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實을 청소하는 돈
●公的자금의 절반이 넘는 59조원이 預保를 통해서 부실은행에 들어갔다. 1999년 預保는 47%를 손실로 처리했다. 과연 預保는 믿을 만한가? 預保는 누가 감독하나?
2000년 10월 말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금융기관은 23개의 은행을 포함해 모두 1658개이다. 外換(외환)위기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1997년 말에 33개의 은행을 비롯해 2102개의 금융기관이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반 동안 무려 444개의 금융기관이 사라진 것이다.
수백 개의 금융기관이 문을 닫았지만 고객들이 은행·종금사 같은 금융기관에 맡겨놓은 돈을 날리지 않고 챙길 수 있었던 것은 「公的(공적)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公的자금은 망해버린 금융기관을 대신해 그곳에 돈을 맡겼던 고객들의 예금을 지급해 주는 「돈줄」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얘기다.
公的자금(Public Fund)이란 이처럼 예금자 보호를 위해 예금 代支給(대지급)을 하거나 부실화된 금융기관의 채권 등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금융 부실을 청소하는 데 사용하는 돈을 일컫는다. 2000년 12월초까지 국회의 동의를 받아 정부가 조성한 公的자금은 모두 110조원대에 달한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公的자금은 자산관리공사가 부실채권 정리기금을, 예금보험공사가 예금보험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보증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말한다. 公的자금의 조성과 집행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 두 기관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예금보험기금(예금보험공사)과 부실채권 정리기금(자산관리공사)의 채권발행時 이들에 대해 원리금 상환보장을 해주고 있을 뿐이다. 또 兩(양) 기금의 채권 이자분에 대해 정부는 無이자로 융자해 주고 있다. 굳이 정부 예산이 아니라 公的자금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구조에서다.
재정경제부가 지난 9월22일 발간한 「공적자금 백서」에 따르면, 정부가 외환위기 후 금융 구조조정을 위해 투입한 公的자금은 공식조성분인 64조원을 포함해 모두 109조6000억원이다. 이는 64조원의 투입분 가운데 지난 8월 말까지 회수한 25조3000억원을 갖고 부실처리에 다시 사용한 18조6000억원, 그리고 국회 동의를 받지 않고 각종 차관자금이나 정부의 국유재산관리 특별회계 같은, 별도로 조성한 27조원의 公共(공공)자금을 총망라하는 규모이다. 公共자금은 행정부가 예산 범위 內에서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사용한 다음 事後(사후)에 국회보고를 하면 쓸 수 있는 돈이다.
최근의 公的자금 추가조성과 엄정한 운용 등을 둘러싸고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관은 예금보험공사(이하 預保)라는 곳이다. 지금까지 들어간 公的자금의 절반을 훨씬 넘는 총 59조원이 부실금융기관 出資(출자), 출연·예금 代지급과 부실자산 매입 같은 명목으로 預保를 통해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를 분야별로 보면 부실금융기관 출자에 28조7000억원, 출연·예금 代지급에 26조3000억원, 자산매입 등에 4조원이다.
정부가 최근 국회 동의를 거쳐 추가 투입키로 확정한 50조원도 대부분 預保를 통해 조달, 집행될 계획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預保가 주무르게 되는 돈은 무려 110조원이 넘게 되는 셈이다. 이는 2001년도의 전체 정부 예산(일반회계 기준·101조원)보다도 더 많은 것으로 가히 천문학적 규모라고 할 수 있다.
1996년에 생긴 신생 巨大 조직
預保는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한 해 나라살림보다 더 많은 돈을 독자적으로 관리하고 집행하고 있는 것일까. 「無자본 특수법인」으로 1996년 6월 예금자보호법에 의거해 설립된, 5년도 채 안 된 신생 조직이 너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체 인력이라고 해봤자 243명의 정규직원(임원 5명 포함)과 6개월 이하의 단기계약직 162명에 불과한 단출한 조직 등 미덥지 않은 구석이 하나 둘이 아니다.
預保가 하는 가장 대표적인 기능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예금보험료 등을 받아 예금보험기금을 조성해 부실금융기관 정리에 필요한 자금지원이나 代支給 용도로 쓰는 것이다. 또 부실금융기관에 지원했던 자금을 回收(회수)하고 부실이 우려되는 금융기관의 업무와 재산상황 등을 조사해 경영분석을 하는 事前(사전)예방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預保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 것은, 1997년 말 外換위기 상황을 맞아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이 잇따라 문을 닫자 정부가 1998년 4월 預保를 대폭 확대개편하면서부터다. 정부는 부실채권 정리기구인 자산관리공사와 함께 預保를 금융 구조조정에 따른 公的자금 투입의 주체로 활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자산관리공사는 주로 부실금융기관의 각종 자산을 헐값에 사들여 비싼 값에 파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기관의 기능은 분명히 다르다.
