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현대중공업의 계열 분리로 껍데기만 남아
● 세계 5위의 현대상선도 對北사업에 말려 苦戰中
● 현대아산은 금강산 赤字 관광에 말려 回生 불투명
● MH는 金宇中 회장처럼 국제迷兒 신세될지도
● 세계 5위의 현대상선도 對北사업에 말려 苦戰中
● 현대아산은 금강산 赤字 관광에 말려 回生 불투명
● MH는 金宇中 회장처럼 국제迷兒 신세될지도
쓸쓸한 桂洞 現代사옥
- 1999년 10월 북한을 방문, 金正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鄭周永 회장(좌)과 鄭夢憲 회장(우)
서울 종로구 계동 現代사옥 12층 동쪽 맨 끝의 20여 평 규모의 사무실은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되는 구역이다. 국내 재계의 頂上을 다투던 현대그룹의 法統(법통)을 계승한 「황태자」로 불려 온 鄭夢憲(정몽헌·이하 MH)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근무하는 사무실이기 때문이다.
MH의 회장실은 지난 9월20일쯤부터 지금까지 두 달 가까이 텅 비어 있다.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두 명의 여비서에게 MH가 어디에 머물고 있으며 언제쯤 귀국할지 묻자, 이들은 『아는 바 없다. 더이상 묻지 말라』며 입을 닫았다. 같은 층에 있는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 사무실과 현대아산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이다.
2000년 봄 故 鄭周永(정주영) 명예회장 형제들 간의 경영권 다툼인 이른바 「왕자의 亂(난)」이 벌어질 당시만 해도 100여명의 그룹內 엘리트 임직원이 근무하던 구조조정본부와 연일 40~50명이 넘는 보도진으로 북새통을 이루던 기자실 모습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구조조정본부에 상근하는 인력은 金在洙(김재수) 본부장, 현기춘 상무와 세 명의 여직원을 포함해 일곱 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MH의 대표적인 家臣(가신) 인사 중 한 명으로 분류되는 金在洙 본부장은 오전 7~8시쯤 출근했다가 대부분의 시간을 바깥에서 보내고 있다. 명목상으로는 「외부 회의」라고 하지만 취재진과 우연히라도 부딪쳐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 직원은 귀띔했다.
익명을 요구한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한때 한국 재계를 리드하는 최고의 人材 집단이라는 명성이나 자부심은 완전히 사라졌다』며 『이제는 다시 再起(재기)해 10大 그룹 안으로라도 진입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사람조차 거의 없는 게 사실』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財界 순위 20位 밖으로 추락
삼성과 함께 국내 財界(재계)의 최대 巨艦(거함)으로 통하던 현대그룹의 초라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면이다. 실제로 MH가 지난 추석 무렵 미국으로 떠나기 전, 그를 목격한 주변 인사들은 그가 올 들어 부쩍 말수가 적어지고 피곤한 모습이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최근 사석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다는 한 재계 인사는 『MH의 얼굴이 1년 사이에 많이 변했더라』며 『갑자기 나이가 든 사람처럼 보여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MH가 의기소침한 것 같은 태도와 분위기를 풍기더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의욕을 잃고 傷心(상심)한 흔적이 역력했다는 얘기이다.
그룹內 한 관계자는 이렇게 그의 근황을 전했다.
『鄭周永 명예회장이 생존해 있을 때만 해도 MH는 새벽 6시면 어김없이 회장실로 나와 사장단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그의 출근 시간은 오전 8시쯤으로 늦춰졌습니다. 출근 후 공식 일과도 金潤圭(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金在洙 구조조정본부장, 姜明求(강명구) 부사장(現 현대택배 부회장)으로부터 간단한 보고를 받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특히 MH는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 계동 회장실까지 비서나 수행원 없이 검은색 에쿠스 리무진 승용차를 타고 출근해 건물 뒤편에서 내려 뒷문으로 다녔을 만큼 외부와 접촉을 끊고 杜門不出(두문불출)했다는 것이다. 오후 3∼5시쯤 행선지도 밝히지 않고 훌쩍 퇴근하는 게 일쑤였다는 전언이다.
MH가 이끄는 현대그룹은 외관만 거대 그룹일 뿐, 실상을 뜯어 보면 「超(초)미니 그룹」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룹 총수라 할지라도 결재를 하거나 보고받을 일이 크게 줄어 바쁘게 움직일 필요가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MH그룹의 추락은 2000년 8월 말 현대자동차 그룹의 계열 분리로 不動(부동)의 財界 서열 1위 자리를 삼성에 넘겨 주면서 시작됐다고 財界는 보고 있다. 이어 그룹의 母胎(모태)인 현대건설까지 지난해 5월18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MH 등 대주주 지분에 대해 전액 減資(감자)와 出資轉換(출자전환:빚을 자본금으로 바꾸는 것) 결정이 내려지면서 채권단 관리 기업으로 변신해 그룹의 威勢(위세)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게 定說이다.
