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이 로비스트에게 로비할 정도. 전문성으로 立法 돕기도. 「규제」에서 「투명성 보장」으로 로비 양성화해야 시위·뇌물 줄인다
8만~10만명의 로비스트
세계 최대의 정치도시인 미국 워싱턴 D.C.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분야는 로비(Lobbying)산업이다. 워싱턴 D.C.에서 발행되는 의회 전문 유력 정기간행물 「더 힐(The Hill)」誌 1998년 12월9일자에 따르면, 1997년 한 해 동안 로비스트들이 벌어들인 수입금액은 최소 12억 달러(1조3200억원)에 달했으며, 로비업은 워싱턴 일대에서 관공서와 관광산업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산업으로 浮上(부상)했다. 또 리걸 타임스(Legal Times) 1999년 5월31일자는 1998년 한 해 동안 로비스트들이 벌어들인 총액은 20억 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했다.
그래서 수백 개의 법률회사와 이익단체 사무소가 운집해 흔히 미국 로비의 총본산으로 불리는 워싱턴의 K街(가)는 겉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한 사무실들의 집합체 정도로 보이지만, 이들이 뿜어내는 영향력은 뉴욕 월街의 경제 금융 파워를 단연 압도한다는 評이다. 때문에 워싱턴 主流 사회에서는 로비를 3부와 언론에 이어 「제5부」로 명명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혹자는 상원과 하원에 이어 로비를 「제3의 院(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 마디로 워싱턴은 「로비의 天國(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로비라는 용어는 원래 영국 하원의 복도(Lobby)에서 기자들이 의원들을 만나기 위해 기다렸다는 데서 유래했지만, 미국에서는 각종 청원업자들이 의사당 內 로비 룸에서 서성거렸다는 데서 비롯했다는 게 정설이다. 혹자는 백악관 가까이 있는 윌러드 호텔의 로비에 앉아서 정치 현안과 입법안 같은 것들을 의논한 데서 연원을 찾기도 한다.
裸體 단체도 로비
미국 최초의 로비는 1800년대 초 앤드루 잭슨 대통령 시절 알렉산더 해밀튼이 주도한 「필라델피아 전국산업진흥회」가 당시 언론인들을 고용해 美 합중국 은행설립 인가를 받기 위해 활동한 것을 꼽는다. 그 이후 로비활동은 계속 확대되었으며 대상 선정과 접근방법, 전략수립과 대중동원 같은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작년 9월 말 현재 미국 의회 상원과 하원 사무국에 정식 등록해놓고 있는 로비스트는 상원 2만1279명, 하원 8700명으로 총 3만명 정도라고 상하원 관계자들은 밝혔다. 미국 언론은 그러나 워싱턴 시내 중심부인 벨트웨이(Beltway) 안에서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인원은 줄잡아 최소한 8만~10만명은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970년대 후반 「코리아게이트」의 주인공이자 지금도 미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등을 상대로 하는 국제 로비스트로 활동중인 朴東宣(박동선)씨는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워싱턴 로비가 번창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에는 그룹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직업, 민족, 출신지에 따라 모두 이해관계와 관심사항이 다릅니다. 특히 1990년대 들어 미국이 유일한 슈퍼파워로 위상을 굳히자, 외국 정부와 기업들도 미국 의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이해 당사자들로서는 로비스트가 없으면 당연히 찾아 먹을 수 있는 것도 못 찾아 먹는다고 생각하니 더욱 열심이지요』
외국 정부나 기업은 물론 裸體(나체)휴양협회 같은 단체들도 해변에서의 裸體 규제법안을 부결시키기 위해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는 1997년 한 해 동안에만 정부의 의료보장제도 개혁과 관련해 1710만 달러를 로비자금으로 썼으며, 필립모리스社는 흡연으로 인한 집단소송을 일괄타결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158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이 회사를 포함해 미국의 주요 담배회사들은 한 갑당 1달러 10센트의 세금을 추가하려는 클린턴 행정부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1997년에 모두 3165만 달러를 지출했다.
美, 地自體들 의회 內에 상주 사무소도 운영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연방정부의 예산을 한푼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常駐(상주) 사무소를 워싱턴에 앞다퉈 설치하고 분야별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미국은 더 이상 국가가 아니라 로비업체가 의회와 행정부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뉴욕 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 같은 언론매체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시민의 70% 정도는 의원들이 특정 이익단체나 집단의 이익을 옹호하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이런 反感(반감)에도 불구하고 의회나 행정부가 로비활동을 원천적으로 막지 못하는 이유는, 로비가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규정된 청원권(the right to petition)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정헌법 제1조는 「미국연방의회는 언론 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및 불만사항의 是正(시정)을 위해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다른 이유는 미국에서 로비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흔히 로비라고 하면 뇌물을 주고받는 不道德(부도덕)하고 음습한 거래와 동일시하는 한국적 풍토와 달리, 미국에서는 로비가 떳떳한 권리주장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세간의 화제가 된 「린다 김」이나 「고속철도 비리」 사건 같은 로비 스캔들은 발생할 소지가 없는 셈이다. 미국 로비 문화의 특징과 精髓(정수)는 과연 무엇인가. 미국 로비는 우리에게 어떠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는 것일까.
미국 로비의 가장 큰 특징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로비활동의 자유를 100% 보장하지만 그 과정을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함으로써 로비에 따른 부패 발생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의회가 1946년 로비관련법으로 처음 마련한 법의 명칭이 연방로비규제법(Federal Regulation of Lobbying Act)이었지만, 1996년 1월1일부터 발효된 현재의 법은 「로비활동공개법(Lobbying Disclosure Act of 1995)」이라는 사실에서도 입증된다. 다시 말해 로비 관리의 무게중심을 「규제」에서 「공개」로 옮긴 것이다.
규제에서 투명성 보장으로
연방로비 규제법에 따라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하는 로비스트나 로비회사는 上下院 사무국에 원래 3개월에 한 번씩 로비활동 수입현황과 활동내역 지출보고서 등을 제출해야 했다. 그러나 現行 로비활동 공개법은 로비스트나 로비회사가 6개월마다 한 번씩 활동과 소득 내역을 공개해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그 대신 「자신의 업무시간에서 20% 이상을 有給(유급) 로비활동에 할애하는 사람」을 모두 로비스트로 규정했다. 의원은 물론 행정부 관리들과 1만여 명에 달하는 상하 의원과 위원회 보좌관, 의회 지도부 보좌관과 심지어 의원들의 친목단체 성격이 강한 코커스(Caucus) 직원들까지도 로비대상으로 규정했다.