단적으로 預保는 외환위기 후 지난 8월말까지 모두 26개의 부실금융기관에 총28조6963억원을 출자해 상당수 금융기관의 대주주로 자리잡고 있다. 서울은행 조흥은행 한빛은행 등 10개 은행과 한국투자증권 대한투자증권 서울보증보험과 같은 제2금융권 10개社 등 모두 20개 금융기관에서 最大(최대) 또는 주요 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생명보험(2조500억원 출자)과 영남종금(1717억원 출자), 두원생명(300억원), 신충북금고(100억원) 등 4개社에 대해서는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 11월 말 영남·한스·한국·중앙종금 등 4개 부실종합금융 회사도 하나로 종금으로 통합돼 預保의 자회사로 새로 편입했다. 預保는 국내 금융계의 사실상 「持株(지주)회사」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금융계의 거대 공룡」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預保가 주요 선진국의 비슷한 기구보다도 肥大(비대)해진 것은 우리의 실물금융기관의 부실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구석구석까지 퍼져 있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실의 범위가 좁았던 것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도 재정으로 충당하거나 국공채 발행으로 부실을 해소할 만한 여유가 없어 預保를 통한 지원이 불가피했습니다. 또 公的자금의 出口(출구)를 통일한다는 의미도 있었기 때문에, 預保는 자연스레 큰 돈을 만지는 조직이 된 것입니다』
금융연구원 고성수 연구위원의 진단이다.
어쨌든 2000년 말까지 10조원을 포함해 앞으로 총 50조원의 추가 公的자금이 서울보증보험·농협·수협·산업은행·기업은행 같은 금융기관에 투입되면 금융기관 출자비율과 대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때문에 預保가 국내 금융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으며 권한도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다.
국민 부담 기하급수적 증가 예상
2000년 초 「금융산업 구조개선 법률」(약칭 金産法) 등의 개정으로 예금보험공사 직원은 公的자금을 투입받은 부실금융기관의 경영관리인, 청산되거나 해산된 금융기관의 청산인이나 破産(파산) 管財人(관재인)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됐다. 부실 금융기관 임직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대행하고 있다.
문제는 預保를 통해 조성돼 투입된 公的자금은 지금까지 59조원이나 되지만,정작 회수한 금액은 지난 9월 말까지 10%를 조금 넘는 8조5186억원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출자금 회수로 2조2819억원, 파산배당금 4조7830억원, 대출금 회수로 1조551억원과 자산매각이 2986억원이 고작이다.
이와 반대로 公的자금 조성과 관련해 발행한 예금보험기금 채권의 이자 액수만도 오는 2006년까지 20조8540억원에 달한다(재경부 公的자금 백서 72쪽).
이는 정부 재정이 모두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사실상 고스란히 일반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자금이다. 4800만명의 국민 한 사람당 43만4000원이 넘는 혈세를 떠안게 되는 꼴로 4인 기준 한 가구당 160만원을 웃도는 규모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預保 子회사의 형편도 간단치 않다. 부실금융기관 예금자에 대한 신속한 예금 代지급을 主 임무로 하는 한아름종금의 경우, 퇴출된 16개 종금사로부터 총 9조4043억원의 자산을 계약이전 받았지만 지난 8월 말 현재 5조1701억원을 정리해 회수율은 55%에 불과하다. 퇴출종금사에 모두 14조2074억원의 公的자금이 들어간 점을 감안하면, 각종 자산의 신속한 정리가 火急(화급)하다.
서울지법 파산 재판부가 최근 대한종금 등 19개 파산 금융기관에 투입된 公的자금 15조1113억원 가운데 50%에 달하는 7조3427억~8조4585억원이 회수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저간의 사정에 근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미 투입됐거나 앞으로 투입될 예정인 公的자금의 회수가 지지부진해진다면, 국가 재정과 국민들이 떠안아야 할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수밖에 없다. 회수하지 못하는 公的자금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귀착되기 때문에 정부와 預保는 그동안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해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8월 말 현재 부실자산 인수 목적으로 총 20조5000억원의 公的자금을 쓴 자산관리공사의 경우, 인수한 부실자산을 국내외에 팔아 회수한 돈이 17조9000억원에 달한다. 팔아치운 부실자산 값이 당초 사들였던 가격(15조9000억원)보다 2조원 가량이나 많아 預保와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預保 金千洙(김천수) 이사는 이런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자산관리공사는 부실자산을 時價(시가)에 사들였다가 이를 처분해 회수하기 때문에 투입액 이상의 회수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預保는 기본적으로 부실금융기관의 예금(부채)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한 다음 부실화된 자산을 처분해 그 대금을 다른 채권자와 나눠 배당받으므로 회수액이 적어지게 됩니다』
預保의 사활 건 회수 노력
특히 預保의 公的자금 회수가 매우 부진한 것은, 59조원의 기투입 公的자금 가운데 출자용도로 쓴 28조7000억원이 대부분 출자금융기관의 주식 형태로 묶여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預保측은 설명한다. 유상증자 형태로 회수한 2조3800억원을 제외하면 預保가 보유하고 있는 부실 금융기관들의 주식은 아직 매각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金이사는 『예컨대 預保가 보유하고 있는 제일은행이나 한빛은행 등의 주식 값어치(현재 액면가 5000원으로 소유)가 2차 금융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은행의 경영개선이 이뤄져 액면가보다 2~3배 이상 올라간다면 국민부담은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례로 뉴브리지캐피탈과 預保가 전체 지분의 51%와 49%를 갖고 있는 제일은행은 거의 100% 클린(Clean) 은행(부실이 깨끗하게 정리된 은행)으로 탈바꿈한 상태이므로 上場(상장)할 경우, 수만원대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여기에다 바닥을 헤매고 있는 부실금융기관의 부동산이나 부실채권 등의 가치가 앞으로 상당 수준 회복된다면, 국민부담은 눈에 띄게 줄어들 것으로 정부와 預保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預保 엄주선 청산관리부장은 『기본적으로 부실한 금융기관에 대한 代지급 또는 출연 지원은 구멍이 난 곳에다 돈을 메워 주는 식의 지원이기 때문에 사실상 높은 회수율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자산 가격은 시장상황에 따라 변동이 극심한데다, 보유주식 매각은 국제통화기금(IMF)과 2002년 말부터 시작하기로 합의한 데다 주식시장 전망도 밝지 않아 당분간 差益(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預保 김천수 이사는 이와 관련해 『출자주식은 해당 금융기관의 경영이 정상화되고 證市여건이 호전된 다음에 팔아야 매각수입을 최대화할 수 있으므로 우선 경영정상화를 조속히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단계적인 지분매각이나 場外매각 등을 포함해 다양한 처분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회수 전망은 결코 밝은 편이 아니다. 