔泳翊이 강원과 경기 지방의 보부상들을 이끌고 반격한다」는 소문이 장안에 파다하게 퍼진 사실이 뒷받침한다.

李容翊의 삶을 극적으로 반전시킨 것은 1882년 발생한 임오군란이었다. 부정부패한 민씨 척족 정권하에서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던 구식군대가 봉기해 閔謙鎬(민겸호) 등 민비 척족정권의 요인들을 살해하자 민비는 서울을 탈출했다.

민비의 피신과정과 관련해 「高宗실록」과 「승정원일기」 모두 아무런 기록을 남겨 놓지 않았다. 이는 당사자인 민비 등이 난이 평정된 이후 입을 다문 채 史官(사관)에게 당시의 정황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알려진 것은 전설처럼 전해지는 얘기뿐이다.

이에 따르면, 민비는 재빨리 궁녀로 변장한 뒤 사태수습을 위한 入侍(입시)의 명을 받은 대원군과 함께 입궐한 媤母(시모)의 가마를 이용해 出宮(출궁)을 시도했다. 그러나 궐문에서 이를 수상히 여긴 난군들이 가마를 부수고 심문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민비의 얼굴을 몰라 잠시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武藝別監(무예별감) 洪在羲(홍재희)가 뛰어 들어 큰 소리로 『이는 내 누이 홍상궁이다』 라고 외치며 민비를 둘러업고 재빨리 궐문을 빠져나갔다.

일개 별감이 중궁을 등에 둘러업고 갔다는 것은 당시의 예법상 상상할 수 없는 일이나 훗날 洪啓薰(홍계훈)으로 개명한 홍재희가 민비의 신임을 얻어 출세가도를 달린 점에 비춰 개연성이 있는 얘기다. 홍계훈은 후일 을미사변 때 경복궁을 수비하다가 일본 낭인들에 의해 피살된다.

하루 300리 길을 달려 민비 소식 전해

그렇다면 가까스로 궐문을 빠져나간 민비는 이후 어떻게 지낸 것일까. 「高宗실록」과 「승정원일기」 모두 침묵하고 있다. 다만 日帝 때 「高宗실록」을 편찬한 史官은 당시의 상황과 관련해 이런 주석을 달아 놓았다.

『6월10일, 난병들이 대궐을 침범하자 중궁은 몸을 피하여 司禦(사어) 尹泰畯(윤태준)의 花開洞(화개동) 집에 은신했다. 武監 홍재희가 陪從(배종)했다. 이어 翊贊(익찬) 閔應植(민응식)의 충주 長湖院(장호원)의 시골집에 은신했다』

당시 민비는 서울에 잠시 머물다가 이내 여주에 있는 이조판서 閔泳緯(민영위)의 私邸(사저)로 피신했다. 민비가 남한강을 건너 여주로 갈 당시 대원군의 渡江禁令(도강금령) 조치로 인해 부득이 손에 끼고 있던 금가락지를 사공에게 주어 겨우 渡江할 수 있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민비는 서울에서 가까운 여주가 미덥지 못해 어느 정도 숨을 돌리자 이해 6월21에 좀더 안전한 장소인 충주 장호원에 있는 閔應植의 사저로 옮겼다.

당시 민씨 척족의 衆望(중망)을 한 몸에 받고 있던 閔泳翊은 스스로 상투를 잘라 변장을 한 뒤 경기도 양주의 민가로 피신했다. 그는 이곳에서 은밀히 민비와 접선하면서 反轉(반전)을 꾀했다.

李容翊은 이때 민비와 閔泳翊 간의 서신연락책 역할을 수행하면서 민비의 돈독한 신임을 얻게 되었다. 장호원과 양주는 왕복 300리에 달하는 먼 길이다. 그럼에도 李容翊은 疾足을 이용해 이를 차질 없이 수행했다. 鄭喬(정교)는 「大韓季年史(대한계년사)」에서 당시의 상황을 이같이 기술해 놓았다.

『李容翊은 捷脚(첩각: 빠른 다리)으로 하루 300리를 능히 보행했다. 閔后(민후)가 충주에 潛御(잠어)하고 있을 때 京師(경사·서울)와 충주를 당일로 내왕하면서 상감과 민후의 音信(음신·소식)을 暗誦(암송)해 전해 주었다』

閔泳翊이 서울에서 돌아가는 정세를 탐문해 은밀히 편지를 써서 주면 李容翊은 장호원까지 당일로 뛰어가 민비에게 전했다. 다음날에는 민비가 써주는 회신을 들고 쏜살같이 달려가 차질 없이 閔泳翊에게 전해 주었다.

李容翊은 비밀서신을 심지로 돌돌 말아 상투 꼭지 속에 감춘 뒤 삼베 잠방이의 보부상 차림으로 300리 길을 내달렸다고 한다. 목숨을 내놓고 한 일이었다. 민씨 척족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만일 李容翊이 변심할 경우 滅門之禍(멸문지화)를 면하기 어려웠다.

대원군이 淸軍(청군)에게 납치되어 淸國으로 압송되자 민비는 이해 7월28일에 충주를 출발해 8월1일에 창덕궁으로 還宮(환궁)했다. 그는 李容翊의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李容翊은 그 직후 工曹(공조) 소속의 監役(감역)이 되었다. 그의 나이 29세였다. 미관말직이기는 했으나, 근본조차 불분명한 그로서는 벼락출세였다.

광산 사무 담당하며 왕실재정 확충

미국인들이 경영했던 평북 운산 金鑛.

