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최근 미국·파라과이·나이지리아·이집트 등을 다니다가 오랜만에 현해탄(玄海灘)을 건넜다. 일본 규슈(九州)의 나들이 회 25주년 행사(1/28)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서울에서 55분이면 규슈의 후쿠오카(福岡)에 도착한다. 필자가 현해탄 건너기를 무려 수 백 번- 그래도 항상 긴장한다. 현해탄의 파도와 바람이 시어머니의 심술(?)처럼 고약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대한 해협을 건너는 동안 비행기가 한차례 심장이 멈출 만큼 심하게 요동을 쳤다. 다행스럽게 재빨리 안정을 찾은 비행기가 하카다만(博多灣)을 선회하더니 후쿠오카 공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후쿠오카의 기온이 영상 13도라고 했다. 서울에서 추위에 움츠리다가 봄이 다가온 듯 착각할 정도였다.
예상한대로 필자의 영원한 친구이자 '인생의 선배'로 통하는 '오츠보 시게다카(大坪重隆·74)'씨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아! 오래간만입니다."
더욱 능숙해진 우리말 인사였다. 필자는 그의 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갔다. 점심 식사는 허름하면서도 기품이 있어 보이는 작은 식당에서 했다. 우리의 '시골 밥상' 같은 전통적 일본 음식이었다. 당일 준비된 재료로만 밥상을 차리는 한정품(?) 식당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1989년부터 15명으로 시작된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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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카구치 다카요시 회장 |
"15명으로 시작된 만남이 지금은 정회원만 65명입니다. 참으로 의미 있는 모임입니다."
'사카구치 다카요시(坂口隆義·71)' 회장의 말이다. 그는 서일본신문사에서 35년간 근무한 후 지금은 공식적인 업무가 없다. 그래도 '이 모임을 이끌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나들이 회'의 설립동기도 지극히 평범했다. 그 당시는 한국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고, 한국에 갈 기회가 없던 시절이었다. 한국의 모든 것을 한국관광공사에 의지 하다가 자연스럽게 <나들이 회>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공식 명칭은 <일한교류하카다회>이지만 일명 <나들이 클럽>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필자는 23년 전(1991년 7월 13일) 이 모임의 설립 초기에 총회에 참석해서 '나들이'의 의미와 '한일 교류'에 대해서 약 40분 정도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나들이의 의미는 한자어로 외출(外出)이라고 할 수 있으나 실제는 순수한 한글이다. '날다(出)+들다(入)'의 의미이다. 미래를 위해서 손에 손을 맞잡고 두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함께 노력하자"고 역설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언 25주년에 이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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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에서 등록을 하는 회원들- |
'나들이 회'의 신년회는 6시 30분에 시작되기로 예고됐으나 5시 30분부터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시간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일본인들의 습관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필자와 낯이 익은 사람들도 꽤 많았다. 시간이 흐르자 입구에 마련된 등록 데스크에 사람이 붐비기 시작했다. 정회원의 회비는 6,000엔(60,000원)이었다. 초청자의 경우는 500엔이 비싼 6,500엔(65,000원)이라고 했다. 신년회장 정면에는 <일한교류하카다회/나들이 구락부>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6시 30분이 되자 어김없이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지금부터 '나들이 회'의 신년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사카구치(坂口) 회장이 소개됐다. 그의 인사말은 일본어와 한국어가 비빔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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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말을 하는 사카구치 회장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국의 설날이 1월 31일이기 때문에 신년인사를 드립니다."
"어느덧 우리의 모임이 25주년이 됐습니다. 한국을 사랑하는 순수 일본인들의 모임이 이렇게 긴 세월동안 이어온 것은 회원 여러분의 덕택입니다. 회원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이 모임이 30주년을 향하여 어떻게 발전해야 할지 우리 모두의 힘을 모아 봅시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인사말이었다. 이어서 박진웅(朴鎭雄·54) 駐후쿠오카 총영사의 인사말이 있었다.
"여러분!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는 60년 만에 맞는 청마(靑馬)의 해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지금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습니다만, 나들이 회는 청마처럼 힘차게 달릴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특히, 한국과 규슈(九州)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 지도록 열심히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계속해서 이학주(李鶴柱·48) 한국관광공사 지사장의 건배사가 있었다. 그는 "올해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 게임에 회원들 모두 같이 참가하자"고 하면서 "나들이회의 발전을 위해 건배!"를 외쳤다.
잠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젖어들면서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른 후 깜짝 공연이 있었다. 아리따운 한국 아가씨가 장구를 들고 무대에 올라섰다. 참가자들의 시선이 일시에 그녀에게 쏠렸다.
'삼도설장구'도 한몫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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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도 설장구로 인기를 모은 배영진 씨의 연주 |
"덩더쿵, 덩더쿵.....궁 타다 궁타....."
대구 출신으로 규슈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배영진(34) 씨의 <삼도 설장구> 솜씨는 예술 그 자체였다. '경기·충청·영호남'의 특징적인 가락으로 구성된 <삼도설장구>는 한 사람의 연주자가 멋진 몸동작과 화려한 가락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필자 역시 장구 소리가 이토록 감명 깊은지를 처음 느꼈다.
'아! 이것이 바로 한류로구나.'
그녀의 장구는 일본인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장구 연주에 대해 앙코르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참으로 멋들어진 공연이었다. 그런 가운데 술잔이 돌고 맛있는 음식들이 속속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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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품 추천에서 인기를 모은 막걸리 |
왁자지껄 분위기가 고조되더니 경품 추천으로 이어졌다. 경품은 대부분 한국 식품이었다. 한국 라면에서부터 막걸리, 삼계탕, 된장, 고추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필자가 선물로 가져간 문배주와 참깨 떡도 인기리에 팔려 나갔다. 이 날의 최고 경품인 후쿠오카-부산 페리 왕복 티켓은 역사학 대학 교수에게 돌아갔다.
친구여! 오늘도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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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나들이의 악보를 들고 노래를- |
2시간 정도의 행사는 피날레가 압권이었다. 참석자 모두가 악보를 들고 함께 노래를 불렀다. 제목은 이 모임의 주제가인 <안녕 나들이>였다. 친선 모임에 주제가(主題歌)까지 있다는 것도 신비스럽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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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나들이' 악보(1절은 일본어, 2절은 한글로 되어있다.) |
하늘 새처럼 현해탄을 건너서
친구여! 오늘도 안녕하세요?
시간을 쌓고 꿈을 모아서 우리함께 미래를 이야기하자.
나들이!
하늘 새처럼 현해탄을 건너서
친구여! 오늘도 안녕하세요?>
하늘 새처럼 현해탄을 건너서
친구여! 오늘도 안녕하세요?>
주제가의 1절은 일본어, 2절은 한국어로 불리었다. 이들의 모습에서 한일 간의 거리는 없었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순수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 날(1/28)은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무과학상이 기자 회견을 열어 중고교 교과서의 지침인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로 명기했다'는 공식발표를 해서 양국이 외교 채널을 통해 정면충돌한 날이었다. 하지만, '나들이 클럽'의 25주년 신년 모임은 한국을 사랑하는 열기로 뜨거웠다.
"한국의 친구여! 일본의 친구여! 오늘도 안녕하세요?"(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