여기에다 鄭夢準(정몽준)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分家(분가)를 마무리하면서 현대그룹은 현대상선·현대엘리베이터·현대아산·현대종합상사·현대택배 등 계열사만 6개 남짓한 단출한 기업군으로 재편됐다. 재계內 순위도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1988년 당시 계열사만도 총 83개에 달했던 슈퍼급 기업집단이던 현대그룹과 비교하면 桑田碧海(상전벽해)의 위상 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계열분리로 탄생한 鄭夢九(정몽구) 회장의 현대자동차 그룹은 자산 35조7000억원(2000년 기준), 동생인 鄭夢準 의원의 현대중공업 그룹이 자산 12조원으로 각각 財界 랭킹 4위와 9위에 올라가 있는 것을 떠올려 보면 MH그룹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돌파구 찾을 승부수 막막
MH의 현대그룹은 이처럼 외형적으로 크게 축소됐을 뿐 아니라 수익성이나 영업규모 면에 있어서도 다른 형제 그룹보다 크게 뒤떨어지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적자를 보지 않고 흑자를 내고 있는 MH 계열사는 上場社로는 현대엘리베이터, 非상장사 가운데 현대택배가 각각 유일하다. 하지만 이들 두 회사 모두 연간 총매출 규모가 3000억원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때 세계 5위권의 우량 해운기업으로 손꼽히던 알토란 같던 현대상선은 對北사업 참여에 따른 누적 적자와 換差損(환차손), 해운 경기 침체 등으로 최근까지 강도 높은 인적·물적 구조조정의 가시밭 길을 걸어왔다. 여기에다 지난 9월 말 불거져 나온 「4억 달러 對北 비밀 지원」 의혹으로 지난 10월 초에는 제2금융권의 자금 회수가 들어와 현대상선은 1차 부도 직전까지 가는 큰 곤욕을 치렀다.
삼성물산과 함께 국내 대표적인 종합상사인 현대종합상사는 뚜렷한 流動性(유동성:현금 흐름) 위기는 없지만 현대그룹 계열사의 축소로 매출액이 크게 떨어졌다. 그동안 막대한 지원을 해줘 「생명줄」로 불려 온 현대자동차가 계열분리됨에 따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자동차 수출업무를 직접 처리하고 있지만 종합상사를 거쳐 수출하는 모양새를 갖춰 대당 2% 정도의 수수료를 종합상사 측에 지불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그룹의 盟主(맹주)격인 鄭夢憲 회장의 개인 재산도 급감했다. 서울 성북동 자택을 제외하고 대부분 주식 형태로 갖고 있지만 제대로 주주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하이닉스반도체(0.83%)를 비롯해 현대상선(4.9%, 500여만 주, 시가 100억여 원), 종합상사(1.22%), 현대투신 非상장 지분(0.78%) 등이 고작이다.
현대상선의 持株(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18.6%를 장모인 김문희씨가 갖고 있는 게 MH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MH가 非상근 이사로 있는 현대상선의 지분 15.2%를 갖고 있다. 바꿔 말해 MH는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을 통해 나머지 기업들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前·現職 현대 관계자들은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현대와 MH가 돌파구를 찾을 만한 승부수가 지금 시점에서 막막하기만 하다는 사실이다. 現상황에서 MH가 先代(선대)의 옛 영광을 되찾고 한국 財界의 중심에 조만간 다시 설 것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MH가 한때 최고경영자로 활동했고 지금도 가장 큰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현대상선부터 장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MH가 금강산 관광사업에 현대상선을 본격 개입시키기 전까지만 해도 현대상선은 10년 넘게 흑자를 내던 超우량 해운회사였다. 국내 1위이자 세계 5위의 세계적 수준의 해운회사였지만, 금강산 사업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뛰어들면서 골병들었다는 게 해운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대상선 자료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사업에서 철수한 지난해 6월 말까지 공식 손실액만 30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다 현대전자(현재 하이닉스 반도체) 증자에 1998년부터 3년 동안 7000억원을 투입하고 「왕자의 亂」 이후 현대증권과 현대중공업 지분 매입에 각각 3000억원과 1800억 원을 쏟아 부으면서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현대아산 증자 용도로 출자한 1800억원도 현대아산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손실로 처리됐다.
『최근 4억 달러 비밀지원 의혹 추적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현대상선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특혜성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현대상선이 망가진 것은 경제 외적인 정치 논리에 기업이 좌지우지됐기 때문입니다』(全經聯 고위 간부 A씨)
자동차 운반선 부문 海外 매각한 13억 달러 入金되면…
급기야 현대상선은 2001년에만 연간 1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영업이익만 전체 매출의 20%에 달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자동차 운반선 사업부문을 유럽 해운사인 발레니우스·벨헬름센(WWL)과 현대·기아 자동차가 공동 설립한 합작법인 「로로코리아」에 파는 苦肉策(고육책)을 단행했다.
