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출범 40주년 40장면] 〈37〉 프로구단 오너의 의지와 우승 확률 : 월간조선

신세계그룹은 2021년 1월 26일 SK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하기 위해 야구단 주식 100%를 보유한 SK텔레콤과 양해각서를 채결했다고 공식발표했다. 인수가격은 1352억8000만원으로 공표되었다.

SK 와이번스 주식 100만 주를 1000억 원에, 야구단이 보유한 토지와 건물을 352억8000만원에 매입한 것이다. 야구단 인수비용이 1000억원이 넘는다는 사실에 야구팬들과 재계는 적지 않게 놀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구열정과 관심 덕분인지, SSG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앞서 메이저리그(MLB) 출신 추신수를 역대 최고 연봉인 27억원에 영입했고 프렌차이즈 스타 김광현도 4년간 151억원이라는 연봉을 제시할 만큼 주머니를 활짝 펼쳤었다. 또 클럽하우스에도 40억원을 투자해 전면 리모델링을 단행, MLB급 시설로 탈바꿈시켰다고 한다.

프로야구 구단은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하고 대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프로구단이 오너 일가의 소장용 사치품이다, 아니다”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인다. 야구를 사랑하는 오너가 투자를 많이 하면 팀 성적도 비례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팀 성적이 바닥이면 오너 투자도 인색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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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구단 매각 小史

삼미 슈퍼스타즈는 모기업의 재정난으로 1985년 청보식품에게 매각되었는데 당시 알려진 인수비용은 60억원이었다.

청보 핀토스 역시 모기업인 풍한그룹의 도산으로 2년만에 태평양화학(현 아모레퍼시픽)에 50억원에 넘어갔다. 핀토스 구단은 1988년부터 태평양 돌핀스로 이름이 바뀌었다.

1990년 MBC 청룡 구단은 럭키금성 그룹에 매각되었는데 럭키금성은 4년 동안 인수대금 100억원을 분할상환했다. 또 광고협찬 형식으로 30억원을 문화방송 측에 따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구단을 인수했다.

반면, 1995년 태평양화학은 야구단 창단에 유난히 관심이 많던 현대그룹에 돌핀스 구단을 470억원에 팔았다. 당시로선 최고액이었다. 그렇게 해서 현대 유니콘스가 탄생, 한 시대를 풍미했다.

IMF로 어려움을 겪던 해태제과는 2001년 기아자동차그룹에 180억원을 받고 전통의 타이거즈 구단을 넘겼다. 기아 측은 KBO 가입금 30억원을 포함해 실질적인 인수대금은 210억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현대 유니콘스는 모기업의 재정난과 현대그룹의 재편으로 2008년 공식 해체됐고 대부분의 선수들은 당시 새롭게 창단한 SK 와이번스와 서울 히어로즈 구단으로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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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선DB

2011년 3월 창단한 NC는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 속에 성장했다. NC는 1군 첫해 7위에 그쳤지만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2016년에는 준우승까지 하며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승승장구 해오던 NC는 2018년 최하위 성적을 거두자 포수 양의지 선수를 4년 125억원에 데려왔다. 앞서 박석민에게 4년 총액 96억 원이라는 큰 금액을 투자했다.

양의지는 역대 포수 첫 30홈런-100타점을 넘어서며 커리어하이를 경신했다. 박석민 역시 출루율 1위를 달성하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그리고 2020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NC는 어느덧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이 경기 모습 뿐 아니라 분위기도 조화롭고 끈끈한, "선수들이 좋아하는 팀"이 되었던 것이다.

1980년대와 90년대 우승을 밥 먹듯 하던 왕조 해태가 버틸 수 없던 것도 구단 운영할 자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태는 이종범이 떠나고 임창용이 삼성으로 옮기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1999년 해태가 드림리그 꼴찌를 하자 김응용 감독이 이런 말을 했었다.

“(선)동열이도 없고, 음~ (이)종범이도 없고 음~.”

해태는 2001년 7월 중순 기아자동차그룹에 매각됐으나 과거 왕조와 같은 느낌은 사실 없다.

쌍방울도 마찬가지다. 모기업이 IMF로 휘청대자 조규제, 박경완, 김현욱, 김기태를 트레이드시킬 수밖에 없었다. 팀 전력은 급전직하(急轉直下)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조선DB

팀이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스카우트 실패와도 관련이 깊다. 프런트의 잘못도 잘못이지만 구단의 의지, 모기업 오너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다.

팀이 단단해지려면 노장, 중간, 신인이 골고루 있어야 하는데 몇몇 팀은 지금도 그렇지 못하다. 밑(신인)에서 위로 못 올라와 중간층과 노장층이 같이 늙어가는 식이다. 왕조 시절 화려했던 구단이 갑자기 무너지는 것도 그런 이유다.

예컨대 한화의 경우 송진우와 정민철이 은퇴하고 이범호, 김태균이 해외로 이적하는 시기와도 맞물려 있다. 삼성도 2010년대 왕조 시대를 보낸 뒤 FA로 최형우, 박석민, 차우찬이 떠나고 임창용, 채태인, 이지영, 배영섭, 심창민 등이 팀을 옮겼다. 이후 차례로 진갑용과 이승엽, 윤성환, 박한이, 권오준 등이 은퇴하고 말았다. 외국인 용병들도 뒤를 받쳐주지 못했다. 오너가 의지를 갖고 이들을 잡았거나 FA로 수혈했다면 삼성이 지금처럼 몰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삼성이 내년 시즌에는 반등할까.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

김성근-이만수 감독 시절, 왕조였던 SK가 한때 힘을 쓰지 못한 것도 연속우승으로 선수들의 몸값이 올라가자, 우승 맛도 볼 만큼 본데다, 구단 측에선 수익문제를 고려하게 되었다. 또 FA로 정대현, 윤길현, 정근우, 정우람 등을 잡지 못한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켰으리라.

모기업이 어려움을 겪은 두산은 FA로 많은 선수를 잃었다. 최소한 잡을 선수(김재호, 허경민, 김재원 등)만 잡으며 버텨왔으나 2022년 9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김현수를 비롯해 양의지(FA로 복귀), 최주환, 민병헌, 박건우, 오재일, 이용찬, 함덕주 등이 FA와 트레이드 등으로 팀을 떠나갔다. 여기다 유희관, 오재원 등 베테랑이 부진하며 주저앉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감독의 헌신은 팀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IMF가 터지고 모든 구단이 힘든 시절을 보낼 때다.

쌍방울 등 가난한 구단은 경험 전무한 선수, 타 팀에서 방출된 쓸모없다 진단받은 선수를 모아 ‘이기는 야구’, ‘이기기 위해’ 전력을 쏟는 야구를 했다. 팬들은 그런 구단을 응원한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은 이기면서 성장한다. 강해서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면서 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