얼마 후 그는 단번에 端川府使(단천부사)로 발탁되었다. 그가 금광이 몰려 있는 단천의 수령으로 발탁된 것은 광맥을 짚는 데 남다른 재질을 발휘한 그의 능력이 높이 평가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단천부사로 있으면서 채굴한 금을 곧바로 서울로 보내 高宗과 민비를 기쁘게 만들었다. 당시 민비의 사치 등으로 赤字(적자)에 허덕이던 왕실재정이 그나마 유지된 데에는 李容翊의 공이 컸다.

李容翊은 단천부사로 내려간 이후 咸鏡南道鑛務監理(함경남도광무감리) 등의 직책을 차례로 맡았고, 高宗 24년(1887) 말에 함경남도 兵馬節度使(병마절도사)가 되었다. 그는 이듬해 7월에 일어난 北靑(북청)지역의 民擾(민요)로 인해 전남 나주의 智島(지도)로 유배 갔다가 몇 달 뒤 사면됐다.

그가 江界府使(강계부사)로 있던 중 서북지역의 광무감리에 임명되었다는 「高宗실록」 27년 윤2월27일조의 기록에 비춰 그는 사면 직후 곧바로 복직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그가 지방수령으로 있으면서 줄곧 광무감리를 맡은 점이다. 그가 高宗 28년(1891) 초에 재차 함남 병마절도사에 제수되었다가 이듬해 10월에 漢城府判尹(한성부판윤)에 제수된 것도 광산개발에 따른 그간의 공이 참작된 결과로 보인다.

甲午改革(갑오개혁)의 와중에 다시 함남 병마절도사에 제수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李容翊과 高宗, 광산과 왕실재정은 이때 이미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었던 셈이다.

李容翊은 俄館播遷(아관파천)이 일어나는 高宗 33년(1896)에 北道(북도) 벼슬아치들의 궐문 난입 사건에 연루되어 평북 관찰사직에서 파직된 뒤 재차 유배를 가야만 했다. 그의 理財(이재) 능력을 잘 알고 있는 高宗은 그가 유배 간 지 얼마 안 돼 곧바로 사면한 뒤 中樞院(중추원) 一等議官(1등 의관)에 임명했다.

李容翊은 光武改革이 시작되는 光武(광무) 원년(1897)에 나라재정을 총괄하는 度支部(탁지부)의 국장으로 발탁되었다. 이어 광무 3년(1899) 4월에 탁지부 典?局長(전환국장)에 임명되면서 전국의 광산 업무까지 총괄하라는 명을 받게 되었다.

전환국장은 요즘의 조폐공사 사장에 해당하는 자리이다. 이후 그는 7년 동안 전환국장의 자리에 있으면서 국가재정과 관련된 모든 사항들을 직접 지휘하며 관리했다.

내장원경이 되어 왕실재정 총괄

李容翊은 전환국장으로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왕실재정의 합리화를 꾀하기 위해 신설된 內藏院(내장원)의 총책인 內藏院卿(내장원경)에 제수되었다. 高宗이 열정적으로 추진한 광무개혁으로 인해 왕실의 경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 따른 것이었다.

李容翊은 내장원경에 취임하자마자 농상공부 소관의 광산 업무를 내장원으로 이관시켰다. 이어 광산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외국인의 채굴을 엄금하고, 각 광산에 사람을 보내 채굴과정을 감시하게 했다. 그의 철저한 관리로 왕실재정이 순식간에 크게 늘어났다. 광무 6년(1902)에 그가 국가 재정의 최고 책임자인 탁지부 대신에 발탁된 것은 바로 高宗이 그의 이런 공을 높이 평가한 데 따른 것이었다.

李容翊이 광산 못지않게 중시한 것은 蔘圃(삼포)였다. 그는 자본금 4만원을 투입해 국내 최대 회사인 蔘政使(삼정사)를 내장원에 설치한 뒤 삼포 주인들을 株主(주주)로 모집했다. 日商을 비롯한 외국인 상인들의 농간으로 헐값에 방매되고 있는 인삼을 황실에서 일괄적으로 사들인 뒤 홍삼으로 쪄서 제값을 받으려는 조치였다. 삼정사가 전국 각지의 삼포 경영과 재배 등 일체의 업무를 감독하게 되자 왕실재정은 더욱 튼튼해졌다.

그의 이런 조치는 상인들로부터 적잖은 반발을 사게 되었다. 독립협회는 민권론에 입각한 영업자유권을 내세우며 인삼의 專賣化(전매화)를 꾀한 李容翊의 이런 조치를 강력 성토하고 나섰다. 당시의 상황에 비춰볼 때 李容翊이 취한 조치는 타당한 것이었다. 광무 7년(1903) 4월에 적정가격의 거래를 골자로 하여 내장원과 일본의 미쯔이(三井)회사 사이에 맺어진 「官蔘(관삼)위탁판매 계약」이 그 증거이다. 이는 전적으로 그의 공이었다.

李容翊은 삼포와 광산에 관한 근대적 관리를 추진하는 한편 화폐개혁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이는 화폐개혁을 통한 경제자립이 자주독립의 관건임을 통찰한 결과였다. 그가 전환국장으로 있을 때 제정된 화폐관련 조례에는 「화폐주권」에 관한 李容翊의 확고한 신념이 반영됐다. 이는 러일전쟁 당시 일본의 간섭에 의한 새 조례가 발표될 때까지 일종의 「貨幣章典(화폐장전)」의 역할을 수행했다.