현대상선은 이에 앞서 작년 말부터 ▲3개 해운 터미널 매각 ▲社屋 2개 및 현대중공업 지분 매각 ▲LNG(액화천연가스)선을 담보로 한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 등으로 92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는 등 구조조정을 계속해 왔다.
신재희 현대상선 기획담당 이사는 『13억 달러(1조5000억원)의 매각대금은 로로코리아 측이 유럽연합(EU) 지역에서 反독점 관련 규정 위반 여부 등 절차상의 문제를 해결한 후 11월 말까지 입금될 것』이라며 『입금된 금액의 90%를 단기 부채 상환에 써 유동성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특히 자동차 운반선 매각 대금이 들어오면 연간 2000억원에 달하는 이자 부담이 사라지고, 작년 말 1390%였던 부채 비율도 세계 해운업체 평균(500~900%)보다 낮은 300%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일부 지분을 갖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현대증권·현대아산·현대택배·현대종합상사 등에 대한 持株회사 역할 포기를 공식 선언할 방침을 내부적으로 굳혔다.
채권단 관계자들도 『자동차 운반선 사업부문 매각 대금이 들어올 확률은 거의 100%』라며 『이 매각 대금이 입금되면 현대상선이 당분간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現代商船 생존을 위한 세 가지 조건
하지만 해운 전문가들의 시각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증권 해운 담당 애널리스트인 이창목 연구위원의 진단이다.
『현대상선이 온전하게 생존하려면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13억 달러의 자동차 운반선 매각대금이 예정대로 들어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해운 컨테이너선 景氣(경기) 회복, 그리고 이후에도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에 달하는 단기 부채 부담의 해결이 관건입니다』
李연구위원은 『부채 청산 이후에도 남는 최대 1조원 규모의 단기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채권단의 추가 만기연장 조치가 필수적』이라며 『지금까지는 산업은행 등이 일종의 특혜 조치로 현대상선을 지원했지만 앞으로도 그런 상황이 계속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해운 경기도 경제 환경 불투명으로 회복 시기가 늦어지는 것도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新정부 출범 이후 불지도 모를 정치적인 外風(외풍)도 현대상선의 생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 變數(변수)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올 연말 선거에서 야당 후보 출신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현대상선은 「4억 달러 對北 비밀 지원」 의혹과 金大中 정부의 대표적 정책인 금강산 관광사업 참여 등으로 말미암아 정권 차원의 「손보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소한 현대상선이라는 기업은 살아남더라도 지난 3월 현대상선 社外이사직을 맡으며 경영 일선 복귀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혔던 MH의 경영권 참여 기회가 원천 봉쇄될 것이라는 예상도 흘러나오고 있다.
MH가 그룹 再起(재기)를 꾀하는 또 다른 勝負手(승부수)는 對北사업이다. 역설적이지만 현대그룹의 침몰을 가져온 원인 가운데 하나인 對北사업에서 재기의 活路(활로)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그 핵심은 금강산 육로관광과 금강산 관광특구 지정, 개성공단 본격 조성·입주 등이다.
현대아산 육재희 부장은 『만약 육로 관광만 허용된다면 對北사업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개성공단도 500여개의 중소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사업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단 MH그룹內 對北 사업 주체인 현대아산은 2000년 6월 한국관광공사에 양도한 금강산여관·온천장·문예회관의 매각대금 692억원을 지난 9월까지 나눠 받아 겨우 살림을 꾸려 왔을 뿐, 사실은 빈털털이 회사로 실질적인 추진력을 상실했다는 게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매월 금강산 관광객으로부터 받는 관광요금이 수입의 전부로 운영경비와 북한에 지급한 관광代價를 빼면 매달 20억~30억 원 정도의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은 出帆 이후 단 한 번도 月別 흑자 못 내
현대아산은 1999년 출범 이후 아직까지 한 번도 月別 흑자를 내지 못했으며 그동안 여섯 차례 增資(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본금 4500억원도 북측에 관광 代價(3억8500만 달러)를 주는 데 써버려 全額(전액) 잠식됐다. 현대아산은 한 사람당 45만~54만원의 금강산 관광요금을 받고 있는데 이것도 정부가 지난 4월부터 이산가족·학생·교사 등에 관광경비의 70%를 지원하는 덕분에 관광사업을 延命(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금강산 관광객은 지난 9월 태풍의 영향으로 4000명 선으로 줄었다. 연중 최대 盛需期(성수기)인 지난 10월에도 북한 核개발 영향으로 관광객은 1만 명에도 못 미쳤다. 현대아산은 『적자를 내지 않으려면 月평균 관광객이 1만2000명은 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1998년 11월 사업 출범 당시, 금강산 관광객 수가 연간 5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반대로 만 3년 만인 지난해 10월 말까지 금강산을 찾은 누적 관광객은 총 42만3000여 명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관광 非需期(비수기)인 겨울철로 접어들면 관광객 숫자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바꿔 말해 지금과 같은, 해상을 경유한 금강산 관광방식으로는 수지 타산이 전혀 맞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아산은 관광객 숫자를 지금보다 몇 배 수준으로 늘리기 위해 금강산 육로관광과 금강산 일대 관광특구 지정 관철에 수년 전부터 全力투구하고 있다. 최근 南北장관급 회담 등을 통해 북한측이 육로관광에 원칙적인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아산은 이 분야에 투자할 국내외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금강산 관광사업 등의 수익성에 대해 회의적이기 때문에 관심만 보일 뿐 실질적인 참여를 극도로 꺼리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MH와 金潤圭 현대아산 사장 등은 미국, 일본, 중국 등지로 돌면서 금강산과 개성공단에 투자할 외국투자자 물색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11월5일 미국 록펠러 그룹 계열의 부동산 회사인 「쿠시먼 앤 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의 아서 미란트(Arther J.Mirante) 사장 일행이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사업 투자 협의차 현대아산을 방문하기도 했으나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 관광보조금도 99% 削減
