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뉴시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은 서울시를 21개 다핵 분산 도시로 전환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각 권역에 '수직정원'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박 후보는 수직정원을 만들어서 주민들의 운동 겸 산책 공간으로 활용하고, 스마트팜(지능형 농장 또는 식물공장), 주거 공간까지 집어넣겠다고 주장한다.
21개 권역별로 해당 건물을 세울 유휴 부지가 있는지, 수직정원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건축비는 얼마를 들여야 하는지, 운영유지비는 또 얼마나 드는지 얘기한 기록은 찾기 어렵다. 한 마디로 '구상' 단계에 머무른, 구체성 없는 계획을 '공약'으로 내밀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29일, 박영선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첫 TV 토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오 후보는 박 후보에게 '수직정원'의 문제점에 대해 물었다. 오 후보는 중국 쓰촨성 청두에 지어진 숲 아파트의 예를 들며 수직정원에 모기가 들끓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모기 때문에 800가구가 완판된 해당 아파트의 현재 입주율은 1%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는 더불어민주당 경선 당시 박 후보의 경쟁자였던 우상호 의원이 먼저 문제 제기를 한 내용이다. 오 후보는 또 “서울은 겨울 온도가 영하까지 내려가는 바깥으로 연결된 수도관 동파 등도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영선 후보는 기술이 발전해 아무 문제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박 후보는 “중국 사례는 잘못 지었기 때문이고 실패한 케이스는 딱 하나 뿐”이라면서 “모기가 있을 수 있지만, 모기가 무서워서 숲을 다 베느냐?"고 반문했다.
박영선 후보는 수도관 동파 우려에 대해서는 “10년간 쉬셔서 스타트업 발전 상황을 모르시는 것 같다"며 "인공지능을 나무를 키우는데 활용하고, 빗물을 다시 삼투압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삼투압'이란 물이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이동할 때 생겨나는 압력을 말한다. 스마트 팜 분야에서는 배지(培地)에 산도, 수분 함량, 양액 농도 등을 맞추고 삼투압을 이용해 작물에 이를 공급한다.
삼투압의 정의를 감안했을 때 이는 급수관 동파 우려에 대한 반박으로 적절치 않은 '동문서답'식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박 후보는 또 "빗물을 받아서 쓴다"고 했는데, 저장한 빗물을 배지로 공급하는 '관'이 왜 동파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오세훈 후보는 수직정원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오 후보는 “21개 다핵도시에 수직 정원을 하나씩 조성한다고 하는데, 건물 한 채 당 5000억원이 든다고 하더라”며 “산이 많은 서울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치스러운 건축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서울에 어려운 분들이 많은데, 어떻게 이런 건축물에 예산을 쓸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박영선 후보는 “코로나19 이후 우리를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가 기후변화”라고 주장하면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수직정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산 문제에 대해서는 “21개 다핵도시에 하나씩 배치를 하는데 예를 들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버려진 공원에 들어가는 빌딩은 3000억원 정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모든 것을 다 3000억원씩 들이겠다는게 아니라 예를 들어 동사무소를 리모델링 하면서 산소를 배출하는 나무를 가까이 하겠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박 후보 발언에 따르면 수직정원 주창자조차 결국 소요되는 예산의 대략적인 규모조차 현재 파악이 안 된 상태였던 셈이다.
박영선 후보는 '수직정원'이 필요한 이유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가 주장하는 수직정원에는 수목 5000그루 정도가 식재된다고 한다. 이것도 확정된 것은 아니다. 과거 우상호 의원과 토론할 때 "동네에 따라 1000그루가 될 수도, 3000그루가 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박 후보가 얘기한 바에 의하면 대체 기대하는 탄소 배출량 감축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박영선 후보 주장과 달리 수 조원을 들여 만든 수직정원에 각각 나무 1만그루씩 식재할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럴 경우 서울 전역 21개 수직정원에는 총 21만그루가 식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탄소 감축 효과를 얘기할 때 그 기준이 되는 수목은 '소나무'다. 수령이 30년 된 소나무는가 연간 흡수하는 탄소 등 온실가스는 보통 6kg~8kg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를 바탕으로 '박영선의 수직정원'에 식재된 나무 21만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온실가스는 총 1260톤~1680톤이다. 이렇게 된다면 서울시는 '탄소 중립'에 가까워질까. 정말 막대한 예산을 들인 만큼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서울연구원이 2019년에 펴낸 연구보고서 상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당시 서울시의 연간 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은 4670만톤에 달한다. 수직정원을 통한 기대 감축량인 1680톤의 2만8000배에 해당한다. 바꿔 말하면, 수직정원에 나무 21만그루를 심어봤자 1년 동안 서울시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1/28000' 정도 '흡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과장해서 나무 1그루당 연간 100kg을 흡수한다고 해도 서울시 전체 배출량을 감안하면 그 흡수량은 '0.04%'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이를 위해 세금을 써야 할 필요가 있을까. 주창자도 비용 규모를 얘기하지 못하지만,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수 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수직정원'을 꼭 추진해야 할까. 이게 과연 집권여당 서울시장 후보의 공약으로 타당한가. 대체 뭘 위한 공약이고, 누굴 위한 '공간'인가. 여러 모로 의문이 남는 '공약'이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유튜브 채널 '박희석의 자유로(https://youtu.be/upt4SlJFRwk)'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