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1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굿바이 청년정치’ 대담 자리에서 만난 오세라비 작가는 “‘굿바이 청년정치’라는 것은 내부 이적행위식 청년정치가 아니라, 건강한 청년정치로 되살아나자는 것”이라면서 “그러려면 구태의연한 청년정치와 결별하고 건강한 풀뿌리 청년 정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여옥 전 의원, 김소연 변호사와 함께한 이날 대담에서 이들은 ‘이준석’으로 대표되는 작금의 청년정치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경험이나 전문성 없는 이들이 쉽게 ‘완장’을 찬 후,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표 의식 없이, ‘꼼수’만 배운 게 지금의 청년정치라는 거다.

이날 오 작가는 “청년정치, 혹은 여성 표, 청년 표라고 왜 구별 지어야 하느냐”면서 “청년정치를 띄워주니 어느새 청년들이 너무 많이 완장을 차게 됐고, 결국 이 폐단이 발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테면 한국에도 제 2의 찰리 커크(Charlie Kirk)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찰리 커크는 미국의 보수 활동가로, 1993년생이다. 지난 2012년 ‘터닝포인트 USA(Turning Point USA‧ TPUSA)’ 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해 최근까지 전국 대학교와 고등학교에 약 2900개 지부를 만들었다. TPUSA와 관련된 정치활동위원회를 이끌면서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꾸준히 자유시장경제 등 기존 보수의 가치를 전달하는 중이다. 반대 진영과의 토론도 환영하며, 정기적으로 전국 캠퍼스 투어도 연다.

“물론 청년들이든, 누구든 정치를 할 수 있지만 풀뿌리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 대다수 청년정치인들처럼 정치 출마 그 자체가 연습 무대가 되면 안 된다. 찰리 커크는 18살 때부터 청년 컨퍼런스를 조직해 미국 전역을 돌아다녔다. 10년 이상 뿌리에서부터 활동했기 때문에 그가 만일 정치를 한다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거다.”

1세대 여성운동가이자 ‘원조 페미’인 오 작가는 “정치와 결탁한 한국의 페미니즘은 ‘괴물’이나 다름없다”면서 “남과 여는 휴머니스트의 관점에서 동일해야하기 때문에 인간성, 휴머니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한 말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당시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하나”라고 했다. 오 작가는 “지금 페미니즘은 완전히 이분법으로 나뉘어 남녀 갈등의 상징이 돼 버렸다”면서 “남녀 갈라치기를 극복하고, 종국적으로 조화로운 양성평등을 이루려면 휴머니즘을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남녀 갈등은 물론이고, 지금 우리 사회는 가정을 비롯한 공동체 전반이 무너지고 있다. 이혼율이 세계 3위, 아시아 1위다.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틀이 깨지고 있고, 증오범죄도 계속해서 발생 중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 단위를 휴머니즘 정신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포괄적인 개념을 이해한다면,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하나’라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오 작가는 “지금 국민의힘은 사실 ‘반(反) 페미’가 아닌데,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고 젠더이슈를 활용한 이준석으로 인해 마치 이대남(20대 남성), 삼대남만 챙기는 당처럼 돼 버렸다”면서 “실제로 이준석을 보고 입당한 2030 남성이 많지도 않다. 국민의힘 선거인단 84만명 중 여성 당원이 40만명이다. 이 당에서 여성의 비율이 30% 이상을 차지한 적은 전에 없던 일이다. 이처럼 ‘이대남 정치’는 허상”이라고 했다.

오 작가는 끝으로 “남성의 표도 중요하고, 여성의 표도 중요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해서는 안 된다”면서 “보수당은 항상 ‘양성 평등’을 얘기해야 한다. 어느 한 쪽 편을 드는 순간 총선에서 불리해진다”고 강조했다.

글=박지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