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국가, 北 가장 큰 위협으로 인식”

이지성 작가, 유럽 누비며 민간 외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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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강의 중인 이지성 작가. 사진=이지성 작가

지난 5, 수퍼맨 목사와 이지성 작가가 스페인, 영국,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주요 국가를 돌며 북한 인권 강연을 진행했다. 56일부터 3주간 이어진 이번 일정은 단순히 인권 실태를 알리는 차원을 넘어, 국제사회에 한국의 안보 현실을 알리는 민간 외교로 확장됐다.

 

유럽, 을 최대 위협으로 본다

 

이지성 작가는 이번유럽 방문에서 느낀 점은 영국, 프랑스와 스페인 모두 북한에 대한 공포심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유럽 주요 국가들은 북한을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한국만 유독 안이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뚫리면 곧바로 자국의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보기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유럽인들은 북한을 가난하고 곧 붕괴될 국가로 여겼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핵보유국이자 러시아에 병력을 파병한 나라가 됐기 때문입니다.

 

현지에서 들은 바로는, 처음 북한군 파병 소식을 접했을 때는 단순 공병대라고 해서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전투에 투입되자 뛰어난 전투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고 위협을 실감하기 시작했습니다. 푸틴 대통령도 북한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밝혔고, 우크라이나 역시 북한군의 전투력을 인정했습니다.

 

이제 유럽에서는 평범한 공병대가 이 정도라면 특수부대는 어느 수준일까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실제 군사력이 어디까지인지, 앞으로 유럽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가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반면 대한민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사실상 무관심합니다. 그저 전쟁이 났다는 정도로만 인식할 뿐입니다. 그러나 유럽은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저는 이런 현실을 보면서 한국이 이 상황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할지 깊이 고민하게 됐습니다.”

 

스페인, 정전 사태 소행 의혹

 

이번 유럽 일정은 스페인에서 시작됐다. 첫 일정은 마드리드의 아우토노마대학교(Universidad Autónoma de Madrid) 강연이었다. 스페인 왕실 칙령으로 설립된 명문대로, 2022QS 세계대학 랭킹에서 스페인 1, 유럽 3위를 기록했으며, 현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가 동문이다. 강연은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동아시아 선임연구원 리나 윤과 국제정치학 전문가 마리오 에스테반(Mario Esteban) 교수의 초청으로 진행됐다.

 

이어 두 사람은 노벨상 수상자 7명을 배출한 콤플루텐세대학교(Universidad Complutense de Madrid)에서 강연을 이어갔다. 이 강연은 에스테반 산체스 모레노(Esteban Sánchez Moreno) 교수 초청으로 성사됐다. 이 작가는 모레노 교수는 강연 내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했다.

 

외교부 초청도 받았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스페인 정부가 북한 인권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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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아우토노마대학교에서 강연 중인 이지성 작가. 사진=이지성 작가

 

수퍼맨 목사는 과거 스페인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을 겪은 터라 스페인 외교부는 북한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일각에서는 지난 4월 스페인 대규모 정전이 북한 소행이라는 추정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성 작가 또한 스페인에서는 대규모 정전 사태를 두고 북한이 개입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올 정도로 불안감이 퍼져 있다교수, 학생들뿐만 아니라 외교부 관계자들 또한 그런 의혹을 제기했다고 했다.

 

옥스퍼드대서 한반도 문제 특강

 

영국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첫 일정은 옥스퍼드대학교 외교협회 초청 강연이었다. 이 협회는 외교 전문가와 옥스퍼드대 학생을 연결하는 단체로, 회원 수는 1000명이 넘는다.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 등 세계적인 인사를 초청해온 곳이다.

 

수퍼맨 목사와 이지성 작가는 이 자리에서 약 1시간 40분 동안 탈북민 구출, 북한 인권, 한반도 자유 통일, 동북아에서의 영국의 역할 등을 주제로 강연과 토론을 이어갔다. 시험 기간임에도 많은 학생이 참석했다.

