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출신 검찰 수사관 백모씨가 검찰 출석이 예정된 12월 1일 휴대전화(아이폰)로 '울산 고래 고기 사건'과 관련된 자료와 기사를 집중 검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백 수사관이 검찰 출석을 앞두고 '고래 고기 사건'을 집중 검색한 것은 청와대 논리에 맞추기 위해 사건 개요를 파악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백 수사관이 울산시장 선거 5개월 전인 2018년 1월 울산에 내려간 것이 '하명 수사'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는 반면, 청와대는 "(백 수사관이) 검경 갈등이 첨예했던 '고래 고기 사건'에 대해 의견 청취를 하러 간 것"이란 입장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3월 말 백 수사관 아이폰 비밀번호를 해제한 이후 디지털 포렌식(증거 분석)을 통해 백 수사관이 검찰 출석 당일 검색한 내역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색 직후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글을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백 수사관은 2009년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으로 재직할 당시 함께 호흡을 맞췄다. 당시 윤 총장이 백 수사관을 엄청나게 아꼈다고 한다.

윤 총장과 백 수사관을 모두 잘 안다는 법조인의 이야기다.

"백 수사관이 일을 정말 잘했는데, 윤 총장은 사람 볼 때 ‘일’밖에 안 본다. 그래서 백 수사관을 정말 총애했다. ‘윤 총장이 백 수사관만 너무 편애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검찰 내부에서는 거의 다 아는 사실이었다. "

또 다른 법조인은 "백 수사관의 유서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백 수사관이 숨지기 전 남긴 어른 손바닥 크기 메모지 9장 분량의 유서에는 윤 총장에게 죄송함을 표시하면서 가족을 부탁하는 내용이 담겼다. 왜 하필 윤 총장에게 가족을 부탁했을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백 수사관이 윤 총장에게 보낸 시그널 같다. ‘가족을 볼모로 압박하는 세력이 있으니 혹시나 내가 잘못돼도 가족을 지켜달라’는 마음이 담긴 것 같다.”
 
  백 수사관은 유서에 “윤석열 검찰총장님께. 정말 죄송합니다. 면목 없지만 저희 가족들 배려 부탁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라고 적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백 수사관은 한 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을 내 잘못으로 몰아간다. 나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려는 것 같다.”
 
백 수사관이 진실을 말하면 난처해지는 쪽은 백 수사관의 잘못으로 몰아가면서, 당신이 안고 가지 않으면 가족에게 피해가 갈 수가 있다고 협박성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지인은 “박형철 대통령 반부패 비서관도 검찰 조사에 협조했다. 당신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진술하는 게 어떠냐”고 백 수사관에게 이야기했지만, 그의 선택은 죽음이었다.
 
 2019년 12월 2일 백 수사관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윤 총장은 “내가 아끼던 능력 있는 수사관이었다. 안타깝다”는 말을 몇 번씩 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윤 총장이 찾았을 때 빈소에는 백 수사관의 부인과 두 자녀, 형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윤 총장은 유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로 말을 건네며 위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