독립협회의 탄핵

그는 白銅貨(백동화)의 남발로 인해 「독립협회」 등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게 되었다. 독립협회는 광무 3년(1899) 7월에 時弊(시폐)와 관련한 상소문을 올린 바 있었다. 이 상소문은 조선의 재정권을 일본에 넘겨주는 데 적극 협력한 바 있는 의정부 參政(참정) 趙秉式(조병식)을 비롯해 백동화의 남발을 초래한 李容翊 등을 타깃으로 삼고 있었다. 당시 조병식은 「애국회」라는 유령단체를 만들어 독립협회를 일거에 없앨 계획을 세웠다가 기밀이 새어 나가는 바람에 이내 해임되고 말았다.

독립협회는 조병식의 제거에 성공하자 곧바로 방향을 돌려 李容翊에게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무분별한 주조로 인해 화폐가치가 폭락해 물가가 폭등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실제로 당시 시중에는 백동화가 넘쳐나고 있었다. 여기에는 일본으로부터 밀수된 백동화가 한몫을 한 것이 사실이나 왕실재정의 확보를 위해 주전을 강행한 李容翊의 책임이 컸다.

독립협회는 李容翊을 경제파탄의 원흉으로 몰아 즉각적인 파면과 처벌을 강력히 주장했다. 조정이 그를 파면하는 선에서 사건을 매듭지으려고 하자 독립협회는 즉각 李容翊을 고등재판소에 고발했다. 그러나 재판소장 申箕善(신기선)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사안을 기각하자 이에 불복한 독립협회가 李容翊의 죄목을 상세히 기재한 고발장을 다시 접수했다.

이런 기미를 눈치 챈 李容翊은 평소 각별하게 알고 지내던 한 일본인 집으로 피신해 버렸다. 얼마 후 9월1일의 개국기념행사와 4일의 국내이권수호투쟁, 10일의 萬壽聖節(만수성절) 등 큰 행사가 잇달아 열리면서 이 사건은 이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사기제조소·총기제조소 설립

李容翊은 일부 백성들에게 다소 피해를 주는 한이 있어도 조선의 利權(이권)을 외세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왕실재정을 굳건히 해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가 내장원경 산하에 조선의 최고 이권이라고 할 수 있는 광산개발권 및 인삼판매권 등을 강압적으로 귀속시킨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는 民權論(민권론)에 입각해 「모든 권리를 개인에게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 독립협회의 입장과는 정반대되는 것이었다.

당시 일본의 경제 수탈은 1차적으로 농촌경제를 붕괴시켜 농민을 도시노동자로 전락시키고, 공장을 지어 그 노동력을 착취하고, 이어 시장의 상권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李容翊은 보부상을 하면서 일본의 수탈방식을 꿰뚫고 있었다. 그가 민족자본에 의한 공장이나 회사 설립, 공업기술자를 양성하는 데 비상한 노력을 경주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李容翊이 취한 일련의 조치는 매우 타당한 것이었다.

실제로 李容翊은 러일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소신에 입각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 광무 6년(1902)에 세운 砂器製造所(사기제조소)와 광무 8년(1904)에 세운 銃器製作所(총기제작소)를 들 수 있다.

사기제조소 설립은 각지에 산재한 사기제조업소를 한 곳으로 집결시킨 뒤 사기를 대량 제조해 제값을 받고 수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시장조사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물건부터 마구 만들어 내는 바람에 불량품이 대거 쏟아져 나온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얼마 뒤 그는 다시 색다른 사업에 손을 댔다. 러일전쟁 직전에 세운 총기제작소이다. 그러나 이 공장 역시 러일전쟁 직후 총기를 생산해 보지 못한 채 송두리째 일본에 빼앗기고 말았다.

李容翊은 더 나아가 개항장의 상인들로 하여금 회사나 조합을 만들어 日商들과 강력히 맞서도록 주선했다. 당시 인천과 원산 등의 개항장은 외국 거상들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보부상 출신인 李容翊은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 조선 상인들을 적극 지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강나루에 설립한 渡津會社(도진회사)와 인천의 거상으로 소문난 진사 출신 徐相集(서상집)을 권유해 설립한 新商會社(신상회사)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회사들 역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본의 책동으로 인한 불안한 정국이 가장 큰 이유였다.

자주적인 철도건설 추진

李容翊은 근대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통찰하고 있었다. 그는 광무 4년(1900) 9월에 철도업무를 농상공부에서 궁내부 직속으로 이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궁내부 관제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鐵道院(철도원) 총재를 겸임하게 됐다. 철도업무의 궁내부 이관은 기본적으로 京仁線(경인선)과 京釜線(경부선)의 양대 노선 부설권이 일본으로 넘어간 것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나온 것이었다.

열강은 조선의 간선철도 부설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각축전을 전개하고 있었다. 국내의 민간업자들이 철도부설에 무관심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인물로 朴琪宗(박기종)을 들 수 있다. 부산포에서 태어난 그는 동래에 있는 일본인 상점에 드나들며 잔심부름을 해주며 일본어와 상업수완을 익혔다.

그는 38세가 되는 高宗 17년(1880)에 通事(통사: 역관)로 출사했으나 몇 차례의 일본 방문을 통해 개화에 눈을 뜨고는 향후 철도사업에 헌신할 것을 다짐했다. 그는 철도부설에 관한 측량과 공사계획서를 농상공부에 신청해 특허를 얻어낸 뒤 광무 2년(1898) 5월에 「부하(釜下)」라는 철도회사를 차렸다.

