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을 잔디장(葬)으로 바꿔 국토 효율성 높여야

잔디장이 해법 찾기 어려운 장사제도의 대안이다!
  •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
  • 업데이트 2017-01-31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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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조선DB

“집단 묘지 정비 대책 시급하다”
 
김태복 한국토지행정학회장이 쓴 “집단 묘지 정비 대책 시급하다”는 글이 관심을 끈다.(조선일보, 2017.1.27.) 길지 않아 전문을 인용한다.  
  
“설 명절에 찾아가는 묘소의 면적은 전국적으로 엄청나다. 335개소의 공설 묘지, 서울 여의도 면적의 4.5배에 이르는 155개 사설 법인 묘지, 그리고 사실상 방치된 수천 개의 공동묘지가 전국에 산재해 있다. 2007년 도입 후 조성된 자연장지도 총 1514곳이나 된다.
 
이제는 화장률이 80%를 넘었으니 과거 매장이 관행이던 시절에 조성한 집단 묘지들은 정비해야 한다. 재래식 자연장의 확산을 막아 국토의 묘지화를 예방하고, 연고자가 관리 의무를 포기한 분묘는 무연 분묘로 처리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주민등록법 제20조에도 지자체장이 주민의 거주 불명 등록과 직권 말소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법적·행정적 조치는 물론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회·보건복지부·지자체들의 지속적 관심과 노력도 집중돼야 한다. 집단 묘지 정비 대책은 ‘효율적 국토 이용’ 측면에서 시급하다.”
 
김태복 회장은 짧은 글에서 우리나라 장사제도의 문제점을 명쾌하게 지적했다. 그러나 짧은 글이어서 그런지 대안 제시가 미흡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잔디장(또는 평장)이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우리나라 장사제도의 대안임을 밝히려고 이 글을 쓴다. 미국에서는 국립묘지나 사설묘지에서 잔디장이 일반화되어 있다.
 
‘화강석으로 묘를 탑처럼 장식하고, 석재 묘비가 땅바닥에 나자빠져 있고 …’
 
우리나라 산은 어디를 가나 분묘(墳墓)로 가득 차 있다. 현재 분묘 면적은 약 1,000㎢로 전 국토의 1%에 이르고, 무연고 묘는 900만 기(基)를 넘는다. 여기에다 해마다 새로운 분묘가 17만여 기씩 증가하여 국토가 여의도 면적만큼씩 잠식되어 간다.
 
이를 보다 못해 나는 25여 년 동안 전국의 산을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아름다운 산이 분묘와 무연고 묘로 훼손되어 가는 증거를 모아 사진첩을 만들었다. 어떤 산에는 천 년 만 년 가도 모서리 하나 망가질 것 같지 않은 화강석으로 조상 묘를 탑처럼 장식한 경우도 있었고, 어떤 산에는 자손의 무관심 때문에 3미터가 넘는 석재 묘비가 땅바닥에 나자빠져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않아 아름다운 산이 무연고 묘와 버려진 묘비 석재로 훼손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나는 글을 써서 ‘국토 묘지화를 막고, 묘지 석재 사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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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조선DB

정부도 장사문화 변화에 대처해 오고 있다
 
국민의 장사문화 인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화장률이 80%를 넘었고, 국민의 40% 이상이 자연장을 원한다. 이 같은 국민의 인식 변화에 맞춰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처해 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07년 5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2008년부터 자연장(樹木葬, 花木葬, 잔디장(平葬) 등)을 도입했고, 2016년에는 ‘가족 수목장 조성 절차’를 간소화했다. 그러나 자연장지도 수요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2014년 3월 현재 전국의 공설 자연장지는 23곳, 사설 자연장지는 겨우 330개뿐인 데다 비용마저 만만치 않다. 한 예로, 서울 근교에서 수목장 비용은 2,000만 원대에 이른다. 정부는 2017년까지 공설 자연장지를 17개 더 늘릴 계획이지만 그래도 수요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대안을 제시했다.
 
‘종중·문중 선산 묘지’를 ‘잔디장(平葬)지’로 바꾸자
 
대안은 현행 장사제도를 그대로 둔 채, ‘기존의 종중·문중 선산(先山) 묘지’를 자연장의 하나인 ‘잔디장(平葬)지’로 바꾸는 것이다. 이는 국토 이용의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다. 서울의 한 교회는 60평에 잔디장 200기(基)를 안치했는데, 이는 1기당 약 0.3평이 소용된 셈이다. 얼마나 효율적인가. 그런데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들여다보면 규제가 무려 11개나 된다. 그것은 담당 공무원의 자의적인 해석을 유발할 수 도 있는 규제들이다. 그래서 나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장사문화의 대안은 ‘잔디장’이라 믿고, 2016년 9월 중순경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에게 진정서를 보냈다.(조선팝(2016.9.28.), “장사제도(葬事制度) 개선을 위해 대통령님께 드립니다” 참조) 한 달 뒤쯤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회신이 왔다. 주요 내용은 세 가지인데, 다음과 같다.
 