특히 預保가 부실금융기관 代支給과 출연금 용도로 투입한 26조3000억원 가운데 지난 9월 말까지 회수액은 4조8000억원에도 못 미쳐 회수 가능성에 暗雲(암운)이 감돌고 있다. 상당수 금융전문가들은 이 부분의 회수율은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실금융기관은 공통적으로 재산보다 빚이 많은 만큼, 청산과정에서 예금을 代지급해 준 돈을 되돌려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公的자금 중 47%가 손실
실제로 국회 재경위 李完九(이완구ㆍ충남 청양홍성ㆍ자민련) 의원이 지난 9월22일 공개한 예금보험공사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보면, 預保는 1999년 말까지 公的자금 등으로 투입한 44조9904억원의 운용자산(1999년 말 기준) 가운데 총 21조6569억원을 추정 손실여신인 貸損(대손)충당금 형태로 손실처리했다.
대손충당금이란, 금융기관이 돈을 떼일 것을 미리 대비해 쌓아두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대손충당금의 상당부분을 사실상 손실로 추정하고 있다. 預保는 특히 1999년 부실금융기관과 파산재단 등에 투여된 장단기 대출금(17조1778억원) 중 71%에 해당하는 12조1938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처리한 것을 포함해 1999년 전체 公的자금 규모 중 47%를 손실로 처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預保는 출연ㆍ예금 代지급 분야에 투입된 公的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死活을 건 노력을 펼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하나는 금융기관 부실을 초래한 장본인들인 임직원들에게 손해배상소송을 직접 청구하는 방식이다. 預保는 199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최근 기업부실을 초래해 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친 116개 퇴출금융기관의 임직원 1334명을 상대로 최대 1조원까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李相龍(이상룡) 預保 사장은 『1999년 6월 이후 202개 부실 퇴출금융기관에 대해 부실 원인 조사를 벌인 결과 총 2094명의 임직원이 부실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預保가 손해배상소송 청구가 가능하다고 밝힌 금액은 총 5조8858억원. 거액 예금비중이 높은 종합금융사가 4조568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용금고(7246억원), 신용협동조합(5248억원)의 순서였다.
그러나 預保의 손해배상 청구는 법적 절차일 뿐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게 사실이다. 지난 8월 말 현재 預保가 실제로 손배소송을 낸 금액은 6.7%에 불과한 3947억원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손해배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증여나 허위담보권 설정 같은 수법을 통해 미리 상당 규모의 재산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預保 강운봉 조사기획팀장은 『퇴출되기 전까지는 인사상 징계 외에 법적 조치를 강구할 수 없어 부실 관련자들의 사전 재산은닉을 법적으로 막기 힘들다』며 『변호사 수임료가 청구금액의 10%에 달하는 점도 소송제기를 신중하게 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부실이 드러나 퇴출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손해배상을 제기하거나 재산을 가압류하는 등 사전에 보다 강도 높은 제재수단이 마련되지 않으면 금융부실로 인한 예금자 및 국민피해를 줄이기 힘들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불량 채무자에 대한 특별조사권 부여해야』
金이사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公的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는 한편 이와 동시에 금융기관 부실화를 초래한 금융기관 임원들의 책임을 엄정하게 가린다는 의미가 있다』며 『이들에 대해서는 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숨겨놓거나 빼돌린 재산을 추적해 단호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재판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자금을 회수하는 효과는 물론 향후 금융기관의 非정상적이고 불법적인 경영관행을 방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와중에 2000년 초 관련법률 개정에 따라 預保 직원들이 파산 管財人으로 선임될 수 있게 된 점은 고무적인 움직임이라는 평가이다. 금융기관은 일반기업체와 달리 파산 뒤에도 대출금 회수, 담보부동산 및 현금ㆍ유가증권 등의 관리, 리스 및 외화자산 관리 같은 금융업무가 이뤄지고 있으므로 회수율을 높이려면 금융전문 지식을 갖고 확고한 회수 의지가 있는 파산 管財人이 선임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수 현장의 실제 업무진행 과정을 보면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예금보험공사 직원이 파산 管財人으로 선임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채권 회수의 효율성보다 공평성 확보와 소송업무 등 법률업무의 비중이 크다는 이유에서지요. 따라서 파산업무를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하려면 법원의 적극적인 이해와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또 파산 管財人이 선임되는 경우에는 소송 등 법률업무를 충실하게 다룰 수 있도록 체제를 보완할 필요도 있습니다』
預保 김천수 이사는 이와 함께 『금융기관의 대주주 및 악덕 채무자가 재산을 은닉하고 채무를 상환하지 않아 해당 기관의 부실화의 원인이 되었음에도 현행 제도하에서는 재산조사 등이 상당부분 제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우리나라 預保에도 불량채무자에 대한 특별조사권을 부여해야 금융기관의 부실을 불러일으킨 대주주와 악덕 채무자의 재산 환수가 한결 용이해진다는 이유에서다.