이 법에 따르면 로비활동이란 「정책 입안자나 결정자와의 직접 접촉뿐 아니라 정책에 영향을 주기 위한 각종 준비와 기획, 자료수집, 연구활동」을 모두 일컫는 것으로 定義(정의)된다. 또 로비스트를 한 명이라도 고용하고 있는 회사는 모두 로비회사(Lobbying Firm)로 분류된다. 로비스트나 로비회사가 의회 上下院 사무국에 등록하는 활동 내역은 고객명단, 로비활동 내역은 물론 영향력을 행사한 법안의 번호와 로비활동 수입금액과 지출금액 등을 포괄하고 있다. 로비스트들이 어떤 상대방을 만나 얼마만한 접대를 하며 로비했는지 등에 대해 현미경을 들이대고 있는 셈이다(단 6개월 동안 한 건당 수입이 5000달러 이하인 로비회사와 로비활동 총경비가 2만 달러 이하인 경우에는 등록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제때 신고하지 않거나 부정확하게 신고한 사실이 드러날 때는 최고 5만 달러의 벌금을 내야 하며, 上下院 사무국은 자체 심사와 검증을 거쳐 로비 관련 등록서류를 최소한 6년 동안 보관하며 시민들이 요구할 경우 언제든지 공개하며 자료복사 등을 허용하고 있다. 물론 이런 등록 절차가 해당 로비스트나 로비회사의 업무를 허가해 준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단지, 등록해놓고 適法(적법)하게 로비활동을 하고 있음을 알리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어쨌든 「로비활동 공개법」에서 보듯 미국에서는 로비활동을 인위적으로 단속하기보다는 공개 대상과 범위를 가급적 확대하면서 로비과정을 최대한 투명하게 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다. 이런 경향은 미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외국 로비에 대한 태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외국 로비에 대한 대응은 국내 로비보다 10년 가까이 먼저 이뤄졌다. 1930년대 중반부터 나치즘과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선전전이 亂舞(난무)하자 미국 의회는 1938년에 「외국 로비스트 등록법(FARA: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 of 1938)」을 제정한 것이다.
이 법은 최근까지 모두 여섯 번이나 개정되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급성장한 외국 로비의 변화흐름을 수시로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외국 로비스트 등록법의 골자는 외국을 위해 로비하는 사람들은 6개월마다 법무부에 그들의 활동 내역과 계좌, 외국 의뢰인과의 계약내용 같은 것들을 자세하게 보고하도록 하며, 이 법을 위반할 경우 법무부에서 사법적 조치를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진실을 얘기하라』
미국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1998년 상반기 동안 총 549개의 로비회사가 728개의 외국정부나 기관을 위해 로비활동을 하기 위해 등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을 위해 움직이는 공식 로비스트는 2472명이었다. 따라서 외국 정부나 기업을 위해서 어떤 로비스트나 로비회사가 어떤 의원이나 공직자들을 상대로 어떤 내용의 로비를 했는지가 속속들이 공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아래 로비스트들이 준수해야 할 첫번째 덕목으로는 예외없이 「정직」과 「진실」이 꼽힌다.
下院 금융위원회 등의 로비스트로 18년동안 일하다 현재 럿거스大 정치학 교수로 있는 버트램 레빈은 「의회를 로비한다(Lobbying Congress)」라는 최근 저서에서 로비스트가 지켜야 할 5계명 가운데 첫번째 金科玉條(금과옥조)는 바로 「진실을 얘기하라(Tell the truth)」라고 지적했다. 1979년 창립된 미국內 최대의 로비스트 단체인 미국 로비스트 연맹(American League of Lobbyists)이 지난 2월 말 새로 만들어 시행중인 윤리강령의 제1조 1항도 고객에 대한 정직과 성실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고객들에게 무조건 유리한 정보만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며, 로비스트들은 정직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고객과의 튼튼한 신뢰 관계 구축에 주력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자신이 건네준 정보나 자료가 다른 로비스트들이 제시한 것보다 더 유용하며 정확하다는 점을 고객들이 스스로 깨닫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주문도 곁들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로비스트들이 의원이나 정부 관리들을 상대로 현금으로 뇌물을 주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대가성 공짜 여행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선물기부 행위까지 엄하게 규제하는 공직자 윤리규정이 엄존하는데다, 로비스트들도 정치자금 기부를 매개로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는 것이 정당한 방법이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주요 로비회사들은 소속 로비스트들에게 『뇌물 수수는 로비스트로서 가장 심각한 犯法(범법)행위이다. 전화통화나 모임 약속에서도 금전과 관련된 내용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고 수시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공직자 윤리규정에 의하면, 의원이나 고위 공무원들은 1회당 50달러 이상의 선물을 받을 수 없으며,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연간 총 100달러가 넘는 선물을 받을 경우 의회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또 로비회사나 각종 이익단체들이 제공하는 여행비와 체류비는 국내 여행은 3박4일, 해외여행은 7일을 초과할 수 없기 때문에 로비스트들이 이런 규정을 어겨 가면서까지 로비를 하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로비스트 연맹이 全文(전문) 9조의 윤리강령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도 「로비스트는 공무원(의원과 보좌관 포함)이 관련 법규나 규제를 위반하는 행동을 초래해서는 안된다(제2조 2항)」는 조항이다.
뇌물·미녀·연회
로비단체의 진솔한 내부 운영도 눈길을 끌고 있다. 1947년 출범해 1999년 초 현재 미국 全域(전역)에 3240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로비단체인 「미국 은퇴자협회(AARP)」는 회원으로부터 1인당 8달러의 회비를 받고 있는데, 6개월마다 발행하는 소식지와 보고서, 재정회계보고서 등을 통해 회비운용 내역을 회원은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낱낱이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로비스트들이 성직자처럼 깨끗하거나 전혀 부정을 저지르지 않는 것만은 아니다. 로비활동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도 부정적인 인식이 가시지 않고 있다. 아직도 상당수 시민들은, 로비는 3B(뇌물, 미녀, 연회: Bribery, Beauty, Banquet)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法的으로 보장됐음에도 불구하고 명함에 로비스트라고 표시하지 않고 컨설턴트(Consultant) 대표(Representative) 자문역(Advisor) 같은 명칭을 고집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 탓이 크다.
