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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한국 조세회피처 지정,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세계 최대 조세회피처는 미국, 영국이라 주장했던 학자 있다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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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총리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2016년 4월 총리 퇴진을 촉구하며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
유럽연합(EU)이 지난 6일 우리나라를 파나마, 튀니지, 바베이도스 등과 함께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인 ‘비협조적 지역’에 포함시켰다. ‘조세회피처’라는 부정적 이미지의 단어로 인해 '우리나라가 마치 범죄국 취급을 당하지 않을까' 정부가 발끈했다.
 
 
EU의 속내를 보면, 우리나라가 외국인 투자 기업에 국내 기업보다 큰 혜택을 주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등에 입주하는 기업에 대해 법인세와 소득세를 5~6년간 감면해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을 적용 중이다. 우리로서는 외국 기업을 하나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당근’을 주는 입장으로 ‘저율과세 또는 무과세’를 적용한 것이지만, EU는 이것이 국제적 기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EU는 한국을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지정하기 앞서 ‘외국인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제도를 폐지하라’고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국익을 결정해 이를 반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뒤늦게 EU의 조치에 대해 발끈하고 나섰지만, 그간 정부가 EU에 대해 안일한 대처를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EU가 이런 조치를 단행할 것임은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예기된 일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 2013년 8월호 <월간조선>에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라는 내용의 심층탐구 기사를 내보냈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EU는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각 회원국이 세제 맹점을 이용해 대기업과 부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은 것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2010년경에는 회원국의 탈세 억제의 필요성이 유럽 전역에서 형성됐다. EU는 급기야 2013년 5월에 “오는 2015년 1월부터 회원국들의 은행 계좌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며 “룩셈부르크와 함께 계좌 정보 공유에 반대했던 EU 회원국인 오스트리아도 여기에 동참키로 했다”고 밝혔다.
EU가 최소 4~5년 전부터 회원국들이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을 중대 사안으로 살펴보며 이에 대한 대비를 해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행법상 케이먼제도를 비롯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것 자체는 합법이다. 물론 이후에 회사 설립에 대해 당국에 신고를 해야 하지만, 문제는 대다수의 회사들이 자금 세탁 차원에서 알음알음으로 이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앞서 영국의 한 학자는 “조세피난처의 세금 혜택 자체가 문제라면, 미국과 영국이 세계 최대의 조세피난처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 이 얘기를 귀기울여 그들을 설득했더라면, 지금처럼 EU가 우리를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올리기 전에 설득을 했든 협상을 했든 어떤 식으로든 현 상황을 바꿔보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현재 우리 정부는 EU의 세제 압박에 대해 다른 국가들은 어떤 식의 논리로 설득했는지에 대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영국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니컬러스 색슨이 <보물섬>이라는 책을 통해 “세계 최대의 조세피난처는 미국과 영국”이라고 주장했다. 책의 내용 중 일부다.
 
 
<2008년 버락 오바마가 정권을 잡기 전에 조세피난처 남용금지법을 공동 발의하자 곧이어 역외 로비스트들이 이를 표적으로 활동한 끝에 제거한 것은 이 오래된 전쟁 중 최근에 있었던 소소한 충돌에 불과하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미국 정부는 조세피난처에 대한 확고한 반대에서 ‘이길 수 없다면 같은 편을 하라’와 같은 미적지근한 태도로 이동하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 1980년대 이후 미국 자체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조세피난처로 탈바꿈하고 있다. (중략)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조세피난처들은 많은 사람이 추측하는 것처럼 이국적인 야자수로 둘러싸인 섬나라들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들인 것이다. 비밀주의 사법 체제를 앞장서서 옹호하는 마셜 랭어가 이랬다. ‘내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조세피난처는 어떤 섬나라라고 말하면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그런데 그 섬 이름이 맨해튼이라고 하면 깜짝 놀란다. 게다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조세피난처 역시 섬에 있는데, 바로 영국에 있는 런던이란 도시다.’>
 
 
글=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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