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내놓은 헌법개정안에는 대통령 4년 중임 허용, 지방분권국가 지향, 전문(前文)에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이 추가된 것 외에도 눈에 띄는 것들이 여럿 있다.
대표적인 게 헌법 12조 3항 “逮捕·拘束·押收(체포·구속·압수)또는 搜索(수색)을 할 때에는 適法(적법)한 節次(절차)에 따라 檢事(검사)의 申請(신청)에 의하여 法官(법관)이 발부한 令狀(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의 수정이다.
청와대가 내놓은 개정안에는 상기 조항을 “체포ㆍ구속이나 압수·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청구되고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로 바뀌었다. 영장 청구 주체인 검사를 삭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 삭제에 대해 영장청구 주체와 관련된 내용이 헌법사항이 아니라는 것일 뿐, 현행법상 검사의 영장청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헌법에서 ‘검사 영장청구권’이 삭제되면, 경찰에 영장청구권을 인정할지 여부가 개헌 사안이 아닌 법률 개정 문제로 바뀐다. 검찰개혁의 여러 사안 가운데 유독 헌법 규정이라는 이유로 논의조차 어려웠던 ‘영장청구권’ 주체와 관련된 사안의 족쇄가 다소 완화되는 것이다. 검찰은 경찰에 독자적인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면 무분별한 강제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에 관한 지위도 바뀌었다. 헌법 66조 1항은 “대통령(大統領)은 국가(國家)의 원수(元首)이며, 외국(外國)에 대하여 국가(國家)를 대표(代表)한다”고 되어 있었다. 개정안에는 70조 1항으로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한다”고 간소화했다. 대통령 관련 신설 조항은 다음과 같다.
<72조
② 대통령이 사임하려고 하거나 질병ㆍ사고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대통령은 그 사정을 국회의장과 제1항에 따라 권한대행을 할 사람에게 서면으로 미리 통보해야 한다.
③ 제2항의 서면 통보가 없는 경우 권한대행의 개시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헌법재판소에 신청하여 그 결정에 따른다.
④ 권한대행의 지위는 대통령이 복귀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한 때에 종료된다. 다만, 복귀한 대통령의 직무 수행 가능 여부에 대한 다툼이 있을 때에는 대통령, 재적 국무위원 3분의 2 이상 또는 국회의장이 헌법재판소에 신청하여 그 결정에 따른다.
⑤ 제1항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사람은 그 직을 유지하는 한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 할 수 없다.
⑥ 대통령의 권한대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② 대통령이 사임하려고 하거나 질병ㆍ사고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대통령은 그 사정을 국회의장과 제1항에 따라 권한대행을 할 사람에게 서면으로 미리 통보해야 한다.
③ 제2항의 서면 통보가 없는 경우 권한대행의 개시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헌법재판소에 신청하여 그 결정에 따른다.
④ 권한대행의 지위는 대통령이 복귀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한 때에 종료된다. 다만, 복귀한 대통령의 직무 수행 가능 여부에 대한 다툼이 있을 때에는 대통령, 재적 국무위원 3분의 2 이상 또는 국회의장이 헌법재판소에 신청하여 그 결정에 따른다.
⑤ 제1항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사람은 그 직을 유지하는 한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 할 수 없다.
⑥ 대통령의 권한대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대통령이 서면으로 통보하지 않는 경우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헌법재판소의 위상이 높아지게 됨을 의미한다. 권한대행체제 종료 여부도 헌재가 최종 결정한다. '예고되지 않은 궐위 시', '대통령의 직무수행 여부가 불투명 할 때' 등 혼란해질 수 있는 정국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개의 여부와 종료 여부, 대통령의 복직 여부 등에 대한 최종 판단 권한도 사실상 헌법재판소가 갖게 된 셈이다.
기존의 79조 2항 “일반사면(一般赦免)을 명(命)하려면 국회(國會)의 동의(同意)를 얻어야 한다”는 83조 2항 “일반사면을 명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특별사면을 명하려면 사면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개정했다. 대통령의 사면권이 오남용 되지 못하도록 제동 장치를 걸어둔 셈이다.
이 밖에 ▲국무회의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개시 여부에 대한 판단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한 점(95조 4항) ▲국가자치분권위원회 신설(97조 1항~3항) ▲대법관추천위원회 신설을 통한 대법관 추천(104조 2항~5항) 등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국민의 ‘알 권리’ 관련 조항(헌법 22조 1항)과 ‘자기정보통제권’도 신설되었다. “① 모든 국민은 알 권리를 가진다. ② 모든 사람은 자신에 관한 정보를 보호받고 그 처리에 관하여 통제할 권리를 가진다”가 그것이다. 또 정보의 독점과 격차로 인한 폐해의 예방·시정에 관한 국가의 노력 의무 조항인 “국가는 정보의 독점과 격차로 인한 폐해를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를 신설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을 뒷받침하는 조항도 31조 2항(국가는 적정임금을 보장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하며,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에 신설됐다.
헌법 32조 2항 “모든 국민(國民)은 근로(勤勞)의 의무(義務)를 진다. 국가(國家)는 근로(勤勞)의 의무(義務)의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원칙(民主主義原則에) 따라 법률(法律)로 정한다”는 삭제되었다.
32조 4항엔 “여자(女子)의 근로(勤勞)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雇傭)ㆍ임금(賃金)및 근로조건(勤勞條件)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대신 “모든 국민은 고용ㆍ임금 및 그 밖의 노동조건에서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부당하게 차별을 받지 않으며, 국가는 이를 위해 여성의 노동을 보호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여성’이란 한정 개념을 ‘모든 국민’으로 확대한 데 따른 것이다.
어린이와 청소년, 노인, 장애인에 관한 조항도 신설됐다. 36조 1항 “어린이와 청소년은 독립된 인격주체로서 존중과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2항 “노인은 존엄한 삶을 누리고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3항 “장애인은 존엄하고 자립적인 삶을 누리며, 모든 영역에서 동등한 기회를 가지고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가 이에 해당하는 조항이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