특히 선거 유세기간 전후에 로비스트들은 상당한 금액을 정치인 후원회의 일종인 정치활동위원회(PAC: Political Action Committee)에 기부하거나 유력 재산가와 실력자들에게 특정 정치인 앞으로 기부하도록 권유해 정치인들과 해당 기업 또는 이익단체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과의 밀착관계도 자주 벌어진다. 의원은 물론 의원 부인이나 가족, 보좌관들을 상대로 화려한 만찬이나 리셉션, 골프 접대, 고급 리조트 숙박권을 제공하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환심을 사기도 한다.
로비스트들은 또 年中(연중) 수시로 열리는 상하원 의원들의 모금행사를 직접 주관하거나 빠짐없이 참석함으로써 염두에 두고 있는 정치인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정치인을 상대로 하는 만찬 모임의 1회당 참가비용은 정치인의 경력이나 의회內 지위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평의원의 경우 최소 1인당 500~1000달러 선이며 하원의장이나 원내총무급은 수천 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이 기회를 통해 뭉칫돈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된다.
유력 의원들의 친인척들을 로비스트로 고용하는 式의 편법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00년 현재 활동중인 유력 로비스트 가운데 연방항공청(FAA) 국장 출신으로 항공관련 로비스트로 뛰고 있는 린다 홀 대슐은 민주당 상원 리더인 톰 대슐의 부인이며, 수송분야 로비스트인 랜디 들레이는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인 톰 들레이의 친동생이다.
로비활동 공개법의 경우, 1996년 발효 후 1999년 하반기까지 이 법에 의해 벌금을 내거나 징계를 받은 로비스트가 단 한 명도 없다. 우연이든 고의든 로비활동 보고를 정확하게 하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건의 단속 실적도 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 법안이 虛點(허점)투성이라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의원이 로비스트에게 로비
하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미국에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不法로비와 관련된 「유혹」의 손길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유력한 의원들이 로비스트들에게 도움의 손을 뻗는 진풍경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제106代 의회에서 하원의장에 버금가는 원내 실력자로 평가되는 톰 들레이 공화당 원내총무는 이미 지난해 3월부터 평소 친분이 두터운 업계 로비스트들을 상대로 2000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당선이 불투명해 보인 자기 당 의원 지원을 主 목적으로 하는 「다수당 확보 프로그램(ROMP:Retain Our Majority Program)」에 가입, 정치자금을 지원할 것을 공공연하게 요청하고 있다.
兩黨(양당)의 선거운동을 책임지고 있는 톰 데이비스(공화·버지니아州), 패트릭 케네디(민주·로드아일랜드州) 선거위원장은 지난 3월21일과 4월11일 미국 로비스트연맹 주최로 시내 워싱턴 코트호텔과 내셔널 디모크라틱 클럽에서 열린 오찬 모임에 각각 참석, 로비스트들에게 주요 정강정책을 설명하고 정치자금 지원을 호소했다.
그렇다면 미국 로비가 경쟁력을 갖는 힘의 원천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미국의 로비스트들은 의원이나 고위 관료들을 만나 돈이나 주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통 미국의 로비스트들도 하루 종일 의원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입법담당 보좌관들과 얘기하거나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잠깐 「눈도장」을 찍기 위해 시간과 정력을 보내는 신세이다.
의회 회기중 본회의장이나 청문회장 그리고 상하원의 6개 의원 사무실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신사숙녀들은 일반 관광객이나 취재진을 제외하면 십중팔구 로비스트라고 보면 틀림없다. 이들은 의사당 일대에서 쉴새없이 열리는 청문회장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시간당 20~30달러의 줄서기 용역비용을 내가면서까지 열심이다.
하지만 워싱턴 무대에서 수년 동안 살아남아 활동하는 유능한 로비스트라면 나름의 장점을 갖고 있다. 빈틈없는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한다든가, 정치자금 모금에 탁월하다든가 또는 관련 이슈에 대한 자료 제공이나 연설문 또는 법안을 대신 작성하는 데 뛰어나다든가 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신참 로비스트들은 전문성이 한참 떨어지지만, 상당수 고참 로비스트들은 보좌관이나 정부 관리들이 쩔쩔맬 정도의 식견과 안목을 겸비하며 입법과정에 정통한 게 보통이다.
민주당 초선 하원의원인 데니스 무어(캔자스州) 의원실의 제이슨 콜 입법보좌관의 증언을 들어보자. 그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거의 매일 오후 3시부터 5시쯤까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루 평균 5~6명의 로비스트를 번갈아 가며 만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보스가 속해 있는 은행, 중소기업, 상공업, 교육 등 네 개의 상임위원회에 제출되거나 제출될 예정인 수십 개나 되는 법안의 배경이나 최근 흐름, 세부 내용 등에 대해 여러 로비스트들의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솔직히 말해 그들로부터 의회 안팎의 政街(정가) 최근 동향이나 정치경제 분야의 흐름 같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는 만큼 유용한 정보나 지식을 제공하지 못하는 로비스트와는 만남 자체를 꺼리고 있습니다』
미국 의사당 주변에서 A급 로비스트들은 해당 분야에서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들은 실제로 초·재선 의원들이나 관련 지식이 부족한 신참 보좌관들을 「교육」시키면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어떤 의원들은 로비스트들을 자신의 보좌관처럼 여기고 스스로 긴밀한 관계를 먼저 희망하기도 한다. 이 경우, 로비스트들은 특정 회사나 이익단체와 제휴해 관련 정보를 모으거나 별도의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상세한 여론조사결과 같은 유용한 정보를 로비 대상자들에게 전달하며 최선을 다한다.