이듬해에는 大韓鐵道會社(대한철도회사)를 세워 京義線(경의선)과 京元線(경원선) 등의 간선철도 부설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계획 자체로 끝나고 말았다. 가장 큰 이유는 큰 토목공사를 벌일 만한 기술진을 전혀 구비하지 못한 데 있었다.

李容翊은 철도원 총재에 임명되자마자 아직 착공조차 못 한 京義線 등에 관한 특허를 취소한 뒤 이를 철도원에서 직접 관장토록 조치했다. 자금지원을 구실로 경부선에 이어 이 노선들마저 장악하려는 일본의 속셈을 간파한 데 따른 것이었다.

1899년 京仁線 개통 당시의 기관차.

외국인들로부터 총리대신 소리 들어

李容翊은 자금이 확보되는 대로 선로를 확장한다는 구상 아래 광무 6년(1902) 5월8일에 내외귀빈을 참석시킨 가운데 철도건설 기공식을 성대하게 거행했다. 노무자 200명이 투입되어 마포를 기점으로 한 「경성-개성」 간의 부설 공사가 진행되자 李容翊은 현장에 나가 직접 공사를 감독했다.

기술부족 문제가 심각한 현안으로 등장했다. 프랑스인 기술자가 초빙되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당시 조선에는 철도와 같이 큰 토목공사를 담당할 만한 기술진이 존재하지 않았다. 李容翊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철도부설 공사가 극히 더디게 진행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결국 이 공사는 광무 8년(1904)에 이르러 러일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중단되고 말았다. 일본이 전쟁수행을 위한 군용철도를 우선 건설해야 한다는 구실로 京義線 부설권을 강탈한 것이다.

1902년 11월25일 李容翊은 沈舜澤(심순택)과 趙秉世(조병세) 등 여러 대신들로부터 탄핵을 받았다. 「불학무식」한 李容翊이 조정의 신하로서 체모를 손상시킨 일이 많으므로 마땅히 죄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전혀 근거 없는 말이 아니었다. 한번은 李容翊이 여러 대신들이 있는 가운데 高宗에게 이같이 말한 바 있었다.

『폐하의 嚴嬪(엄빈)에 대한 총애는 마치 唐玄宗(당현종)이 양귀비를 총애한 것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高宗의 엄빈에 대한 총애를 失政(실정)의 전형으로 손꼽히는 당현종의 양귀비 총애에 비유한 것은 적절치 못한 것이었다. 李容翊은 황후가 아닌 엄빈에게 「臣(신)」을 칭하기도 해 엄빈을 당혹케 만들기도 했다.

李容翊이 高宗의 총애를 등에 업고 막강한 위세를 누리는 것이 못마땅했던 대신들은 이를 탄핵의 호재로 삼고 나섰던 것이다. 당시 李容翊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매켄지의 「대한제국의 비극」에 나오는 다음 대목이 그 증거이다.

『李容翊은 민비를 탈출시키는 데 매우 용기 있게 행동한 이후 운수가 대통해 20년이 못 되어 총리대신으로 활약하게 되었다』

李容翊이 총리대신의 자리에 오른 적이 없음에도 매켄지가 그를 총리대신으로 기록한 것은 그의 위세가 얼마나 높았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高宗은 흥분한 대신들의 거센 주청에도 불구하고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황현은 「매천야록」에서 그 배경을 이같이 분석해 놓았다.

『李容翊은 청렴하고 재간이 있었다. 식사에도 육식을 중히 하지 않았고 도포자락이 해진 것을 입고 다녔다. 高宗은 聲色(성색)을 멀리하는 그의 고고함과 淸廉儉朴(청렴검박)을 믿었다. 世人들이 모두 그의 살점을 씹으려고 했으나 高宗은 시종 그를 비호했다』

안남미 수입

高宗은 대신들의 주청을 마냥 물리칠 수만은 없었다. 결국 李容翊은 이해 11월 말에 내장원경과 탁지부 대신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高宗은 곧 함북 명천의 향리로 떠난 그를 다시 徵召(징소)해 내장원경에 임명했다. 당시 李容翊 없는 왕실재정 운영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高宗도 대신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高宗은 「安南米(안남미) 수입」 추진차 그를 뤼순(旅順)으로 보냈다. 당시 조선의 백성들은 전국적인 흉년으로 큰 곤경에 처해 있었다. 李容翊이 러시아 군함을 타고 뤼순으로 간 사실을 뒤늦게 안 일본은 조선 정부의 친러정책이 표면화한 것으로 간주해 크게 당황했다.

李容翊은 이듬해 초인 광무 7년(1903) 1월4일에 귀국했다. 당시 그가 뤼순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는 자세히 알 길이 없으나 高宗의 밀명을 차질 없이 수행한 것만은 확실하다. 이는 1차 인도분인 안남미 1만5000포가 그가 귀국한 지 2주일 만에 인천항에 정확히 도착한 사실이 증명한다. 안남미는 주로 경기와 충청지역에 풀렸다. 그러나 안남미는 값이 헐한 대신 미질이 나빠 금방 소화가 되는 까닭에 배고픔만 더해 준다는 불평을 야기했다.

이로 인해 안남미 수입은 이해 8월에 1만5000포, 10월에 3만5000포가 더 들어온 뒤 중단되고 말았다. 高宗과 李容翊의 입장에서 볼 때 「안남미 수입」은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셈이었다. 탄핵의 목소리가 안남미 수입 이후 잠잠해진 것이 그 증거이다.

親日 미국인들로부터 친러파로 비판받아

구한말 의사로 한국에 왔다가 駐韓 미국공사를 지낸 알렌(오른쪽).

