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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CEO
  1. 리더십·전략

시험대에 오른 리더십

열강(列强)의 시대로 돌아간다 ‘스트롱맨’ 패권(覇權) 맞설 우리의 리더십을 묻다

“문재인이 트럼프와 맞붙으면 백전백패(百戰百敗)… 모든 사안, 문서를 근거로 풀어나가야”

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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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대가 원하는 리더십이 뭔지 명확히 파악해야”(함성득 한국대통령학연구소장)
⊙ “외교력은 국가 운명과 직결”(정의화 전 국회의장)
⊙ “패권국 입장에서 세계 바라보면 우리가 해야 할 일 알 수 있어”(배기찬 전 청와대 동북아비서관)
⊙ “역사적 인물은 시대를 뛰어넘는다”(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 “트럼프에게는 차분하고 치밀히 전략적으로, 시진핑에게는 공격적으로 우리의 뜻 전해야”(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 “전략적으로 ‘전쟁’ 말할 줄 알아야… 적폐는 청산하는 게 아니라 땅에 묻어 거름으로 쓰는 것. 청산하면 또 적폐가 자라”(백기복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대통령 자신의 주관 유지하며 좌우 편향되지 않는 중용의 리더십 필요”(이종원 대통령 리더십 연구가)
⊙ “박정희 시대 한국은 격랑 헤쳐가던 조각배… 1979년 남한 국방비 북한의 두 배로 올려 국제적 격변 헤쳐 나가”(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사진=조선DB
  작년 11월 ‘미국 우선주의’ 기치를 내걸고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은 국제질서에 바야흐로 ‘스트롱맨’의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 연임으로 장기 집권 포석을 놓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공안 통치로 1인 체제를 구축해 나가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그리고 현대판 ‘차르’ 별칭이 붙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세계는 열강이 패권을 다투던 20세기로 다시 돌아간 듯하다. 여기에 최근 잇따라 핵·미사일 도발을 자행하는 북한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골칫덩어리로 부상했다.
 
  이처럼 거칠어진 국제정세를 두고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스트롱맨 집권에 따른 ‘초불확실성의 시대’ ‘국수주의 강화와 극우화 바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부터 예고된 신고립주의’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조기에 치러진 우리나라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스트롱맨 담론’이 부상했다.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대표는 지난 3월 15일 한반도미래재단 초청 특별대담에서 “이제 세계가 스트롱맨 시대인데 한국만 좌파 정부가 탄생해선 안 된다”며 “한국도 이제는 지도자가 ‘스트롱맨’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유세 연설에서 굵어진 중저음 목소리를 선보이며 ‘누굽니까’라는 유행어를 탄생시켜 강한 리더십의 ‘강철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 대중과 소통하는 면모에 더해 재조산하(再造山河)와 적폐청산의 강경한 의지를 피력한 ‘나라를 나라답게’ ‘든든한 대통령’ 슬로건을 통해 집권에 성공했다.
 
 
  “통치의 위기는 리더십의 위기”
 
2017년 4월 27일 오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도 성남시 야탑역 광장에서 열린 야간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카리스마 리더십’ 거론에서 나타나듯 세계 각국 스트롱맨 지도자들의 패권 추구에 따라 국제정세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리더십 논의로 귀결됐다. 대통령학 연구 권위자인 함성득 한국대통령학연구소장은 올해 펴낸 자신의 저술(《제왕적 대통령의 종언》, 섬앤섬, 2017)에서 지도자 리더십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가 지속되는 한 미래 대통령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통치의 위기는 리더십의 위기인 것이다.”
 
  “대통령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면 문제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그럴 때 대통령의 위기 극복은 요원해진다. 미래 대통령은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리더십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를 기초로 이 요구에 필요한 국정운영의 방향을 설정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대통령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정립해야 한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2011년 발간한 자서전(《이름값 정치》, 메디치미디어)에서 현실정치의 리더십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자유무역협정(FTA)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국가경제가 오락가락하고, 북한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한반도 생사가 좌우된다. 한마디로 외교력이 국가의 운명과 직결돼 있다는 얘기다. 외교력의 향방을 결정하는 정치 리더십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최근 가속화되는 패권국가의 등장과 요동치는 국제정세의 판도에 대해 배기찬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실 동북아비서관은 이렇게 강조했다.
 
