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된 아파트라고 무조건 재건축 해주지 않는다” : 월간조선

정부가 부동산 재건축에 대해 칼을 뽑아들었다. 아파트 재건축은 집값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혀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일 “재건축 사업 추진을 결정하는 ‘안전 진단’의 절차와 기준이 그동안 계속 완화되어 왔다. 이로 인해 사업 추진 필요성을 결정하는 본래의 기능이 훼손됐다”며 “안전진단 제도가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그간 과도하게 완화된 규정을 정상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전진단’은 노후된 아파트가 붕괴될 위험이 있지 않은지를 살펴보는 제도로, 재건축의 첫 번째 단계다. 현재 재건축은 토지 등 지역주민의 10% 이상이 시장, 군수 등 지방자치단체에 안전진단을 요청해 이뤄진다. 시장, 군수가 현지 조사를 통해 아파트(건축물)의 안전을 진단한 뒤, 3단계로 결론을 낸다. ▲재건축이 필요없는 유지보수 ▲조건부 재건축 ▲재건축 적합이다.

이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조건부 재건축이다. 조건부 재건축은 안전에 큰 결함이 없지만 지방자체단체장이 재건축 시기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재건축 적합이나 다름없었다.

이번에 국토부가 재건축의 첫 번째 단계인 ‘안전진단’ 검사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시장, 군수가 (안전진단 관련)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다. 육안 검사를 공무원이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지자체장이 공공기관에 현지 조사를 의뢰하지 않을 경우 이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이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이 이 절차에 직접 개입한다는 뜻이다.

통상 30년 이상된 아파트는 노후 아파트로 인식되며 재건축 대상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많다. 하지만 국토부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30년이나 그 이상 연식의 아파트라도 해도 안전상 붕괴될 위험이 있지 않으면 재건축이 힘들어질 전망이다. 국토부는 빠르면 다음달부터 이를 적용할 예정이다.

현재 재건축 연한(준공 후 30년)이 지난 서울 아파트 단지 중에서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곳은 총 10만3000여 가구로 추산된다. 업계에 따르면 강남, 서초구의 재건축 단지는 이미 재건축을 끝냈거나, 안전 진단을 받은 상태여서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의 노후 아파트들은 새롭게 적용된 깐깐한 안전진단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정혜연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