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두 달째... ‘엘리트 카르텔’ 부패에 철퇴

당장의 불편·비판에 법을 고치려 들면 혼란 일어나
  • 김승열 변호사(카이스트 겸직교수)
  • 업데이트 2016-11-22  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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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5일 대전 유성구가 매주 수요일을 ‘지역경제 활성화의 날’로 정해 운영하기로 하면서 구내식당 입구에 휴무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여 있다. 유성구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관공서 인근 음식점들이 큰 어려움을 겪자 소비 촉진을 위해 주변 식당 살리기에 나섰다고 밝혔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2개월이 경과하고 있다. 법안 당시부터 논란이 되어 온 이 법을 두고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당초 공직자에서 교직원과 언론기관 종사자로 법 적용대상이 확대되면서 논란을 키웠다. 특히 언론에 대한 통제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 내지 여지 등으로 위헌논쟁을 낳았다. 또한 교직원으로의 확대 역시 형평성 내지 평등법 위반의 우려를 낳았다.
법조계 내에서 법의 취지는 좋으나, 그 적용대상의 범위 내지 그 적용법조문에서 위헌의 소지는 있다는 주장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나, 헌법재판소는 청탁금지법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김영란법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중요한 사항, 즉 이해관계 충돌에 관한 내용이 빠지고, 오히려 그 적용대상을 언론인 및 교직원까지 확대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조문의 내용 역시 다소 추상적이어서 법 자체가 다소 엉성하고 구멍투성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미흡한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간 접대문화에 익숙한 중소상인들 사이에서 이 법 때문에 경제행위가 위축돼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아우성도 들린다.
물론 상당수 경제활동이 접대에서 비롯되거나 상당부분 의존해 온 점에 비춰 일시적일지는 모르나 경제활동이 위축된 것도 어느 정도 사실로 보여 진다. 그렇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은 그 자체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
 
미풍양식 미명하에 이뤄진 접대문화 폐습 드러나
 
먼저 그간 끼리끼리의 문화내지 관존민비의 고루한 인식 하에 이뤄진 갑을(甲乙)문화의 고착과 뿌리 깊은 부당 접대문화가, 청탁금지법을 통해, 민낯을 드러냈다.
미풍양식이라는 미명하에 이뤄진 접대문화 폐습에 대한 근본적인 자각과 각성을 우리 사회에 던져 준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김영란법의 의미는 크다.
 
우리나라의 부패는 엘리트 카르텔유형에 가깝다고들 한다. 엘리트들이 그들만의 그룹을 형성해 정보(와 자리)를 독점하여 다른 집단에 군림하면서 자신들의 사욕을 취하는 형태를 보여 왔다. 반면 주변, 혹은 변방의 집단들은 중심(혹은 엘리트 카르텔)’ 집단에게 중요한 정보나 은혜를 얻으려 부정한 접대를 동원했다. 그 결과, 각종 이권을 챙겨 접대에 들인 비용의 몇 배 몇 십 배의 수익을 취해 왔다. 이 과정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 부정과 부패를 양산하는 고리를 형성했다. 심지어 카르텔화 된 의 권력집중은 심화되고, ‘의 상대적 소외감 역시 심화돼 사회적 불만이 커져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이런 부패사슬을 끊으려면 접대문화부터 근절시켜야 하다는 목소리가 커져왔다. 물론 부패근절을 위한 법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제 운영에 있어 미흡한 점이 많았다. 예를 들어 뇌물죄의 경우 형사법이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그 직무범위를 다소 좁게 해석하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뇌물의 경우 대가성을 부인하면 달리 형사처벌 할 길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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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1일 서울 성동구 살곶이체육공원에서 대한민국이 한우 먹는 날(11월1일)을 기념해 열린 '한우 반값 숯불구이 축제'를 찾은 트럭에 '김영란 법 시행 후 한우값 120만원 떨어졌습니다'라는 플랭카드가 붙어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와 전국한우협회는 1~3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 한우고기를 정육식당 대비 50~70%까지 할인 판매한다.

권력기관 내지 들의 부당·위법한 갑질’, 통제할 수 있게 돼
 
이런 맹점을 막아줄 제도적인 법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 내지 압박을 반영한 것이 바로 김영란법이다. , 대가성 등의 입증이 어려운 사건은 일정한 자금흐름만 입증되면, 좁은 의미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입증하지 않더라도, 부당한 금전거래라는 사실만으로 처벌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권력기관 내지 들의 부당·위법한 갑질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나아가 형사적인 처벌도 가능해졌다.
 
그리고 선물, 음식 및 경조사의 상한선인 ‘3, 5만 및 10만원은 우리 국민의 생활규범과 관련된 것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일부에선 상한액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다른 나라의 반부패방지법 등에 비춰 설득력이 전혀 없다.
미국 등 선진국 경우를 보더라도, 작은 선물이라도 이를 거부하거나 적법 절차에 따라 신고토록 제한하고 있다지키지 않으면 법적인 제재가 불가피하다. 그리고 선물의 상한선 역시 매우 엄격해 위반 시 처벌 또한 강력하다.
 
물론 김영란법의 상한액이 보기에 따라 낮게(?) 느껴져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주장이 있다. 그렇지만, ‘3, 5만 및 10만원’을 넘어설 경우 부당한 청탁이나 그러한 청탁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솔직한 심경이다.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보여진다. 다수 국민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접대가 아닌 자신의 경제력에 맞는 경제활동이 재개될 것으로 믿고 싶다. 가성비가 좋은 품목 거래는 활성화되고 부당한 접대비 부담은 줄어들어 장기적으로 가정과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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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2일 대전 동구청 로비에서 열린 사랑의 행복연탄 나누기 후원금 모금 행사에 공무원과 시민이 길게 줄서 후원금을 내고 있다. 구에 따르면, 이번 모금은 최근 연탄값 상승과 함께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기업체, 기관·단체 등의 기부나 후원 감소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저소득가정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돕기 위해 마련됐으며, 솔선수범의 자세로 온정의 손길을 전하려는 동구청 공무원들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가족들과 저녁이 있는 삶확산
 
김영란법 시행 이후 가족들과의 저녁이 있는 삶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취미나 여가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관련 산업이 활발해지는 효과도 나타난다고 한다. 이 같은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가 네트워킹이 아니라 상호 원칙에 입각한 관계형성에 기여할 것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에서 성장통은 불가피하다. 현재 중소상인들이나 기타 수많은 경제주체들이 겪고 있는 불편과 일시적 어려움은 성장통으로 이해하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제대로 체계를 잡아 갈 것이다. 그리고 체계화되고 정리정돈 된 사회시스템은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엄청나게 신장시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아니한다.
 
다만, 향후 1~2년이 경과한 후 필요하다면 김영란법을 재평가해 수정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당장의 불편·비판에 맹목적으로 법을 고치려 들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된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국민 모두의 깊은 관심과 애정으로 법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많은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
 
 
[ 김승열 = 변호사(카이스트 겸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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