현대아산 입장에서 더 큰 악재는 북한의 核무기 개발 계획과 新정부의 출범이다. MH가 이끄는 현대그룹의 死活(사활)은 외국자본 유치에 달려 있는데 북한의 核무기 개발계획으로 미국이 對北 봉쇄정책을 취할 경우, 현대그룹의 투자유치는 사실상 물 건너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을 이라크 등과 함께 「惡의 軸(축) 국가」 가운데 하나로 규정한 미국 부시 행정부가 지난 11월 초 연방의회 상·하원을 모두 장악해 「힘의 우위」에 바탕을 둔 강력한 對北정책을 추진하게 된 것도 현대그룹과 현대아산으로서는 실질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가 지난 10월 내년도 정부 예산에서 금강산 관광경비 보조금으로 책정된 200억원 중 1억원만 남겨 놓고 199억원은 다른 항목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대폭 삭감을 결정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북한 核무기 문제가 해결될 경우 다시 자금 지원을 심의한다」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현재 정부 보조금을 받는 금강산 관광객이 전체 관광객의 60%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현대아산 입장에서는 북한 核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내년부터 정부 보조금 중단 ▲관광객 수 절반 이하로 급감 등으로 회사 존립 자체가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11월 현재 차기 大選 승리가 유력시되는 한나라당의 경우, 북한과의 교류협력은 계속하되 현금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다시 말해 현대아산이 취하고 있는 금강산 관광 代價 지불 방식의 현금 지원은 최소한 중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측은 또 국내외 秘線(비선) 조직을 총 가동해 기존의 MH 현대그룹 창구와 별도로 對北 대화·접촉 창구를 만드는 데 主力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財界의 한 기업정보 관계자는 『지금 야당인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현대상선이나 현대아산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원리·원칙대로만 처리해도 최소한 현대아산은 枯死(고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채권금융기관들이 현대상선에 대해 단기부채 만기연장 같은 지원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세계 해운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대상선도 다시 한번 위기를 맞게 될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대아산의 경우, 현대건설이 20％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다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의 지원을 받고 있는 사실상의 公企業(공기업)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경영권 교체는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라고 財界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현재 현대아산에 지원된 관광공사 자금(450억원)의 出處(출처)는 南北협력기금으로 일종의 「公的(공적)자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귀국이나 가능할는지
야당이 집권한다면 채권단 등이 경영부실 문제를 들어 오너인 MH의 책임 문제를 거론해 그의 경영권을 아예 빼앗을 것이라는 假說(가설)도 財界에 나돌고 있다. 정권 교체時 MH가 「제2의 金宇中 회장」처럼 망명살이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MH의 측근들은 현대상선 등 남은 일부 계열사가 튼튼하니 이를 잘 추스르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MH에게 힘을 불어넣기도 했습니다. 일부 家臣들은 현대그룹을 반드시 다시 살리겠다고 그의 앞에서 충성 맹세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대그룹 계열사 임원)
이런 상황에서 MH는 「4억 달러 對北 비밀 지원 의혹」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앞으로 돈 되는 사업만 하겠다』며 再起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었다는 후문이다. 현대상선에 이어 현대전자의 1억 달러 증발 의혹까지 최근 불거지면서 MH가 국내에서 공개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고 財界는 분석하고 있다.
그의 측근들은 『현재 미국 모처에 머물고 있는 MH가 12월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귀국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자신도 본인의 예상이 이뤄질지 半信半疑(반신반의)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당장 MH가 귀국해도 그룹內에서 마땅히 맡을 역할이 특별히 없는데다, 만약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MH와 그룹 차원에서 복잡하고 곤혹스러운 일들만 벌어질 공산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한때 「포스트(後) 鄭周永 시대」를 이끌 현대그룹의 盟主로 촉망받았던 MH와 그 측근들의 고민과 걱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향후 MH 현대그룹의 再起와 그의 경영 일선 복귀도 MH 등의 주도적인 노력 여부를 떠나 국내의 정치적인 판단과 南北관계 진전 같은 다른 외부 변수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해지고 있다.