預保는 또 자산매각을 통한 公的자금 회수에도 나름대로 총력을 쏟고 있다. 지난 10월 초 預保의 한전 주식 교환사채 매각은 최근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李相龍 사장은 뉴욕과 런던 등지에서 로드쇼를 벌이는 과정에서, 預保가 제일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매입했던 3240만 주의 한전 주식(교환사채 형식)을 국내 주가보다 28% 높은 가격의 발행 프리미엄을 받으며 모두 팔아버리는 쾌거를 올렸다.
預保 최명수 실장은 『국내 終價(종가)기준으로 발행 프리미엄을 20~25%로 제시했지만 해외투자가들이 예상 밖으로 호응해 와 10월2일 종가에 28%의 프리미엄을 얹어 당초 발행일정보다 사흘이나 빨리 10억 달러어치를 모두 매각 완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발행 성공으로 1999년12월 말부터 지난 8월 말까지 제일은행 등에 투입한 3조7935억원의 公的자금 가운데 2조1957억원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預保측은 자산매각을 위한 특수목적회사(SPC)를 추가로 설립하고 일부 자산에 대해서는 자산담보부증권(ABS)발행 같은 다양한 先進금융기법을 활용해 올 연말까지 모두 3조2000억원 정도를 회수할 방침이다.
預保에 대한 평가 아직 일러
그러면 과연 預保는 일반인들이 우려하는 것과 달리 문제없이 잘 굴러가고 있는 것일까. 일부의 지적대로 엄청난 규모의 公的자금을 관리운용하고 있는 預保를 별도로 감시 감독하는 기구는 필요하지 않는 것일까. 금융연구원의 고성수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현 시점에서 預保의 활동을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公的자금을 얼마나 잘 회수하느냐 하는 문제는 公的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이 얼마나 빨리 경영정상화될 것이냐에 달려 있는데, 경영정상화는 단시일에 결과가 나올 성격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預保가 부실 금융기관에 公的자금을 투입한 것은, 금융기관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부실기업에 出資轉換(출자전환)을 하는 것이라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이 기업에 대해 출자전환을 할 때는 대개 적극적으로 해당 기업의 경영지원이나 관리를 하는 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預保에게 이런 기능을 안심하고 맡겨도 되는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설립된 지 4년 남짓한 신생조직이 과연 그런 중차대한 일을 책임지고 해낼 만한 인적 자원이나 축적된 노하우 등이 있는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구조조정 모범 사례로 들고 있는 北유럽 3개국은 금융 구조조정을 3년 만에 마쳤지만 당초 5년을 예상했다고 합니다. 반대로 미국의 금융 구조조정은 1980년대초부터 1990년대 초까지 10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금융 구조조정이 언제쯤 완결될지 잘라서 말할 수 없으므로 預保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도 그 이전까지는 내리기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
高위원은 『그런 점에서 預保가 과연 성공했느냐 또는 실패했느냐 하는 평가는 預保가 부실금융기관의 정상화와 경영개선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가. 또 금융기관 부실을 막기 위해 사전에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 하는 여부와 직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다
다른 전문가와 預保측은 預保가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公的자금 사용처와 사용금액 등은 재경부와 금감위가 결정하며 권한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預保는 권한은 전혀 갖고 있지 못하면서 公的자금을 효과적으로 투입하고 회수율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책임만 잔뜩 짊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는 預保로서는 매우 답답한 상황입니다』
금융연구원 이재연 박사의 진단이다.
李박사는 따라서 預保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감독기관과 조화로운 협력관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預保와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모든 FDIC 가입 금융기관에 대해 검사와 감독권한, 適期(적기) 시정조치 권한 등을 행사하고 있는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FDIC는 같은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우리나라의 預保와 금융감독원ㆍ금감위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데, 예금보험금 지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해당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과 위험도 등을 상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李박사는 『금융기관에 대한 일부 重複(중복) 감독의 부작용은 있지만 양자가 조화를 기하며 상호보완 협력하는 관계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預保의 김천수 이사는 預保의 公的자금 관리·집행능력과 관련해 『감사원과 재경부 두 곳으로부터 정기감사를 받을 뿐 아니라 재경부 금융정책국의 감독지도와 국회의 국정감사까지 받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 재경부 직속으로 民官(민관) 합동의 公的자금 관리위원회가 본격 가동할 경우, 운용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 이상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預保의 고객은 언제 부실화될지 모르는 일반 금융기관들입니다. 그들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현장에서 체크해 개별적으로 얼마나 위험한지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지금도 금융기관들의 경영자료는 건네받을 수 있지만 부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기관의 위험도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실질적인 현장 조사권 을 확보해야 합니다. 당장이 힘들다면 단계적이라도 그런 권한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預保의 내실을 강화하고, 국민들이 짊어질지 모르는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입니다』 ●
2000년 10월 말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금융기관은 23개의 은행을 포함해 모두 1658개이다. 外換(외환)위기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1997년 말에 33개의 은행을 비롯해 2102개의 금융기관이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반 동안 무려 444개의 금융기관이 사라진 것이다.