鐵의 3각 지대
상당수 로비스트들은 웬만한 의원보다 워싱턴 政街 사정이나 의사당 주변 동향에 더 정통하다. 수십 년 동안 워싱턴 D.C.에서 터줏대감으로 활동하고 있는 로비스트들이 갖고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은 워싱턴 사정에 익숙지 않은 정치인이나 보좌관들을 능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굳이 密室(밀실)에서 로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로비스트들의 수입은 꽤 짭짤한 편이다. 1980년대 중반 워싱턴 로비스트들의 평균 연봉은 이미 10만 달러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前職(전직) 의원이나 고위직 관료 출신 특급 로비스트라면 보통 연봉만 수백만 달러를 받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의원들은 國政(국정)을 하기 위해 워싱턴에 오며, 로비하기 위해 계속 머문다」는 워싱턴 政街의 농담처럼, 前職 의원이나 보좌관, 행정부 관료를 비롯한 정치 엘리트들이 로비스트로 轉業(전업)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른바 의원 보좌관과 행정부 관료, 로비스트 간에 회전문을 오가는 것처럼 활발한 人的(인적) 교류를 통해 「鐵(철)의 三角(삼각)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들 세 그룹은 자신들만의 이익 증진에 몰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에 따른 과도한 폐해를 막기 위해 의원들은 1991년부터 퇴임 후 1년 동안 상원 또는 하원을 상대로 하는 로비를 못하도록 제약받고 있다. 행정부의 고위 임명직 관리들도 퇴임후 5년 동안 「그들이 실질적인 책임을 졌던」 어떤 정부기관에도 로비할 수 없도록 족쇄가 채워졌다.
퇴임 후 1~2년 동안 로비스트로 변죽만 울리다가 워싱턴 무대에서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는 의원 출신 로비스트들은 부지기수이다. 이런 현상은 로비스트들 간의 경쟁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특히 대통령 또는 의회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로비회사는 고액의 연봉과 특별수당을 보상수단으로 내걸고 전직 고위 관료나 의원, 1급 보좌관 등을 영입하는 데 열심이다. 로비단체의 막강한 힘은 이런 유력 인사들이 幕後(막후)에 포진해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면이 적지 않다.
미국 로비스트 연맹의 패티 조 바버 사무국장은 『600여 명의 회원 로비스트들의 출신을 대학 전공분야로 구분했을 때, 법학이 가장 많고 다음은 신문방송학, 교육학, 홍보(PR) 등의 순서로 집계됐다』며 『이는 로비스트들이 법안을 많이 다루는데다 고객의 관심사를 정확하게 읽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데 관련 전공이 적합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권자들의 엄정한 감시와 냉철한 판단도 미국의 로비문화를 건전하게 만드는 데 한몫 하고 있다. 예컨대 댄 퀘일 前 부통령은 1981년 하원의원 시절 동료 하원의원들과 함께 폴라 파킨스라는 미모의 로비스트와 함께 플로리다 휴양지로 골프여행을 떠나 함께 주말을 보낸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다음해 하원의원 선거에서 여지없이 낙선했다.
로비창구 열어두면 시위 줄 것
200여 년에 걸쳐 온갖 로비 경험을 축적해 온 미국에 비해 한국에서 로비문화는 걸음마 수준이며 사실상 放置(방치)상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정한 게임의 룰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人脈(인맥)과 검은 돈으로 움직이는 한국의 로비는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을 따름이라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우리 사회의 급속한 다원화 국제화 추세를 고려할 때 로비문제는 더 이상 미룰 사안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국내법에는 로비를 직접 취급하는 법이 없다 보니 로비를 단속하는 기준부터가 모호한 상황이다. 로비 관련 비리는 사안별로 형법상 뇌물죄나 정치자금법, 특가법상 알선 수재혐의 같은 것을 적용해 임시변통식으로 처리하고 있을 뿐이다. 린다 김이나 고속철도 로비 사건에서 보듯이 문제시되는 로비행위를 불법이라고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근본적인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형편이다.
또 하나 심각한 것은 현행법상 개인이나 각종 집단의 이익을 입법 과정에 반영할 수 있는 길이 청원이나 공청회 같은 게 거의 전부라는 사실이다. 지난 15代 국회에서 일반인의 입법청원은 모두 595건이었지만, 입법정책에 반영된 사례는 20여 건에 불과했다. 숙명여대 행정학과 朴載昌(박재창) 교수는 『로비관련 제도의 不在(부재)는 각종 시위나 파업분출 같은 힘의 시위를 부추길 뿐 아니라 소수 특정집단의 이익 독점과 행정의 非공개와 불투명성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로비스트 등록법 같은 것을 도입한다면 정치 엘리트들 간의 과열된 정치적 갈등(Political Conflict)을 줄이는 간접효과가 기대됩니다. 전직 장·차관이나 고위관료 또는 국회의원 출신의 정치예비군들을 로비스트로 활동하도록 공간을 열어준다면, 정치 엘리트 간의 권력투쟁이 한층 순화되고 정치의 수준 향상이 기대됩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도 로비 양성화를 지지하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국내에서 본격 로비회사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고, 사실상 무면허 로비스트가 음성적인 「얼굴장사」를 하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내버려둬서는 안된다는 각성이 일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가족 동창 지연 학연 같은 인연을 매개로 로비를 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로비스트 등록제도만이 이에 따른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로비 양성화론을 펼치는 국회의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 强者의 로비 독점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로비를 陽性化(양성화)하면 단순히 惡性(악성) 로비를 추방할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로비는 뒷거래를 하는 게 아니라 특정 단체나 개인이 요구하는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라는 식으로 발상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입법부나 행정부에서 법안을 제정 또는 개정할 때, 정책결정자들이 모든 사례를 다 헤아릴 수 없으므로, 건전한 로비는 이들의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판단에도 유용하다.
문제는 누가 언제 어떻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매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숙명여대 朴載昌 교수는 『미국에서 로비는 입법부를 상대로 법안 제출·수정 등을 핵심과제로 삼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정책결정의 주도권을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쥐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 정부나 기업체의 對韓(대한)로비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하는 점도 과제이다. 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李政熙(이정희) 교수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상 군수무기 구입이나 통상문제를 둘러싼 외국의 대형 로비가 앞으로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예컨대 한국인 2~3세를 통한 우회적이고 정교하며 다양한 채널로 로비가 펼쳐질 경우에 대비해 어느 수준에서 이를 허용하고 규제할 것인지에 대해 公論化(공론화)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로비스트 등록법 같은 제도 정비 못지않게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事例(사례)에서 보듯 로비는 경제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로비제도 양성화로 强者(강자)의 이익이나 목소리 분출을 허용하되, 이들의 탈법 또는 범법행위는 강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또 경제적 빈곤층이나 사회적 弱者(약자)들도 자신의 요구를 분명하게 밝힐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세계 최대의 정치도시인 미국 워싱턴 D.C.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분야는 로비(Lobbying)산업이다. 워싱턴 D.C.에서 발행되는 의회 전문 유력 정기간행물 「더 힐(The Hill)」誌 1998년 12월9일자에 따르면, 1997년 한 해 동안 로비스트들이 벌어들인 수입금액은 최소 12억 달러(1조3200억원)에 달했으며, 로비업은 워싱턴 일대에서 관공서와 관광산업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산업으로 浮上(부상)했다. 또 리걸 타임스(Legal Times) 1999년 5월31일자는 1998년 한 해 동안 로비스트들이 벌어들인 총액은 20억 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했다.
