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승엽(46) 두산 베어스 신임 감독의 한일(韓日) 통산 600호 홈런공이 경매시장에 등장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경매업체 코베이 옥션의 ‘삶의 흔적 경매전’에 나온 이승엽의 600호 홈런공 시작가는 1억 5000만 원이다. 경매번호는 3번.

베테랑 야구기자 홍윤표 씨(오센 선임기자)는 “한국 야구사에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 있는 이 홈런공이 어떤 경위로 경매 시장에 나온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진위 여부도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다만 이 홈런 기록공은 당시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서기 전, 심판들과 삼성 구단 일부 관계자만 알아볼 수 있는 특별표식을 해놓은 것을 사용했다고 한다.

코베이 측은 “이승엽의 600호 홈런은 한국 프로야구 선수 최초로 달성한 대기록이며, 전 세계 야구 선수 중 개인 통산 600홈런을 돌파한 선수는 메이저리그에도 8명 밖에 없으며, 일본에도 2명 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승엽의 한일 통산 600호 홈런(KBO리그 441홈런 + 일본리그 159홈런)은 2016년 9월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나왔다. 2회말 한화 이글스 이재우 투수를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날렸다. 비거리 110m.

이 공은 외야석에 자리 잡고 있던 양 모씨가 치열한 쟁탈전 끝에 낚아챘다고 한다.

2013년 7월 11일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이승엽의 개인통산 352호 홈런 달성 기념식에서 이승엽의 300호 홈런볼을 구입해 구단에 기증한 에이스테크놀로지 구관영 회장이 삼성라이온즈로부터 부부 평생회원권을 전달받고 있다. 구관영 회장은 1억2000만원에 매입해 보관해 왔었다. 사진=스포츠조선

현재까지 알려진 한국프로야구 홈런볼 최고가는 1억20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승엽이 2003년 6월 22일 대구 SK 와이번스 전에서 기록한 아시아 최연소 300호 홈런볼을 구관영 에이스테크놀로지 회장이 1억2000만원에 샀다. 애초 이승엽 홈런공이 국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자 그 공을 산 구 회장은 2013년 7월 삼성에 이 홈런볼을 기증했다.

그해 9월 2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기록한 아시아 시즌 최다 타이기록 55호 홈런볼은 TV 홈쇼핑 경매를 통해 1억2500만원에 낙찰됐다가 당사자가 막판에 구매 의사를 철회했다. (연합뉴스 2015년 6월 1일 자 기사 <이승엽 400호 홈런볼 가치는 얼마나 될까> 참조)

그러나 스포츠서울 야구팀이 쓴 《이것이 야구다》(2011)에는 ‘경매에서 한 보험 영업사원이 그의 홈런볼을 1억2500만원에 사갔다’고 적고 있다. 

한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마크 맥과이어의 1998년 70번째 홈런볼이 300만 달러(약 33억5천만원)에 팔렸다. 역대 스포츠 물품 경매 최고 낙찰가는 베이브 루스가 1920년에 입은 뉴욕 양키스 유니폼(상의)으로 442만 달러(약 51억 원)였다고 한다.

2012년 7월 29일 서울 목동 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과 넥센의 경기에서 4회초 삼성 이승엽이 좌중월 솔로 홈런을 터뜨린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이승엽은 이 홈런을 한일 통산 500호 홈런을 기록했다. 사진= 스포츠조선

그렇다면, 한일 통산 500호 홈런은 언제 나왔을까.

꼭 10년 전인 2012년 7월 29일 당시 넥센 히어로즈의 홈인 서울 목동 구장에서 나왔다. 이승엽은 넥센 투수 벤헤켄을 상대로 좌중간 120m짜리 솔로 홈런을 쳤는데 당시 나이는 만 35세(11개월 11일)였다. 홈런을 친 뒤 이런 말을 했다. "투 스트라이크에서 삼진은 먹지 말자고 생각을 했었고, 직구가 조금 높은 볼이 왔는데 가볍게 쳤습니다. 의외로 좋은 타구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일본 무대에서 기록한 홈런 159개를 포함해 한국과 일본에서 18년간 선수로 뛰며 500개째 홈런을 쳐낸 것이었다.

한일 통산 400호 홈런은 이승엽이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에 나왔다. 2006년 8월 1일 도쿄돔에서 벌어진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이승엽은 한신 투수 이가와의 8구를 받아쳐 좌월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32호 홈런.

