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넘은 선산이 녹지지역으로 묶여 잔디장(葬) 설치가 안된다니...

보건복지부에 ‘장사(葬事)문화 개선을 호소합니다
  •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
  • 업데이트 2017-04-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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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장은 땅의 효율성을 15배 높입니다
 
저는 여기저기 산에 흩어져 있는 분묘(墳墓)를 없애고, 우리의 산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며 25여 년 동안 전국의 여러 산을 여러 차례 오르내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장사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그럴듯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정부가 2008년 자연장(수목장, 화목장, 잔디장)을 도입했습니다. 저는 자연장 가운데 잔디장이 분묘의 대안이라 확신하고, 그동안 책과 칼럼을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왔습니다. 잔디장은 (우리 문중이 지금 추진하고 있는데), 분묘 1기(基)의 평균 면적이 5평이라 하고, 1평에 3기의 잔디장을 안치한다면 땅의 효율성은 15배나 높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문중 회의를 통해 선산에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조상들의 분묘를 한 데 모으고, 살아있는 문중 회원들의 장지도 마련하기 위해 잔디장 설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모델로 삼아 저는 잔디장이 분묘의 대안이라는 것을 전국적으로 홍보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규제에 묶여 추진이 쉽지 않습니다.
   
500년 넘은 선산이 녹지지역으로 묶여 잔디장 설치가 어렵습니다
 
저의 문중 선산은 536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선산 지역은 1973년에 그린벨트로 지정되었습니다. 저의 선산의 행정구역은 1988년에 ‘광산군’에서 ‘광주직할시’로 편입되었고, 1995년에 ‘광주직할시’에서 ‘광주광역시’로 개편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1986년 이전만 해도 한낱 시골 ‘면’에 지나지 않던 임야 지역이 모습은 이전 그대로인 채 지금은 ‘직할시’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마을에서 약 500m 떨어진 이 선산의 뒤는 산으로 이어져 있고, 선산의 좌우도 산입니다. 536년의 역사를 가진 이 선산에는 조상 묘 8기가 안치되어 있습니다. 이곳에다 저의 문중은 회의를 통해 법에 따라 2000㎡의 잔디장을 조성하기로 하고, 예산도 2억 원이나 책정했습니다. 그런데 그린벨트라는 이유로 출발부터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문제점을 간추립니다.
 
 
녹지지역이지만 규제 내용이 확실치 않습니다
 
1.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17조(묘지 등의 설치 제한) 제1호에 따르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6조 제1항 제1호 라목 에 따른 ‘녹지지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은 자연장지 설치가 제한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위의 인용에서 ‘녹지지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에서 ‘녹지지역’은 어떤 것일까요? 법 내용을 인용합니다.
 
“라. 녹지지역: 자연환경·농지 및 산림의 보호, 보건위생, 보안과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녹지의 보전이 필요한 지역”
 
그런데 ‘라목’은 ‘녹지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담당 공무원의 자의적인 해석을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의 선산은 ‘녹지지역’이라는 이름 말고는 “자연환경·농지 및 산림의 보호, 보건위생, 보안과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녹지의 보전이 필요한 지역”이라는 내용 어느 것에도 사실상 저촉되지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담당공무원의 생각은 다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민원을 제출했는데도 1달이 넘도록 회신이 없습니다.
 
2.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2조 제1호는 “녹지지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이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령에 따라 자연장지의 설치·조성이 제한되는 지역을 말한다”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제22조 제2호는 ‘수도법’ 관련법, 제3호는 ‘문화재’ 관련법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저의 선산은 이들 법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3.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2조 제4호는 법률 제17조 제4호의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의 내용이 무엇인가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주거·상업·공업지역인가, 수변지역인가, 도로법·하천법·농지법·산림보호법·국유림관련법·백두대간보호관련법·사방사업법·군사관련법·붕괴등의위험관련법과 관련되어 있는가’ 입니다.
 
저는 이들 법을 해석할 능력이 없어서 대통령에게 민원서류를 보내 보건복지부로부터 회신을 받았습니다(민원번호: 1BA-1609-191568). 보건복지부는, 위의 법 내용은 상수원과 관련된 지역이 아니면 ‘수도법’에 저촉되지 않고, 비에 쓸려나갈 지역이 아니면 ‘하천법’에 저촉되지 않고, 농업진흥지역이 아니면 ‘농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저의 선산은 이들 법에 전혀 저촉되지 않습니다.
 
 
‘귀에 걸면 귀거리, 코에 걸면 코거리’ 식 해석을 피해갈 수는 없는가요?
 
질문입니다. 장사문화 관련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을 자세히 읽어보면 저의 문중 민원이 거부될 이유는, 저의 문중 선산이 단지 ‘녹지지역’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담당 공무원의 ‘귀에 걸면 귀거리, 코에 걸면 코거리’ 식의 해석을 피해갈 방법은 없을까요? 보건복지부가 해법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석재로 장식한 가족묘, 공설묘 등이 규제되어야 합니다
 
참고로 저우언라이(周恩來)와 덩샤오핑(鄧小平) 이야기를 언급합니다. 저우언라이는 ‘중국은 땅이 좁으니 자기가 죽으면 화장하라’고 유언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진즉 화장법을 도입했다고 합니다. 또 덩샤오핑은 ‘죽은 사람이 산 사람 자리를 차지해서는 안 된다’며 자기가 죽으면 비석을 세우지 말고, 시신은 연구용으로 기증하고, 유골은 바다에 뿌리라고 유언했습니다. 유족이 덩샤오핑의 유언을 따랐다고 합니다.
 
한국은 지금 묘 장수들이 천년만년 가도 부서지지 않을 석재로 장식한 가족묘, 공설묘 등을 전국적으로 열심히 팔고 있습니다. 앞에 첨부된 사진에서 보듯이, 분묘 한 기가 얼마나 많은 석재로 장식되어 있습니까. 이 같은 분묘는 어느 산에서나 쉽게 눈에 띕니다. 규제는 그런 곳에 미쳐야 하는데도, ‘녹지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536년 된 선산이 잔디장으로 바뀔 수 없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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