그래서 수백 개의 법률회사와 이익단체 사무소가 운집해 흔히 미국 로비의 총본산으로 불리는 워싱턴의 K街(가)는 겉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한 사무실들의 집합체 정도로 보이지만, 이들이 뿜어내는 영향력은 뉴욕 월街의 경제 금융 파워를 단연 압도한다는 評이다. 때문에 워싱턴 主流 사회에서는 로비를 3부와 언론에 이어 「제5부」로 명명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혹자는 상원과 하원에 이어 로비를 「제3의 院(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 마디로 워싱턴은 「로비의 天國(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로비라는 용어는 원래 영국 하원의 복도(Lobby)에서 기자들이 의원들을 만나기 위해 기다렸다는 데서 유래했지만, 미국에서는 각종 청원업자들이 의사당 內 로비 룸에서 서성거렸다는 데서 비롯했다는 게 정설이다. 혹자는 백악관 가까이 있는 윌러드 호텔의 로비에 앉아서 정치 현안과 입법안 같은 것들을 의논한 데서 연원을 찾기도 한다.
裸體 단체도 로비
미국 최초의 로비는 1800년대 초 앤드루 잭슨 대통령 시절 알렉산더 해밀튼이 주도한 「필라델피아 전국산업진흥회」가 당시 언론인들을 고용해 美 합중국 은행설립 인가를 받기 위해 활동한 것을 꼽는다. 그 이후 로비활동은 계속 확대되었으며 대상 선정과 접근방법, 전략수립과 대중동원 같은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작년 9월 말 현재 미국 의회 상원과 하원 사무국에 정식 등록해놓고 있는 로비스트는 상원 2만1279명, 하원 8700명으로 총 3만명 정도라고 상하원 관계자들은 밝혔다. 미국 언론은 그러나 워싱턴 시내 중심부인 벨트웨이(Beltway) 안에서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인원은 줄잡아 최소한 8만~10만명은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970년대 후반 「코리아게이트」의 주인공이자 지금도 미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등을 상대로 하는 국제 로비스트로 활동중인 朴東宣(박동선)씨는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워싱턴 로비가 번창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에는 그룹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직업, 민족, 출신지에 따라 모두 이해관계와 관심사항이 다릅니다. 특히 1990년대 들어 미국이 유일한 슈퍼파워로 위상을 굳히자, 외국 정부와 기업들도 미국 의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이해 당사자들로서는 로비스트가 없으면 당연히 찾아 먹을 수 있는 것도 못 찾아 먹는다고 생각하니 더욱 열심이지요』
외국 정부나 기업은 물론 裸體(나체)휴양협회 같은 단체들도 해변에서의 裸體 규제법안을 부결시키기 위해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는 1997년 한 해 동안에만 정부의 의료보장제도 개혁과 관련해 1710만 달러를 로비자금으로 썼으며, 필립모리스社는 흡연으로 인한 집단소송을 일괄타결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158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이 회사를 포함해 미국의 주요 담배회사들은 한 갑당 1달러 10센트의 세금을 추가하려는 클린턴 행정부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1997년에 모두 3165만 달러를 지출했다.
美, 地自體들 의회 內에 상주 사무소도 운영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연방정부의 예산을 한푼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常駐(상주) 사무소를 워싱턴에 앞다퉈 설치하고 분야별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미국은 더 이상 국가가 아니라 로비업체가 의회와 행정부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뉴욕 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 같은 언론매체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시민의 70% 정도는 의원들이 특정 이익단체나 집단의 이익을 옹호하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이런 反感(반감)에도 불구하고 의회나 행정부가 로비활동을 원천적으로 막지 못하는 이유는, 로비가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규정된 청원권(the right to petition)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정헌법 제1조는 「미국연방의회는 언론 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및 불만사항의 是正(시정)을 위해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다른 이유는 미국에서 로비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흔히 로비라고 하면 뇌물을 주고받는 不道德(부도덕)하고 음습한 거래와 동일시하는 한국적 풍토와 달리, 미국에서는 로비가 떳떳한 권리주장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세간의 화제가 된 「린다 김」이나 「고속철도 비리」 사건 같은 로비 스캔들은 발생할 소지가 없는 셈이다. 미국 로비 문화의 특징과 精髓(정수)는 과연 무엇인가. 미국 로비는 우리에게 어떠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는 것일까.
미국 로비의 가장 큰 특징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로비활동의 자유를 100% 보장하지만 그 과정을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함으로써 로비에 따른 부패 발생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의회가 1946년 로비관련법으로 처음 마련한 법의 명칭이 연방로비규제법(Federal Regulation of Lobbying Act)이었지만, 1996년 1월1일부터 발효된 현재의 법은 「로비활동공개법(Lobbying Disclosure Act of 1995)」이라는 사실에서도 입증된다. 다시 말해 로비 관리의 무게중심을 「규제」에서 「공개」로 옮긴 것이다.
규제에서 투명성 보장으로
연방로비 규제법에 따라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하는 로비스트나 로비회사는 上下院 사무국에 원래 3개월에 한 번씩 로비활동 수입현황과 활동내역 지출보고서 등을 제출해야 했다. 그러나 現行 로비활동 공개법은 로비스트나 로비회사가 6개월마다 한 번씩 활동과 소득 내역을 공개해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그 대신 「자신의 업무시간에서 20% 이상을 有給(유급) 로비활동에 할애하는 사람」을 모두 로비스트로 규정했다. 의원은 물론 행정부 관리들과 1만여 명에 달하는 상하 의원과 위원회 보좌관, 의회 지도부 보좌관과 심지어 의원들의 친목단체 성격이 강한 코커스(Caucus) 직원들까지도 로비대상으로 규정했다.
