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비판③- 큰 정부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장 교수의 '더 크고 더 적극적인 정부' 제안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주장
  •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
  • 업데이트 2013-12-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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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교수는 책의 <결론> “세계 경제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에서 “일곱째, 더 크고 더 적극적인 정부가 필요하다”를 제안했다. 이를 중심으로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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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교수가 책의 대부분에서 그토록 예찬을 한 복지국가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가 OECD 국가 가운데 정부규모가 가장 크게 감소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키스타(Kista) 산학(産學)집적단지. /조선DB.

" 크고 더 적극적인 정부가 필요하다"는 장 교수의 제안 비판

“… 정부의 역할이 위기관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부는 풍요롭고 평등하며 안정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가 가진 본질적인 한계, 그리고 그동안 정부의 역할을 약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 등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지금까지 고안된 제도 중에서는 민주주의 정부가 사회적으로 제기되는 여러 상충된 요구들을 조정하고, 더욱 중요하게는 사회 전체적으로 복지 수준을 향상시키는 가장 우수한 장치이다. ….”

“…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경우 거대한 복지 국가와 높은 경제 성장률이 공존하고 있는데(복지 국가가 경제 성장을 촉진했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이는 작은 정부가 항상 성장에 이롭다는 믿음에 문제가 있음을 잘 드러내 주는 예들이다.”

“이제 우리는 더욱 활력 넘치고 안정적이며 더 평등한 경제 시스템에서 정부가 어떻게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는지를 더 창조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더 좋은 복지 국가, 더 나은 규제 시스템(특히 금융 부문에 관한), 더 우월한 산업 정책 등이 필요하다.”

인용에서 나타난 장하준 교수의 주장과 관련하여 다음 내용을 다룬다.1) 첫째, 큰 정부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둘째,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선진국들은 작은 정부로 돌아섰다. 셋째, 금융위기로 거의 모든 국가들이 큰 정부로 돌아섰다. 넷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의 정부규모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첫째, 큰 정부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작은 정부’를 내세우는 자유시장주의자들의 명분은 어떤 것인가? 자유시장주의자들은 무정부주의자가 아니다. 자유시장주의자들도 정부개입을 인정한다. 자유시장주의자들이 내세우는 정부개입이란 ‘법치 확립, 경제 안정, 분배 개선, 시장실패 방지를 위한 자원배분 효율성 제고’ 네 가지다. 아프리카 후진국 정부들도 이런 일들은 다 하고 있다. 그러면 ‘작지만 강한 정부’란 어떤 것인가? 여기에서 ‘작은 정부’란 정부규모가 작은 정부, ‘강한 정부’란 법치국가를 뜻한다.

장 교수가 지적한 대로, 일부 선진국들이 과거 발전과정에서 정부개입 정책을 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개입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작은 정부로 돌아섰다. 사회주의 붕괴가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정부 자체는 ‘중립적’이다. 또 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51% 다수가 결정한 것이면 정부가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좋은 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자유시장경제도 소득불평등 등 문제가 있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좋은 경제체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주체가 ‘사람’ 곧 ‘정치가’라는 점이다. 장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정부개입은 제대로 계획되고 추진되기만 하면 경제를 더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  맞다. 정치가가 ‘자비로운 군주’ 역할을 제대로 해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정부가 “풍요롭고 평등하며 안정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시장에는 ‘시장실패’2)가 따르듯이 큰 정부에서는 ‘정부실패’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유주의자들이나 자유시장주의자들은 작은 정부를 지지한다. 큰 정부에서는 정부개입 확대로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고, 규제가 많아져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방만한 운영으로 정부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조세 증가로 부담이 가중되고, 부정과 부패가 만연되어 정부실패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 대표적인 예를, 우리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사회주의 국가에서 수없이 보았다.

둘째, 금융위기 전까지 선진국들은 작은 정부로 돌아섰다:
1992~2007년간의 정부규모 변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재정지출 증가와 관련이 없고, 세계경제가 호황이었던 1992∼2007년간 15년과,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침체한 2008~2012년간 4년 두 기간을 중심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구 사회주의 국가를 제외한 22개국의 정부규모 변화 추세를 살펴본다.

∙1992∼2007년간 22개국 가운데 정부규모가 증가한 나라는 프랑스, 아이슬란드, 일본, 한국 4개국뿐이다. 일본은 1992년~2003년간 장기 불황을 재정지출로 해결해 온 결과 정부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정부규모가 가장 빠르게 증가한 나라다. 프랑스와 아이슬란드의 증가는 무시할 정도다.

