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이어 3위에 머물던 그가 근소한 차이로 두 사람을 앞지른 것이다. 

‘문재인 정권 사람’ 윤석열 총장이 야권 대표 주자로 올라선 것은 분명 기현상이다. 윤 총장은 정치를 하겠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도 않았다. 그런 윤 총장의 급부상은 여권의 폭주와 야권의 무능이 만들어낸 일종의 ‘신드롬’에 가깝다.

기자는 《월간조선》 2020년 6월호에 <심층분석 / ‘윤석열 대망론’의 虛와 實>이란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야권 정치인, 법조계, 학계, 언론계, 재계 인사들에게 윤석열의 정계 등판 가능성을 묻고, 작성한 기사였다. 

이 기사에 나왔던 예측을 지금과 비교하면 거의 다 맞아 떨어졌다. ▲문재인 정권의 ‘윤석열 핍박’은 역설적으로 윤석열 총장의 몸값과 체급을 높일 것이다 ▲조국 전 장관 일가 비위(非違) 의혹을 시작으로 문재인 정권과 맞섰던 윤석열 총장이 다시금 현 정권과 한판 승부를 벌일 수 있다 ▲홍준표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은 윤석열의 등판을 꺼릴 것이다 ▲윤석열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 구축 시나리오’ 등은 해당 기사 보도 이후 현실화 되거나, 모두 언론에 보도가 됐다. 다만 아래 대목은 완전히 빗나갔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수사에 집중하는 현직 검찰총장을 두고 차기 운운하는 건 섣부른 예단일지 모른다. 권력 의지도 현재로선 뚜렷하게 감지되지 않는다. 여권이 권력의 우위(優位)를 점한 상황에서 윤석열 총장은 그저 법무부의 일개 ‘외청장(外廳長)’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달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중상모략이라는 말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등 정권을 겨냥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는 ‘법무부의 일개 외청장’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권력에 저항하는 것도 권력의지’라고 한다면, 윤석열 총장은 전례 없이 강력한 권력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윤석열 총장은 “임기를 마친 후엔 정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 후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여러 갈래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이지만, 대다수 언론은 ‘윤석열 총장이 대권을 염두에 두는 것 아니냐’는 쪽에 무게중심을 뒀다. 

윤석열 총장이 유독 ‘국민’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윤 총장은 지난 9일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차장검사들을 상대로 진행한 강의에서도 “검찰개혁의 방향은 ‘공정한 검찰’과 ‘국민의 검찰’이 되는 것”이라며 “국민의 검찰은 검찰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윤석열의 급부상을 언급하며 국민의힘 한 인사의 발언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국민의힘) 한 인사는 “정당만 없을 뿐이지 이미 심리적 정당은 만들어진 상황”이라며 “지금 정국은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당이 싸우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윤 총장은 정치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척점으로서 포지션이 형성됐다”며 “국민이 윤 총장을 보수의 대선 후보로 만들어줬기 때문에 앞으로 정치적 구도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열 총장은 권력의지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그 직후 ‘지지율 1위’로 올라섰다. 정당이나 정치세력이 아닌 순수한 국민의 지지가 배경이 됐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힘의 요체는 당연히 국민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총장은, 현재 가장 강력한 힘의 원천(原泉) 위에 서 있는 셈이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