지난 1995년 삼성에서 데뷔 후 9년간 활약하며 324개의 홈런을 쳐낸 이승엽은 2004년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로 이적해 2년간 44개의 홈런을 추가했다. 데뷔 12년 만에 한일 통산 400호 홈런을 완성한 것이었다.

2015년 6월 3일 오후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삼성-롯데 경기 당시 3회말 2사에서 이승엽이 통산 400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구장 전광판에 홈런을 축하하는 숫자 400이 큼지막하게 써져 있다. 사진=조선DB

일본리그에서의 홈런 기록을 제외한 KBO리그 400호 홈런은 언제 나왔을까.

2015년 6월 3일 포항에서 나왔다. 롯데 구승민 투수를 상대로 우측 비거리 120m짜리 큼지막한 홈런을 쳐서 국내 통산 400홈런을 완성한 것이다. 당시 이승엽은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0으로 앞선 3회 2사 주자가 없는 가운데 구승민에게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때려냈다. 일본에서 뛴 8시즌을 뺀 13시즌 만의 400홈런이었고, 1559경기 만에 쌓은 대기록이었다.

2013년 6월 20일 이승엽이 개인 통산 최다 352호 홈런을 날렸다. 삼성 이승엽은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SK와 경기에서 3회 1사 1, 3루에서 3점 홈런을 날리며 개인 통산 최다 홈런 352호 신기록을 달성했다.

이승엽의 홈런볼을 잡은 행운의 주인공은 인천에 거주하는 삼성팬 박지현 씨가 됐다. 신기록을 작성한 홈런볼을 자랑스럽게 들어 보이고 있는 박지현 씨. 볼의 실밥에 검은색으로 표식이 되어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스포츠조선

또 다른 홈런 기록으로 2013년 6월 20일 문학구장에서 이승엽이 친 352호 홈런도 잊을 수 없다. 상대 투수는 SK 투수 윤희상. 기존에 삼성 선배 양준혁이 갖고 있던 KBO 351호 홈런 기록을 경신, 새로운 홈런 역사를 썼다.

2003년 9월 29일 삼성-LG의 경기가 열리는 잠실구장 앞에서 관중들이 이승엽이 타석에 나오자 관중들이 일제히 잠자리채와 뜰채를 치켜들고 2억원 이상을 호가할 것으로 보이는 이승엽의 56호 홈런공이 넘어오길 기다리고 있다. 사진=조선DB

이승엽의 홈런 기록은 한때 야구판에 ‘잠자리채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홈런볼을 낚아채기 위해 야구팬들은 전국 구장으로 몰려 들었다.

2003년 10월 2일 롯데 투수 이정민을 상대로 이승엽이 친 56호 홈런은 아시아 신기록이었다. 이 홈런은 통산 324호 홈런. 이 기록은 1964년 왕정치(오 사다하루)의 55홈런으로 49년만에 기록이 경신되었다.

당시 56호 홈런볼은 잠자리채 속으로 빨려들어가지는 못했다. 구단 협력업체 직원이 잡은 뒤 삼성구단에 기증했다. 삼성은 답례로 순금 560돈쭝 배트를 만들어 보답했다고 전한다.

이승엽의 아시아 신기록은 이후 10년 뒤인 2013년 블라디미르 발렌틴의 60홈런으로 경신되었다.

2003년에는 또 다른 홈런 기억이 있다. 그해 6월 22일 SK와의 경기에서 투수 김원형(현재 SSG 랜더스 감독)을 상대로 세계 최연소 최단 경기 300홈런 기록을 달성했다. 당시 이승엽 나이는 만 26세(10개월 4일). 1075경기만의 300호 홈런이었다. 기존 기록은 100호, 200호와 마찬가지로 한화의 장종훈이었다. 당시 장종훈의 나이는 32세 2개월 26일(1565경기)이었다.

한편, 이승엽은 2017년 10월 3일 대구 라팍에서 마지막 경기를 갖고 은퇴했다. 당시 넥센 한현희 투수를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쳤다. 마지막 홈런은 467호, 한일 통산 626호였으며 23년의 현역을 마감하는 피날레 홈런이었다. 

2016년 12월 12일‘국민타자 ’이승엽이 한일 통산 600호 홈런 기념공을 쥐어 보였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승엽은 이렇게 말했다.

“2003년 한 시즌 최다 홈런(56호) 기록할 때는 제가 안절부절못했죠. 작년 600호 홈런 앞두고는 저는 아무렇지 않은데 주위에서 긴장하더라고요. 그게 달라진 점이겠죠.” 사진=조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