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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돌이 집중제와 분권국가의 청사진

스위스의 고슴도치국방론에 입각한 헌정(憲政) 애국심 필요

안성호  대전대 교수 겸 세종·제주 자치분권균형발전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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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지방정부 관계 재설정하는 획기적 지역분권
⊙ 한국의 ‘소용돌이 정치’ 극복 방안으로서의 분권화(分權化)
⊙ “스스로 잘 다스리는 인민은 (독재자나 외국의) 지배 받지 않아”
역사학자 스티븐 헬브룩은 스위스가 주변 강대국들과 달리 히틀러의 침공 야욕을 꺾은 비결이 “스위스가 군주국이 아니라 지방분권적 연방주의와 직접민주주의, 그리고 시민군을 가진 공화국이었던 데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구글
광복 후 72년 동안 한국은 일제강점의 상처와 민족분단의 아픔을 안고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원조로 연명하던 최빈국에서 경제규모 11위에 1인당 GDP 28위의 원조(援助)국가로 도약했다. 민주화운동의 결실로 권위주의와 독재를 극복하고 민주국가의 반열에도 올랐다.
 
그러나 광복 이후 엄중한 반성의 과제도 함께 남겨 놓았다. 한국은 분단의 멍에를 짊어진 채 미·일·중·러 4강 대국의 각축 속에서 북핵(北核)과 미사일 위협에 직면한 지정학적 국방안보 취약국가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는 살얼음판의 위태로운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소용돌이 집중제 헌법질서
 
지난 10년간 비틀거리는 한국 경제와 사회는 국민의 삶을 깊은 시름에 빠뜨렸다. 2%대 저(低)성장이 고질화한 가운데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됐다. 가계부채는 1400조 원을 넘어 경제의 뇌관이 되었고, 청년실업은 100만 명이 넘었다. 노인 빈곤율은 49.6%로 OECD 국가 평균의 4배에 달한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과 고용불안 및 산재사망 1위 국가이고, 삶의 만족도와 시민 간 유대강도 및 환경 최하위 국가다. 한국은 부패의 정도도 심한 국가로 평가되고, 사회적 갈등도 극심한 나라다.
 
암울한 사회경제적 통계는 저급한 민주주의와 연결된다. 2012년 ‘효과적 민주주의지수(EDI)’로 계산된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은 180개 국가 중 53위다. 2015년 세계경제포럼(WEF)은 한국의 정치인 신뢰도와 공공부문 성과를 144개국 중 각각 97위와 104위로 평가했다. 2017년 OECD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인의 정부 신뢰도는 24%로 OECD 국가 평균 42%보다 18% 낮고, 세계 1위 스위스인의 정부신뢰도 80%보다는 무려 56%나 낮다.
 
반세기 전 한국학 연구의 권위자인 그레고리 헨더슨은 한국병의 근원을 ‘소용돌이 정치’로 규정하고, 이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안으로 분권화(分權化)를 강조했다. 그동안 한국 문제와 씨름해 온 많은 전문가는 극심한 대립과 교착의 지역할거 정치를 극복하고 국민통합과 평화통일을 촉진하는 구조적 해법으로서 분권개혁을 역설해 왔다.
 
역대 정부는 지방분권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은 고질적인 소용돌이 집권제의 극복에 실패했다. 한국은 여전히 중앙집권적 소용돌이 정치에 얽매여 선진국 문턱에서 심각한 발전장애를 겪고 있다.
 
통일한국을 지향하는 혁신가 정신의 클러스터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보충성 원칙에 입각해 정부 간 관계(IGR)를 재설정하는 획기적 지역분권이 필요하다. 입법권, 행정권, 재정권, 인사권의 지역분권과 함께 대의민주제 결함을 보완하는 직접민주제 확충과 더불어 읍·면·동을 자치공동체와 시민공화정치의 요람으로 전환시키는 제도개혁이 필요하다.
 
현 정부는 소용돌이 집권제를 청산할 과감한 분권개헌을 약속했다. 동아시아 평화와 통일한국에 대비하고, 이전투구의 소모적 정쟁을 끝내며, 개인과 지역의 혁신력을 북돋우는 분권개헌을 실현하려면 소수존중의 비례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연방국가 수준의 지방분권 개혁과 대의민주제를 보완하는 국민발안제와 국민투표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경우 정부는 국민의사를 수렴해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쳐질 분권개헌안을 국회에 발의할 예정이다.
 

스위스의 헌정애국심과 무장(武裝)중립정책
 
간혹 전쟁위협이 상존하는 한반도 상황에서는 오히려 강력한 중앙집권제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역사의 교훈과 학문의 성과는 위기상황에서도 통합적 리더십이 소용돌이 중앙집권제보다 권력공유 지방분권제에서 더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음을 확증해 왔다. 분권국가로서 번영의 기적을 일궈 온 스위스의 ‘고슴도치국방’ 사례는 그 대표적 증거다.
 
역사학자 스티븐 헬브룩은 스위스가 주변 강대국들과 달리 히틀러의 침공 야욕을 꺾은 비결이 “스위스가 군주국이 아니라 지방분권적 연방주의와 직접민주주의, 그리고 시민군을 가진 공화국이었던 데 있다”고 진단했다. 히틀러의 침공이 예정된 상황에서 알프스산록의 2만2000개 지하벙커에서 결사항전의 전의를 불사르던 스위스 국민의 경이로운 애국심이 분권적 헌법질서가 배양한 헌정애국심(constitutional patriotism)이었다는 사실은 지정학적 국방안보 취약국가로서 새로운 헌법질서를 구축하려는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을 시사한다.
 
스위스 국민의 헌정애국심은 철저한 무장(武裝)중립정책과 표리관계다. 투표권과 총은 스위스 국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두 기둥이다. 오늘날 스위스는 철저한 무장중립정책에 따라 대부분의 무기를 자급자족하며 약 70개국에 무기를 수출한다. 평화를 상징하는 영세중립국 스위스가 1인당 무기 수출에서 세계 1위라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남한 면적의 40%에 불과한 스위스 국토에 산포된 3000여 개 사격장에서 연중 벌어지는 사격훈련과 각종 대회는 사격이 국민의 자위수단인 동시에 국민스포츠임을 뜻한다. 더욱이 매년 2월 첫 수요일 7시30분 사이렌이 울리면 온 국민이 핵 대피소에 모여 핵전쟁과 자연재해 대비훈련을 실시한다.
 
스위스 고슴도치국방의 교훈은 자유와 평화는 한 사람의 영웅이 아니라 국민의 애국심과 상무정신을 바탕으로 튼튼한 자위력을 갖춘 나라에 주어진다는 것이다. 자신의 저서에 스위스 제네바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밝혔던 민권사상가 루소는 《사회계약론》(1776)에서 “언제나 스스로 잘 다스리는 인민은 결코 (독재자나 외국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고 역설한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글=안성호 대전대 교수 겸 세종·제주 자치분권균형발전특별위원장

입력 : 2018.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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