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마무리 투수를 흔히 소방수, 클로저(closer)라고 부른다. 대개 전성기 시절 선발로 뛰거나 혹은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던 투수들이 훗날 마무리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프로야구 초창기 시절에는 지금처럼 분업 개념이 뚜렷하지 않아 선발, 중간계투, 마무리를 오갔다는 게 정답이다.

선발로 뛰다가 훗날 마무리로 돌아선 경우는 해태 선동열, LG 봉중근, 삼성(기아) 임창용 등이 대표적이다. 선동열은 일본으로 건너가 '나고야의 태양'으로 이름을 날릴 때도 마무리로 활약했다. 2010년대 임창용도 오승환이 일본과 미국에서 활약할 때 삼성에서 마무리로 뛰었다.

⊙ KBO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

스콧 프록터. 사진=스포츠조선

기자는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에서 투수로 활약하다 2012년 한 시즌을 두산 베어스에서 뛰었던 스콧 프록터 선수를 기억한다. 외국인 투수는 대개 선발인데 두산에서 마무리로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던 프록터는 방어율이 1.79로 꽤 준수했다. 국내 팬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이듬해 두산이 선발진을 보강한다는 이유로 재계약을 포기하는 바람에 미국으로 돌아갔다.

LG의 수호신 김용수. 사진=조선DB

LG의 마무리 김용수는 지난 2000년 11월 20일 은퇴했다. 등번호 41번을 구단에 반납했고, 그 번호는 영구결번이 되었다.

김용수는 1983년 1차 1순위로 MBC청룡에 지명됐지만 실업야구 한일은행 야구단에서 뛰다 1985년에야 프로로 왔다.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다 1986년 투수 김건우가 입단하자 김동엽 감독이 삼성의 권영호와 같은 마무리 역할을 주문하면서 ‘41번 전설’이 시작되었다.

사상 최초로 100승 200세이브를 달성했다. 16년간 LG(MBC)를 지켜 팬들은 ‘잠실의 늘 푸른 소나무’라고 불렀다. 김용수는 통산 126승 89패 227세이브 1146탈삼진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ERA)이 2.98로 압도적이었다. 누적 WAR(대체 선수 승리 기여도)는 58.02나 된다. 김용수가 은퇴할 당시만 해도 누적 세이브 부문 1위였지만 오승환(370세이브), 손승락(271세이브), 임창용(258세이브) 등이 앞질렀다.

1980년대 원조 소방수 권영호. 사진=유튜브 야구역사기록실.

삼성 권영호는 1980년대를 대표하는 마무리다. KBO리그 최초 전문 클로저였다.

첫 세이브는 1982년 5월 19일 해태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 성낙수의 공을 7회에 넘겨받아 2대 0 승리를 굳히면서 올렸다. 요즘에는 9회에 마무리가 등판하지만 당시로선 중간 릴리프가 계속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

권영호는 LG 김용수보다 먼저 100세이브를 달성했다. 1989년 10월 2일 빙그레와의 홈 경기에서 100세이브를 이뤄냈는데 당시 나이는 35세 8개월 9일이었다. 이날 권영호는 100세이브를 기념해 ‘불을 끈다’는 의미에서 소방수 옷을 입었고 명예 소방대원이 되었다.

김용수는 권영호보나 2년 늦은 1991년 8월 10일 100세이브를 달성했다.

빙그레 이상군, 태평양 정명원, OB 윤석환도 마무리 보직(補職)을 받아 자주 등판했다.

1986년 데뷔한 이상군은 4년 연속 10승(12-18-10-16승)을 할 만큼 대단했다. 구위가 좋아 마무리로도 뛰었는데 1988년 16세이브를 올렸다. 이상군은 통산 14시즌 동안 100승 77패 30세이브 622탈삼진을 기록했다. 누적 ERA가 3.30, WAR은 29.84였다.

태평양에서 전성기를 보낸 특급 마무리 정명원 투수. 사진=스포츠조선

태평양과 현대에서 뛴 정명원은 선발과 마무리를 오갔는데 데뷔할 때는 선발, 전성기 때는 마무리, 그리고 말년에 가서 다시 선발로 나섰다.

정명원은 12시즌(1989~2000년) 동안 395경기에 출장, 75승 54패 142세이브 634탈삼진을 기록했다. 누적 ERA가 2.56으로 어마어마했다. 마무리 시절에는 평균자책점이 1점대였을 만큼 그의 공은 난공불락이었다. 누적 WAR은 37.07.