∙1992∼2007년간 정부규모가 22개국 가운데 18개국은 감소했다. 이 가운데 10%포인트 이상 감소한 나라를 감소폭이 큰 나라 순으로 쓰면 다음과 같다: 1위 스웨덴(-18.4%포인트), 2위 노르웨이(-14.9%포인트), 3위 핀란드(-14.7%포인트), 4위 캐나다(-13.9%포인트), 5위 네덜란드(-10.4%포인트).

장 교수가 책 거의 대부분에서 그토록 예찬을 아끼지 않은 복지국가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가 OECD 국가 가운데 정부규모가 가장 크게 감소했다는 사실을 장 교수는 아는가? 모르는가? 스웨덴의 경우, 1990∼93년간 경기침체를 겪자 정부규모가 세계 역사상 가장 큰 70.5%를 기록하자 1994년 재정지출 감소를 통한 재정건전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어 복지지출을 줄이는 등 재정준칙을 도입하여 재정지출을 줄였다. 재정준칙은 스웨덴 외에도 호주, 핀란드, 독일, 일본, 네덜란드, 뉴질랜드, 스페인, 영국 등이 실시하고 있다.

∙1992∼2007년간 OECD 평균치를 보면, OECD 국가들의 정부규모는 42.4%에서 39.9%로 2.5%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세계가 ‘큰 정부’에서 ‘작은 정부’로 돌아섰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확실한 증거다. 이는 신자유주의의 빛나는 기여다. 세계경제는 마거릿 대처와 로널드 레이건이 뿌리내린 신자유주에 힘입어 1980년대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이는 <3.0 자본주의>로 불린다.

셋째,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를 재정지출로 대응하여 큰 정부로 돌아섰다:
2008~2012년간의 정부규모 변화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나라는 30여 개국으로 증가했고, 세계경제 평균 성장률은 1.4%로 감소했다.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9년 전 세계 국가들의 절반에 다소 못 미치는 110여 개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세계경제 평균 성장률은 -2.3%로 추락했다. 세계경제 평균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UN 자료가 발표된 197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3) 금융위기는 가히 핵폭탄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재정지출로 대응한 결과2008∼2012년간 OECD 국가들의 정부지출은 거의 모두 증가했다. 22개국 가운데 10개국은 재정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는데 대표적인 국가는 다음과 같다: 덴마크, 핀란드, 벨지움, 일본, 네덜란드. 스웨덴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2008~2012년간 OECD 평균치는 39.9%에서 44.9%로 5.0%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거의 모든 국가들이 큰 정부로 돌아섰다는 증거다.

넷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의 정부규모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미국이 ‘잘못된 금융제도에다 이에 대한 관리 잘못’으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일으켜 세계경제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고, 2011년 하반기에는 또 재정위기에 봉착해 신용등급 하락으로 세계 주식시장을 한 번 더 패닉 상태로 빠뜨렸다.

이를 계기로 좌파와 일부 언론인들은 ‘금융위기는 자본주의의 탐욕이 불러일으켜 신자유주의는 죽었다’며 대안으로 ‘큰 정부’를 내세웠다. 이를 놓고 『4.0 자본주의』 저자 아나톨 칼레츠키는 “좌파들은 시계추를 무려 50년 뒤로 돌려 정부만능, 노조만능 시대로 돌아가려 한다”며 “정부만능의 2.0 자본주의(주: 1930년대 대공황부터 대처·레이건 등장 이전까지의 ‘큰 정부’ 시기)는 현재 시스템(주: 대처·레이건이 도입한 신자유주의 기간)만큼이나 현란하게 부서졌다”고 못을 박았다. 칼레츠키는 사회주의 큰 정부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장 교수가 이를 받아들일까?

장하준 교수의 주장은 뒤쪽으로 굴러가는 역사의 수레바퀴다

이제 세계경제 시스템을 재설계하기 위해 장하준 교수가 제안한 “더 크고 더 적극적인 정부”와 관련하여 묻고 싶다―장 교수가 책 전체를 통해 그렇게도 예찬을 그치지 않은 스칸디나비아 복지3국의 정부규모는 왜 OECD 국가 가운데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는가? 왜 선진국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작은 정부로 돌아섰는가? 대답은 복지3국이 복지지출을 줄여 재정건전화를 꽤했고,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작은 정부가 바람직하다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세계경제는 회복되고 있고, 이 같은 변화에 대한 올바른 대답은 시간이 좀 지나야 밝혀질 것이다. 어떻든 장 교수는 실증 없는 주장,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인식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고 하는 것 같다.
 

각주
1) 박동운(2011), 『장하준 식 경제학 비판 그가 잘못 말한 23가지』, nos vos, pp.352-358.
2) '시장실패'란 시장에 맡겨도 자원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경제이론이다. 이 경우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다.
3)박동운(2012), 『좋은 정책이 좋은 나라를 만든다』, FKI미디어,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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