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뱌오(林彪‧1907~1971)는 영욕(榮辱)이 엇갈리는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다. 마오쩌둥의 대장정에도 참여했던 그는 국공내전(國共內戰) 기간 중에는 동북인민해방군을 이끌고 요심전역(遼瀋戰役)에서 승리, 만주(동북3성)을 장악했다. 이 전투는 마오쩌둥의 중국공산당군은  내전 초기의 열세(劣勢)를 만회하고 중국 대륙을 석권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1949년 2월 베이징을 함락시킨 사람도 린뱌오였다. 이러한 전공(戰功) 때문에 린뱌오는 1955년 인민해방군이 계급 제도를 도입했을 때 10명의 원수(元帥) 가운데 3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1959년 7월 루산(慮山) 회의에서 국방부장 펑더화이가 대약진운동을 비판했다가 실각한 후, 린뱌오가 그 후임이 되었다. 1966년 문화대혁명이 일어난 후에도 린뱌오는 마오쩌둥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바쳤다. 그해 8월 린뱌오는 마오쩌둥의 공식적인 후계자가 됐다.

하지만 마오쩌둥은 린뱌오가 군부(軍部)를 장악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했다. 린뱌오는 “마오 주석은 광범위한 영역에서 창조적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발전시킨 천재”라는 문구를 공산당 강령에 집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아부했지만, 마오쩌둥의 시의심(猜疑心)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궁지에 몰린 린뱌오는 가족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을 탈출했지만, 1971년 9월 13일 몽골 상공에서 비행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사망했다. 린뱌오가 쿠데타를 하려 했다는 둥 그의 아들이 마오쩌둥을 암살하려 했다는 둥 소문이 무성했지만, 밝혀진 사실은 없었다.

이후 린뱌오는 ‘마오 주석의 충직한 전우’에서 ‘혁명의 배신자’ ‘만고(萬古) 역적’으로 추락했다. 비림비공(批林批孔)운동이라 해서 린뱌오를 공격하는 대중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1976년 마오쩌둥이 사망하고 4인방이 체포된 후 문화대혁명의 희생자들은 복권(復權)되었지만, 린뱌오는 여전히 잊힌 인물로 남았다. 

어느 해인가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이 중국인민혁명군사박물관을 방문했다. 린뱌오의 사진이   안 보이자 덩샤오핑은 “다른 곳도 아니고, 혁명군사박물관에 린뱌오가 없다는 건 말이 되는다"고 야단을 쳤다. 이후 중국 전역의 혁명 관련 박물관에 린뱌오의 사진이 내걸리고, 그의 동상도 곳곳에 섰다.

덩샤오핑은 정치적으로는 린뱌오와 철천지 원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린뱌오는 문화대혁명 기간 중에 승승장구한 반면, 덩샤오핑은 홍위병들에게 시달림을 받고 하방(下放)되었다. 아들 덩푸방은 홍위병들이 건물 밖으로 집어던지는 바람에 반신불수가 됐다. 

린뱌오가 적극 참여했던 문화대혁명이 끼친 해악은 말로 할 수 없다. 영국의 역사학자 프랑크 디쾨터는 문혁으로 인한 사망자를 150만~200만명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린뱌오는 그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린뱌오가 요심전역 당시 벌인 창춘(長春)전투 때에는 그의 고의적인 아사(餓死)작전으로 16만 명의 시민들이 굶어 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덩샤오핑은 중화인민공화국 건설 과정에서 린뱌오의 군사적 업적을 인정하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최근 민족문제연구소 회원들이 국립대전현충원 백선엽(白善燁‧1920~2020년) 장군 묘소 앞에서 “독립운동가를 때려잡던 놈”이라며 파묘(破墓)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작년에는 일부 단체 회원들이 국립서울현충원(동작동)에서 일본군 출신 안장자들의 묘소에 오물을 뿌리는 난동을 피웠다고 한다. 

고인(故人)의 영면(永眠)마저 반대하는 그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생각이 있는 것일까? 단순히 백선엽 장군 등의 친일(?) 이력에 대한 민족적 분노 때문일까? 아니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백선엽 장군 등이 지켜낸 대한민국에 대한 거부감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