모든 사람에게 이 사건이 긍정적으로 비춰진 것만은 아니었다. 의료봉사차 서울에 와 있던 언더우드 부인의 「상투잡이와 함께 보낸 15년」에 나오는 다음 대목이 그 증거이다.

『조선의 수상인 李容翊은 대부분의 관리들이 그렇듯이 열렬한 「친러파」였다. 그는 막 뤼순에서 돌아와 일본의 이익에 대해 일련의 공격을 가했다』

「은둔의 나라, 조선」을 쓴 미국인 그리피스는 李容翊을 지칭할 때마다 「악명 높은 친러파」라는 수식어를 덧붙였다. 그는 李容翊의 행보를 이같이 묘사해 놓았다.

『李容翊은 안정된 통화를 지속시키려는 일본의 노력과 배치되는 고압적인 정책으로 외국인에게 심각한 금전적 타격을 입혀 좌절시키는 동시에 무역상 커다란 혼란을 초래했다』

그리피스는 85세로 죽을 때까지 일본을 칭송하는 글을 쓴 공로를 인정받아 일본 당국으로부터 勳三等旭日章(훈삼등욱일장)을 수여받은 대표적인 親日派였다. 「일본이 조선의 안정된 통화를 지속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인들 대부분이 그와 유사한 입장을 보였다. 언더우드 부인의 다음과 같은 지적이 그 증거이다.

『수상 李容翊은 서울에 있는 일본은행에서 발행하는 수표의 사용을 금지하는 무분별한 수단을 썼다. 그 결과 일본은행은 거의 파산지경에 이르렀다. 일본은 조선정부의 사과를 받아들였으나 이는 일본인에게 두고두고 받을 수 없는 빚으로 남게 되었다』

언더우드 부인의 이런 잘못된 지적은 李容翊을 「친러파」의 거두로 간주한 사실과 무관치 않았다. 당시 조선조정은 「친일파」와 「친러파」의 극렬한 대립으로 크게 소란스러웠다. 李容翊은 시종 파쟁에 초연한 모습을 보였으나 당시의 이런 분위기를 마냥 모른 척하기는 어려웠다. 李容翊이 급성 중이염으로 큰 고통을 겪었을 당시의 일화가 이를 뒷받침한다.

중이염 소동

李容翊이 중이염으로 고생하던 광무 7년(1903) 6월 당시 서울에는 서양식 병원이 3곳 있었다. 미국인 알렌이 세운 세브란스와 러시아공사관에서 세운 노국공사관 병원, 그리고 일본인이 세운 한성병원이 그것이다.

이 병원들은 규모가 제일 컸고 유명한 의료진으로 명성을 날렸다. 특히 한성병원과 노국공사관 병원은 누가 더 많은 조선의 대신들을 진료하는가 하는 문제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이는 진료차 찾아오는 대신들의 수로 조선조정의 향배를 가늠하는 척도로 삼은 데 따른 것이었다. 「친러파」나 「친일파」 대신들이 아프거나 병이 났을 때 노국공사관 병원이나 한성병원에 은밀히 사람을 보내 왕진을 청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중도적인 입장을 취한 대신들이 세브란스에 맘대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곳에 드나들었다가는 이내 「친미파」라는 소문이 날 수밖에 없었다.

당시 李容翊을 「친러파」로 간주한 많은 사람들은 그가 당연히 노국공사 병원을 이용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高宗의 심복인 그로서는 러시아와 일본의 눈을 동시에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일주일 동안 한숨도 자지 못한 채 고통을 참다가 마침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자 일본공사 하야시 곤스케(林權助)에게 사람을 보내 한성병원 의사의 급파를 청했다. 하야시의 전갈을 받은 한성병원은 흥분으로 술렁였다. 한성병원을 선전하는 데 「친러파」의 우두머리로 알려진 李容翊의 왕진요청만큼 좋은 것은 없었다. 와다(和田) 원장이 급히 왕진가방을 들고 李容翊의 집으로 갔다.

와다가 李容翊의 집에 당도했을 때는 이미 세브란스 병원의 유명한 내과전문의인 에비슨 박사가 와 있었다. 에비슨의 방문은 李容翊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다 못한 부인이 청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는 李容翊이 한사코 진찰에 응하지 않자 방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현관 앞에서 주춤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와다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에비슨을 제치고 성큼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李容翊의 귓속을 자세히 보기 위해 그의 귀를 잡아당기는 순간 부풀대로 부풀어 있던 환부가 저절로 터지면서 농이 흘러나왔다. 신기하게도 머리가 쪼개질 듯이 아팠던 통증이 이내 사라졌다. 李容翊이 와다에게 말했다.

『과연 名醫(명의)는 다르오. 내가 근육염을 앓고 있는 터에 이제 명의를 만났으니 차제에 그것마저 고칠 수 있을 듯하오』

그러고는 곧바로 한성병원에 입원했다. 한성병원은 李容翊을 특별손님으로 모시면서 병원 선전에 열을 올렸다. 며칠 뒤 의사들이 점심을 먹고 있을 때 李容翊이 누워 있는 온돌방 아궁이에서 폭탄이 터졌다. 의사들이 놀라 방에 들어가 보니 온돌바닥이 온통 뒤집어졌는데 그가 누워 있는 부분만은 멀쩡했다. 李容翊은 찰과상 하나 입지 않았다.

러일전쟁 앞두고 「중립선언」 주도

法語학교 교사로 李容翊의 중립선언 당시 조력한 마르텔(왼쪽).

