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뉴시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의 사유로 제시된 이른바 ‘당원게시판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 결과 한 전 대표의 결백이 밝혀지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장 대표는 당원게시판 사안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경찰 수사를 통해 정리하고 가겠다는 입장”이라며 “특히 수사 결과 징계가 잘못됐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정치적 책임도 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장 대표는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당원게시판 문제를 제대로 수사해 한 전 대표의 잘못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잘 알아보지도 않고 징계한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안의 핵심은 익명 게시판에 부적절한 글을 썼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글이 방송 패널 등을 통해 확대·재생산됐다는 점”이라며 “그로 인해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이 상실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결정 이후 당내 갈등이 격화되고, ‘계엄 반대·탄핵 찬성·절윤(絶尹) 요구’로 상징되는 친한(親韓)·반윤(反尹) 지지층을 중심으로 ‘장동혁 사퇴’ 요구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나온 일종의 맞불 작전으로 풀이된다.
다만 장 대표가 언급한 ‘정치적 책임’의 구체적 의미는 여전히 모호하다. 당 대표직 사퇴를 뜻하는 것인지, 국회의원직 사퇴나 정계 은퇴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또한 ‘한동훈의 결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한 전 대표가 당원게시판에 가입한 사실이 없다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한 전 대표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당원게시판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관련한 부정적 글을 인용하거나 직접 작성했다는 의혹을 들어 ‘한동훈 제명’을 의결했고, 최고위원회는 이를 최종 확정했다. 한동훈 전 대표 본인은 애초부터 ‘결백’했음에도, 가족의 행위를 빌미로 국민의힘이란 당적을 박탈한 셈이다.
이는 징계 사유의 타당성과는 별개로, 헌법이 금지한 ‘연좌제적 징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헌법 제13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한동훈 제명’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은 경찰 수사 결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수사 결과가 언제 나올지도 불투명하다. 징계의 적법성을 떠나, 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당의 주요 정치인이자 유력 대선 주자 반열에 있는 인사를 사실상 ‘숙청’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 데서 비롯된 갈등은 현재 진행형의 위기다. 이는 지금 이 순간 ‘장동혁 체제’가 직면한 정치적 현안이다. 그럼에도 장 대표는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경찰 수사 결과를 이유로 ‘정치적 책임’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할 수 있다. 전형적인 '지연 전술'이란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장동혁 대표는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정당성을 강조하며 ‘국정 운영 동력 상실 책임론’을 운운했는데, 이 역시 2024년 당시 상황과 부합하지 않는 주장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2024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 추이(한국갤럽 정례조사 결과 기준)와 당원게시판 글의 게시 시점을 분석해 보면, 장 대표의 주장은 인과관계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책임 전도’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장동혁 대표는 당원게시판 의혹의 본질을 "방송 패널들을 통한 확대 재생산으로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하게 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한동훈 가족이 당원게시판 게시글을 이용해 일종의 '여론조작'을 시도했고, 그 결과 외부 비평가들이 이를 활용해 윤석열 정부를 공격해 결국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2024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 추이는 장 대표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지율이 본격적으로 20%대로 추락하며 동력을 잃기 시작한 시점은 4월 총선 참패 직후다. 5월 5주차에는 21%까지 하락했다.
8월 들어 20% 중후반까지 일시적으로 상승했던 지지율은 9월에 다시 20% 초반대로 하락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윤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와 공천 개입 의혹 등 ‘용산발 리스크’가 국정 동력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김건희씨 관련 의혹이 연이어 터지며 당정 갈등이 극에 달했던 때이기도 하다.
그 여파로 8월까지만 해도 30%대 중반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더불어민주당을 앞서던 국민의힘은, 9월 들어서는 단 한 차례도 민주당 지지율을 앞서지 못했다.
이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의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앞서고,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 역시 대선 주자 지지율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앞서는 등 호조를 보이다가, 연이어 터진 ‘용산발 악재’로 결국 총선에서 대참패를 맞은 과정과 유사하다.
그럼에도 장동혁 대표는 이 같은 현실을 외면한 채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하고,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책임을 미루겠다는 취지로 들릴 수 있는 주장을 했다.그러면서도 이를 마치 ‘정면 돌파’를 위한 결단으로 오해될 수 있는 ‘정치적 책임’을 운운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제1야당 대표가 내놓을 수 있는 책임 있는 약속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설령 경찰 수사 결과가 한참 뒤에 나와 ‘한동훈의 결백’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그 시점에서 ‘정치인 장동혁’의 ‘정치적 책임’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경찰 수사가 마무리될 쯤, 국민의힘은 이미 지방선거에서 대참패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장 대표는 더는 국민의힘 대표가 아니다. 정치적 생명도 사실상 소진된 상태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장동혁의 정치적 책임'이 과연 그 무슨 가치가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