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두 정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 의석을 다 가져가 버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운명이 어떻게 될까.

어찌 보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손에 달려있다. 선거개혁의 마지막 시한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2022년 공식 선거운동 기간 하루 전인 2월14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례대표제를 왜곡하는 위성정당을 반드시 금지시키겠다. 피해를 입은 정당들에 다시 한 번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자 더불어민주당 역시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었다. 준연동형 비례제는 지역구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소수 정당들의 원내진입을 위한 취지의 선거제도가 되레 거대 양당체제를 강화시킨 셈이 되었다.

그해 2월 24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대폭 강화해 세대, 성별, 계층, 지역 등 다양한 민심이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그해 2월 27일 의원총회를 열어 ‘국민통합 정치개혁’ 결의문을 채택했다. 내용은 이랬다.

“위성정당으로 선거개혁을 실종시킨 ‘승자독식 정치’, 우리 잘못에는 눈감는 ‘내로남불 정치’, 민생 현실과 동떨어진 ‘소모적 대결 정치’, 민주당이 먼저 반성합니다.”

위성정당 꼼수를 탄생시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2019년 연말 민주당과 소수 4당이 함께 합의를 해서 만든 것이다. 당시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이 제도에 반대하자 배제시켜 버렸다.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오자 이재명 대표의 발언이 다시 모호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11월 30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선거법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병립형 회귀(비례대표 정당 득표율)’ 주장과 현행 준연동형 유지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고 한다. 또 의원 75명이 요구한 위성정당 방지법을 두고 격론을 벌였으나 아무런 결론을 못 내렸다.

이 대표는 위성정당 방지법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우에 따라 약속을 저버릴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인 이탄희 의원은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법의 당론 채택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어떤 선택을 할까. 국민의힘은 과거처럼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 이대로라면 추미애 당, 이준석 당, 조국 당, 송영길 당이 등장할 수밖에 없어 마뜩찮은 것이다. 이재명 대표 역시 조국 당, 송영길 당을 무조건 반길 상황이 아니다. 이들은 훗날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다. 향후 사법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친명계 인사를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발탁하는 것이 여러 모로 유리할 수 있다. 그래서 여당이 주장하는 병립형 비례대표 카드를 마냥 외면하지 못하고 있다.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면서 위성정당 금지법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 거대 양당의 손발을 묶어 놓고 추미애 당, 조국 당은 물론 최·미·겸(최강욱·윤미향·김의겸) 같은 극단 성향의 정당이 쏟아져도 어쩔 수 없다. 허경영 당도 생길 수 있다.

비례정당이 난립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위성정당이 무려 35개나 창당했다. 이대로라면 22대 총선에서 수백 개의 비례 정당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다. 여기저기서 온라인 형태의 정당이 창당 선언을 할지 모른다. 경우에 따라 정치에 대한 국민불신이 거세어져 총선을 앞두고 되레 역풍이 일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