수백 개의 금융기관이 문을 닫았지만 고객들이 은행·종금사 같은 금융기관에 맡겨놓은 돈을 날리지 않고 챙길 수 있었던 것은 「公的(공적)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公的자금은 망해버린 금융기관을 대신해 그곳에 돈을 맡겼던 고객들의 예금을 지급해 주는 「돈줄」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얘기다.
公的자금(Public Fund)이란 이처럼 예금자 보호를 위해 예금 代支給(대지급)을 하거나 부실화된 금융기관의 채권 등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금융 부실을 청소하는 데 사용하는 돈을 일컫는다. 2000년 12월초까지 국회의 동의를 받아 정부가 조성한 公的자금은 모두 110조원대에 달한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公的자금은 자산관리공사가 부실채권 정리기금을, 예금보험공사가 예금보험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보증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말한다. 公的자금의 조성과 집행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 두 기관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예금보험기금(예금보험공사)과 부실채권 정리기금(자산관리공사)의 채권발행時 이들에 대해 원리금 상환보장을 해주고 있을 뿐이다. 또 兩(양) 기금의 채권 이자분에 대해 정부는 無이자로 융자해 주고 있다. 굳이 정부 예산이 아니라 公的자금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구조에서다.
재정경제부가 지난 9월22일 발간한 「공적자금 백서」에 따르면, 정부가 외환위기 후 금융 구조조정을 위해 투입한 公的자금은 공식조성분인 64조원을 포함해 모두 109조6000억원이다. 이는 64조원의 투입분 가운데 지난 8월 말까지 회수한 25조3000억원을 갖고 부실처리에 다시 사용한 18조6000억원, 그리고 국회 동의를 받지 않고 각종 차관자금이나 정부의 국유재산관리 특별회계 같은, 별도로 조성한 27조원의 公共(공공)자금을 총망라하는 규모이다. 公共자금은 행정부가 예산 범위 內에서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사용한 다음 事後(사후)에 국회보고를 하면 쓸 수 있는 돈이다.
최근의 公的자금 추가조성과 엄정한 운용 등을 둘러싸고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관은 예금보험공사(이하 預保)라는 곳이다. 지금까지 들어간 公的자금의 절반을 훨씬 넘는 총 59조원이 부실금융기관 出資(출자), 출연·예금 代지급과 부실자산 매입 같은 명목으로 預保를 통해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를 분야별로 보면 부실금융기관 출자에 28조7000억원, 출연·예금 代지급에 26조3000억원, 자산매입 등에 4조원이다.
정부가 최근 국회 동의를 거쳐 추가 투입키로 확정한 50조원도 대부분 預保를 통해 조달, 집행될 계획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預保가 주무르게 되는 돈은 무려 110조원이 넘게 되는 셈이다. 이는 2001년도의 전체 정부 예산(일반회계 기준·101조원)보다도 더 많은 것으로 가히 천문학적 규모라고 할 수 있다.
1996년에 생긴 신생 巨大 조직
預保는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한 해 나라살림보다 더 많은 돈을 독자적으로 관리하고 집행하고 있는 것일까. 「無자본 특수법인」으로 1996년 6월 예금자보호법에 의거해 설립된, 5년도 채 안 된 신생 조직이 너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체 인력이라고 해봤자 243명의 정규직원(임원 5명 포함)과 6개월 이하의 단기계약직 162명에 불과한 단출한 조직 등 미덥지 않은 구석이 하나 둘이 아니다.
預保가 하는 가장 대표적인 기능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예금보험료 등을 받아 예금보험기금을 조성해 부실금융기관 정리에 필요한 자금지원이나 代支給 용도로 쓰는 것이다. 또 부실금융기관에 지원했던 자금을 回收(회수)하고 부실이 우려되는 금융기관의 업무와 재산상황 등을 조사해 경영분석을 하는 事前(사전)예방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預保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 것은, 1997년 말 外換위기 상황을 맞아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이 잇따라 문을 닫자 정부가 1998년 4월 預保를 대폭 확대개편하면서부터다. 정부는 부실채권 정리기구인 자산관리공사와 함께 預保를 금융 구조조정에 따른 公的자금 투입의 주체로 활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자산관리공사는 주로 부실금융기관의 각종 자산을 헐값에 사들여 비싼 값에 파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기관의 기능은 분명히 다르다.