정명원은 1994년 40세이브를 기록해 당시로선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를 기록했다. 40년 KBO사를 통틀어 단일 시즌 세이브 부문 7위의 기록이다.

통산 8시즌을 뛴 OB 윤석환은 처음부터 선발과 마무리를 오갔는데 데뷔 첫 해인 1984년 25세이브(12승 8패)를 올렸다. 당시 ERA는 2.84였다.

1988년에는 14세이브(13승 3패)를 올렸다. 윤석환은 8시즌 동안 50세이브를 올렸다. 통산 ERA는 3.44이다.

역대 ‘세이브 포인트’ 1위를 기록한 두산 마무리 진필중. 사진=조선DB

두산 마무리 진필중도 대단했다. 훗날 기아(2003년), LG(2004~2007년), 히어로즈(2008년) 구단에서 뛰었지만 전성기 두산 시절(1995~2002년) 강력한 클로저로 활약했다.

1998년부터 세이브 기록을 쌓기 시작해 1999년 16승 36세이브로 구원왕이 되었다. 당시 기록한 52‘세이브 포인트’는 역대 1위다. 투수가 구원으로 출장해서 올린 구원승과 세이브 수의 합계가 ‘세이브 포인트’다.

2000년에도 42세이브로 2년 연속 구원왕이 되었다. 42세이브는 1994년 태평양 정명원이 세운 40세이브를 넘는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이었다. 물론 이 기록은 훗날 다른 투수에 의해 깨졌다.

현대, 넥센, 롯데에서 마무리로 활약한 손승락. 사진=스포츠조선

손승락은 2001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2차 3라운드에 지명됐으나 영남대에 진학했다. 대학에 진학 후 투수로 전향했다. 현대 유니콘스 입단은 2005년. 입단 초기엔 3선발로 등판하다가 팔꿈치 부상으로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경찰청에 복무한 뒤 현대 구단이 해체되자 넥센(2010~2015년)과 롯데(2016~2019년)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통산 271세이브를 기록했다. 대단한 기록이었다. 삼성 오승환에 이어 역대 2위.

손승락은 최고 153km, 평균 146km의 구속으로 강속구를 던졌다. 안정적인 커맨드와 빼어난 구위가 장점이었다. 몸쪽 승부도 잘하고 삼진율도 높았다.

통산 12시즌(2005~2019년) 동안 45승 49패 7홀드 271세이브 662탈삼진을 기록했다. 통산 ERA가 3.64, 누적 WAR은 25.26이었다.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 한국 400세이브 달성을 앞둔 삼성 수호신 오승환. 사진=스포츠조선

현재 370세이브로 프로야구 40년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삼성 오승환은 내년 400세이브를 달성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엄청난 구위와 공의 회전수를 자랑하는 돌직구로 KBO리그를 평정했고 일본과 미국에서도 큰 활약을 펼쳤다.

국내 12시즌(2005~2013, 2020~2022년) 통산 37승 19패 370세이브를 달성했다. 누적 ERA가 1.93이다. WAR은 36.97. 요즘엔 직구보다 변화구를 많이 던진다. 오는 세월을 막을 순 없다. 간혹 홈런을 맞고 있으나 삼성의 마무리는 오승환이다.

단일 시즌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을 오승환이 갖고 있는데 2006년과 2011년 47세이브를 기록했다.

오승환의 꿈은 한국 400세이브,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다.

일본 한신 타이거스(2014∼2015년)에서 80세이브, 미국에서 4년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콜로라도 로키스 2016~2019년) 42세이브를 기록했다. 현재 한미일 통산 492세이브. 500세이브가 멀지 않았다.

현재 일본리그 최고 기록은 이와세 히토키의 407세이브로 1999년부터 2018년까지 20년간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뛰었다. 미국 MLB리그 통산 세이브 1위는 652세이브를 기록한 마리아노 리베라다. 1990년대~2010년대 뉴욕 양키스의 프랜차이스 스타였다. 그를 향한 여러 찬사 중에 하나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일 마무리는 바로 너다”이다.

현역 마무리 투수로는 한화 정우람, LG 고우석, 롯데 김원중, 기아 정해영, 키움 원종현(NC에서 이적), 조상우 등이 활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