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지적재산권 분쟁, ‘트레이드 드레스’와 ‘패러디’의 정확한 의미는?

  • 김승열 변호사(카이스트 겸직교수)
  • 업데이트 2016-09-2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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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2일 인천공항세관에서 열린 '특송이나 우편을 통한 지적재산권 침해물품 민관합동 집중단속'에서 민간 참가자와 세관 직원들이 의심 물품에 대한 진품 여부를 감정하고 있다. /조선DB

문화예술과 많은 관련이 있는 지식재산관련법을 살펴보면 생소한 외래어 법률용어가 다소 보인다. 언론에 간간히 소개되고 있지만, 그 정확한 의미를 잘 모르는 용어가 많다. 대표적인 용어가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와 패러디다. 이 용어의 유래와 개념, 법률상의 의미 등에 대하여 간략하게 살펴보자.
 
먼저 트레이드 드레스. 이 용어는 삼성과 애플 사이의 지식재산권분쟁을 통해 일반에 알려졌다. 해당 소송에서 애플은 삼성 스마트폰의 둥근 모서리가 자신들이 특허 등록한 디자인특허권이므로 특허침해라고 주장했다.
 
애플의 이러한 주장을 이해하기 위하여서는 미국의 지식재산권법과 우리나라의 관련법과 차이에 대해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디자인, 실용신안(實用新案)을 별도의 개별법으로 보호하지 아니하고 특허법상의 보호대상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디자인보호법, 상표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에 의하여 지적재산권이 보호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디자인특허, 상표, 부정경쟁방지법, 그리고 불법행위 일반 법리에 의하여 보호 여부가 결정된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통상적으로 포장, 라벨, 표지, 장식 등 잠재적 구매인에게 제공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외관이나 이미지를 구성하는 요소의 디자인을 의미한다. 이는 미국의 판례법에 따라 인정된 법률용어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상품이나 서비스 등 영업(Trade)에 입힌 옷(Dress)인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스마트폰의 둥근 모서리도 트레이드 드레스의 하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잘 알려진 트레이드 드레스의 대표적인 예는 코카콜라의 병 모양과 KFC의 할아버지 인형동상 등이다.
 
하지만 트레이드 드레스는 우리나라 법제에서는 인정되는 법률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생소한 점이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트레이드 드레스가 연방법의 디자인특허 또는 상표로서 보호되고, 주 법상으로는 부정경쟁방지법 및 보통법상의 불법행위법리에 의하여 보호된다.
 
트레이드 드레스가 성립되기 위한 요건
 
트레이드 드레스는 디자인 특허와 상표로서 보호를 동시에 받을 수 있으나, 중요한 점은 디자인 등록부터 한 다음에 상표 등록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디자인 특허로 등록되기 위하여서는 신규성이 요건이므로 상표로 등록되어 사용된 이후에 디자인 특허로 신청하게 되면 요건부족으로 등록이 거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연방 상표법에 의하면 트레이드 드레스가 등록되거나 비록 등록이 되지 아니하더라도 보호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연방상표법에 부정경쟁방지법과 같은 규정이 있어 미등록 트레이드 드레스도 이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각 주에는 우리나라의 부정경쟁 방지법과 같은 부정경쟁방지법이 있다.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에서는 트레이드 드레스를 디자인보호법, 상표법 그리고 부정경쟁방지법 등에 의하여 보호하고 있다. 특히 상표법에서 입체상표, 색채상표 등을 보호함으로써 일정한 트레이드 드레스의 경우에 상표등록을 통하여 보호될 수 있다. 상표등록이 안 된 경우는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주지성(널리 알려짐) 등을 갖춘 트레이드 드레스의 경우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나아가 최근의 부정경쟁보호법상의 일반조항, 소위 말하는 ‘차목규정’에 의하여 다소 광범위하게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트레이드 드레스가 성립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일까? 요약하면 트레이드 드레스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상품의 출처를 의미하는 상품 또는 포장의 시각적인 외관으로서 본질적인 식별력이나, 사용에 의한 이차적인 식별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식별력에 기능적인 요소가 없어야 한다.
 
예를 들면, 베게 모양을 한 식사용 시리얼이 트레이드 드레스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미국연방대법원은 이를 부인하였다. 이를 인정해서 경쟁업체에서 시리얼을 다른 모양으로 대체할 경우에 비용증가와 품질감소 등을 가져올 것이므로 베게 모양의 경우 기능성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디지털시대인 요즘은 웹사이트 배치 역시 트레이드 드레스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자에게 영향을 주는 외관 즉 문자모양, 텍스트, 이미지, 여백, 배경, 색상 및 그림 등등의 개별적인 요소나 이를 결합한 형태의 외관적인 이미지는 법적으로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가운데 이미 널리 공지되거나 인식이 되어 식별력이 없거나, 또는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이어서 대중이 공유하여야 할 부분에 대하여는 좀 더 자세한 법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인터넷 웹페이지 상의 팝업 광고에 대하여 부정경쟁법상에 의한 보호가 가능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즉 팝업창의 형태, 구성 등이 국내에 널리 인식된 팝업 광고의 출처를 표시한 것으로 인식되고, 이의 모방사용이 이처럼 주지된 팝업 광고의 영업활동인 것처럼 혼동하게 하는 경우에는 이를 동법 위반으로 본 것이다. 
 