  “패권국과 패권체제의 머리 위에 올라서서 부릅뜬 두 눈으로 역사와 세계를 볼 수 있다면, 우리는 더욱 깊고 자세하게 세계와 우리 자신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코리아 생존 전략(개정증보판)》, 위즈덤하우스, 2017)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였던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은 “이제 우리의 초점은 제도를 넘어 사람에게 더 집중되어야 한다” “역사적 인물은 시대를 뛰어넘는다”며 리더십의 요체가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현 정권의 정치·외교 리더십은 과연 스트롱맨 패권주의 시대를 관통하고 아우를 만한 저력을 지녔을까? 결국 대북문제의 해결방안과 강대국 스트롱맨들과의 국제관계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이다. 리더십 전문가들의 제언과 전망을 살펴봤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내정(內政)은 시원하게, 외교(外交)는 치밀하게”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최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국내 정치는 시원하게, 국제 외교는 치밀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조선DB
  최진 원장은 청와대 정책비서실 국장과 고려대 연구교수, 미국 남가주대(USC) 초빙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인 리더십 전문가다. 지도자의 리더십을 심리학으로 분석해 대안을 제시하는 학자로도 유명하다. 10권의 저술이 대한민국학술원과 문화관광부 등 주요 기관에서 우수 학술도서로 선정됐다. 현재 한국대통령리더십학회장과 세한대학교 대외부총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에게 스트롱맨 시대에 성공할 대통령 리더십을 물었다.
 
  ― 오늘날 국제질서에 ‘스트롱맨’ 리더들의 시대가 왔다고 한다. 스트롱맨이란 무엇인가.
 
  “지금 언론에 나오는 스트롱맨의 의미는 그냥 강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공격형 스타일 의미에 국한됐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스트롱맨은 말이 많고, 자아의식이 강하고, 자기중심적이다. 이를테면 외향적인 스타일이다. 한 정치심리학자 표현에 의하면 ‘선동가형’이다. 자기현시성이 강해 스스로를 단번에 나타내려 한다. 자기가 대세와 흐름을 이끌어가려고 하는 성격적 특징도 강하다. 이를 스트롱맨이라고 한다.”
 
  ― 세계 각국 리더 중 누가 스트롱맨인가.
 
  “대표적인 스트롱맨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비슷하다. 반면 심리적 성격과는 상관없는 정치적 스트롱맨도 있다. 심리적으로는 내향적이라서 말수가 적고 용의주도하면서도, 정치적으로는 대외팽창적인 리더들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일본 총리가 정치적 스트롱맨이다. 스트롱맨도 부류가 조금 다르다.”
 
  ―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스타일인가.
 
  “문 대통령은 정치적 스트롱맨 스타일도 아니고 심리적 선동가형 스타일도 아니다. 행정가형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전형적인 행정가형이다. 쉽게 말하면 공무원 스타일, 이과(理科) 스타일이다. 차분하고 신중하다. 어떻게 보면 실수, 말실수 같은 것을 잘 안 한다. 반면 우리나라 스트롱맨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같은 스타일이다. 홍 대표는 심리적 스트롱맨으로, 전형적인 트럼프 스타일이다.”
 
  ―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은 ‘든든한 대통령’ ‘적폐청산’ 기조로 강하게 밀어붙이던데.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한테 조언을 많이 했다. 지금은 톡톡 튀고, 치고 나가야 무조건 유리하다고. 그래서 후보 시절에는 그답지 않게 상당히 튀지 않았는가. 그런데 실은 문 대통령답지 않은 표현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신중한 행정가 스타일이었는데 지난 대선에서는 시원시원하게 팍팍 치고 나가는 ‘스트롱맨 스타일’ 리더십이 유효했던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그런 스타일이긴 한데 최순실 사태로 (보수층 집권이) 어려웠다.”
 
  ―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행정가적 스타일로 돌아간 것 같다.
 
