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을 앞두고 의미 있는 책이 나왔다. 올해는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이 되는 해이자 장인환, 전명운 의사 의거 115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신간 《청년 의사 장인환, 전명운》(지식과 감성#)은 미주 한인들의 무장 독립운동사의 정점이자 가장 위대한 기념비적 사건을 추적한 역사 기록이다.

장인환(張仁煥, 1876. 3. 10.~1930. 5. 22.), 전명운(田明雲, 1884.6.25.~1947.11.18.)은 누구인가.

당시 대한제국의 외교 고문이었지만 일제에 충성한 미국인 D.W. 스티븐슨이 1908년 3월 23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본의 지배는 한국에 유익하다. 한국 사람들이 일본의 지배를 환영한다”는 망언을 하자 그를 암살한 애국자였다.

스티븐슨 저격은 처음부터 계획된 암살이 아니었다. 저격이 일어나기 불과 10시간 전까지만 해도 계획에 없었다. 그러니까 저격이 일어나기 전날 밤 10시경에 분노에 찬 샌프란시스코 한국인 교포들이 공립협회 사무실에 모여들었다. 회의 중에 전명운이 자진해서 스티븐슨을 저격하겠다고 나섰고 장인환이 뒤따라 결심하면서 거사가 감행되었다.

저격 당일 아침 9시, 일본 영사관 문이 열리자마자 장인환과 같이 허름한 호텔에 투숙했던 양주은이 일본말을 유창하게 하는 교포에게 일본 영사관에 전화를 걸어서 스티븐슨이 아침 9시 40분 페리 연락선을 타고 오클랜드로 간다는 스케줄을 알아낸 데서부터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악수를 나누고 있는 전명운(왼쪽) 의사와 장인환 의사. 장인환 의사가 석방된뒤 샌프란시스코 한인감리교회 앞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조선DB/ 국가보훈부 제공

저자인 신재동 씨는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교포다. 1970년에 정착했다. 2016년 미주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단편소설 최우수상, 2019년 미주 한국일보 문예공모전 단편소설 당선 가작, 2021년 한국예총 <예술세계> 신인문학상 장편소설에 당선된 중견 작가다.

저자는 스티븐슨 암살 사건을 추적하며 시대적 상황, 스티븐스의 망언에 대한 교포 한인들의 반응, 사건에 대한 미국 현지의 반응, 두 애국지사의 생애 등을 당시 신문기사를 인용하여 사실적으로 기록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했던 미주 한인의 역사를 엿볼 수 있으며, 그들의 삶 역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또 젊은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보라색 글체로 할아버지와 손자라는 내레이터를 등장시켜 중간중간 해설을 넣어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신재동 씨의 말이다.

“역사는 사람이 만든다. 도도한 역사의 흐름 역시 사람이 만들지만 지내 놓고 보면 정의만 남는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선조 한인들의 시련과 절망, 성장과 발전의 궤적을 찾아보면 상징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인물로 장인환, 전명운 의사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두 의사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장, 전 두 의사의 D.W. 스티븐슨 저격사건은 미주 한인 독립운동사 중에서 가장 위대한 기념비적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소홀히 다루어졌다는 생각이 든 것도 책을 쓰게 된 동기 중의 하나다.”

스티븐스은 장인환에게서 두 발의 총탄을 맞고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팠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다는 내색을 비추지 않았다고 한다. 법을 공부한 사람이어서 격한 감정을 누르고 참는 훈련이 잘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의 의술로 즉각 수술했다면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수도 있었다. 수술을 미루다가 이틀 후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때마침 훌륭한 변호사를 만난 것도 하늘이 도운 일이다. 마침 한국인의 억울한 사정을 내 일처럼 느끼면서 도와주려는 나단 코그란(Nathan C. Coghlan) 변호사가 있었기에 전명운은 무죄, 장인환은 2급 살인이라는 획기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 있었다.

저자의 말이다.

“기회라는 것은 사람이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늘이 내려 주는 것이어서 사람은 그 기회를 알아차리는 능력이 있어야 할 따름이다. 마침 샌프란시스코에서 장인환과 전명운이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활용했던 것이다.”

1908년 스티븐스 저격 사건은 그 이듬해인 1909년 10월 26일 벌어진 하얼빈역 플랫폼에서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로 이어졌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전명운 의사와 함께 공립협회 회원이었던 이재명 의사가 1909년 12월 22일 명동성당(종현천주교회당: 鍾峴天主敎會堂) 앞에서 이완용을 비수로 찌른 사건도 모두 스티븐스 저격 사건을 보고 자극받아 일어난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