폭탄사건이 일어나던 시각에 친일파로 소문난 군부대신 李根澤(이근택)은 궁중에 들어가 李容翊을 탄핵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항간에는 그의 소행일 것이라는 소문이 크게 나돌았다.

그가 내장원경으로 있던 마지막 해인 광무 8년(1904)은 국내외적으로 극히 불안한 때였다. 러일전쟁을 전후해서 李容翊은 조선의 활로를 찾기 위해 고심했다. 그가 고심 끝에 찾아낸 방안이 바로 「중립화 선언」이었다.

일본의 입장을 대변한 매켄지는 「조선의 역사」에서 이를 신랄히 비판했다. 러일전쟁 발발 직전 매켄지는 李容翊의 방으로 찾아와 「조선이 파멸을 면하려면 일본을 좇아 나라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李容翊이 이같이 반박했다.

『딴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든 문제될 게 없소. 우리는 오늘 우리가 중립임을 선언하고 우리의 이 중립을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오』

『당신들이 스스로를 보호하지 않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왜 당신들을 보호해 준다는 말이오』

『우리는 미국의 약속을 얻은 바 있소. 무슨 일이 일어나도 미국은 우리 편이 되어 줄 것이오』

매켄지는 이 대목에서 『李容翊이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다가 결국 조선의 패망을 앞당기고 말았다』고 덧붙여 놓았다. 그의 이런 지적은 나름대로 타당하다. 李容翊은 미국의 지원을 맹신했다. 이는 高宗의 입장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기도 했다. 高宗과 李容翊 모두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열강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李容翊은 高宗에게 『오직 엄정 중립을 지키는 길만이 대한제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도』라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한일의정서 체결 반대

러일전쟁 발발 직후 인천에 상륙한 일본군.

高宗의 재가를 얻어 낸 李容翊은 세계 각국에 대한제국의 중립을 알리는 선언문을 비밀리에 작성한 뒤 프랑스 선교사 마르텔을 찾아갔다. 당시 일본이 모든 통신망을 관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 서양인의 손을 빌리지 않고는 國外(국외)통신이 불가능했다. 마르텔의 도움으로 광무 8년(1904) 1월21일에 중국 치푸(芝)에서 각국 공사관에 타전된 중립선언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러시아와 일본 간에 제기된 복잡한 일과 그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협의를 살펴볼 때 양국 간에 진행 중인 예비교섭의 결말이 어떻게 되든 조선정부는 엄정중립을 지키기로 굳게 결심했다. 이를 황제 폐하의 어명을 받들어 선언하는 바이다』

이 선언은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에 의해 즉각 받아들여졌다. 이 중립선언은 러시아공사도 모르게 은밀히 추진되었다. 이는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 또한 한반도 내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李容翊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조선의 중립선언을 접한 하야시 공사는 크게 놀라 곧 일본의 외무대신에게 무력개입을 청하는 급전을 보냈다. 일본은 1904년 2월6일 러시아와의 國交(국교)단절을 선언한 지 3일 만에 조선의 중립선언을 무시한 채 군대를 파견해 바로 그날로 서울을 점령하고 말았다.

이날 일본군은 선전포고 없이 인천 앞 바다에 있던 러시아 함대 「카레예츠」와 「바랴크」號(호)를 포격해 침몰시켰다. 이로써 러일전쟁이 시작되었다. 서울을 점령당한 조선은 일본군의 포로 신세나 다름없었다. 러시아공사 파블로프가 전쟁 발발 사흘 만에 본국으로 추방됐다.

하야시는 본국의 훈령을 좇아 高宗을 알현하면서 한일의정서의 조인을 강압했다. 그의 위세에 눌린 대신들은 감히 반대하고 나서지 못했다. 李容翊만은 달랐다. 그는 高宗을 설득해 외부대신 이지용과의 담판을 허락받았다. 李容翊이 이지용을 만나 이같이 엄포를 놓았다.

『의정서에 조인하면 당신은 만고의 역적으로 역사에 기록될 뿐만 아니라 이내 대역죄를 범한 죄인으로 처단될 것이오』

『누가 나를 처단한단 말이오』

『2000만 민족은 모두 죽은 줄 아시오. 대감, 2000만 민중 가운데 의혈청년 하나 없다고 장담할 수 있소. 폐하도 이 의정서 조인을 원치 않고 있소. 대감이 하야시 공사에게 분명히 잘라 거절하시오. 정 어려우면 조인식 날짜를 미뤄 우선 시간이라도 벌도록 하시오』

『알겠소. 내가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끌 터이니 이후 문제는 대감들이 책임지시오』

그러나 이들의 대화 내용은 곧바로 하야시에게 전해졌다. 하야시가 한 시간도 채 안 돼 이지용을 찾아가자 李容翊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한일의정서 체결 앞두고 일본에 피랍

이지용이 의정서에 조인하는 1904년 2월23일에 李容翊은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그는 기차에 실려 인천으로 끌려간 뒤 다시 일본 군함에 옮겨지고 있었다. 李容翊의 반대를 두려워한 일본 측이 그를 강제로 납치해 간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서울 장안에는 온갖 소문이 나돌았다. 많은 사람들이 조선의 대신이 납치된 사실에 비통해했으나 개중에는 통쾌히 여기는 사람이 있었다. 매켄지는 「대한제국의 비극」에서 그 배경을 이같이 분석해 놓았다.