  “다음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다른 리더십을 보여주는 후보가 무조건 유리하다. 문 대통령이 선거 때는 스트롱맨 스타일을 많이 보여줬지만 지금은 다시 조용하고 차분한 리더십이니까 다음 대선에서 국민들은 좀 더 시원시원한 스타일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 ‘스트롱맨’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가형’ 문 대통령의 리더십 관계는 어떤가.
 
  “선동가(스트롱맨)와 행정가라고 보면 된다. 두 대통령은 심리적 궁합이 잘 맞는다. 다만 정치적으로 통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딜레마다. 결론은 ‘치고 빠지기’다. 심리적으로는 지금 페이스대로 가되, 정치적으로는 치고 빠져야 한다. 용의주도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으면 백전백패다. 모든 사안을 차분하게 문서에 의거해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가끔 트럼프가 확 몰아칠 때가 있다. 여기에 흔들리면 안 된다. 예측할 수 없는 스타일인 스트롱맨 리더십에는 용의주도하게 맞서야 한다. 치밀하게, 단계적으로, 계획적으로 나가야 한다.”
 
  ― ‘정치적’ 스트롱맨은 어떻게 다뤄야 하나.
 
  “시진핑, 푸틴, 아베는 정치적 스트롱맨들이다. 이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감성적으로 호소해야 한다. 우리의 뜻을 공격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 문 대통령이 국내적으로 어떤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나.
 
  “스트롱맨 스타일로 시원시원하게 나가야 한다. 야당 영수인 홍준표 대표에게도 두 번 세 번 전화하고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정치를 해야 한다. 테이크아웃 커피(엄숙한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정책을 의논하는 리더십 상징) 등으로 임기 초반에 보여주지 않았나. 이런 식으로 가야 국민들은 속 시원해하고 더 높은 지지를 보일 것이다.”
 
  ·스트롱맨은 강한 자의식과 자기현시성, 자기중심적 선동가형
  ·트럼프와 마크롱은 심리적 스트롱맨, 아베와 푸틴 그리고 시진핑은 정치적 스트롱맨
  ·문재인, 박근혜, 안철수는 행정가형으로 신중하고 차분해 실수가 적어
  ·트럼프에게는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시진핑에게는 공격적으로 접근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정치에서 ‘시원시원한’ 스트롱맨 리더십 필요
 
  백기복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이념의 덫에 빠지지 않는 ‘변칙형 리더’ 필요”

 
백기복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백 교수는 전략적 리더십을 강조했다. 사진=본인 제공
  백기복 교수는 30년간 리더십을 연구했고 리더십 분야 박사를 50여 명 배출했다. 그는 국내외 학술지에 리더십 관련 논문을 다수 발표한 리더십 전문가다. 대한리더십학회장과 한국인사조직학회장 등을 역임하며 리더십 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형 리더십》(북코리아, 2017)을 펴내 한국형 리더십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세계적으로 전파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논하기도 했다. 그에게 대통령 리더십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물었다.
 
  ― 현재까지의 문재인 대통령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대통령의 미션은 대략적으로 4가지다. 국가수호, 국민행복, 사회통합, 그리고 국가발전이다. 이 중에서 명쾌히 잘 하고 있다고 평가할 만한 항목이 지금으로선 보이지 않는다.”
 
  ― 앞으로 잘 할 것 같은가.
 
  “한국 대통령들의 역사로 볼 때 그럴 확률은 높지 않다. 망명, 자진하야, 피살, 하야, 투옥, 자식투옥, 자살, 형님투옥, 탄핵 등 역대 대통령 모두가 결국은 실패하지 않았나. 세계적으로 이런 나라가 없다. 사고의 프레임(frame)이 단순해 리더의 생각이 다 읽혀 아쉽다.”
 
  ― 패권지향적 국제질서와 내부갈등에 직면한 국내 정치 상황에서 필요한 지도자 리더십은 뭔가.
 
  “답은 ‘전략적 리더십(strategic leadership)’이다. 마음속으로 평화를 원해도 전략적으로 전쟁을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야당이 한없이 싫어도 웃으며 어깨동무할 줄 알아야 한다. 또 노동자를 편들고 싶을 때 경영자를 먼저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이게 전략적 프로 리더십이다. 지금의 리더십은 아마추어 리더십이다. 전략은 없고 편견과 고집만 있다. 적폐는 청산하는 것이 아니라 땅에 묻어 거름으로 쓰는 것이다. 그래야 새싹을 틔울 수 있다. 청산하면 또 적폐가 자란다.”
 