財界 관계자들은 MH 현대그룹의 좌절과 추락에 대해 『대기업 오너의 판단력과 측근 인물 기용이 기업의 存亡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기업이 본연의 기업활동에 소홀하고 정치 논리나 경제 外的인 잣대를 따를 때 얼마나 쓰라린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MH의 회장실은 지난 9월20일쯤부터 지금까지 두 달 가까이 텅 비어 있다.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두 명의 여비서에게 MH가 어디에 머물고 있으며 언제쯤 귀국할지 묻자, 이들은 『아는 바 없다. 더이상 묻지 말라』며 입을 닫았다. 같은 층에 있는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 사무실과 현대아산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이다.
2000년 봄 故 鄭周永(정주영) 명예회장 형제들 간의 경영권 다툼인 이른바 「왕자의 亂(난)」이 벌어질 당시만 해도 100여명의 그룹內 엘리트 임직원이 근무하던 구조조정본부와 연일 40~50명이 넘는 보도진으로 북새통을 이루던 기자실 모습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구조조정본부에 상근하는 인력은 金在洙(김재수) 본부장, 현기춘 상무와 세 명의 여직원을 포함해 일곱 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MH의 대표적인 家臣(가신) 인사 중 한 명으로 분류되는 金在洙 본부장은 오전 7~8시쯤 출근했다가 대부분의 시간을 바깥에서 보내고 있다. 명목상으로는 「외부 회의」라고 하지만 취재진과 우연히라도 부딪쳐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 직원은 귀띔했다.
익명을 요구한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한때 한국 재계를 리드하는 최고의 人材 집단이라는 명성이나 자부심은 완전히 사라졌다』며 『이제는 다시 再起(재기)해 10大 그룹 안으로라도 진입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사람조차 거의 없는 게 사실』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財界 순위 20位 밖으로 추락삼성과 함께 국내 財界(재계)의 최대 巨艦(거함)으로 통하던 현대그룹의 초라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면이다. 실제로 MH가 지난 추석 무렵 미국으로 떠나기 전, 그를 목격한 주변 인사들은 그가 올 들어 부쩍 말수가 적어지고 피곤한 모습이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최근 사석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다는 한 재계 인사는 『MH의 얼굴이 1년 사이에 많이 변했더라』며 『갑자기 나이가 든 사람처럼 보여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MH가 의기소침한 것 같은 태도와 분위기를 풍기더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의욕을 잃고 傷心(상심)한 흔적이 역력했다는 얘기이다.
그룹內 한 관계자는 이렇게 그의 근황을 전했다.
『鄭周永 명예회장이 생존해 있을 때만 해도 MH는 새벽 6시면 어김없이 회장실로 나와 사장단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그의 출근 시간은 오전 8시쯤으로 늦춰졌습니다. 출근 후 공식 일과도 金潤圭(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金在洙 구조조정본부장, 姜明求(강명구) 부사장(現 현대택배 부회장)으로부터 간단한 보고를 받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특히 MH는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 계동 회장실까지 비서나 수행원 없이 검은색 에쿠스 리무진 승용차를 타고 출근해 건물 뒤편에서 내려 뒷문으로 다녔을 만큼 외부와 접촉을 끊고 杜門不出(두문불출)했다는 것이다. 오후 3∼5시쯤 행선지도 밝히지 않고 훌쩍 퇴근하는 게 일쑤였다는 전언이다.
MH가 이끄는 현대그룹은 외관만 거대 그룹일 뿐, 실상을 뜯어 보면 「超(초)미니 그룹」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룹 총수라 할지라도 결재를 하거나 보고받을 일이 크게 줄어 바쁘게 움직일 필요가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MH그룹의 추락은 2000년 8월 말 현대자동차 그룹의 계열 분리로 不動(부동)의 財界 서열 1위 자리를 삼성에 넘겨 주면서 시작됐다고 財界는 보고 있다. 이어 그룹의 母胎(모태)인 현대건설까지 지난해 5월18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MH 등 대주주 지분에 대해 전액 減資(감자)와 出資轉換(출자전환:빚을 자본금으로 바꾸는 것) 결정이 내려지면서 채권단 관리 기업으로 변신해 그룹의 威勢(위세)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게 定說이다.