『李容翊은 오만한 성격의 소유자로 권력을 잡게 되자 빈들거리는 獵官(엽관) 운동자들을 제거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았지만 그가 하는 일이 전적으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았다』

李容翊은 고리대금업 등으로 백성을 착취하며 세금을 포탈한 관원들을 옥에 가둬 원성을 샀다. 각 지방의 수령이 거칠게 항의하고, 이들과 연계된 대신들까지 李容翊을 탄핵하고 나섰으나 李容翊은 高宗의 비호로 무사할 수 있었다. 李容翊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한 자들은 그의 납치를 내심 고소해했던 것이다.

일본은 李容翊을 납치하면서 조선조정에 그의 파면을 강력히 요청했다. 일본공사관 측은 납치 구실을 찾기 위해 그의 가택을 수색하고 내장원의 서류를 가져다가 샅샅이 조사했다. 혹여 부정한 사실이 있는지 찾아보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다.

李容翊이 일본으로 끌려가는 동안 일본은 그들의 계획대로 한일의정서를 체결했다. 乙巳勒約(을사늑약)에 앞서 체결된 이 의정서는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의 우의를 돈독히 한다」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으나 실은 매 조항 내정간섭의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었다.

李容翊은 일본에서 1년여 동안 억류생활을 했다. 엄연한 주권국가의 대신이 아무런 이유 없이 피랍되어 1년여 동안 억류된 이 사건은 당시 대한제국이 처한 가련한 현실을 보여 준다.

일본 억류 기간 중 교육의 중요성 눈떠

李容翊은 일본 억류 기간 중 일본의 근대문물을 눈으로 확인했다. 그는 심한 충격을 받았다. 메이지 유신 이래 아시아의 패자로 등장한 일본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명확히 깨달은 것이다. 그는 이때부터 「敎育救國(교육구국)」을 조선의 자주독립을 달성키 위한 새로운 지표로 삼았다. 고려대학교의 전신인 「普成전문학교」의 출현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이었다.

일본은 李容翊의 排日(배일)활동을 두려워한 나머지 승전이 확실시되는 1904년 연말까지 억류했다. 일본은 李容翊의 귀국 후에도 그가 관직에 나아가지 못하도록 조선조정에 갖은 압력을 가했다. 그러나 高宗은 李容翊을 경북관찰사에 제수해 그에 대한 변함 없는 신뢰를 확인시켜 주었다.

一進會에 시달려

일본은 친일파 조직인 「一進會(일진회)」를 사주해 그의 부임을 막고자 했다. 일본공사관의 지령을 받은 일진회는 李容翊의 집으로 몰려가 『나라의 재산을 착복한 부패관료』라는 등의 주장을 펴며 몽둥이를 들고 李容翊의 집을 밤낮없이 지켰다.

이에 李儁 등이 종로 네거리에서 이들의 작태를 규탄하는 연설을 하고 일부 인사들이 적극 호응하고 나서자 이내 閔泳韶(민영소)를 회장으로 하는 「保安會(보안회)」가 조직되었다. 그러나 일본헌병대의 개입으로 이내 보안회는 해산되고 李儁 또한 전라도 섬으로 유배되고 말았다.

이에 의기양양해진 일진회 회원들은 李容翊의 집을 겹겹이 둘러싸고 연일 성토대회를 개최했다. 대신들은 일진회의 기세에 눌려 입을 다문 채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李容翊은 꾀를 내어 하인의 남루한 옷으로 변복한 뒤 뒷담 개구멍으로 슬며시 빠져나가 대구行 기차를 탔다. 극적으로 宣化堂(선화당)에 오른 그는 이후 이전의 監司(감사)와는 달리 거추장스러운 수행원을 일체 배제한 채 及唱(급창) 하나만을 데리고 시정을 돌아다니며 민심을 살폈다.

몇 달 뒤 李容翊은 다시 高宗의 명을 받고 상경케 되었다. 李容翊이 상경하게 사주를 받은 300여 명의 일진회 회원들이 다시 李容翊의 집을 둘러싸고 연일 성토대회를 열며 위협을 가했다.

李容翊은 일진회 평의원 金圭昌(김규창)이 무리들을 이끌고 안마당까지 들어와 성토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자 비상한 꾀를 냈다. 하루는 훈련도감 武藝廳(무예청) 소속으로 궐 안의 심부름을 담당하는 門旗手(문기수)가 갑자기 『어명이오』 라고 소리치면서 일진회 패거리들이 모여 있는 마당 한가운데를 뚫고 들어왔다. 일진회 패거리들이 일제히 부복하자 문기수가 장중한 어조로 길게 소리 내어 말했다.

『어명이오, 대감은 속히 궁중으로 들라는 어명이오』

일진회 패거리들이 크게 당황하는 사이 李容翊이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李容翊의 코앞에 바짝 붙어 삿대질을 해대며 괴롭히던 김규창이 소매를 잡자 李容翊이 호통을 치며 소매를 뿌리친 뒤 좌우에 하명했다.

『속히 가마를 대령하라』

하인들이 급히 마루 밑에 가마를 대령하자 李容翊은 가마를 타고 유유히 대궐로 향했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李容翊이 수하들과 짜고 연출한 것이었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高宗은 大笑(대소)하며 李容翊을 반겼다.

일본은 일진회를 이용한 李容翊 타도 계획이 실패한 데 이어 高宗이 일본의 침략에 적극 대응할 요량으로 李容翊을 軍部(군부)대신으로 삼자 이내 高宗에게 노골적인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高宗과 李容翊은 은밀히 대책을 논의한 끝에 李容翊을 高宗의 특사 자격으로 유럽에 파견해 日帝의 침략상을 고발해 열강의 도움을 얻어 보고자 했다. 高宗은 일본의 감시를 따돌릴 생각으로 짐짓 李容翊을 강원도 관찰사에 제수했다.

