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서 노래 틀면 저작권법 위반?...포스트모던 시대의 저작권 보호, 어떻게 풀까

  • 김승열 변호사(카이스트 겸직교수)
  • 업데이트 2016-09-13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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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 워홀의 <마릴린 먼로>(1967년 작)
 
포스트모더니즘 사조(思潮)의 영향으로 기존 창작품을 비틀거나 변형시킨 새로운 작품이 등장하면서 저작권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마릴린 먼로의 사진을 가져와 판화로 제작한 앤드 워홀의 작품처럼, 기존의 대중매체나 영화, 미술, 신화 속 이미지를 과감히 차용해 새로운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경우가 그 예다. 그러다보니 저작권 문제가 불거져 법적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최근에는 ‘저작권 무용론’, ‘저작권 강화’까지 다양한 주장이 나온다. 디지털시대 가상현실이란 또 다른 세계가 마련된 만큼 기존의 저작권법을 좀 더 발전적으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일정규모 이하의 매장에서 트는 음악도 저작권료 내야
 
먼저 음악분야부터 살펴보자. 니체는 ‘음악이 없는 삶은 잘못된 삶’이라 말할 정도로 음악은 인간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일상에서 향유하는 음악의 저작권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음악 저작물’의 귀속주체는 다른 저작물과는 달리 작곡가와 작사자로 구성된 ‘음악 저작권자’와 가수, 연주자와 제작자로 구성된 ‘저작 인접권자’로 나뉜다. 양쪽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가끔 불공정 계약문제가 대두되곤 한다.
 
‘음악 저작물’은 저작물을 이용하는 형태에 따라 복제권, 공연권, 방송권, 상영권, 배포권, 발행권, 공포권 및 전송권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중 공연권이 최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롯데하이마트는 2009~2011년 4월 KT뮤직, 2011년 5월부터 누캐츠미디어로부터 인터넷을 통해 디지털 형태의 음원을 전송받아 판매매장에서 음악을 틀어왔다. 그러자 음악저작권협회가 하이마트를 상대로 저작권료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하이마트 손을 들어주었으나 대법원은 지난 8월 28일 “하이마트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허락 없이 매장에서 디지털 음원을 재생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9억4000여만원의 공연사용료를 협회에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작년엔 백화점, 쇼핑몰 등 매장에서 트는 ‘스트리밍 방식’의 음악도 저작권자에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스트리밍(streaming)이란 인터넷 상에서 음악이나 음성, 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것을 말한다.
작년 12월 10일 대법원은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와 음반산업협회가 현대백화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현대백화점이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매장 내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틀자 연합회와 협회측이 저작권료 지불소송을 제기하며 불거졌다.
이 재판 역시 처음(1심 법원)엔 백화점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판매용 음반을 직접 사용하거나, 스트리밍 방식을 통해 재생하는 간접 사용의 경우도 모두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정 규모 이하의 매장에서 음악을 트는 경우도 저작권료를 내야한다. 이는 저작 인접권자의 권리를 국제조약의 취지에 맞게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바람직한 면이 있다.
그러나 현재 3000㎡ 미만 매장의 경우 문체부로부터 승인받은 사용료 요율과 금액에 관한 별도규정이 없는 상태다. 스트리밍 서비스나 MP3 음원 등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을 현실 법이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저작권법도 새로운 환경변화에 맞게 재정비될 운명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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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어퍼컷 세러모니를 하고 있는 히딩크 감독. 그가 맨 넥타이가 유행을 탔었다.

‘히딩크 넥타이’가 저작권 인정을 받은 이유는?
 
패션디자인 분야의 저작권 문제를 살펴보자. 패션디자인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법적 장치(디자인보호법, 상표법, 저작권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등)가 있으나 패션디자인의 속성상 유행주기가 짧은데다 디자인 등록에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표법 관점에서 패션디자인을 봐도, 타인의 상품과 식별하기 위한 표장(表裝)이란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점이 있다. 다만 ‘버버리’의 경우 직물패턴의 하나인 체크무늬를 상표 등록해 자신들의 패션디자인을 효율적으로 보호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히딩크 감독이 착용, 유명세를 탔던 속칭 ‘히딩크 넥타이’의 사례를 살펴보자. 히딩크 감독은 태극 및 팔괘 문양의 넥타이를 즐겨 맸는데, 히딩크 감독의 인기와 함께 덩달아 그가 맨 넥타이 인기도 올라갔다. 이 넥타이는 한 산업디자인 업체가 히딩크에게 선물한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한국관광공사 측이 귀빈 선물용으로 이 업체의 허락없이 넥타이를 만든 것이 화근이 돼 양측간 송사가 벌어졌다. 1심 법원은 ‘저작권법 보호대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저작권법상 넥타이 도안이 넥타이와 구분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다면 저작권 보호대상인 응용미술 저작물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는 ‘히딩크 넥타이’를 독특한 형상과 미적 문양을 갖춘 응용미술품의 하나로 바라 본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도안이 실용적인 기능과 분리되기 어려워 저작권 보호를 받기 힘들다. 한복지의 봉황무늬 직물도안이 그 예다. ‘한복지와 분리된 도안자체가 독립적인 예술적 특성을 가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저작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일반적인 형상으로서의 패션디자인과 직물이나 의복의 기능과 구별되는 디자인 특성의 차이가 저작권법상의 보호대상 여부를 결정하는 관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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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박을 입힌 봉황무늬 치마단 문양.
 
포스트모던 시대, 저작권보호 장치 정비해야
 
포스트모던 미술작품의 저작권 침해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기존 작품의 새 해석, 변형에 따른 2차 창작물이란 점에서 전통적인 저작권 법리로 다루기 어렵다는 현실론이 배경으로 작용한다.
비록 저작권법이 표현에 초점을 둔 법이기는 하나, 아이디어의 창작성에 초점을 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흐름을 존중해 어느 정도 균형감을 갖고 거시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시대흐름에 부합한 유연한 법리해석, 혁신적인 법리개발과 연구노력이 필요하다.
 
한류 확산을 위해선 음악 및 미술 등 문화산업 분야에서 지식재산법에 대한 사회지원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좀 더 많은 법률전문가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세계시장에서 한류 글로벌화에 앞장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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