이 법에 따르면 로비활동이란 「정책 입안자나 결정자와의 직접 접촉뿐 아니라 정책에 영향을 주기 위한 각종 준비와 기획, 자료수집, 연구활동」을 모두 일컫는 것으로 定義(정의)된다. 또 로비스트를 한 명이라도 고용하고 있는 회사는 모두 로비회사(Lobbying Firm)로 분류된다. 로비스트나 로비회사가 의회 上下院 사무국에 등록하는 활동 내역은 고객명단, 로비활동 내역은 물론 영향력을 행사한 법안의 번호와 로비활동 수입금액과 지출금액 등을 포괄하고 있다. 로비스트들이 어떤 상대방을 만나 얼마만한 접대를 하며 로비했는지 등에 대해 현미경을 들이대고 있는 셈이다(단 6개월 동안 한 건당 수입이 5000달러 이하인 로비회사와 로비활동 총경비가 2만 달러 이하인 경우에는 등록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제때 신고하지 않거나 부정확하게 신고한 사실이 드러날 때는 최고 5만 달러의 벌금을 내야 하며, 上下院 사무국은 자체 심사와 검증을 거쳐 로비 관련 등록서류를 최소한 6년 동안 보관하며 시민들이 요구할 경우 언제든지 공개하며 자료복사 등을 허용하고 있다. 물론 이런 등록 절차가 해당 로비스트나 로비회사의 업무를 허가해 준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단지, 등록해놓고 適法(적법)하게 로비활동을 하고 있음을 알리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어쨌든 「로비활동 공개법」에서 보듯 미국에서는 로비활동을 인위적으로 단속하기보다는 공개 대상과 범위를 가급적 확대하면서 로비과정을 최대한 투명하게 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다. 이런 경향은 미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외국 로비에 대한 태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외국 로비에 대한 대응은 국내 로비보다 10년 가까이 먼저 이뤄졌다. 1930년대 중반부터 나치즘과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선전전이 亂舞(난무)하자 미국 의회는 1938년에 「외국 로비스트 등록법(FARA: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 of 1938)」을 제정한 것이다.
이 법은 최근까지 모두 여섯 번이나 개정되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급성장한 외국 로비의 변화흐름을 수시로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외국 로비스트 등록법의 골자는 외국을 위해 로비하는 사람들은 6개월마다 법무부에 그들의 활동 내역과 계좌, 외국 의뢰인과의 계약내용 같은 것들을 자세하게 보고하도록 하며, 이 법을 위반할 경우 법무부에서 사법적 조치를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진실을 얘기하라』
미국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1998년 상반기 동안 총 549개의 로비회사가 728개의 외국정부나 기관을 위해 로비활동을 하기 위해 등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을 위해 움직이는 공식 로비스트는 2472명이었다. 따라서 외국 정부나 기업을 위해서 어떤 로비스트나 로비회사가 어떤 의원이나 공직자들을 상대로 어떤 내용의 로비를 했는지가 속속들이 공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아래 로비스트들이 준수해야 할 첫번째 덕목으로는 예외없이 「정직」과 「진실」이 꼽힌다.
下院 금융위원회 등의 로비스트로 18년동안 일하다 현재 럿거스大 정치학 교수로 있는 버트램 레빈은 「의회를 로비한다(Lobbying Congress)」라는 최근 저서에서 로비스트가 지켜야 할 5계명 가운데 첫번째 金科玉條(금과옥조)는 바로 「진실을 얘기하라(Tell the truth)」라고 지적했다. 1979년 창립된 미국內 최대의 로비스트 단체인 미국 로비스트 연맹(American League of Lobbyists)이 지난 2월 말 새로 만들어 시행중인 윤리강령의 제1조 1항도 고객에 대한 정직과 성실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고객들에게 무조건 유리한 정보만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며, 로비스트들은 정직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고객과의 튼튼한 신뢰 관계 구축에 주력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자신이 건네준 정보나 자료가 다른 로비스트들이 제시한 것보다 더 유용하며 정확하다는 점을 고객들이 스스로 깨닫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주문도 곁들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로비스트들이 의원이나 정부 관리들을 상대로 현금으로 뇌물을 주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대가성 공짜 여행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선물기부 행위까지 엄하게 규제하는 공직자 윤리규정이 엄존하는데다, 로비스트들도 정치자금 기부를 매개로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는 것이 정당한 방법이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주요 로비회사들은 소속 로비스트들에게 『뇌물 수수는 로비스트로서 가장 심각한 犯法(범법)행위이다. 전화통화나 모임 약속에서도 금전과 관련된 내용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고 수시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공직자 윤리규정에 의하면, 의원이나 고위 공무원들은 1회당 50달러 이상의 선물을 받을 수 없으며,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연간 총 100달러가 넘는 선물을 받을 경우 의회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또 로비회사나 각종 이익단체들이 제공하는 여행비와 체류비는 국내 여행은 3박4일, 해외여행은 7일을 초과할 수 없기 때문에 로비스트들이 이런 규정을 어겨 가면서까지 로비를 하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로비스트 연맹이 全文(전문) 9조의 윤리강령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도 「로비스트는 공무원(의원과 보좌관 포함)이 관련 법규나 규제를 위반하는 행동을 초래해서는 안된다(제2조 2항)」는 조항이다.
뇌물·미녀·연회
로비단체의 진솔한 내부 운영도 눈길을 끌고 있다. 1947년 출범해 1999년 초 현재 미국 全域(전역)에 3240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로비단체인 「미국 은퇴자협회(AARP)」는 회원으로부터 1인당 8달러의 회비를 받고 있는데, 6개월마다 발행하는 소식지와 보고서, 재정회계보고서 등을 통해 회비운용 내역을 회원은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낱낱이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로비스트들이 성직자처럼 깨끗하거나 전혀 부정을 저지르지 않는 것만은 아니다. 로비활동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도 부정적인 인식이 가시지 않고 있다. 아직도 상당수 시민들은, 로비는 3B(뇌물, 미녀, 연회: Bribery, Beauty, Banquet)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法的으로 보장됐음에도 불구하고 명함에 로비스트라고 표시하지 않고 컨설턴트(Consultant) 대표(Representative) 자문역(Advisor) 같은 명칭을 고집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 탓이 크다.
