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한 시민이 국회 개원연설을 마치고 나오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졌다. 이 시민은 “지금 이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냐” “가짜평화주의자, 가짜 인권주의자 문재인. 어떻게 평화 인권 운운하면서··” “빨갱이 문재인을 자유대한민국에서 당장 끌어내야 한다”고 외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발에 맞지는 않았고, 이 시민은 경호원들에게 제압된 후 경찰에 체포됐다.
대통령을 향한 ‘신발투척사건’은 12년 전에도 있었다. 이라크 기자가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중 욕설과 함께 신발을 집어던진 사건이다.
2008년 12월 14일, 미-이라크안보협정 체결을 축하하기 위해 이라크를 전격 방문한 부시 대통령이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회담 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시 대통령이 “이 전쟁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순간, 기자석에서 “전쟁은 끝났다! 이건 이라크 국민들의 작별 키스다. 이 개자식아!”라는 욕설과 함께 부시 대통령을 향해 신발이 날아들었다. 신발을 투척한 기자는 다른 쪽 신발도 집어던지면서 “이건 이라크의 과부와 고아, 미국에 살해당한 이라크 사람들의 몫이다”라고 외쳤다. 부시 대통령은 신발을 피했고, 신발을 던진 기자는 경호원들에게 끌려 나갔다.
아랍권에서 ‘개’라는 욕설과 함께 신발을 집어던지는 것은 가장 큰 모욕이다. 신발을 던진 사람은 알 바그다디아방송의 기자 문타다르 알자이디(당시 29살).
거사(?)를 한 직후 알자이디는 아랍권의 영웅이 됐다. 해당 신발을 제조한 업체는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특수(特需)를 누렸다. 수천명의 이라크인들이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신발이나 샌들을 장대 끝에 걸고 흔들며 시위에 참여했다. 나자프 지역의 남부 도시에서는 이라크 주민들이 미군 호송 차량에 신발을 던지기도 했다.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가다피의 딸은 그에게 영웅메달을 수여했다.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의 거리에는 “영웅적인 기자여! 당신의 행동에 감사드립니다”라고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반미 아랍국가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친미(親美) 왕정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부호는 문타다르가 던진 신발을 1000만 달러에 사겠다고 나섰다. 역시 친미 국가인 카타르의 국왕은 알자이디에게 두둑한 금일봉을 하사했다. 그에게는 구두를 비롯한 선물과 성금이 답지했다. 신발 동상도 세워졌다.
알자이디는 외국 국가원수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그는 알말라키 총리에게 자신의 행동을 사과하는 편지를 보냈는데, 가족들은 그게 고문에 의해 강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정에서 알자이디는 “부시는 이라크를 점령해 무고한 이들을 죽였는데, 미소를 보니 치가 떨렸다”고 진술했다. 그는 1년형을 선고받았으나 9개월 후 가석방됐다.
알자이디는 석방된 후 기자를 그만두고 유럽으로 건너가 '알자이디재단'을 설립하고 전쟁고아를 돕는 활동을 하다가 2018년 귀국했다. 그는 그해 5월 총선에 ‘부패 척결’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기도 했다.
이라크 기자가 던진 신발에 맞을 뻔 했던 부시 대통령은 나중에 "기자 여러분에게 그 사람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는 것은 신발 사이즈가 10(인치·25.4㎝)이라는 것"이라고 농담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 정도의 여유가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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