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시 농민회 회원들이 나락 야적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쌀 목표 가격 23만원 보장,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실시를 요구했다.
오중주(五重奏)가 빚어낸 쌀의 과잉공급 문제
‘쌀 과잉’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한 마디로, 쌀 과잉은 오중주가 빚어낸 불협화음이다.
첫째, 올해도 쌀농사가 420만t으로 4년째 풍년이다. 둘째,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1980년 132㎏에서 2015년 63㎏으로 줄었다. 셋째, WTO 합의에 따라 ‘쌀 관세화’ 유예가 2014년에 끝나고 2015년부터 매년 40만t 정도의 쌀을 의무 수입해야 한다. 넷째, 정부가 농민 표심을 의식해 ‘직불금제도’를 활용하여 쌀을 계속 수매해 왔다. (2016년 직불금 예산은 1조8천억 원이다.) 다섯째, 매년 정부의 보조가 뒷받침해 주어 농민들은 쌀농사를 줄일 계획이 없다.
정부·여당, 쌀 초과 공급량 전량 수매키로
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쌀값 안정을 위한 협의회를 열고, 금년 쌀 초과공급 물량을 전량 수매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정부가 수매할 때 농민에게 지급하는 우선지급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최대한 높게 책정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고 한다.
해방 이후 실시된 ‘쌀값지지정책’은 한계 드러내
해방 이후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쌀값지지정책’을 실시해 왔었다. 이는 정부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일반적으로 시중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추수기에 쌀을 사들여 비축했다가 필요한 때에 시장에 내다파는 정책이다. 이 제도에서는 쌀값이 보장되므로 농민의 소득도 보장되었다.
그런데 쌀값지지정책은 농민을 보호하는 대신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첫째, 쌀값이 일정 수준에서 보장되므로 농민들은 구태여 쌀 생산을 줄일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둘째, 쌀값지지정책 실시에는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가 뒤따랐다. 셋째, 식단 다양화로 쌀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는데 쌀값지지정책으로 쌀 공급은 해마다 쌓여갔다. 넷째, 쌀값이 일정 수준에 묶여 있었기 때문에 도시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쌀을 사먹게 되었다.
쌀값지지정책으로 1996년 이후 쌀 재고량이 크게 늘어나 2001년 133만 5,000톤, 2002년 144만 7,000톤을 기록했는데 이로 인해 쌀값이 하락하여 쌀 농가가 큰 타격을 받은 적도 있었다. 이는 쌀값지지정책의 한계를 보여준 예다.
쌀생산조정제도는 쌀값 안정 위한 유일한 대안
경제학도로서 나는 쌀 초과공급 해법은 ‘쌀생산조정제도’뿐이라고 믿고, 이에 관한 글을 여러 차례 써 왔다. 쌀생산조정제도는 김대중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이어졌다.
김대중 정부는 쌀값지지정책이 한계를 들어내자 정책 전환을 시도하여 2005년부터 ‘쌀생산조정제도’를 도입했다. ‘쌀생산조정제도’란 벼농사 논을 놀리거나(休耕) 벼 대신 다른 농작물을 재배하는(轉作) 경우 정부가 매년 1㏊당 300만 원씩 보조금을 지급했던 제도다. 이는 쌀 공급을 줄여 쌀값을 안정시키려는 제도로, 공급관리정책의 한 예다.
그런데 이 제도는 2003∼2005년 3년간 실시 결과 당초 전망했던 생산 감축효과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자 2007년에 재시행이 유보되었고, 2008년에 폐지되었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또 있었다. 그동안 쌀 재배면적이 다소 감소해 왔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쌀 지원으로 쌀 재고량이 감소하여 쌀 수급 안정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 후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대북 쌀 지원이 중단된 데다 연이은 풍년으로 쌀이 또다시 남아돌았다. 농업관련 한 보고서는 2018년까지 연간 약 40만 톤씩 쌀이 남아돌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다 시장 개방으로 쌀 수입량은 해마다 증가하고, 여러 나라와 FTA가 체결될 경우 쌀시장 개방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었다.
게다가 2009년 연이은 풍년으로 쌀이 넘쳐났다. 쌀 과잉생산에다 쌀 수입 개방정책에 따른 수입 증가분까지 겹쳐 쌀값 하락은 확실해 보였다. 쌀값 하락을 항의하며 쌀 화형식을 갖는 농민이나 쌀을 더 사주겠다며 세금을 풀어 농민을 달래는 정부나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이런 여건에서 이명박 정부는 2010년 4월 5일 쌀생산조정제도를 다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김대중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도입한 쌀생산조정제도는 시장원리에 바탕을 둔 올바른 가격정책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농민 관련 기관들도 이 제도의 재도입을 적극 지지했다.
쌀생산조정제도의 미비점 보완하여 계속 실시해야
쌀생산조정제도의 내용을 보면, 김대중 정부는 쌀생산조정제도 도입 당시 생산조정 면적을 전체 벼 재배 면적의 2.6%인 2만 7,500ha로 계획했다. 그런데 실제 수치를 보면 2003년 약정 면적은 2만 7,529ha, 약정 농가는 7만 6,565호로 출발했는데, 2005년까지 약정 면적과 약정 농가가 점점 줄어들었다. 이는 약정 위반으로 빚어진 결과다.
쌀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펴려면 가격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따라서 쌀 생산량을 줄여 쌀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쌀생산조정제도 도입은 훌륭한 대안이다. 김대중 정부 때 3년간의 실시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교훈삼아 참여 농지와 참여 농민에 대한 사항을 보완하는 등 미비점을 시정하여 쌀생산조정제도가 실질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평생 동안 농민 보호를 정치구호로 내세워 대통령 자리까지 오른 김대중 대통령이 해방 이후 존속되어 왔던 쌀값지지정책을 버리고 쌀생산조정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 스스로 시장원리의 중요성을 입증한 예라고 생각된다.
연탄값 올려 석탄 수요 줄이려는 정책은 값진 교훈
연탄의 소비자 가격이 지난 4일부터 15% 인상되었다. 정부가 영세한 서민이 사용하는 연탄값을 올리다니! 그 내용을 알고 보면 정부정책이 시장원리에 바탕을 둔 올바를 가격정책임을 알 수 있다.
현재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10만∼15만 가구로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로, 연탄 사용 가구의 상당수가 영세한 서민이다. 하지만 정부가 가격 현실화에 나선 것은 우선 석탄 수요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0년 G20(주요 20개국) 서울 정상회의에서 2020년까지 연탄 제조업체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폐지하겠다는 내용의 ‘화석연료보조금 폐지 계획’을 밝혔다. 따라서 보조금 폐지로 연탄 가격이 일시에 상승하는 충격을 막기 위해 단계적으로 값을 올려야 한다. 여기에다 높은 생산원가를 맞추지 못해 부채만 1조5900억 원에 이르는 대한석탄공사에 대한 구조조정 성격도 맞물려 있다. 어떻든 가격을 올려 수요를 줄이려는 정부 정책은 올바른 정책이다.
‘절대농지’라는 이름의 규제를 완화해 농지 줄여야
그래서 쌀의 경우도 재배면적을 줄여 생산량을 줄이는 쌀생산조정제도 실시와 확대가 올바른 정책이다. 여기에다 당정은 절대농지(농업진흥지역)를 줄여 쌀 생상량 감축을 유도하기로 결정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한다. 참으로 잘한 결정이다. 이제는 ‘절대농지’라는 이름의 규제를 완화해 농지를 줄여가야 한다. 농민이 환영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