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류현우(앞줄 정가운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관 대리대사가 2월 12일 서울 양지회 7층 회의실에서 ‘김정은과 북한 엘리트의 삶’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국가정보연구회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관 대리대사가 2월 12일 서울 양지회 7층 회의실에서 ‘김정은과 북한 엘리트의 삶’을 주제로 강연했다. 한국행정학회와 국가정보연구회가 공동 주최하고 사단법인 양지회가 후원했다. 안보·외교·언론·학계 인사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류 전 대리대사는 김정은 체제를 “정통성의 취약함을 통제 장치로 메운 권력”이라고 규정했다. 2008년 김정일의 건강 이상 이후 후계 구도가 급속히 굳어졌고, 2010년 당대표자회를 거쳐 공식화됐다고 짚었다. 이후 출생·가계 논란을 상쇄하기 위해 ‘백두혈통’을 전면에 내세우며 ‘김일성 손자’ 이미지를 드러냈다고 했다. 생물학적 혈통보다 ‘백두’라는 정치적 상징을 통해 권력의 연속성을 강조했다는 의미다.
김정은의 정치적 기반 또한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스위스 유학 이력 등으로 국내 인맥 형성이 제한됐고, 그 공백을 노동당 조직지도부 장악으로 보완했다는 분석이다. 조직지도부가 인사·조직·감사권을 틀어쥐고 국가보위성, 군 총정치국 등을 상시 검열하는 구조가 굳어졌다고 했다.
공포정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장성택 처형, 김정남 암살 등 고위층 숙청 사례를 거론하며 “숙청은 사건이 아니라 일상에 가깝다”고 했다. 회의 중 태도 문제나 상부 승인 없는 병력 이동 같은 행위도 치명적 의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촘촘한 보고·감시 체계 탓에 간부들조차 사적 공간에서 말을 아낀다고 했다.
엘리트 생활상에 대해서는 “호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었다. 배급 체계가 붕괴된 이후 고위층도 각자도생에 가까운 현실에 놓였고, 뇌물은 현금 대신 담배·술 형태로 유통돼 장마당에서 현금화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쿠웨이트 근무 당시 참사 월급이 430유로(당시 환율 기준 60만 원대) 수준이었다는 사례도 소개했다.
질의응답에서는 김정은의 건강 상태와 권력 안정성, 김주애의 후계 가능성, 해외 공관 근무자들의 실제 생활 여건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김주애 후계론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류 전 대사는 북한이 최근 ‘당과 혁명의 맥은 백두혈통에 의해 이어진다’는 표현을 더욱 강조하고 있지만, 동시에 권력은 철저히 김씨 가문의 직계로 귀속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주애가 성장해 결혼할 경우 성(姓)이 바뀌는 구조에서 권력이 가문 밖으로 확장되는 그림은 북한 체제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또 “13살 아이가 당과 국가를 이끌 직함과 혁명 업적을 어떻게 쌓았다고 설명할 수 있겠느냐”면서 “북한은 공식적으로 남녀평등을 내세우지만, 실제 권력 구조는 남성 중심 문화가 강하고 여성 고위 간부 비율도 극히 낮다”고 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여성 최고사령관의 등장은 제도적·문화적으로 장벽이 높다고 봤다.
강연 말미 류 전 대사는 “북한 엘리트는 김정은과 운명공동체가 아니다”라고 했다. 특권의 대가로 공포와 감시 속에 살아가며, 내부적으로도 세습과 경제 실패에 대한 회의가 누적돼 있다는 취지다. 따라서 통일 과정에서 이들을 일괄적으로 배제하기보다 포섭과 포용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