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도 영세상인을 죽이려 하는가? : 월간조선

경기도 일산 주엽역 주변 상가 밀집지역./ 조선DB

새정치민주연합, 상가임대차 계약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기로

새정치민주연합이 2015년 12월 22일 상가임대차 계약갱신 요구권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영업자 살리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 따르면, 모든 영세 자영업자들과 상가 임차인들은 건물주가 바뀌어도 최소 10년간 장사할 권리를 보장받게 된다. 그런데 이 법이 도입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과거 민노당이 ‘영세상인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을 발의하고 김대중 정부가 도입하여 그랬던 것처럼 모든 영세 자영업자들과 상가 임차인들을 죽이게 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과거의 잘못된 민노당 정책을 벤치마킹해야

‘영세상인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어떻게 도입되었는가를 보자. 이 법은 백상기 씨라는 사람의 공로로 탄생했다. 지체장애 3급인 백상기 씨는 1991년 날품팔이와 포장마차 등을 하면서 번 돈으로 청주시내에 작은 횟집을 차렸다. 그러나 그는 수시로 과도한 월세 인상을 요구하는 건물주 때문에 권리금도 받지 못하고 쫓겨났고, 보증금으로 돌려받은 300만원을 들여 야식집을 열었으나 자신도 모르게 바뀐 주인에 의해 거리로 내몰리는 신세가 되었다.

참다못해 백상기 씨는 건물주의 횡포에 대항하기로 결심하고, 상인 2,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1993년 12월 국회에 상가임대차보호법 입법청원서를 제출했다. 그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까지 벌이기도 했다. 백상기 씨의 요구는 드디어 민노당의 발의로 김대중 정부가 2001년 12월 19일 ‘영세상인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이라는 법률로 제정하여 2003년 1월부터 시행되었다.

‘영세상인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전형적인 가격규제

‘영세상인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정 금액 이하의 임대보증금에만 해당된다. 기준금은 당시 서울 2억 4천만 원, 수도권 1억 9천만 원, 군지역과 인천을 제외한 광역시 1억 5천만 원 등.

둘째, 임대보증금을 내는 상가임차인이 사업자로 등록하여 세무서로부터 확정일자를 받으면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셋째, 보호 내용은 다음과 같다

▵5년간 계약

▵임대료 인상폭을 5년간 5～10%로 제한 (현행 임대료 인상률은 5년간 9%)

▵임대료 우선 변제 등의 권리를 부여받게 됨.

‘영세상인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전형적인 가격규제 정책

‘영세상인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대료 상한선을 규정한 전형적인 가격규제 정책이다. 문제는 바로 가격과 같은 ‘임대료’ 상한선을 규정한 데 있다. 서울의 경우 임대료 상한선은 2억 4천만 원이다. 그래서 건물주들은 법을 시행하기도 전에 법 적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일제히 임대료를 상한선 이상으로 올려버렸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임대료를 대폭 올려 보증금 상한선을 넘기면 굳이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해 줄 필요가 없고, 국세청에 임대소득이 노출될 우려도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법 시행 이전부터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이 봇물처럼 쏟아졌고, 영세상인 임대료는 눈 깜짝할 사이에 크게 뛰고 말았다.

‘영세상인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 도입으로 영세상인만 죽게 돼

이 결과 법 시행은 2003년 1월인데도 2002년 11월경 명동, 강남, 신촌, 여의도 등 서울지역 주요 상권의 경우 영세상인 관련 임대료는 평균 50% 이상이나 폭등했다. 이 같은 폭등은 법 시행 이전에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법 시행 직후에는 전국 평균 임대료 상승률이 85% 정도나 되었다. 보호를 받아야 할 영세상인들은 ‘시장의 복수’를 받은 대신 건물주들만 덕을 본 셈이다.

그런데 16대 국회에서 이 법을 발의했던 민노당은 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2004년 4월 22일 영세상인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은 “본래 취지와는 달리 영세 세입자를 전혀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며 “17대 국회 개원 즉시 법 적용 대상을 비영리단체를 포함한 모든 세입자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민노당은 개정안을 끝내 제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영세상인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영세상인들에게 오히려 피해만 주었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깨달았기 때문이다. 잘못된 법 도입을 발의했던 민노당, 법을 제정했던 김대중 정부는 사라지고 없지만 피해를 본 영세상인들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총선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야

민노당은 기존의 계약기간 2년을 5년으로 연장함으로써 영세상인 관련 임대료를 한꺼번에 85%나 올리는 데 기여하여 영세상인을 죽게 만들어버렸다. 그런데도 새정치민주연합은 총선 포퓰리즘에 젖어 '모든 영세 자영업자들과 상가 임차인들을' 대상으로 계약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기로 했으니 대한민국의 '모든 영세 자영업자들과 상가 임차인들'이 죽어가는 꼴이 눈에 보인다.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민노당과 김대중 정부가 ‘영세상인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을 도입하여 영세상인들을 죽게 한 잘못된 법의 피해를 벤치마킹하기를 간곡히 권한다. 이를 따르는 것이 바로 수권(授權)을 바라는 제1야당의 자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