李容翊이 高宗의 밀명을 받고 육군 副將(부장: 현재의 육군 中將)의 직명으로 출경한 것은 확실하나 전후의 행적을 소상히 파악하기 쉽지 않다. 밀명의 구체적인 내용과 출국경로 모두 풍설로만 전해지고 있다. 1936년에 나온 「삼천리」 4월호에는 익명의 기자가 자신의 친구인 李容翊의 손자 李鍾浩(이종호)로부터 전해들은 얘기가 실려 있다.

러시아에서 자객에게 被殺

『李容翊이 국내의 불온한 공기 속에 그냥 군부대신의 직에 머물러 있는 것에 신변의 위험을 느끼고 1905년 8월14일 밤에 高宗이 주는 금괴를 여비로 삼아 인천에서 중국인의 목선을 타고 망명의 길을 떠났다. 上海를 경유해 불란서에 도착했다가 다시 러시아로 들어가 페테르부르크에 이르렀을 때 본국에서 파견된 자객 3명의 육혈포를 맞아 중상을 입었다. 그 길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나왔다가 불귀의 객이 되었다. 그때가 1907년 1월20일이었다』

정교의 「대한계년사」의 내용은 이와 다르다. 이에 따르면, 李容翊은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뒤 백방으로 도움을 요청했으나 여의치 않자 이내 페테르부르크로 간 것으로 되어 있다. 그의 사망과 관련한 내용도 다르다. 「대한계년사」에는 李容翊이 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얻으려고 동분서주하다가 유학생인 金顯土(김현토)의 단도에 찔려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다.

「매천야록」 등의 기록에 비춰 볼 때 李容翊은 광무 11년(1907) 초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사망한 것이 확실하다. 1906년 3월에서 1907년 초 사이의 국내 신문에 李容翊의 활동상이 산발적으로 소개됐다.

일설에 따르면, 李容翊은 블라디보스토크에 있을 때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2차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할 밀사 선발문제로 高宗의 밀명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高宗은 李容翊에게 사람을 보내 밀사의 인선을 부탁했고, 李容翊은 李相卨(이상설)과 李儁, 李瑋鍾(이위종) 등을 천거했고, 高宗은 다시 이들 3인에게 李容翊의 지시를 받으라고 은밀히 당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언제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 李容翊의 지시를 받았는지 여부 등이 분명하지 않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들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것이 1907년 5월20일인 점을 감안할 때 대략 李容翊의 사망 직전에 만나 지시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 순간까지 교육의 중요성 강조

러일전쟁 무렵 서울의 일본인 거리.

李容翊은 양자 李賢在(이현재)가 지켜보는 가운데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하면서 高宗에게 이런 遺疏(유소)를 올렸다.

『청컨대 학교를 널리 세우고, 인재를 교육하고, 이로써 국권을 회복하기 바랍니다(請廣建學校, 敎育人材, 以復國權)』

측근들에게 유사한 취지의 유언을 남겼다.

『지금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입장은 무엇보다 교육이 시급하다. 교육의 힘이 아니고는 이 급박한 세계정세 속에 나라를 구할 길이 없다. 열과 성을 다해 교육에 힘쓰라』

1907년 3월20일자 「대한매일신보」에는 『내가 죽은 뒤에도 조선의 독립주권을 회복하기 전에는 運柩以歸(운구이귀: 관을 옮겨 귀국함)하지 말라』는 그의 유언이 실렸다.

李容翊이 학생들에게 가장 역점을 두어 가르치고자 한 것은 「정치학」이었다. 이는 기울어져 가는 국권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나라 안팎의 정세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는 일본에 억류돼 있을 당시 3000원 상당의 거금을 들여 「정치학」 관련 서적을 비롯한 각종 도서의 구입 계약을 마쳤다. 이는 각급 학교를 세워 일거에 많은 人材를 양성코자 하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가 전문학교 내에 인쇄소와 출판부까지 완비코자 한 것이 그 증거이다.

그는 高宗과 만나 소학과 중학, 전문학교 체계로 이뤄진 자신의 「교육구국」 구상을 밝히면서 통일적인 교명을 붙이고자 했다. 그 배경과 관련해 고려大 측 자료는 이같이 밝히고 있다.

『원래 「普成」이라는 교명은 高宗이 李容翊의 얘기를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지어준 것이다. 이는 「널리 인재를 양성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여기의 「成」은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남의 장점을 북돋운다」는 뜻의 「成人之美(성인지미)」에서 따온 것이다』

그의 「교육구국」의 취지하에 설립된 보성전문은 광복 이후 고려大로 교명이 바뀌어 현재 국내 유수의 민족대학으로 우뚝 서 있다.

1910년 보성전문학교 학생들.

왕권강화 통한 자주적 근대화 추진

李容翊은 본래 미천한 집안 출신인데다가 당대에는 서구식 「民權論」을 맹신한 독립협회 등으로부터 「부패관원의 원흉」으로 비난받았다. 이후 日帝가 득세한 후에는 그를 친러파로 몰아세웠던 탓에 오늘날까지 제대로 조명받지 못해 왔다.

그러나 그는 「舊本參新(구본참신)」 내지 「東道西器(동도서기)」의 이념 아래 「保皇論(보황론)」을 내세우면서 왕권강화를 강화하는 한편, 근대적 산업과 교육을 일으켜 자주적 근대화를 도모했던 일세의 선각자였다.●

그림 : 이우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