여기에다 鄭夢準(정몽준)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分家(분가)를 마무리하면서 현대그룹은 현대상선·현대엘리베이터·현대아산·현대종합상사·현대택배 등 계열사만 6개 남짓한 단출한 기업군으로 재편됐다. 재계內 순위도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1988년 당시 계열사만도 총 83개에 달했던 슈퍼급 기업집단이던 현대그룹과 비교하면 桑田碧海(상전벽해)의 위상 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계열분리로 탄생한 鄭夢九(정몽구) 회장의 현대자동차 그룹은 자산 35조7000억원(2000년 기준), 동생인 鄭夢準 의원의 현대중공업 그룹이 자산 12조원으로 각각 財界 랭킹 4위와 9위에 올라가 있는 것을 떠올려 보면 MH그룹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돌파구 찾을 승부수 막막MH의 현대그룹은 이처럼 외형적으로 크게 축소됐을 뿐 아니라 수익성이나 영업규모 면에 있어서도 다른 형제 그룹보다 크게 뒤떨어지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적자를 보지 않고 흑자를 내고 있는 MH 계열사는 上場社로는 현대엘리베이터, 非상장사 가운데 현대택배가 각각 유일하다. 하지만 이들 두 회사 모두 연간 총매출 규모가 3000억원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때 세계 5위권의 우량 해운기업으로 손꼽히던 알토란 같던 현대상선은 對北사업 참여에 따른 누적 적자와 換差損(환차손), 해운 경기 침체 등으로 최근까지 강도 높은 인적·물적 구조조정의 가시밭 길을 걸어왔다. 여기에다 지난 9월 말 불거져 나온 「4억 달러 對北 비밀 지원」 의혹으로 지난 10월 초에는 제2금융권의 자금 회수가 들어와 현대상선은 1차 부도 직전까지 가는 큰 곤욕을 치렀다.
삼성물산과 함께 국내 대표적인 종합상사인 현대종합상사는 뚜렷한 流動性(유동성:현금 흐름) 위기는 없지만 현대그룹 계열사의 축소로 매출액이 크게 떨어졌다. 그동안 막대한 지원을 해줘 「생명줄」로 불려 온 현대자동차가 계열분리됨에 따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자동차 수출업무를 직접 처리하고 있지만 종합상사를 거쳐 수출하는 모양새를 갖춰 대당 2% 정도의 수수료를 종합상사 측에 지불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그룹의 盟主(맹주)격인 鄭夢憲 회장의 개인 재산도 급감했다. 서울 성북동 자택을 제외하고 대부분 주식 형태로 갖고 있지만 제대로 주주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하이닉스반도체(0.83%)를 비롯해 현대상선(4.9%, 500여만 주, 시가 100억여 원), 종합상사(1.22%), 현대투신 非상장 지분(0.78%) 등이 고작이다.
현대상선의 持株(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18.6%를 장모인 김문희씨가 갖고 있는 게 MH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MH가 非상근 이사로 있는 현대상선의 지분 15.2%를 갖고 있다. 바꿔 말해 MH는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을 통해 나머지 기업들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前·現職 현대 관계자들은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현대와 MH가 돌파구를 찾을 만한 승부수가 지금 시점에서 막막하기만 하다는 사실이다. 現상황에서 MH가 先代(선대)의 옛 영광을 되찾고 한국 財界의 중심에 조만간 다시 설 것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MH가 한때 최고경영자로 활동했고 지금도 가장 큰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현대상선부터 장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MH가 금강산 관광사업에 현대상선을 본격 개입시키기 전까지만 해도 현대상선은 10년 넘게 흑자를 내던 超우량 해운회사였다. 국내 1위이자 세계 5위의 세계적 수준의 해운회사였지만, 금강산 사업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뛰어들면서 골병들었다는 게 해운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대상선 자료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사업에서 철수한 지난해 6월 말까지 공식 손실액만 30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다 현대전자(현재 하이닉스 반도체) 증자에 1998년부터 3년 동안 7000억원을 투입하고 「왕자의 亂」 이후 현대증권과 현대중공업 지분 매입에 각각 3000억원과 1800억 원을 쏟아 부으면서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현대아산 증자 용도로 출자한 1800억원도 현대아산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손실로 처리됐다.
『최근 4억 달러 비밀지원 의혹 추적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현대상선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특혜성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현대상선이 망가진 것은 경제 외적인 정치 논리에 기업이 좌지우지됐기 때문입니다』(全經聯 고위 간부 A씨)
자동차 운반선 부문 海外 매각한 13억 달러 入金되면…급기야 현대상선은 2001년에만 연간 1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영업이익만 전체 매출의 20%에 달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자동차 운반선 사업부문을 유럽 해운사인 발레니우스·벨헬름센(WWL)과 현대·기아 자동차가 공동 설립한 합작법인 「로로코리아」에 파는 苦肉策(고육책)을 단행했다.
현대상선은 이에 앞서 작년 말부터 ▲3개 해운 터미널 매각 ▲社屋 2개 및 현대중공업 지분 매각 ▲LNG(액화천연가스)선을 담보로 한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 등으로 92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는 등 구조조정을 계속해 왔다.