패러디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트레이드 드레스는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법적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영업 활동 등에서 그 출처 등을 표시하면서 좀 더 포괄적이고 유용한 개념이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이러한 개념을 우리나라의 상표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에 좀 더 명확하게 반영되는 것이 법적 보호의 예측가능성 측면에서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상표법상 트레이드 드레스에 대해 달리 명확한 규정이 없는 이유는 불문법 국가이고 역사적으로 이 개념이 판례법에 따라 발전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성문법 국가이므로 가능하면 상표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 등 기존의 법률에서 이 부분에 대한 좀 더 명확한 개념정의 규정을 추가하는 방향이 좀 더 바람직하다. 이에 대한 조속한 입법화를 기대해 본다.
 
다음으로 패러디에 대해서 살펴본다. 최근 중국과 동시방영으로 큰 인기를 끈 한류 드라마를 예능 프로에서 패러디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패러디는 원작의 비평 등을 통해 사회에 유용한 정보나 다양한 가치관을 표출하여 문화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렇다면 패러디는 저작권법상 어느 정도 허용되는 것일까?
 
패러디는 해학이나 조롱을 위해 작가나 작품의 스타일을 흉내 낸 문학적·음악적 작품을 지칭한다. 유명한 작품을 이용한 해학적 비평을 통하여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만드는 창작활동의 영역 중의 하나이다.
 
패러디는 원래 ‘다음 노래’를 뜻하는 희랍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는 사티로스극(고대 그리스연극의 한 장르)이 패러디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한다. 이는 고대그리스에서 행하여지던 4부작 연극의 네 번째 극이다. 비극적인 삼부작에 이어 합창단이 숲의 반 수신 사티로스로 분장하고 춤을 추면서 디오니소스 찬가를 부르던 희극이다. 
 
패러디와 유사한 형태로는 벌레스크, 패스타쉬 그리고 풍자 등이 있다. 벨레스크는 패러디의 일종이나 조롱을 그 필수 요건으로 하고, 패스타쉬는 혼성모방을 의미한다. 그리고 풍자는 우매함을 지적하여 교훈 내지 사회적 개선을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패러디는 원작으로 비평의 대상으로 삼는 직접적 패러디와 원작을 비평의 수단으로 이용하지만 원작의 내용과는 무관한 현대 사회의 일반적 현상을 비평하는 매개적 패러디로 크게 나누어진다.
 
패러디가 성립되기 위한 조건
 
패러디의 보호와 관련하여서는 크게 두 개의 입장이 있다. 하나는 이를 제2차적 저작물로 보호하는 입장이고, 나머지 하나는 공정이용이론에 따라 저작권의 제한 규정에 의한 보호이다. 각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독일의 경우는 패러디가 독립된 작품으로서 창조된 경우에만 이를 보호한다. 미국에서는 공정이용법리에 따라 분석하여 이에 대한 보호 여부를 결정한다. 프랑스의 경우는 저작물이 공포된 이후에는 패러디, 패스타쉬, 캐리커처에 대하여 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패러디가 성립되기 위한 조건은 어떠한가? 먼저 원저작물이 있어야 한다. 될 수 있는 대로 저명하여야 한다. 그리고 패러디는 변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만 변형의 개념에 대하여는 좀 더 광범위하게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패러디는 원 저작물과 구별되는 창작성을 가져야 한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 패러디로서 이를 인정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개별적으로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할 수밖에 없다.
 
패러디 저작권침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저작인격권, 즉 성명표시권 및 동일성 유지권 부분 등과 나아가 일반적인 저작권침해 여부에 대하여 검토를 하여야 한다.
 
먼저 동일성 유지권과 관련하여 판례를 살펴보면, 국내 롯데의 마스코트인 Lotty 사건이 있다. 마스코트 도안공고에서 당선작으로 선정된 너구리를 주제로 한 Lotty라는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 등을 공모자가 공모한 사업자에게 모든 권리를 양도한 상태에서 수정보완작업 도중 분쟁이 발생되었다. 이에 법원은 도안을 변경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묵시의 동의를 당선작 공모자가 한 것으로 해석하여 달리 동일성 유지권 침해가 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외국의 사례로서는 산악 사진기자의 스키활강 사진의 경우가 있다. 산악 사진기자의 스키활강 사진을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자동차 스노우 타이어 사진과 합성한 사안에 대해 법원은 저작권자의 동일성 유지권의 침해로 보았다.
 
서태지의 노래에 대한 패러디에서는 가사와 곡을 마음대로 변경하여 이를 공연하는 것은 저작권침해라고 판시하고 패러디주장을 배척하였다. 이와 같은 매개적 패러디의 경우는 독자적인 창조물로서의 가치를 가지는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최근 포스트 모더니즘의 영향으로 다른 저작물 등 작품의 차용 등이 일반화되고 있다.
 
그리고 창조적인 표현을 강조하는 모더니즘과는 달리 포스트 모더니즘의 경우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좀 더 강조하고 있어 패러디물의 저작권침해 여부 판단에 신중을 기하는 경향이다. 시대적인 흐름에 좀 더 유연하게 저작권법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아니하면 시대적인 흐름에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정한 균형이론에 근거하여 좀 더 유연한 저작권법의 적용이 필요하고 특히 공정이용 법리의 좀 더 유연성 있는 확대적용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가 언론에서 쉽게 접하는 각종 법률용어에 대해 그 유래와 그 의미, 법률적인 효과 등에 대하여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온라인공개수업인 무크(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를 활용하면 무료로 그리고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이 배울 수 있어서 이를 많이 활용했으면 한다. 공개 온라인 강좌에 대한 언론의 관심과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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