 

강연 후 두 사람은 옥스퍼드대 국제관계학과 에드워드 하웰(Edward Howell) 교수와 한 시간 동안 대담을 나눴다. 하웰 교수는 영국 의회와 정부에 영향력을 미치는 한반도 전문가다. 이 작가는 그는 한반도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었고, 우리의 활동을 적극 지지했다대담 시간 내내 오간 이야기를 빠르게 메모했는데, 한국에서는 이런 열정을 가진 한반도 전문가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대화 중 하웰 교수에게서 다소 불편한 말도 나왔습니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파병 등 군사력을 전 세계로 강화하고 있고, 한국은 여기에 대한 경계심 없이 북한과의 종선선언과 평화협정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날로 세지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결국 미군이 철수하게 되고 남한은 공산화의 위협에 바로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었죠. 외부에서 보는 한반도의 위기감을 드러내주는 말이었습니다.”

 

이 작가는 이어 그에게 영국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하고, 그것이 영국과 유럽, 미국의 국익에 거대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강력히 알렸다하웰 교수는 100% 동의했다고 했다.

 

이후 영국 외무부와의 미팅도 진행됐다. 둘은 동아시아 담당 책임자(head)와 만나 한국 안보 상황을 설명했다. 이 작가는 담당자는 북한 문제에 대한 식견이 뛰어났고, 대화는 단 한순간도 끊이지 않았다앞으로 지속적인 교류를 약속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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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성 작가와 에스테반 산체스 모레노 교수. 사진=이지성 작가

 

오스카 쉰들러에 비견

 

현지 언론의 반응도 이어졌다. 스페인 유력 언론 El Español, EFE통신, 그리고 가장 오래된 지방 일간지 중 하나인 Última Hora가 두 사람을 조명했다. Última Hora수퍼맨, 4300명 이상의 북한 탈북민을 구한 겸손한 종교인’(Superman, el humilde religioso que rescató a más de 4.300 disidentes norcoreanos)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는 홀로코스트 당시 1000명이 넘는 유대인을 구한 오스카 쉰들러에 비견된다고 소개했다.

 

이후 건너간 프랑스에서는 아르떼(Arte) TV와의 비공개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실상을 알렸다. 이 작가는 아르떼 TV에서는 북한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북한이 유럽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보고 그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라면서 우리는 그들의 요청을 받아 비공개 인터뷰를 했다고 했다.

 

수퍼맨 목사는 30년간 얼굴과 이름을 숨긴 채 음지에서 활동하며 탈북민 4500명을 구출했다. 그중에는 핵개발 기술자, 인민군 고위 장교, 국가안전보위부 간부, 국군포로도 포함된다. 그간 여덟 번 체포되고 세 차례 투옥됐으며, 마피아와 몸값 협상 중 총상을 입었다. 중국에서 원단 수입업을 하다 부도를 겪은 그는 고난의 행군 시기 꽃제비를 보고 은신처를 마련하며 구출 활동을 시작했다. 2017년 이지성 작가를 만나면서 후원 조직이 꾸려졌고, 이 작가는 사비를 들여 지원하며 동남아 현장 구출 활동에 함께하고 있다.

 

둘은 그밖에도 하버드대·포모나칼리지·이스라엘 히브리대·텔아비브대·스페인 콤플루텐세대·영국 옥스퍼드대 등 세계 유수 대학에서 북한 인권과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특강을 이어가며, 정부가 하기 어려운 민간 외교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수퍼맨 목사는 국내 안보 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릴 필요성을 피력해왔다. 그는 남북관계는 사실상 교착 상태이며, 러시아의 지원으로 체제와 외교적 주도권을 강화한 북한은 더 이상 한국에 기대거나 양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코로나19 이후 환율 급등, 쌀값 폭등의 위기 속에서도 강력한 통제로 정권 기반을 지켜냈습니다. 북한의 달러 환율은 지난해 58500원 수준에서 34000원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24000원대로 내려왔습니다. 환율 급등에도 북한 당국은 총살 집행, 은행법·관리법 강화 등 초강수 조치로 시장을 억제했습니다. 체제 유지 동력을 확보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러시아와의 밀착까지 이뤄져 한국은 아쉬울 게 없습니다.”

 

그는 이어 최근 미국에서 거론되는 미군 철수와 종전선언 논의는 한반도 위기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정부가 적극 대응하지 않는 만큼, 민간이 국제사회에 경각심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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