신재희 현대상선 기획담당 이사는 『13억 달러(1조5000억원)의 매각대금은 로로코리아 측이 유럽연합(EU) 지역에서 反독점 관련 규정 위반 여부 등 절차상의 문제를 해결한 후 11월 말까지 입금될 것』이라며 『입금된 금액의 90%를 단기 부채 상환에 써 유동성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특히 자동차 운반선 매각 대금이 들어오면 연간 2000억원에 달하는 이자 부담이 사라지고, 작년 말 1390%였던 부채 비율도 세계 해운업체 평균(500~900%)보다 낮은 300%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일부 지분을 갖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현대증권·현대아산·현대택배·현대종합상사 등에 대한 持株회사 역할 포기를 공식 선언할 방침을 내부적으로 굳혔다.
채권단 관계자들도 『자동차 운반선 사업부문 매각 대금이 들어올 확률은 거의 100%』라며 『이 매각 대금이 입금되면 현대상선이 당분간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現代商船 생존을 위한 세 가지 조건하지만 해운 전문가들의 시각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증권 해운 담당 애널리스트인 이창목 연구위원의 진단이다.
『현대상선이 온전하게 생존하려면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13억 달러의 자동차 운반선 매각대금이 예정대로 들어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해운 컨테이너선 景氣(경기) 회복, 그리고 이후에도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에 달하는 단기 부채 부담의 해결이 관건입니다』
李연구위원은 『부채 청산 이후에도 남는 최대 1조원 규모의 단기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채권단의 추가 만기연장 조치가 필수적』이라며 『지금까지는 산업은행 등이 일종의 특혜 조치로 현대상선을 지원했지만 앞으로도 그런 상황이 계속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해운 경기도 경제 환경 불투명으로 회복 시기가 늦어지는 것도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新정부 출범 이후 불지도 모를 정치적인 外風(외풍)도 현대상선의 생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 變數(변수)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올 연말 선거에서 야당 후보 출신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현대상선은 「4억 달러 對北 비밀 지원」 의혹과 金大中 정부의 대표적 정책인 금강산 관광사업 참여 등으로 말미암아 정권 차원의 「손보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소한 현대상선이라는 기업은 살아남더라도 지난 3월 현대상선 社外이사직을 맡으며 경영 일선 복귀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혔던 MH의 경영권 참여 기회가 원천 봉쇄될 것이라는 예상도 흘러나오고 있다.
MH가 그룹 再起(재기)를 꾀하는 또 다른 勝負手(승부수)는 對北사업이다. 역설적이지만 현대그룹의 침몰을 가져온 원인 가운데 하나인 對北사업에서 재기의 活路(활로)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그 핵심은 금강산 육로관광과 금강산 관광특구 지정, 개성공단 본격 조성·입주 등이다.
현대아산 육재희 부장은 『만약 육로 관광만 허용된다면 對北사업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개성공단도 500여개의 중소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사업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단 MH그룹內 對北 사업 주체인 현대아산은 2000년 6월 한국관광공사에 양도한 금강산여관·온천장·문예회관의 매각대금 692억원을 지난 9월까지 나눠 받아 겨우 살림을 꾸려 왔을 뿐, 사실은 빈털털이 회사로 실질적인 추진력을 상실했다는 게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매월 금강산 관광객으로부터 받는 관광요금이 수입의 전부로 운영경비와 북한에 지급한 관광代價를 빼면 매달 20억~30억 원 정도의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은 出帆 이후 단 한 번도 月別 흑자 못 내현대아산은 1999년 출범 이후 아직까지 한 번도 月別 흑자를 내지 못했으며 그동안 여섯 차례 增資(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본금 4500억원도 북측에 관광 代價(3억8500만 달러)를 주는 데 써버려 全額(전액) 잠식됐다. 현대아산은 한 사람당 45만~54만원의 금강산 관광요금을 받고 있는데 이것도 정부가 지난 4월부터 이산가족·학생·교사 등에 관광경비의 70%를 지원하는 덕분에 관광사업을 延命(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금강산 관광객은 지난 9월 태풍의 영향으로 4000명 선으로 줄었다. 연중 최대 盛需期(성수기)인 지난 10월에도 북한 核개발 영향으로 관광객은 1만 명에도 못 미쳤다. 현대아산은 『적자를 내지 않으려면 月평균 관광객이 1만2000명은 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1998년 11월 사업 출범 당시, 금강산 관광객 수가 연간 5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반대로 만 3년 만인 지난해 10월 말까지 금강산을 찾은 누적 관광객은 총 42만3000여 명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관광 非需期(비수기)인 겨울철로 접어들면 관광객 숫자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바꿔 말해 지금과 같은, 해상을 경유한 금강산 관광방식으로는 수지 타산이 전혀 맞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아산은 관광객 숫자를 지금보다 몇 배 수준으로 늘리기 위해 금강산 육로관광과 금강산 일대 관광특구 지정 관철에 수년 전부터 全力투구하고 있다. 