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친호남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데.... : 월간조선

미래통합당이 연일 '호남 껴안기', '서진(西進)'에 나서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9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한 데 이어 당은 "비례대표 25%를 호남 인사로 채우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운천 미래통합당 국민통합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친호남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이를 위한 행동방안을 발표했다. 현역 국회의원들에게 호남 지역구를 배정하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권 중 25%를 호남 인사로 추천한다는 것이다.

국민통합특위는 현역 의원들의 '호남 제2 지역구 갖기 운동'을 추진한다. 호남 지방자치단체 41곳 모두에 현역 의원을 명예의원으로 위촉하는 방안이다. 명예의원은 해당 지자체와 자매결연을 맺고 중점 추진 예산과 법안, 지역현안 사업 해결을 위한 소통창구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호남 인사 비례대표 우선 추천제'도 추진한다. 국회의원 비례대표 당선권(1~20번)에 호남 인사를 25% 추천하는 내용을 당헌당규에 명문화하는 방안이다.

국민통합특위는 통합당 의원 103명 전원에게 당헌당규 명문화에 대한 동의를 받아 이를 명문화할 방침이다.

앞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20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광주에서 보여드린 모습은 역사의 매듭을 풀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며 “진영 논리와 이념에 매몰되지 않고 지역경제를 위한 미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1대 총선에서 통합당은 호남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다. 통합당 지역구 의석 중 56석이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지역 인사다. 당내 의원 중 호남이 고향인 인사는 정운천 전주혜 조수진 비례대표 의원, 서울 송파갑 김웅 의원 정도다.

당 지도부는 이미 일부 의원들에게 호남지역에 내려가 당협위원장을 맡으라는 권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대표 의원은 재선을 하려면 지역구를 맡아야 하는 만큼 호남 지역을 맡는다면 통합당 공천은 사실상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당선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현역 의원들이 당의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 '비례대표 당선권 25% 호남 우선추천제' 역시 당내에서 "절반은 여성, 25%는 호남으로 채운다는 것은 지역과 성별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통합당의 '호남 껴안기'는 호남지역보다는 수도권의 호남 출신 유권자들을 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수도권 유권자 중 약 30%는 호남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