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조선DB
미래통합당 김종인(80) 비상대책위원장이 2022년 대선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정치권 주변에서 솔솔 나오고 있다.
5월 27일 기자와 만난 정치분석가 A 씨는 “김종인 위원장은 당내에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다는 이유로 2022년 대선에 자기가 나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80이 넘은 노인네가 설마 그러겠느냐?”고 반문하자 그는 “그런 욕심이 없다면 김 비대위원장이 뭐하러 지난 총선 때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그렇게 열심히 전국을 돌면서 유세지원을 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4‧15 총선 당시 김 위원장이 열심히 전국을 돈 것은 나중에 ‘내가 나이가 80이 넘었지만 지난 총선 때 전국을 다 돌았다’고 말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2022년 대선 때, 민주당에서는 임종석 등 586세대나 그 아래 연배에서 대권 후보를 내세울 텐데, 국민들이 80세가 넘은 김종인씨에게 표를 주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들은 본선 경쟁력 같은 건 생각 안 한다”면서 “그들은 자기중심으로만 생각하면서, 당의 대권 후보가 되는 것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종인씨는 ‘국민들이 모두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을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카리스마 있는 경제지도자를 내세우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편 등을 통해 얼굴이 널리 알려진 정치평론가 B씨도 김종인씨의 대권도전 가능성을 묻자 “김종인씨는 ‘통합당 내에 사람이 없으니 내가 나가겠다’고 할 사람”이라고 단언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정치권을 관찰해 온 그는 “김종인씨는 이미 장관급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있던 1990년대 초부터 대권 꿈을 꿔 온 사람”이라면서 “동화은행 뇌물수수사건은 김종인씨가 대권 도전을 위한 정치자금을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김종인씨를 감옥으로 보낸 것도 김종인씨가 ‘포스트 노태우’를 노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부터 김종인씨는 자신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미래통합당 내 대권주자들의 씨를 말리려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종인씨는 ‘이미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사람은 저래서 안 된다’ 면서 ‘혁명적 변화가 있을 텐데 딴소리 말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막고 있다”면서 “잘났건 못났건 여러 사람들이 경쟁하는 가운데서 대권 주자가 나올 수 있는 것인데, 김종인씨가 그나마 있는 사람들마저 죽여 버릴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김종인 위원장이 30대들을 비대위에 포진시킨 데 대해서도 “세상 물정 모르고 자기 말 잘 들을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지적을 바탕으로 되새겨 보면 지난 수개월 동안 있었던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들이 다시 보인다.
당장 5월 27일에만 해도 김종인 위원장은 미래통합당 전국 조직위원장 대상 특강에서 2011년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두고 "바보 같은 짓"이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오세훈 전 시장도 있었다. 대놓고 면박을 준 셈이다.
지난 4월 24일에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가급적이면 70년대생 가운데 경제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한 사람이 후보로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 “지난 대선에 출마한 사람들 시효는 끝났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 출마한 사람들’이라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최근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유승민 의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의 ‘잠룡(潛龍) 길들이기’ ‘김종인식 대권주자 키우기’라고 해석하고 있다. 어떤 통합당 관계자는 “제1야당의 대선주자가 되려면 변화된 사회가 요구하는 지도자의 덕목을 담아낼 필요가 있다”며 “현 대선주자들의 환골탈태와 함께 대선주자를 뽑은 당의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간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들이 ‘잠룡 길들이기’ ‘대권주자 키우기’를 넘어 본인이 직접 대권주자로 뛰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
그런 점에서 얼마 전 김종인 위원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들이 새삼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미래통합당의 차기 대권주자를 묻는 질문에 대해 언성을 높이며 “지금 여기(통합당)에 대선주자가 어디 있나. (스스로) 대선주자라고 하는 거지, 국민들이 대선주자라고 보겠나”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40대 기수론’에 대해 묻자 그는 “‘40대다, 50대다’ 연령대에 고정시켜 생각할 것은 아니다”라면서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이 아닌 철두철미하게 준비된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령대에 고정시켜 생각할 일은 아니다’, ‘철두철미하게 준비된 정치인’운운하는 발언들은 자신이 직접 대권주자로 뛰는 경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5월 27일 미래통합당 전국조직위원장 특강에서 “지금껏 말해온 ‘보수’ ‘자유 우파’라는 말을 더는 강조하면 안된다” “국민은 더는 이념에 반응하지 않는다. (국민을) 보수냐 진보냐 이념으로 나누지 말자”고 말했다. 2022년 대선에서 더 이상 보수도, 자유우파도 아니고, 경제민주화나 기본소득, 대북정책 등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차별성이 없는 미래통합당이 82세의 김종인 후보를 내세우고, 더불어민주당에서 56세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나 57세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내세운다면, 유권자들은 누구에게 표를 던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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