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 언론과의 전쟁, 그 끝장은 무엇인가

  • : 남시욱  
글자 크기 조정
  • 스크랩
  • 본문 음성 듣기
  • 글자 크기 조정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新권위주의」로의 후퇴
 
  미국 프리덤 하우스에서 운영하는 워싱턴의 뉴스박물관(Newseum)이 펴낸 「뉴스의 역사」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뉴스는 유통되고 성장하고 폭발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항상 뉴스를 통제하려는 사람이 있고, 반면에 뉴스를 자유롭게 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뉴스를 통제하려는 사람들 -- 과거 우리 정치지도자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우리 헌정사를 되돌아보면, 초대 대통령 李承晩(이승만) 박사는 언론자유의 천국인 미국에서 교육받고 그곳에서 청·장년기를 보냈지만 막상 고국에서 대통령이 되고 난 뒤에는 자기를 비판하는 야당과 언론을 탄압했다. 그는 집권 말기에 자신을 비판하는 데 선봉장 노릇을 한 경향신문사도 서슴없이 폐간했다. 독립투사였던 李박사가 권력을 잡자 차츰 독재자로 변해 언론을 탄압한 사실은 그 자신을 위해서뿐 아니라 그가 대한민국을 세운 건국의 아버지였다는 점에서 우리들에게는 더욱 애석한 일이다.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朴正熙(박정희) 대통령, 한국의 근대화와 경제건설이라는 그의 빛나는 치적에도 불구하고 그가 민주주의와 언론을 탄압한 사실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비판대상이 될 것이다. 新軍部(신군부) 출신의 全斗煥(전두환)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에게도 물론 여러 가지 功過(공과)가 있지만, 그가 단행한 언론통폐합은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가. 결국 그가 물러나자 5共이 단행한 개혁이라는 것은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았다.
 
  이제 다른 사람도 아닌,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金大中(김대중) 대통령이 「新권위주의」로 후퇴하여 언론탄압에 나섰다는 비난에 직면한 사태는 그의 명예를 위해서도, 한국의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위해서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위해서도, 그리고 노벨평화상의 권위를 위해서도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다. 그에 대한 노벨평화상 수여 이유는 그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평생을 바쳤고 북한과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노력했다는 데 있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언론자유가 핵심이다. 한국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그가 언론탄압을 했다는 오명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서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국세청이 23개 중앙언론사에 대한 전례 없는 대대적인 일제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자 이것을 언론의 재갈 물리기 작전이라는 비난과 국세청의 통상적인 업무수행이라는 주장이 맞섰다. 이런 가운데 주목할 현상은 방송매체들이 정부 편에 서서 신문공격의 챔피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자신의 방송개혁은 선반 위에 올려놓고 신문개혁에 열을 올렸다. 그중에서도 재미있는 일이 모 방송사의 여론조사이다. 언론개혁에 대해 세 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첫째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가 『언론 길들이기다』, 셋째가 『조사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넷째가 『잘 모르겠다』이다.
 
  이 여론조사가 어떻게 집계될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는 뻔하다. 철저한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든지 탈세혐의가 있으면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것을 묻는 것은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하느냐를 새삼스럽게 질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대로 여론조사를 하기 위해서라면 이번 세무조사가 언론 길들이기냐, 아니냐에 대해서 가부를 물어야 한다.
 
  왜 이같은 여론조사 방식을 여기서 들먹이는가 하면, 이런 유의 질문방식이 우리 방송사의 여론조사 수준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런 방식의 문제 제기가 사태의 초점을 흐리고 문제의 본질을 오도하는 데 한몫을 하기 때문이다.
 
 
  세무조사의 정당성에 의문
 
  이번 세무조사의 목적이 언론 길들이기에 있느냐, 없느냐를 가리는 것은 문제의 핵심이자 논의의 출발점이다. 만약 정부의 말대로 그것이 국세청의 통상적인 업무수행이라면 이것을 시비하는 것은 넌센스가 될 것이다. 반대로 그것이 언론 길들이기에 목적이 있다면 사태는 심상치 않다. 정부의 의도도 문제지만 이를 옹호하고 감싸는 사람들은 언론 길들이기의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시발점으로 되돌아가 이번 세무조사의 본질이 과연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국세청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여당도, 야당도, 대통령도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安正男(안정남) 국세청장은 국회 재경위에서 세무조사 문제로 어느 누구로부터도 지시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우리의 경험법칙으로 보자면 그가 고위층의 뜻을 거슬러 가면서 이번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세무조사가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답변은 정치적인 발언에 지나지 않는다.
 
 
  언론사 세무조사의 문제점
 
  그러면 이번 세무조사는 어디에 문제가 있는가.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자체가 합법적이라는 데는 아무도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은 이 점을 들어 세무조사의 문제점을 일축한다. 과연 그런가. 하나씩 따져보자.
 
  첫째, 행정에 있어서 형평의 문제가 제기된다. 정부는 일반기업에 대해서는 앞으로 상당기간 세무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공표했었다. 언론사 세무조사 발표 바로 며칠 전의 일이다.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기업의 사기를 올려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렇다면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언론사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경기침체로 가장 위축된 한국의 산업분야가 언론산업분야가 아닌가. 이 점은 정부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언론사는 예외인가.
 
  둘째, 언론사의 외형거래 규모는 중소기업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의 신문사를 전부 다 합쳐도 外形(외형)이 2조원에 미달하여 대기업의 계열사 하나만도 못하다. 뿐만 아니라 半 이상이 적자운영이다. 국세청이 국가세입 증대에 기여하기 위해 稅源(세원) 포착을 더 하겠다면 이런 방식은 우선순위를 무시한 조세행정이다.
 
  셋째, 全 중앙 언론사에 대한 이례적인 일제 조사 방법이다. 이번 세무조사가 특정 언론을 겨냥한 것이고 나머지는 들러리 조사라는 비판이 있다. 安국세청장은 재경위 답변에서 『이번 조사는 언론사의 자진 신고 내용을 분석하는 가운데 일부 탈루 혐의가 발견됐기 때문에 착수한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관례대로 탈세 혐의가 있는 언론사에 대해서만 조사를 해야 한다. 어째서 400명의 조사관을 일시에 투입하여 군사작전을 하듯이 全 언론사를 조사하는가. 지금까지 세무조사는 정치적 목적의 세무조사 이외는 법인세 탈루 혐의가 있는 기업에만 실시했다. 통계적으로 신고업체의 3%, 매출액 100억원 이상 기업 중에서는 14%에 불과하다.
 
  정부가 「언론과의 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언론의 「공격」만 받을 것이 아니라 「반격」을 가한다는 뜻이다. 전쟁이라는 용어에는 다른 업종에 대한 세무조사라면 식은 죽 먹기처럼 쉽겠지만 언론사 상대는 간단치 않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만큼 부담도 뒤따른다는 뜻일 것이다. 세무조사가 반격작전의 일환이라면 그런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지만 그 전쟁의 목표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전쟁은 「다른 수단의 정책」이라고 했다. 언론을 징벌하기 위해서인가, 언론의 항복을 받기 위해서인가.
 
  그런데 언론과의 전쟁에 사용하는 무기가 국가의 조세권과 불공정거래조사권이라면 이것은...
  • 스크랩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