  ― 진정한 ‘한국형 리더십’은 무엇인가.
 
  “민주적 가치, 포용욕구, 실용지능, 그리고 생산적 에너지를 창출하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면 답이 나오는 문제들에 대해 분석을 하기 전에 이념과 편 가름으로 먼저 답을 정해버리면 안 된다.”
 
  ― 일각에선 강력하고 추진력 있는 ‘스트롱맨’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틀린 말이다. 스트롱맨은 강한(strong) 저항을 낳는다. 스트롱하기보다는 스마트한 전략적 리더가 필요하다. 전략적 리더는 국가 비전, 문제 해결, 국민과의 친밀감, 외국과의 협상 등에 탁월한 역량을 갖춘 리더이다.”
 
  ―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다양한 세계 지도자들의 리더십에 대해 평가하자면.
 
  “트럼프, 아베, 시진핑, 두테르테 등 모두가 ‘변칙 대통령들’이다. 사람들은, 당연히 풀어내야 하는데 지리멸렬하게 풀리지 않는 오래된 문제들(lingering problems)에 통분(痛憤)해 한다. 이런 통분이 해결사 대통령에 대한 갈증을 유발했고 변칙적 리더의 출현을 가능케 했다. 대한민국에도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많다. 권위의 압박, 남북문제, 교육문제 등 ‘고질적 문제를 시원하게 풀어줄 변칙적 대통령’을 원한다.”
 
  ― 국가 지도자가 되기를 원하는 정치인에게 조언한다면.
 
  “첫째, 지긋지긋한 좌우의 굴레를 묻어버리고 대한민국을 새 길로 이끌 ‘변칙형 리더’가 필요하다. 둘째, 이념의 덫에 걸리지 마라.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해 보면 답이 뻔히 나오는 문제를 이념을 가지고 접근하면 오답이 된다. 셋째, 정기적으로 전문가로부터 리더십 훈련과 코칭을 받아야 한다. 권한이 커졌다고 갑자기 더 훌륭한 리더가 되었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넷째, 살고 싶은 나라는 국민이 만든다는 생각을 잊지 마라. 한국의 역사를 보면, 항상 실패한 리더의 허물은 국민이 치워왔다. 대통령은 뭔가를 하려 하지 말고 국민들이 뛸 환경만 만들어주면 된다.”
 
  ·마음속으로 ‘평화’ 원해도 전략적으로 ‘전쟁’ 말할 줄 알아야
  ·적폐는 청산하면 또 자란다. ‘새싹(희망)’ 틔우기 위해 거름으로 써야
  ·세계 스트롱맨 지도자들은 국민 숙원(宿願) 해결하는 ‘변칙 대통령’
  ·우리나라에서는 ‘스트롱’ 안 통한다. ‘스마트’한 리더십과 전략적 리더 절실
  ·살고 싶은 나라는 국민이 만드는 것이다. 국민들 뛸 환경 만들어줘야
 
  이종원 대통령 리더십 연구가
  “대통령의 조건은 도덕성, 시대정신·비전, 추진력, 위기대응능력, 소통, 인사, 국민·국회와 협력”

 
이종원 리더십 연구가.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용의 리더십을 조언했다. 사진=본인 제공
  《시대정신과 한국 대통령 리더십 덕목》(BG북갤러리, 2013)의 저자 이종원 작가는 대통령 리더십의 덕목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이 작가는 대통령 리더십의 7가지 덕목으로 도덕성, 시대정신·비전(의제설정), 추진력, 위기대응능력, 통합력(소통), 인사 능력, 국민·국회와 협력 등을 꼽았다.
 
  ― 현재까지의 문재인 대통령 리더십에 대해 평가해 달라.
 
  “국민과 소통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은 좋다. 그러나 일면 ‘쇼통’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은 조금 지양했으면 한다. 누구나 나라가 잘되고 평화가 오길 바란다. 다른 건 다 좋은데 안보 면에서는 조금 더 확실하게 주관을 가지고 했으면 좋겠다.”
 
