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구개발특구 내 기업의 부동산 양도 제한을 완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
국회에서 발의되는 법안 가운데 규제 성격을 띠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면서 입법의 방향성과 질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좋은규제시민포럼이 발표한 주간 규제입법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3월 셋째 주(3월 16일~20일)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191건 가운데 89건(46.6%)이 규제 법안으로 집계됐다. 이는 제22대 국회 평균 규제 비율(33.3%)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제22대 국회 개원 이후 누적 발의 법안은 1만6150건, 이 가운데 규제 법안은 5380건으로 나타났다. 주당 평균 약 174건의 법안이 발의되며, 이 중 약 58건이 규제 법안인 셈이다.
경기 불황 반영된 ‘완화형 규제’ 긍정 평가
포럼은 이번 주 발의 법안 가운데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를 각각 선정해 평가했다.
좋은 규제로는 송재봉 의원과 황정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꼽혔다.
송재봉 의원안은 공장설립 승인 취소 기한을 기존 4년에서 5년으로, 착공 후 공사 중단 허용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기 침체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 현실을 반영해 공장 설립 부담을 줄이고 시장의 유연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황정아 의원안은 연구개발특구 내 기업의 부동산 양도 제한을 완화하는 법안이다. 사용 승인 후 5년이 지나면 양도가격 제한을 적용하지 않도록 해 기업의 자산 활용과 자금 조달을 돕는 구조로 설계됐다. 법률 간 형평성을 개선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방송·고용 규제는 “시장 왜곡·실효성 부족” 지적
반면 신성범 의원과 이용우 의원의 법안은 ‘나쁜 규제’로 분류됐다.
신성범 의원안은 지상파 방송사에 주요 체육경기 중계권 공동 구매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목표로 하지만, 민간 방송사에 사실상 ‘공동 협상’을 강제해 시장 경쟁 구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존 제도만으로도 시청권 보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과잉 규제라는 평가다.
이용우 의원안은 난임치료휴가를 연간 30일(유급 20일)로 확대하고 비용을 고용보험 기금으로 지원하는 내용이다. 저출생 대응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재정 부담과 제도 실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난임치료휴가 사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구조적 개선 없이 휴가 일수만 확대하는 것은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입법 양보다 설계”… 규제의 질 요구
전문가들은 규제 입법이 증가하는 흐름 자체보다 규제 설계의 정교성과 정책 효과 검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시장 구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방송, 고용, 산업 분야 규제일수록 비용과 편익, 대안 가능성에 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좋은규제시민포럼은 “규제는 국민 전체의 이익을 기준으로 설계돼야 하며, 과학적 근거와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입법 과정에서 책임성과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