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논란은 지난 정부에서의 강력한 플랫폼 기업 규제, 그리고 이해 관련 단체의 적극적인 단체행동과 이에 호응한 정치권의 입법 추진 등이 맞물려서 이루어진 결과로 보인다.”

  한국정책개발학회 회장인 부산대 김용철 교수는 7일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불거진 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추진 논란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비합리적 정부 규제정책과 정치-행정적 압박 리스크를 ‘손절’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날수록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혁신 산업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입 회원만 3000만 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모빌리티 중개 플랫폼이다. 2017년 카카오에서 물적분할해 분사한 첫 해 162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5년만인 2021년 33배 증가한 5465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1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앱을 통해 택시, 대리운전, 퀵, 바이크 서비스 등을 중개하고 있고 올해는 배송과 화물 분야에도 진출했다. 장기적으론 자율주행차와 도심형항공모빌리티(UAM)의 플랫폼화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57.5%를 가진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일부를 사모펀드에 매각해 2대 주주로 물러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가 핵심 사업으로 꼽아온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의 사실상 접는 쪽으로 기운 것이다. 

  김 교수는 이를 “비합리적 규제정책과 시장문제의 복합적 상황이 결부되어진 정책 부작용”이라고 규정하면서 “윤석열 정부에선 지난 정부에서 추진돼 오던 규제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 혁신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방향과 시스템도 수정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타진을 문재인 정권의 강력한 플랫폼 기업 규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번 매각설은 비합리적인 유무형의 규제가 기업과 시장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 사례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뱅크’나 ‘게임’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 다른 플랫폼 산업과 달리 택시나 대리운전, 화물 등 100년 이상 된 옛 산업을 온라인화, 빅데이터화하는 것을 핵심사업 내용으로 하고 있어 제대로 하면 거대한 모빌리티의 혁명을 이룰 수 있다. 

  반면, 옛 기존 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엄청나게 많아 그러한 이해관계의 조정과 타협이 선제되어야 하고 그러한 규제 거버넌스를 어떻게 잘 해결해 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그래서 정부와 정치권은 유능하게 갈등을 잘 조정해가며 미래 산업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지난 5년 동안 정부의 플랫폼 기업에 대한 국가개입은 조정자 역할보다 강한 심판자 역할에 치중하다보니 시장이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사진=카카오

ㅡ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는 10조에 육박할 정도로 시장에선 유망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왜 카카오는 매각까지 생각하게 됐을까.

 “지난해 김범수 창업자를 비롯한 카카오의 CEO급들이 여러 차례 국회 국정감사 소환됐고, 본사-계열사에 대한 전방위적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국회에서는 온라인플랫폼 규제법도 발의됐다.  특히 카카오 모빌리티에 반대하는 택시나 대리운전 사업자 등 이익단체들의 전방위적 반플랫폼 운동이 지속 된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이다. 몇 개 기업 상장에 성공시켜 이미 상당한 기업이익을 축적한 카카오 입장에선 이런 계속되는 혼란스런 대외 리스크가 두렵기도 하고, 앞으로의 지속가능한 기업성장에 큰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을 크게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택시, 대리운전 사업자들의 입장을 배려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국가의 시장에 대한 개입은 일반적으로 국가자원 재분배, 거시경제 안정, 시장효율성 확보 등 세 가지 이유로 이뤄지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주로 대기업 집단의 독점금지에 치중한 감이 있다. 그래서 특정 법률로 일률적인 규제를 하다보니 기업의 특성에 따른 균형성 있는 정부 규제 효과가 충분히 일어나지 못하고 반감된 것이다. 이런 성향이 강해지면 전형적인 규제국가로 이행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카카오모빌리티 사안도 지난 정부에서 독점금지나 반경쟁적 시장질서로 인한 교란 행위의 교정이라는 목표에 집착하다보니 균형성 있는 정책 효과가 다소 반감된 측면이 있다."

-그래도 '콜 몰아주기' 의혹이 사실이라면 대기업의 횡포로 볼 수 있다. 

"‘콜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존 정책적 대응들이 직접적인 규제효과성은 있겠지만, 규제책임성 차원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 결과적으로 규제라는 정책수단은 정책수요의 압력이 증대할 때 손쉽게 정책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반면 규제대상자인 기업은 물론이고 국민적, 사회적 기준에서 소비자 주권과 편익이 크게 실현 되었는지는 냉철히 재고해 보아야 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매각되면 택시 승차대란이 더욱 심해지는 것 아닌가?

“심야 피크타임 때 더 많은 택시기사들이 현장에 나와줘야 하지만, 현재 수십 년째 규제로 묶여 있는 택시 산업 업계 시스템으로는 택시기사들을 현장에 더 유도할 수 있는 유인체계가 없어서 현실적으로는 그런 해석도 있을 수는 있겠다. 규제 샌드박스에 올라가 있는 택시리스제, 개인택시 부제 해제, 다양한 방식의 탄력요금제, 기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스마트호출 개념의 재도입 등 다양한 해법이 많다. 물론 개개의 제도 변화마다 장단점이 있어서 면밀히 검토해 보아야 하나 소비자의 선택권을 다양화해서 정책문제를 풀어보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카카오 택시 스마트 호출의 ‘5000원 호출수수료’가 논란이 돼 폐지됐지만, 다양한 방식의 제도개선 방식들을 국민적 기준에서 SWOT 분석해서 폭넓게 검토해 보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사진=조선DB. 

ㅡ이번 카카오 모빌리티 매각 이슈와 지난 정부 규제가 모빌리티 산업혁명의 좌절로 이어질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지난 정부의 규제정책기조는 이제 윤석열 정부에서 자율규제 방향으로 완전히 개편되기 때문에 향후에는 그러한 극단적인 관점으로 볼 필요는 없다. 이전 정부에서 다소 플랫폼등 대기업집단에 대해 강력한 규제정책이 추진된 것은 사실이나 이제 신정부에서는 플랫폼기업에 대한 규제가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더 크고 규제영향분석이 철저히 이루어진다면 기업활동에 큰 지장을 초래 하는 일은 크게 줄어 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이 경우에도 기업집단 자체의 독점적 폐해나 반시장적 기업행위 등에 대한 자율적인 선행조치가 마련되어 추진되어야 하고 이를 통한 국민의 사회적 편익이 향상 될 수 있어야 한다. 기업규제가 풀린다고 기업 이익만 올라가고 반면 국민의 사회편익이 침해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ㅡ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경제 성장을 위한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기업 규제정책의 기본 기조는 시장에 대한 정부규제를 최소화하여 시장 효율성을 최대화 하는 데에 있다. 이 기조에 맞추어 현재 대기업 집단에 대한 규제 강도와 범위를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마찬가지로 플랫폼 기업에 대해서도 예전의 규제강도와 범위가 완화되는 새로운 규제 가이드라인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경우에도 자율적인 탈규제나 저규제의 정부정책이 소비자 편익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즉, 소비자 사회후생 극대화와 기업의 시장 효율성의 균형점을 이룰수 있는 새로운 규제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