최근 南北장관급 회담 등을 통해 북한측이 육로관광에 원칙적인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아산은 이 분야에 투자할 국내외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금강산 관광사업 등의 수익성에 대해 회의적이기 때문에 관심만 보일 뿐 실질적인 참여를 극도로 꺼리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MH와 金潤圭 현대아산 사장 등은 미국, 일본, 중국 등지로 돌면서 금강산과 개성공단에 투자할 외국투자자 물색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11월5일 미국 록펠러 그룹 계열의 부동산 회사인 「쿠시먼 앤 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의 아서 미란트(Arther J.Mirante) 사장 일행이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사업 투자 협의차 현대아산을 방문하기도 했으나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 관광보조금도 99% 削減현대아산 입장에서 더 큰 악재는 북한의 核무기 개발 계획과 新정부의 출범이다. MH가 이끄는 현대그룹의 死活(사활)은 외국자본 유치에 달려 있는데 북한의 核무기 개발계획으로 미국이 對北 봉쇄정책을 취할 경우, 현대그룹의 투자유치는 사실상 물 건너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을 이라크 등과 함께 「惡의 軸(축) 국가」 가운데 하나로 규정한 미국 부시 행정부가 지난 11월 초 연방의회 상·하원을 모두 장악해 「힘의 우위」에 바탕을 둔 강력한 對北정책을 추진하게 된 것도 현대그룹과 현대아산으로서는 실질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가 지난 10월 내년도 정부 예산에서 금강산 관광경비 보조금으로 책정된 200억원 중 1억원만 남겨 놓고 199억원은 다른 항목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대폭 삭감을 결정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북한 核무기 문제가 해결될 경우 다시 자금 지원을 심의한다」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현재 정부 보조금을 받는 금강산 관광객이 전체 관광객의 60%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현대아산 입장에서는 북한 核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내년부터 정부 보조금 중단 ▲관광객 수 절반 이하로 급감 등으로 회사 존립 자체가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11월 현재 차기 大選 승리가 유력시되는 한나라당의 경우, 북한과의 교류협력은 계속하되 현금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다시 말해 현대아산이 취하고 있는 금강산 관광 代價 지불 방식의 현금 지원은 최소한 중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측은 또 국내외 秘線(비선) 조직을 총 가동해 기존의 MH 현대그룹 창구와 별도로 對北 대화·접촉 창구를 만드는 데 主力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財界의 한 기업정보 관계자는 『지금 야당인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현대상선이나 현대아산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원리·원칙대로만 처리해도 최소한 현대아산은 枯死(고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채권금융기관들이 현대상선에 대해 단기부채 만기연장 같은 지원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세계 해운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대상선도 다시 한번 위기를 맞게 될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대아산의 경우, 현대건설이 20％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다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의 지원을 받고 있는 사실상의 公企業(공기업)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경영권 교체는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라고 財界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현재 현대아산에 지원된 관광공사 자금(450억원)의 出處(출처)는 南北협력기금으로 일종의 「公的(공적)자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귀국이나 가능할는지야당이 집권한다면 채권단 등이 경영부실 문제를 들어 오너인 MH의 책임 문제를 거론해 그의 경영권을 아예 빼앗을 것이라는 假說(가설)도 財界에 나돌고 있다. 정권 교체時 MH가 「제2의 金宇中 회장」처럼 망명살이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MH의 측근들은 현대상선 등 남은 일부 계열사가 튼튼하니 이를 잘 추스르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MH에게 힘을 불어넣기도 했습니다. 일부 家臣들은 현대그룹을 반드시 다시 살리겠다고 그의 앞에서 충성 맹세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대그룹 계열사 임원)
이런 상황에서 MH는 「4억 달러 對北 비밀 지원 의혹」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앞으로 돈 되는 사업만 하겠다』며 再起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었다는 후문이다. 현대상선에 이어 현대전자의 1억 달러 증발 의혹까지 최근 불거지면서 MH가 국내에서 공개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고 財界는 분석하고 있다.
그의 측근들은 『현재 미국 모처에 머물고 있는 MH가 12월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귀국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자신도 본인의 예상이 이뤄질지 半信半疑(반신반의)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당장 MH가 귀국해도 그룹內에서 마땅히 맡을 역할이 특별히 없는데다, 만약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MH와 그룹 차원에서 복잡하고 곤혹스러운 일들만 벌어질 공산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한때 「포스트(後) 鄭周永 시대」를 이끌 현대그룹의 盟主로 촉망받았던 MH와 그 측근들의 고민과 걱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향후 MH 현대그룹의 再起와 그의 경영 일선 복귀도 MH 등의 주도적인 노력 여부를 떠나 국내의 정치적인 판단과 南北관계 진전 같은 다른 외부 변수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해지고 있다.
財界 관계자들은 MH 현대그룹의 좌절과 추락에 대해 『대기업 오너의 판단력과 측근 인물 기용이 기업의 存亡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기업이 본연의 기업활동에 소홀하고 정치 논리나 경제 外的인 잣대를 따를 때 얼마나 쓰라린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