첫째, 종중자연장지 면적은 2000㎡ 이하, 개별 표지는 200㎡ 이하여야 한다.
둘째, 수도법(상수원 보호 관련), 하천법(묘지 유실 관련), 농지법(농업진흥지역 관련)만 저촉되지 않으면 자연장은 가능하다.
셋째, 자연장은 마을로부터 거리제한 규정이 없다.
 
위 내용을 보면, 자연장 설치에는 사실상 규제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부는 장사문화 변화에 대처하고자 자연장법을 2007년에 도입하여 2008년부터 시행해 왔는데, 자연장은 우리나라 장사제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리라고 본다.     
 
선산을 잔디장지로 전환하여 ‘종중·문중 혈연공동체'를 존속시켜야
 
우리나라 산은 어디를 가나 조상의 분묘를 모신 ‘선산’이 있다. 이 선산이 ‘종중·문중 잔디장지’로 전환된다면 우리나라 장사문화는 하루아침에 개선되어 연고·무연고묘로 가득 찬 산이 아름다운 산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조상의 분묘를 한 곳으로 모으면 혈연공동체 유지가 쉬워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종중·문중 혈연공동체’라는 전통문화를 갖고 있다. 그런데 ‘종중·문중 혈연공동체’는 다음 세대에 가면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종중·문중 혈연공동체’는 존속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잔디장은 국토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혈연공동체 존속에 기여할 수 있는 장사제도다. 잔디장이야말로 해법 찾기가 어려운 장사제도의 대안이다.
 
종중·문중 회원들이 단합할 수 있게 하려면 ‘종중·문중 장학재단’ 설립이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종중·문중은 대부분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이 재산이 ‘종중·문중 장학재단’ 설립에 출연된다면 혈연공동체 유지는 어렵지 않고, 후손 인재 양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인센티브(예: 공익재단 설립 시 정부로 귀속되는 돈의 액수를 대폭 줄이는 등)를 제공함으로써 ‘종중·문중 장학재단’ 설립을 도울 필요가 있다. 경주 이씨 ‘은계장학재단’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내가 속한 문중은 선산을 잔디장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 상태다. 이제 서류를 소관 구청에 제출하여 허가를 받는 일만 남았다. 허가가 난다면, 이어서 나는 ‘문중 장학재단’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음 정부, 화장법을 도입했으면
 
잔디장은 시신을 화장하여 유골을 유골함에 담아 30㎝ 깊이에 묻는 장사방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화장법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현재 화장은 본인이나 가족이 원하면 선택할 수 있다. 화장법은 국회법으로,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그래서 다음 정부는 장사문화 개선을 위해 화장법을 도입하고, 분묘 석재 사용을 최소화하고, 2030년경부터는 분묘 설치를 아예 금지하는 법을 도입했으면 한다.
 
주은래(周恩來) 유언으로 중국은 화장법을 도입해
 
화장법 관련 중국 이야기는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중국 천진에 가면 주은래기념박물관(周恩來記念博物館)이 있다. 1층 기념관 관람이 끝나면 복도는 2층으로 연결된다. 2층은 주은래와 그의 부인 등영초(鄧潁超)의 유물 전시장인데, 2층 중앙 전시실에는 대략 30㎝×20㎝×20㎝ 크기의 유골함(遺骨函)이 테이블 한가운데에 단정하게 놓여 있다. 이 유골함에는 주은래 부부의 유골이 들어 있다.
 
주은래는 죽기 전 자신의 시신(屍身)을 화장하도록 유언했다고 한다. 그는 땅이 좁아 묘지가 부족하게 될 것을 염려하여 화장을 유언했다고 한다. 남한의 100배나 큰 중국이 땅이 좁다니! 하기야 13억 인구와 앞으로 늘어날 인구가 묘지 1기씩만 챙겨도 넓고 넓은 중국 땅도 좁아질 수밖에! 주은래의 유언으로 중국은 화장법을 도입했고, 지금은 누구나 이 법을 따라야 한다고 한다.
 
등소평도 언급해야 한다. 등소평은 사후에 기념관이나 동상을 세우지 말라고 유언했다. 대신 그는 나무를 많이 심으라고 부탁했다.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자리를 차지해서는 안 된다며 나무를 많이 심을 것을 특히 강조했다. 실제로 마오쩌둥의 동상은 중국 전역에 있지만 등소평의 동상은 그의 고향 쓰촨성 외에는 없다고 한다. 그는 각막과 장기를 기증하고, 유체는 중국 최고 병원인 301병원에 해부 연구용으로 내놓았다. 그는 유언에 따라 화장되었고, 유골은 바다에 뿌려졌다.
 
주은래의 유골함을 보고 있는 동안 우리나라 정치지도자 한 분이 생각났다. 그 분은 경기도 용인으로 조상 묘를 이장(移葬)하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한 지관(地官)의 말을 듣고 그렇게 했다. 그 분은 지관의 예언대로 대통령이 되었다. 만일 그 정치지도자가 분묘로 가득 찬 우리나라 산을 염려하여 이장 대신 다른 방법을 택했더라면 오늘날 그 결과는 어떠할까? 
[글=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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