단적으로 預保는 외환위기 후 지난 8월말까지 모두 26개의 부실금융기관에 총28조6963억원을 출자해 상당수 금융기관의 대주주로 자리잡고 있다. 서울은행 조흥은행 한빛은행 등 10개 은행과 한국투자증권 대한투자증권 서울보증보험과 같은 제2금융권 10개社 등 모두 20개 금융기관에서 最大(최대) 또는 주요 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생명보험(2조500억원 출자)과 영남종금(1717억원 출자), 두원생명(300억원), 신충북금고(100억원) 등 4개社에 대해서는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 11월 말 영남·한스·한국·중앙종금 등 4개 부실종합금융 회사도 하나로 종금으로 통합돼 預保의 자회사로 새로 편입했다. 預保는 국내 금융계의 사실상 「持株(지주)회사」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금융계의 거대 공룡」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預保가 주요 선진국의 비슷한 기구보다도 肥大(비대)해진 것은 우리의 실물금융기관의 부실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구석구석까지 퍼져 있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실의 범위가 좁았던 것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도 재정으로 충당하거나 국공채 발행으로 부실을 해소할 만한 여유가 없어 預保를 통한 지원이 불가피했습니다. 또 公的자금의 出口(출구)를 통일한다는 의미도 있었기 때문에, 預保는 자연스레 큰 돈을 만지는 조직이 된 것입니다』
금융연구원 고성수 연구위원의 진단이다.
어쨌든 2000년 말까지 10조원을 포함해 앞으로 총 50조원의 추가 公的자금이 서울보증보험·농협·수협·산업은행·기업은행 같은 금융기관에 투입되면 금융기관 출자비율과 대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때문에 預保가 국내 금융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으며 권한도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다.
국민 부담 기하급수적 증가 예상
2000년 초 「금융산업 구조개선 법률」(약칭 金産法) 등의 개정으로 예금보험공사 직원은 公的자금을 투입받은 부실금융기관의 경영관리인, 청산되거나 해산된 금융기관의 청산인이나 破産(파산) 管財人(관재인)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됐다. 부실 금융기관 임직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대행하고 있다.
문제는 預保를 통해 조성돼 투입된 公的자금은 지금까지 59조원이나 되지만,정작 회수한 금액은 지난 9월 말까지 10%를 조금 넘는 8조5186억원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출자금 회수로 2조2819억원, 파산배당금 4조7830억원, 대출금 회수로 1조551억원과 자산매각이 2986억원이 고작이다.
이와 반대로 公的자금 조성과 관련해 발행한 예금보험기금 채권의 이자 액수만도 오는 2006년까지 20조8540억원에 달한다(재경부 公的자금 백서 72쪽).
이는 정부 재정이 모두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사실상 고스란히 일반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자금이다. 4800만명의 국민 한 사람당 43만4000원이 넘는 혈세를 떠안게 되는 꼴로 4인 기준 한 가구당 160만원을 웃도는 규모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預保 子회사의 형편도 간단치 않다. 부실금융기관 예금자에 대한 신속한 예금 代지급을 主 임무로 하는 한아름종금의 경우, 퇴출된 16개 종금사로부터 총 9조4043억원의 자산을 계약이전 받았지만 지난 8월 말 현재 5조1701억원을 정리해 회수율은 55%에 불과하다. 퇴출종금사에 모두 14조2074억원의 公的자금이 들어간 점을 감안하면, 각종 자산의 신속한 정리가 火急(화급)하다.
서울지법 파산 재판부가 최근 대한종금 등 19개 파산 금융기관에 투입된 公的자금 15조1113억원 가운데 50%에 달하는 7조3427억~8조4585억원이 회수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저간의 사정에 근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미 투입됐거나 앞으로 투입될 예정인 公的자금의 회수가 지지부진해진다면, 국가 재정과 국민들이 떠안아야 할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수밖에 없다. 회수하지 못하는 公的자금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귀착되기 때문에 정부와 預保는 그동안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해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8월 말 현재 부실자산 인수 목적으로 총 20조5000억원의 公的자금을 쓴 자산관리공사의 경우, 인수한 부실자산을 국내외에 팔아 회수한 돈이 17조9000억원에 달한다. 팔아치운 부실자산 값이 당초 사들였던 가격(15조9000억원)보다 2조원 가량이나 많아 預保와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預保 金千洙(김천수) 이사는 이런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자산관리공사는 부실자산을 時價(시가)에 사들였다가 이를 처분해 회수하기 때문에 투입액 이상의 회수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預保는 기본적으로 부실금융기관의 예금(부채)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한 다음 부실화된 자산을 처분해 그 대금을 다른 채권자와 나눠 배당받으므로 회수액이 적어지게 됩니다』
預保의 사활 건 회수 노력
특히 預保의 公的자금 회수가 매우 부진한 것은, 59조원의 기투입 公的자금 가운데 출자용도로 쓴 28조7000억원이 대부분 출자금융기관의 주식 형태로 묶여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預保측은 설명한다. 유상증자 형태로 회수한 2조3800억원을 제외하면 預保가 보유하고 있는 부실 금융기관들의 주식은 아직 매각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金이사는 『예컨대 預保가 보유하고 있는 제일은행이나 한빛은행 등의 주식 값어치(현재 액면가 5000원으로 소유)가 2차 금융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은행의 경영개선이 이뤄져 액면가보다 2~3배 이상 올라간다면 국민부담은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례로 뉴브리지캐피탈과 預保가 전체 지분의 51%와 49%를 갖고 있는 제일은행은 거의 100% 클린(Clean) 은행(부실이 깨끗하게 정리된 은행)으로 탈바꿈한 상태이므로 上場(상장)할 경우, 수만원대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여기에다 바닥을 헤매고 있는 부실금융기관의 부동산이나 부실채권 등의 가치가 앞으로 상당 수준 회복된다면, 국민부담은 눈에 띄게 줄어들 것으로 정부와 預保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預保 엄주선 청산관리부장은 『기본적으로 부실한 금융기관에 대한 代지급 또는 출연 지원은 구멍이 난 곳에다 돈을 메워 주는 식의 지원이기 때문에 사실상 높은 회수율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자산 가격은 시장상황에 따라 변동이 극심한데다, 보유주식 매각은 국제통화기금(IMF)과 2002년 말부터 시작하기로 합의한 데다 주식시장 전망도 밝지 않아 당분간 差益(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預保 김천수 이사는 이와 관련해 『출자주식은 해당 금융기관의 경영이 정상화되고 證市여건이 호전된 다음에 팔아야 매각수입을 최대화할 수 있으므로 우선 경영정상화를 조속히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단계적인 지분매각이나 場外매각 등을 포함해 다양한 처분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회수 전망은 결코 밝은 편이 아니다. 