특히 선거 유세기간 전후에 로비스트들은 상당한 금액을 정치인 후원회의 일종인 정치활동위원회(PAC: Political Action Committee)에 기부하거나 유력 재산가와 실력자들에게 특정 정치인 앞으로 기부하도록 권유해 정치인들과 해당 기업 또는 이익단체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과의 밀착관계도 자주 벌어진다. 의원은 물론 의원 부인이나 가족, 보좌관들을 상대로 화려한 만찬이나 리셉션, 골프 접대, 고급 리조트 숙박권을 제공하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환심을 사기도 한다.
로비스트들은 또 年中(연중) 수시로 열리는 상하원 의원들의 모금행사를 직접 주관하거나 빠짐없이 참석함으로써 염두에 두고 있는 정치인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정치인을 상대로 하는 만찬 모임의 1회당 참가비용은 정치인의 경력이나 의회內 지위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평의원의 경우 최소 1인당 500~1000달러 선이며 하원의장이나 원내총무급은 수천 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이 기회를 통해 뭉칫돈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된다.
유력 의원들의 친인척들을 로비스트로 고용하는 式의 편법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00년 현재 활동중인 유력 로비스트 가운데 연방항공청(FAA) 국장 출신으로 항공관련 로비스트로 뛰고 있는 린다 홀 대슐은 민주당 상원 리더인 톰 대슐의 부인이며, 수송분야 로비스트인 랜디 들레이는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인 톰 들레이의 친동생이다.
로비활동 공개법의 경우, 1996년 발효 후 1999년 하반기까지 이 법에 의해 벌금을 내거나 징계를 받은 로비스트가 단 한 명도 없다. 우연이든 고의든 로비활동 보고를 정확하게 하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건의 단속 실적도 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 법안이 虛點(허점)투성이라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의원이 로비스트에게 로비
하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미국에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不法로비와 관련된 「유혹」의 손길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유력한 의원들이 로비스트들에게 도움의 손을 뻗는 진풍경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제106代 의회에서 하원의장에 버금가는 원내 실력자로 평가되는 톰 들레이 공화당 원내총무는 이미 지난해 3월부터 평소 친분이 두터운 업계 로비스트들을 상대로 2000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당선이 불투명해 보인 자기 당 의원 지원을 主 목적으로 하는 「다수당 확보 프로그램(ROMP:Retain Our Majority Program)」에 가입, 정치자금을 지원할 것을 공공연하게 요청하고 있다.
兩黨(양당)의 선거운동을 책임지고 있는 톰 데이비스(공화·버지니아州), 패트릭 케네디(민주·로드아일랜드州) 선거위원장은 지난 3월21일과 4월11일 미국 로비스트연맹 주최로 시내 워싱턴 코트호텔과 내셔널 디모크라틱 클럽에서 열린 오찬 모임에 각각 참석, 로비스트들에게 주요 정강정책을 설명하고 정치자금 지원을 호소했다.
그렇다면 미국 로비가 경쟁력을 갖는 힘의 원천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미국의 로비스트들은 의원이나 고위 관료들을 만나 돈이나 주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통 미국의 로비스트들도 하루 종일 의원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입법담당 보좌관들과 얘기하거나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잠깐 「눈도장」을 찍기 위해 시간과 정력을 보내는 신세이다.
의회 회기중 본회의장이나 청문회장 그리고 상하원의 6개 의원 사무실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신사숙녀들은 일반 관광객이나 취재진을 제외하면 십중팔구 로비스트라고 보면 틀림없다. 이들은 의사당 일대에서 쉴새없이 열리는 청문회장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시간당 20~30달러의 줄서기 용역비용을 내가면서까지 열심이다.
하지만 워싱턴 무대에서 수년 동안 살아남아 활동하는 유능한 로비스트라면 나름의 장점을 갖고 있다. 빈틈없는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한다든가, 정치자금 모금에 탁월하다든가 또는 관련 이슈에 대한 자료 제공이나 연설문 또는 법안을 대신 작성하는 데 뛰어나다든가 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신참 로비스트들은 전문성이 한참 떨어지지만, 상당수 고참 로비스트들은 보좌관이나 정부 관리들이 쩔쩔맬 정도의 식견과 안목을 겸비하며 입법과정에 정통한 게 보통이다.
민주당 초선 하원의원인 데니스 무어(캔자스州) 의원실의 제이슨 콜 입법보좌관의 증언을 들어보자. 그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거의 매일 오후 3시부터 5시쯤까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루 평균 5~6명의 로비스트를 번갈아 가며 만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보스가 속해 있는 은행, 중소기업, 상공업, 교육 등 네 개의 상임위원회에 제출되거나 제출될 예정인 수십 개나 되는 법안의 배경이나 최근 흐름, 세부 내용 등에 대해 여러 로비스트들의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솔직히 말해 그들로부터 의회 안팎의 政街(정가) 최근 동향이나 정치경제 분야의 흐름 같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는 만큼 유용한 정보나 지식을 제공하지 못하는 로비스트와는 만남 자체를 꺼리고 있습니다』
미국 의사당 주변에서 A급 로비스트들은 해당 분야에서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들은 실제로 초·재선 의원들이나 관련 지식이 부족한 신참 보좌관들을 「교육」시키면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어떤 의원들은 로비스트들을 자신의 보좌관처럼 여기고 스스로 긴밀한 관계를 먼저 희망하기도 한다. 이 경우, 로비스트들은 특정 회사나 이익단체와 제휴해 관련 정보를 모으거나 별도의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상세한 여론조사결과 같은 유용한 정보를 로비 대상자들에게 전달하며 최선을 다한다.
