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봉제가 잘못된 5가지 이유...성과연봉제를 해야하는 4가지 이유

철도노조는 성과연봉제를 수용해야...한국노동시장 개혁,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이다 ⑤
  •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
  • 업데이트 2016-10-24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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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tv조선

철도노조가 ‘성과연봉제 철회’를 내세워 25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역대 최장기 기록이라고 한다. 한국은 노동시장 규제가 심하기로 159개국 가운데 25위다. 이런 실정에서 ‘호봉제’를 계속 유지한다면 한국 노동시장은 지속적으로 경직되고 말 것이다.
 
금융 관련 한 공기업 수장(首長)을 지낸 분의 얘기다. 그는 수장으로 3년 일하는 동안 연구원을 한 명밖에 뽑지 못했다며 무척 아쉬워했다. 성과 내지 않고 앉아 있기만 해도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제가 신규채용에 필요한 예산을 축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베껴다 쓴 호봉제는 이제 버릴 때다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호봉제를 베껴다가 지금까지 써오고 있다. 일본 노사관계의 3대 특징은 ‘종신고용제도, 호봉제, 기업별노조’로 표현된다. 일본은 1904∼5년간 러일전쟁을 치른 후 기계산업 발전으로 전문인력이 크게 부족하게 되었다. 정부와 대기업이 나서서 직업훈련학교를 세워 인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종신고용제도가 도입되었다. 그런데 종신고용제도가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에게 인센티브가 주어질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1920년대에 들어와 기업들은 호봉제를 도입했다. 호봉제란 임금이 성, 직급, 경력, 학력을 바탕으로 결정되는 임금결정 제도인데, 근속 연수가 핵심이다. 호봉제는 종신고용제도가 뿌리 내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한국의 임금체계는 기본급이 57% 수준으로 낮아
 
한국의 임금체계는 크게 ‘정액급여, 초과급여, 특별급여’ 세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임금구성의 특징은 기본급 등 정액급여 비중이 낮은 대신, 각종 수당과 상여금 등 특별급여와 장시간 근로에 따른 초과급여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1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기본급은 57.3%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수당 16.4%, 초과급여 8,7%, 특별급여 17.6%다.
 
한국은 왜 기본급 비중이 낮고 여러 가지 수당 비중이 높은가? 원인은 산업화시대 박정희 정부의 임금정책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박정희 정부가 추진한 몇 차례의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보면, 거의 모든 연도에서 ‘정부예산과 임금 상승률은 10% 인상’으로 규제되었다. 산업화시대에는 정부가 정부예산처럼 기업 임금도 상승률을 규제했다. 그 목적은 인플레이션 예방에 있었다.
 
그런데 기업 성장에 따라 성과를 근로자들에게 나눠주고 싶었던 사용자들은 ‘임금 상승을 10%로 묶어둔 채’ 각종 수당을 도입했다. 그 결과 어떤 기업은 수당이 14가지나 되었고, 어떤 금융회사는 연간 상여금이 1,500%나 되었다. 그래서 한국의 임금체계는 ‘걸레’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이렇게 해서 기본급 비율이 낮아지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무엇이 문제인가?
 
호봉제가 바탕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 임금체계의 문제점을 요약한다.
 
첫째, 일의 가치와 생산성 반영이 미흡하다.
 
둘째,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생산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호봉제는 호봉에 맞춰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게 되므로 인건비를 상승시켜 고령자 조기 퇴직, 신규 채용 감소, 고용 외부화(사내하도급, 비정규직 등) 등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셋째, 현재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추세와 맞지 않다. 호봉제를 유지하면서 정년을 60세로 연장할 경우 생산성이 증가하지 않으면 기업의 비용부담이 커진다.
 