  ― 문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리더십은.
 
  “국가 안보 면에서는 눈치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드 배치 건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여론의 눈치를 보고 안 했다가, 다시 했다가, 또 임시로 했다가 이러면 곤란하다. 이를 우려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 안보 면에서는 더 강력하게 정책 추진을 하라는 뜻으로 들린다.
 
  “그분 특유의 겸손의 리더십, 서번트 리더십(다른 사람을 섬기는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리더십)은 훌륭하다. 다만 안보 측면에서는 더 확실한 리더십을 갖췄으면 한다. 얼마 전에 문정인 특보와 송영무 국방장관이 충돌했을 때 송 국방장관을 공개적으로 주의 조치한 것은 잘못한 거다. 국방장관은 대통령 다음으로 국방을 책임지는 사람이 아닌가. 안보 면은 더 (리더십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
 
  ― ‘스트롱맨’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극좌(極左)나 극우(極右), 어느 편을 들어서도 안 된다. 중간의 키(key)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중간자적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주변에 포진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현 정부에는 중간자적 인재들이 필요하다.”
 
  ― 중간자적 리더십이란.
 
  “중용(中庸)의 리더십이다. 여기서 말하는 중용이란 양극단으로 계속 우왕좌왕하는 태도가 아니다. 중용의 리더십은 대통령 자신의 주관을 지키면서 극좌, 극우에 편향되지 않고 오직 국가를 위해서 행동하는 리더십이다.”
 
  ― 안보 측면을 강화해 보수층을 끌어안으라는 말인가.
 
  “대통령에게는 보수층 또한 중요하다. 대선 때 (탄핵 여파에 따른 핸디캡에도) 홍준표 후보가 2위까지 나오지 않았나. 대통령이 되셨으니 이젠 반대편까지도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 자신들과 반대편에 있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꼴통’ 보수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다 나름대로 생각이 있고 지혜가 깊은 사람들이다.”
 
  ·문재인 대통령, ‘쇼통’으로 보일 수 있는 소통 행보 지양해야
  ·국민들에게 ‘안정감’ 보이는 게 우선
  ·안보는 국가 존망(存亡)과 직결, 여론 눈치 봐선 안 돼
  ·중간자적 인재들 조언 듣고 ‘중용의 리더십’ 필요
  ·반대편 끌어안는 ‘포용의 리더십’ 발휘 절실
 
  “좋은 거래는 당신이 승리하는 거래”
 
  스트롱맨들이 국제정세를 좌지우지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현실적이고도 장기적인 안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그들이 말하는 현 정권의 성공 요체는 용의주도한 ‘전략’이었다. 전략 부재의 ‘이미지 리더십’이나 임기응변식의 ‘돌출 리더십’이 아닌 내실과 혜안을 고루 갖춘 주도면밀한 ‘전략적 리더십’을 촉구했다. 치밀하게 갖춰진 방략(方略)이 있어야 국내 정치의 통합과 안정, 긍정적인 소통 기조를 도모하고 강성한 외국 ‘스트롱맨’ 지도자들과의 국제관계도 원활히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제8회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시민강좌에서 김태우 건양대학교 군사학과 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는 문 대통령을 향해 “남북관계보다 국제공조를 우선해야 하고 미국과는 동맹을, 중국을 상대할 때는 비적대적 우호관계로 유지·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자서전(《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김영사, 1989)에서 ‘한국 기계’ 인수 당시를 떠올리며 리더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이와 같이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결정을 내려야 하는 때를 자주 맞게 된다. 때로는 사소한 것일 수도 있고 때로는 사운(社運)을 건 중대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지 결국 마지막 판단은 경영자 스스로가 내려야 한다. 인생에 있어서도 판단은 중요하다. 어쩌면 우리는 인생의 성공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앞서 그것을 이루기 위한 가장 좋은 판단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사는지도 모른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빅씽킹》(서울문화사, 2016)은 트럼프식 리더십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거래 쌍방이 모두 이익을 취하는 거래가 진정으로 좋은 거래라고 말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정말로 좋은 거래는 당신이 승리하는 거래다. 당신이 더 많은 이익을 취하고 상대방이 패하는 거래를 만들어야 한다. (중략) 크게 생각하라. 하지만 크게 생각하라는 말이 공상가가 되라는 의미는 아니다. 당신 주변에 존재하는 문제와 장애물을 언제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만의 열정과 확신을 갖고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냉정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그를 일컬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실주의자라고 말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국가경영에 있어 실용주의적이고 현실주의적인 가치관으로 국가경제와 나라발전을 이룩했다는 학계의 평가가 많다. 박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비교 연구한 정치학 박사논문(윤종성, 〈대통령 국정과제 수행 리더십 연구-박정희·김대중 리더십 비교를 중심으로〉, 명지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2007)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리더십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박정희는 현장(spot)을 중시했다. 포항제철 건립 시에는 13번이나 현장을 방문했고 경부고속도로 건설 시에도 현장을 방문하여 인부들을 막걸리로 격려했다. 그리고 월남전이 한창일 때는 전쟁터를 마다하지 않고 방문하여 애로사항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격려하였으며 매년 해마다 열리는 정부부처와 시도의 연두순시는 거르는 일이 없을 정도로 그는 현장을 중시하는 지도자였다.”
 