특히 預保가 부실금융기관 代支給과 출연금 용도로 투입한 26조3000억원 가운데 지난 9월 말까지 회수액은 4조8000억원에도 못 미쳐 회수 가능성에 暗雲(암운)이 감돌고 있다. 상당수 금융전문가들은 이 부분의 회수율은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실금융기관은 공통적으로 재산보다 빚이 많은 만큼, 청산과정에서 예금을 代지급해 준 돈을 되돌려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公的자금 중 47%가 손실
실제로 국회 재경위 李完九(이완구ㆍ충남 청양홍성ㆍ자민련) 의원이 지난 9월22일 공개한 예금보험공사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보면, 預保는 1999년 말까지 公的자금 등으로 투입한 44조9904억원의 운용자산(1999년 말 기준) 가운데 총 21조6569억원을 추정 손실여신인 貸損(대손)충당금 형태로 손실처리했다.
대손충당금이란, 금융기관이 돈을 떼일 것을 미리 대비해 쌓아두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대손충당금의 상당부분을 사실상 손실로 추정하고 있다. 預保는 특히 1999년 부실금융기관과 파산재단 등에 투여된 장단기 대출금(17조1778억원) 중 71%에 해당하는 12조1938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처리한 것을 포함해 1999년 전체 公的자금 규모 중 47%를 손실로 처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預保는 출연ㆍ예금 代지급 분야에 투입된 公的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死活을 건 노력을 펼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하나는 금융기관 부실을 초래한 장본인들인 임직원들에게 손해배상소송을 직접 청구하는 방식이다. 預保는 199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최근 기업부실을 초래해 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친 116개 퇴출금융기관의 임직원 1334명을 상대로 최대 1조원까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李相龍(이상룡) 預保 사장은 『1999년 6월 이후 202개 부실 퇴출금융기관에 대해 부실 원인 조사를 벌인 결과 총 2094명의 임직원이 부실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預保가 손해배상소송 청구가 가능하다고 밝힌 금액은 총 5조8858억원. 거액 예금비중이 높은 종합금융사가 4조568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용금고(7246억원), 신용협동조합(5248억원)의 순서였다.
그러나 預保의 손해배상 청구는 법적 절차일 뿐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게 사실이다. 지난 8월 말 현재 預保가 실제로 손배소송을 낸 금액은 6.7%에 불과한 3947억원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손해배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증여나 허위담보권 설정 같은 수법을 통해 미리 상당 규모의 재산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預保 강운봉 조사기획팀장은 『퇴출되기 전까지는 인사상 징계 외에 법적 조치를 강구할 수 없어 부실 관련자들의 사전 재산은닉을 법적으로 막기 힘들다』며 『변호사 수임료가 청구금액의 10%에 달하는 점도 소송제기를 신중하게 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부실이 드러나 퇴출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손해배상을 제기하거나 재산을 가압류하는 등 사전에 보다 강도 높은 제재수단이 마련되지 않으면 금융부실로 인한 예금자 및 국민피해를 줄이기 힘들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불량 채무자에 대한 특별조사권 부여해야』
金이사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公的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는 한편 이와 동시에 금융기관 부실화를 초래한 금융기관 임원들의 책임을 엄정하게 가린다는 의미가 있다』며 『이들에 대해서는 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숨겨놓거나 빼돌린 재산을 추적해 단호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재판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자금을 회수하는 효과는 물론 향후 금융기관의 非정상적이고 불법적인 경영관행을 방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와중에 2000년 초 관련법률 개정에 따라 預保 직원들이 파산 管財人으로 선임될 수 있게 된 점은 고무적인 움직임이라는 평가이다. 금융기관은 일반기업체와 달리 파산 뒤에도 대출금 회수, 담보부동산 및 현금ㆍ유가증권 등의 관리, 리스 및 외화자산 관리 같은 금융업무가 이뤄지고 있으므로 회수율을 높이려면 금융전문 지식을 갖고 확고한 회수 의지가 있는 파산 管財人이 선임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수 현장의 실제 업무진행 과정을 보면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예금보험공사 직원이 파산 管財人으로 선임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채권 회수의 효율성보다 공평성 확보와 소송업무 등 법률업무의 비중이 크다는 이유에서지요. 따라서 파산업무를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하려면 법원의 적극적인 이해와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또 파산 管財人이 선임되는 경우에는 소송 등 법률업무를 충실하게 다룰 수 있도록 체제를 보완할 필요도 있습니다』
預保 김천수 이사는 이와 함께 『금융기관의 대주주 및 악덕 채무자가 재산을 은닉하고 채무를 상환하지 않아 해당 기관의 부실화의 원인이 되었음에도 현행 제도하에서는 재산조사 등이 상당부분 제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우리나라 預保에도 불량채무자에 대한 특별조사권을 부여해야 금융기관의 부실을 불러일으킨 대주주와 악덕 채무자의 재산 환수가 한결 용이해진다는 이유에서다.
