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라고 큰 소리를 치지만 대자연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것 같다. 이번에 발생한 인도네시아의 지진은 바로, 인간의 무력함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마치 공포영화의 제목 같은 ‘불의 고리(Ring of Fire)’는 5,000명이 넘는 사망자와 수만 명의 부상자, 수십만의 이재민을 양산했다. “57초 동안 계속 되었는데, 마치 하루처럼 길게 느껴졌다”는 어느 생존자의 인터뷰 기사가 그 당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공포, 그 자체의 연속이었으리라. 「진도7에서 살아남다」라는 책을 낸 사람이 있다. 일본의 니이가타(新潟)에서 메디컬센터의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다무라 코우지(田村康二)씨이다. 그는 ‘진도7’의 대지진을 두 번이나 겪고서도 살아남은 사람이다. 이번 인도네시아의 지진이 ‘진도6.3’ 이었다고 한다. ‘진도 7’의 파괴력은 이보다 더 할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지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일본 기상청에서 분류하고 있는 「지진의 등급별 해설표」중 ‘진도7’의 상황을 발췌하여 보았다. ㆍ 사람이 느끼는 상황 : 제멋대로 흔들려서 자신의 의지로 활동할 수 없다. ㆍ 실내에서의 상황 : 집 안의 가구가 이리저리 굴러다니거나 날아다닌다. ㆍ 실외에서의 상황 : 벽의 타일, 유리창이 파손되어 낙하한다. 블록벽도 깨진다. ㆍ 생활환경 : 전기, 가스, 수돗물의 공급이 중단된다. …… 등이다. 지난해의 일본 ‘니이가타(新潟)’의 지진이 바로 ‘진도 7’에 해당된다. ㆍ 차를 타고 있었는데, 차바퀴가 빠져 나간 것 같았다. ㆍ 큰 배를 타고 있는 것처럼 차가 마구 흔들렸다. ㆍ 5층 아파트가 심하게 흔들렸고, 방 안의 물건들이 날아 다녔다. ㆍ 풀장의 물이 한꺼번에 넘쳐흘렀다. 니이가타(新潟) 주민들의 경험담이다. 다무라(田村)씨는 “대지진이 발행하면 틀림없이 정전이 되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갇혀 버리게 된다”고 강조한다. “얘들아 ― 어디 있느냐?” “손전등은 어디 있지?” “가스 밸브는 채웠느냐?” “출구가 어디야?” “옷은 어디 있지?” “신발은 어디 있지?” …… 허둥대면 큰 일이 난다고 한다. ‘최초 5분간이 생사를 가른다’ 축구경기에서도 시작 후 5분과 종료 전 5분이 대단히 중요하듯 지진에서도 최초 5분이 너무나 중요하다. 지진은 어느 경우에나 ‘여진’이 계속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피해자로서, 의사로서 살아남기 위한 ‘지혜’를 전하고 싶다”는 다무라씨는 최초 5분의 대응 요령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손전등을 확보하는 것이다. 손전등은 언제나 쉽게 찾을 수 있고, 건물의 흔들림에도 잃어버리지 않는 안전한 곳에 두어야 한다. 당황한 나머지 어디에다 두었는지 잊어버리고 허둥대는 경우가 많다. 또한 평소에 건전지의 유효기간이 지나지는 않았는지를 체크해야 하며, 건전지를 예비로 확보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둘째, 문을 열고 탈출할 길을 확보하는 것이다. 탈출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철근 건물의 경우는 문틀부분이 뒤틀려서 탈출구가 막혀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헬멧, 안전모 등을 준비하는 것이다. 대피 중에 낙하물이 머리에 떨어지면 큰 상처를 입을 수 있게 때문에 필히 헬멧을 준비해야 한다. 헬멧은 하나뿐이 아니고 평소에도 사무실, 자동차, 자택현관 등 곳곳에 비치하는 것이 좋다. 헬멧이 없으면 방석(座布団)을 뒤집어쓰는 것도 요령이다. 이상 세 가지가 지진 발생시 5분 이내에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행동 규칙이다. 이밖에 비치하고 있으면 유익한 물건들이 있다. 『휴대전화, 안경, 콘텍즈렌즈, 보청기, 귀저기, 변기통, 모포, 방한복, 휴대용의자, 비상약, 설사약, 비상식량, 물(水)』 등이다. 일본사람들은 이러한 사항들을 매뉴얼화하여 평소에 훈련을 하고 있다. 1995년 1월 17일, 코오베(神戶)시를 중심으로 한신(阪神)대지진이 발생하여 5,000여명의 인명피해와 10조 엔이 넘는 재산 피해를 입혔다. 이 지진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 필자와 절친한 관계인 이와타(岩田, 현 후쿠오카 하이얏트 레지덴셜 회장)씨이다. “목조 건물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는 이와타(岩田)씨는 집안의 가구들을 파헤치고 밖으로 탈출하여 근처의 공원으로 갔다고 한다. 공원의 경우는 나무들이 많기 때문에 나무뿌리들이 지반을 공공히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가장 큰 문제가 물이었다고 한다. 수돗물이 끊기고, 구급차도 다닐 수 없는 전쟁터와 똑같은 상황에서 36시간이나 물을 못 마셨던 기억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단다. 63세인 이와타 고하치(岩田耕八)씨는 일본의 옛말에 ‘무서운 것 4가지’가 있다고 했다. 『지진, 번개, 화재, 아버지』 일본의 아버지들도 옛날에는 지진만큼 무서웠던 모양이다. 일본은 지난해에 ‘대재해와 테러에서 살아남자!’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1억(億)명의 방재(防災)핸드북’을 발간하였다. 그 중에는 ‘우리 집의 내진도(耐震度)를 체크하자’는 항목이 있다. - 우선 집의 지반을 체크한다. - 기초 공사부분과 기둥을 체크한다. - 지붕의 안전성을 체크한다. …… 등이다. 이는 지반과 기초공사가 취약하면 어떤 지진대책을 세워도 일순간에 집이 유실됨은 물론 생명의 위험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집 값 타령만 하고 있는 우리와는 너무나 다르다. 일본의 유명 건설회사인 가지마(鹿島)건설의 건설연구소는 내진공법에 대한 연구가 대단히 활발하다. 이 회사의 연구소에 근무하는 고사카 쥰이치(小坂順一, 59세) 씨는 “초고층 시대를 맞이하여, 지진발생시 건물이 스스로의 체질을 변화시켜 지진의 파괴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게 한다” 는 공법이 개발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와는 관계가 없는 남의 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자연의 분노일까?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재해가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