넷째, 근로자 간 임금격차가 확대된다. 연공에 따른 우리나라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격차는, 30년 이상 근속 근로자의 임금이 초임에 비해 3.3배나 높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에 따라 기업규모·고용형태 간 임금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다섯째, 오랜 시간 일을 하도록 유도한다. 낮은 기본급 비중, 성과를 잘 반영하지 못하는 호봉제는 초과근로 등 연간 2,000시간이 넘는 장시간 근로를 초래한다. ILO에 따르면, 한국은 근로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길다.
 
상당수 기업들은 이미 연봉제와 직능·직무급을 호봉제 방식으로 운영해
 
호봉제의 문제점은 진즉부터 지적되어 대안으로 연봉제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연봉제는 1997년 3.6%에서 2013년 66.2%로 확산되었으나 무늬만 연봉제이지 상당수 기업들은 호봉제 임금결정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또 호봉제 대안으로 도입된 직능급은 30.0% 정도인 데다 근속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직무급은 24.2% 정도인데 연공호봉제를 유지하면서 직무수당을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무늬만 연봉제다.
 
박병원 경총 회장은 2016년 초 하루가 멀다고 임금체계 개편을 주장했다. 그는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하려면 능력과 성과에 기초한 임금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며 ‘능력과 성과에 기초한 공정한 임금체계를 구축하면 해고의 필요성은 거의 없어지고 정년도 사실상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 회장은 성과연봉제가 전면 도입되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올바른 주장이다.
 
임금체계는 어떤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박근혜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을 시도했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는 매뉴얼을 작성했다. 그 내용을 요약한다.
 
첫째, 기본급 중심으로 임금 구성항목을 단순화해야 한다. 지급 기준이 불분명한 다양한 수당은 근로자들에게 제대로 동기를 부여하지 못하고, 인건비 관리를 어렵게 한다. 임금이 근로자의 직무가치를 반영하도록 하고, 임금관리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여러 수당항목의 통·폐합 등 임금 구성항목을 단순화해야 한다.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수당 및 상여금은 기본급으로 통합하고 기타수당은 직무가치, 직무수행능력, 성과 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통·폐합해야 한다.
 
둘째, 기본급에서 연공성을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 상당수 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연공급은 기본급과 제수당, 고정상여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같은 임금체계하에서는 기본급이 기업 성과나 근로자의 능력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특징이 있다. 또한 상여금과 여러 수당, 퇴직금이 기본급에 연동되어 인상되는 구조적 특징을 지니고 있어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셋째, 상여금은 성과와 연동되어야 한다. 과도한 연공급(호봉제)에 기반을 둔 고정급의 비중을 줄이고 성과와 연동된 변동급적 상여금 또는 성과금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동상여금을 도입할 경우 경영성과가 좋을수록 근로자들이 지급 받는 임금이 상승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내용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성과연봉제 실시다.
 
성과연봉제는 일자리를 늘린다
 
성과연봉제는 네 가지 효과가 있다.
 
첫째, 신규채용이 는다. 한국은 생산직의 경우 30년 근속 근로자의 연봉이 초임보다 3.3배나 높다. 이는 30년 근속 근로자 1명 임금으로 신규 근로자 3명을 채용하고도 남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임금이 호봉제 대신 생산성이 반영된 직능급으로 바뀐다면 더 많은 신규채용이 가능하게 된다.
 
둘째, 청년실업 해소에 기여한다. 앞에서 밝힌 대로 30년 근속 근로자 1명 임금으로 초임 근로자 3.3명을 채용할 수 있으니 사용자는 경력이 짧아 임금이 적은 청년 근로자를 선호할 것이다. 따라서 청년실업 해소에 기여한다.
 
셋째, 비정규직 해소에 기여한다. 한국은 호봉제를 고수하면서 정규직을 지나치게 보호하다 보니 노동시장이 경직되어 비정규직이 줄어들 수 없다. 이런 실정에서 성과연봉제를 실시하면 비정규직이 당연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넷째, 정년 연장에 기여한다. 호봉제에서는 성과와 관계없이 인건비가 오르므로, 금년부터 시작하는 ‘60세 정년의무화’ 실시가 어렵다. 그래서 성과연봉제 실시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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