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남구을, 재선)이 "부산에 계신 분들이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일보), TV조선, 채널A를 너무 많이 봐서 한심스럽다"고 한 발언이 부산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발언이 논란이 되자 박 의원은 사죄의 뜻과 함께 "향후 이런 불미스런 일이 없도록 자숙하겠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는 여전하다. 

부산에서 초중고교 및 대학교(부산외국어대)를 졸업하고 부산의 특정 지역구(남구을)에서 5번이나 출마한 '부산사람'인 그는 왜 부산시민을 폄하하는 발언을 한 것일까. 그의 정치인생을 돌아보면 그 답이 나올 법도 하다. 

 대학시절 부산의 '운동권'이었던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끌던 통일민주당에 입당해 정치를 시작했고, 김영삼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다. 이후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 캠프를 거쳐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부산 남구을에 출마했지만, 15대 총선부터 내리 지역을 지켜온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18대와 19대 총선에도 출마했지만 마찬가지였다.  19대 총선에서는 김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해 새롭게 출마한 새누리당 서용교 의원에게 패배했다.   20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이 공천 관련 내홍을 겪고 부산에 민주당 바람이 불면서 4수끝에 극적으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21대 총선에서는 지역기반이 비교적 취약했던 미래통합당 이언주 전 의원과 맞붙으면서 재선 고지에 올랐다. 끈질기게 도전한 결과이면서 두 번 다 선거 운도 따랐다는 평가다. 

 박 의원은 한 지역구에서 5번 출마하면서 지역구 내 주민들의 집안사정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고, 일부 주민들은 안스럽다며 표를 주기도 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민주당의 험지 부산에서 오랫동안 어렵게 정치를 하다 민주당 바람을 타고 당선된 정치인이다.   

박 의원은 당내에서도 골수 친노-친문으로 분류된다. 20대 총선 당시 부산의 민주당 바람으로 당선된 '갈매기 5형제'의 일원으로 불렸다. 당시 갈매기 5형제는 김영춘, 김해영, 박재호, 전재수, 최인호 5명이다. 이는 2003년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며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에 합류했던 '독수리 5형제'에서 착안된 별명이다.  이들 갈매기 5형제는 부산 출신 정치인인 노무현-문재인과 깊은 인연이 있는 친노-친문계로, '부산 운동권'을 대표하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21대에서는 박재호, 전재수, 최인호 3명만 당선됐다. 

이 중 한 명인 김영춘 전 의원이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고, 박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이다. 친문계인 박 의원이 이번 선거를 어떻게해서든 승리로 이끌고 내년 대선의 기반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자신의 고향이며 자신을 믿고 찍어준 부산시민을 아무렇지도 않게 폄하하는 태도는 정치의 기본을 무시하는 것이다. 총선 대승 이후 오만할대로 오만해진 민주당을 보면 이번 발언이 크게 놀랍지도 않다.  시민들이 선거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길 바랄 뿐이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