預保는 또 자산매각을 통한 公的자금 회수에도 나름대로 총력을 쏟고 있다. 지난 10월 초 預保의 한전 주식 교환사채 매각은 최근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李相龍 사장은 뉴욕과 런던 등지에서 로드쇼를 벌이는 과정에서, 預保가 제일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매입했던 3240만 주의 한전 주식(교환사채 형식)을 국내 주가보다 28% 높은 가격의 발행 프리미엄을 받으며 모두 팔아버리는 쾌거를 올렸다.
預保 최명수 실장은 『국내 終價(종가)기준으로 발행 프리미엄을 20~25%로 제시했지만 해외투자가들이 예상 밖으로 호응해 와 10월2일 종가에 28%의 프리미엄을 얹어 당초 발행일정보다 사흘이나 빨리 10억 달러어치를 모두 매각 완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발행 성공으로 1999년12월 말부터 지난 8월 말까지 제일은행 등에 투입한 3조7935억원의 公的자금 가운데 2조1957억원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預保측은 자산매각을 위한 특수목적회사(SPC)를 추가로 설립하고 일부 자산에 대해서는 자산담보부증권(ABS)발행 같은 다양한 先進금융기법을 활용해 올 연말까지 모두 3조2000억원 정도를 회수할 방침이다.
預保에 대한 평가 아직 일러
그러면 과연 預保는 일반인들이 우려하는 것과 달리 문제없이 잘 굴러가고 있는 것일까. 일부의 지적대로 엄청난 규모의 公的자금을 관리운용하고 있는 預保를 별도로 감시 감독하는 기구는 필요하지 않는 것일까. 금융연구원의 고성수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현 시점에서 預保의 활동을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公的자금을 얼마나 잘 회수하느냐 하는 문제는 公的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이 얼마나 빨리 경영정상화될 것이냐에 달려 있는데, 경영정상화는 단시일에 결과가 나올 성격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預保가 부실 금융기관에 公的자금을 투입한 것은, 금융기관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부실기업에 出資轉換(출자전환)을 하는 것이라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이 기업에 대해 출자전환을 할 때는 대개 적극적으로 해당 기업의 경영지원이나 관리를 하는 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預保에게 이런 기능을 안심하고 맡겨도 되는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설립된 지 4년 남짓한 신생조직이 과연 그런 중차대한 일을 책임지고 해낼 만한 인적 자원이나 축적된 노하우 등이 있는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구조조정 모범 사례로 들고 있는 北유럽 3개국은 금융 구조조정을 3년 만에 마쳤지만 당초 5년을 예상했다고 합니다. 반대로 미국의 금융 구조조정은 1980년대초부터 1990년대 초까지 10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금융 구조조정이 언제쯤 완결될지 잘라서 말할 수 없으므로 預保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도 그 이전까지는 내리기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
高위원은 『그런 점에서 預保가 과연 성공했느냐 또는 실패했느냐 하는 평가는 預保가 부실금융기관의 정상화와 경영개선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가. 또 금융기관 부실을 막기 위해 사전에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 하는 여부와 직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다
다른 전문가와 預保측은 預保가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公的자금 사용처와 사용금액 등은 재경부와 금감위가 결정하며 권한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預保는 권한은 전혀 갖고 있지 못하면서 公的자금을 효과적으로 투입하고 회수율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책임만 잔뜩 짊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는 預保로서는 매우 답답한 상황입니다』
금융연구원 이재연 박사의 진단이다.
李박사는 따라서 預保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감독기관과 조화로운 협력관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預保와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모든 FDIC 가입 금융기관에 대해 검사와 감독권한, 適期(적기) 시정조치 권한 등을 행사하고 있는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FDIC는 같은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우리나라의 預保와 금융감독원ㆍ금감위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데, 예금보험금 지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해당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과 위험도 등을 상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李박사는 『금융기관에 대한 일부 重複(중복) 감독의 부작용은 있지만 양자가 조화를 기하며 상호보완 협력하는 관계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預保의 김천수 이사는 預保의 公的자금 관리·집행능력과 관련해 『감사원과 재경부 두 곳으로부터 정기감사를 받을 뿐 아니라 재경부 금융정책국의 감독지도와 국회의 국정감사까지 받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 재경부 직속으로 民官(민관) 합동의 公的자금 관리위원회가 본격 가동할 경우, 운용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 이상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預保의 고객은 언제 부실화될지 모르는 일반 금융기관들입니다. 그들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현장에서 체크해 개별적으로 얼마나 위험한지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지금도 금융기관들의 경영자료는 건네받을 수 있지만 부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기관의 위험도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실질적인 현장 조사권 을 확보해야 합니다. 당장이 힘들다면 단계적이라도 그런 권한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預保의 내실을 강화하고, 국민들이 짊어질지 모르는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