鐵의 3각 지대
상당수 로비스트들은 웬만한 의원보다 워싱턴 政街 사정이나 의사당 주변 동향에 더 정통하다. 수십 년 동안 워싱턴 D.C.에서 터줏대감으로 활동하고 있는 로비스트들이 갖고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은 워싱턴 사정에 익숙지 않은 정치인이나 보좌관들을 능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굳이 密室(밀실)에서 로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로비스트들의 수입은 꽤 짭짤한 편이다. 1980년대 중반 워싱턴 로비스트들의 평균 연봉은 이미 10만 달러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前職(전직) 의원이나 고위직 관료 출신 특급 로비스트라면 보통 연봉만 수백만 달러를 받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의원들은 國政(국정)을 하기 위해 워싱턴에 오며, 로비하기 위해 계속 머문다」는 워싱턴 政街의 농담처럼, 前職 의원이나 보좌관, 행정부 관료를 비롯한 정치 엘리트들이 로비스트로 轉業(전업)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른바 의원 보좌관과 행정부 관료, 로비스트 간에 회전문을 오가는 것처럼 활발한 人的(인적) 교류를 통해 「鐵(철)의 三角(삼각)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들 세 그룹은 자신들만의 이익 증진에 몰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에 따른 과도한 폐해를 막기 위해 의원들은 1991년부터 퇴임 후 1년 동안 상원 또는 하원을 상대로 하는 로비를 못하도록 제약받고 있다. 행정부의 고위 임명직 관리들도 퇴임후 5년 동안 「그들이 실질적인 책임을 졌던」 어떤 정부기관에도 로비할 수 없도록 족쇄가 채워졌다.
퇴임 후 1~2년 동안 로비스트로 변죽만 울리다가 워싱턴 무대에서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는 의원 출신 로비스트들은 부지기수이다. 이런 현상은 로비스트들 간의 경쟁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특히 대통령 또는 의회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로비회사는 고액의 연봉과 특별수당을 보상수단으로 내걸고 전직 고위 관료나 의원, 1급 보좌관 등을 영입하는 데 열심이다. 로비단체의 막강한 힘은 이런 유력 인사들이 幕後(막후)에 포진해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면이 적지 않다.
미국 로비스트 연맹의 패티 조 바버 사무국장은 『600여 명의 회원 로비스트들의 출신을 대학 전공분야로 구분했을 때, 법학이 가장 많고 다음은 신문방송학, 교육학, 홍보(PR) 등의 순서로 집계됐다』며 『이는 로비스트들이 법안을 많이 다루는데다 고객의 관심사를 정확하게 읽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데 관련 전공이 적합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권자들의 엄정한 감시와 냉철한 판단도 미국의 로비문화를 건전하게 만드는 데 한몫 하고 있다. 예컨대 댄 퀘일 前 부통령은 1981년 하원의원 시절 동료 하원의원들과 함께 폴라 파킨스라는 미모의 로비스트와 함께 플로리다 휴양지로 골프여행을 떠나 함께 주말을 보낸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다음해 하원의원 선거에서 여지없이 낙선했다.
로비창구 열어두면 시위 줄 것
200여 년에 걸쳐 온갖 로비 경험을 축적해 온 미국에 비해 한국에서 로비문화는 걸음마 수준이며 사실상 放置(방치)상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정한 게임의 룰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人脈(인맥)과 검은 돈으로 움직이는 한국의 로비는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을 따름이라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우리 사회의 급속한 다원화 국제화 추세를 고려할 때 로비문제는 더 이상 미룰 사안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국내법에는 로비를 직접 취급하는 법이 없다 보니 로비를 단속하는 기준부터가 모호한 상황이다. 로비 관련 비리는 사안별로 형법상 뇌물죄나 정치자금법, 특가법상 알선 수재혐의 같은 것을 적용해 임시변통식으로 처리하고 있을 뿐이다. 린다 김이나 고속철도 로비 사건에서 보듯이 문제시되는 로비행위를 불법이라고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근본적인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형편이다.
또 하나 심각한 것은 현행법상 개인이나 각종 집단의 이익을 입법 과정에 반영할 수 있는 길이 청원이나 공청회 같은 게 거의 전부라는 사실이다. 지난 15代 국회에서 일반인의 입법청원은 모두 595건이었지만, 입법정책에 반영된 사례는 20여 건에 불과했다. 숙명여대 행정학과 朴載昌(박재창) 교수는 『로비관련 제도의 不在(부재)는 각종 시위나 파업분출 같은 힘의 시위를 부추길 뿐 아니라 소수 특정집단의 이익 독점과 행정의 非공개와 불투명성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로비스트 등록법 같은 것을 도입한다면 정치 엘리트들 간의 과열된 정치적 갈등(Political Conflict)을 줄이는 간접효과가 기대됩니다. 전직 장·차관이나 고위관료 또는 국회의원 출신의 정치예비군들을 로비스트로 활동하도록 공간을 열어준다면, 정치 엘리트 간의 권력투쟁이 한층 순화되고 정치의 수준 향상이 기대됩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도 로비 양성화를 지지하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국내에서 본격 로비회사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고, 사실상 무면허 로비스트가 음성적인 「얼굴장사」를 하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내버려둬서는 안된다는 각성이 일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가족 동창 지연 학연 같은 인연을 매개로 로비를 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로비스트 등록제도만이 이에 따른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로비 양성화론을 펼치는 국회의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 强者의 로비 독점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로비를 陽性化(양성화)하면 단순히 惡性(악성) 로비를 추방할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로비는 뒷거래를 하는 게 아니라 특정 단체나 개인이 요구하는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라는 식으로 발상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입법부나 행정부에서 법안을 제정 또는 개정할 때, 정책결정자들이 모든 사례를 다 헤아릴 수 없으므로, 건전한 로비는 이들의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판단에도 유용하다.
문제는 누가 언제 어떻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매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숙명여대 朴載昌 교수는 『미국에서 로비는 입법부를 상대로 법안 제출·수정 등을 핵심과제로 삼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정책결정의 주도권을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쥐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 정부나 기업체의 對韓(대한)로비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하는 점도 과제이다. 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李政熙(이정희) 교수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상 군수무기 구입이나 통상문제를 둘러싼 외국의 대형 로비가 앞으로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예컨대 한국인 2~3세를 통한 우회적이고 정교하며 다양한 채널로 로비가 펼쳐질 경우에 대비해 어느 수준에서 이를 허용하고 규제할 것인지에 대해 公論化(공론화)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로비스트 등록법 같은 제도 정비 못지않게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事例(사례)에서 보듯 로비는 경제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로비제도 양성화로 强者(강자)의 이익이나 목소리 분출을 허용하되, 이들의 탈법 또는 범법행위는 강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또 경제적 빈곤층이나 사회적 弱者(약자)들도 자신의 요구를 분명하게 밝힐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