  “박정희는 객관적인 평가(evaluation)를 매우 중요시했다. 예를 들면 수출진흥확대회의 시에는 각국에 나가 있는 대사들을 불러들여 수출유치 실적을 평가했다. 이에 따라 수출실적이 좋은 대사들은 영전했고 그렇지 못한 대사들은 좌천됐다. 그만큼 그는 평가를 중요시했고 방향을 설정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현재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류석춘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격월간지 《박정희정신》 창간특집(1/2월호) 좌담에서 박 전 대통령 지도력의 영향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이 지도력을 발휘할 때 일부의 반대는 있었지만 대다수가 박정희가 제시한 국가적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당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던 패배주의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라면서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엄청난 동기를 불어넣었고 그것이 그저 허황된 구호에만 끝나지 않고 실제 성과로 나타났기 때문에 더욱 큰 동력이 되었다”고 말했다.
 
 
  박정희 리더십을 통해 본 난국 해법
 
1976년 7월 5일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천호대교 준공식에 참석, 남부순환도로를 타고 서울 외곽 지역의 개발상황을 시찰하는 모습. 사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제공
  세계 패권주의 스트롱맨 리더십에 ‘맞불’을 놓듯 강력하고 단호한 카리스마 리더십의 재림(再臨)은 대한민국 정치·외교의 성공 리더십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박정희-박근혜 지우기’가 한창인 요즘 ‘박정희 리더십’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리더십과 국정기조로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것인가는 결국 본인 선택에 달렸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말처럼 리더는 결국 ‘혼자서’ 판단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질서가 ‘스트롱맨 지도자 시대’로 접어들어 외교적 불확실성과 돌발변수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제1차 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논문 〈우리나라는 우리가 지킨다 : 박정희 시대의 부국강병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정희 집권 18년은 문자 그대로 국내외적으로 격변의 시대였다. 쿠바 미사일 위기, 월남전쟁, 닉슨 독트린, 미소 데탕트, 미중 외교 재개, 카터의 주한미군 철군 정책, 김일성의 대남 게릴라 전쟁, 월남의 패망 및 공산화는 박정희 정권이 헤쳐나가야 했던 엄청난 대내외적 파도들이었다. … 필자를 비롯한 많은 한국 국민들은 박정희 대통령이 당면했던 18년 동안의 국제안보 상황과 현재 대한민국이 당면하고 있는 국제안보 상황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좌절을 느낀다. … 박정희가 국방, 외교, 안보 정책을 계획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박정희가 부국과 강병의 인과관계를 정확히 알고 그대로 집행했다는 점이다. 박정희 정권은 1970년대 초반 북한의 절반도 되지 못하던 국방비를 1979년에는 북한 국방비의 두 배로 올려놓았다. 박정희 시대의 한국은 격랑을 헤쳐가는 조각배 같았다. 부국강병을 통해 힘든 도전들을 헤쳐 나갔다.”⊙

입력 :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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