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박수를!- ‘전월세 상한제’ 도입 안 한 건 잘한 일

전월세의 해법은 주택 매매 활성화와 주택 공급 확대에서 찾아야 한다
  •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
  • 업데이트 2013-10-2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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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세대·연립주택이나 단독주택으로 눈을 돌리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지역의 아파트 단지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는 모습. 조선DB.

서울 아파트 전세금이 작년 8월 17일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뒤 2013년 10월 26일 현재 61주째 연속 오르며 역대 최장 상승 기록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전 최장 상승 기록은 2009년 1월 30일부터 2010년 3월 19일까지 60주. 2010년 전국 평균 전월세 상승률은 7.1%나 되었다.
 
갑자기 껑충 뛴 전월세를 감당하기 어렵게 된 서민들이나 신혼가정들은 서울에서 주변 지역으로 엑소더스(exodus) 행렬을 이어갔다. 그러자 2011년 전반기 ‘전월세 상한제’ 도입이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핫이슈로 등장했다. 전세 대란으로 서민들이 고통을 받게 되자 정치권이 나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치권이 입을 꼭 다물고 있다. 잘한 일이다. 정치권을 향해 박수라도 쳐야 할 만큼 잘한 일이다. 왜 그럴까?
 
영세상인을 괴롭힌 ‘영세상인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
 
먼저 ‘영세상인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예로 든다. 이 법은 백상기 씨라는 사람의 공로로 탄생했다. 그는 월세 인상으로 수시로 쫓겨났고, 보증금을 떼였고, 거리로 내몰리는 신세가 되곤 했다. 그는 건물주의 횡포에 대항하기로 결심하고, 상인 2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 1993년 12월 국회에 상가임대차보호법 입법청원서를 제출한 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14일간 단식 1인 시위까지 벌였다.
 
그의 요구는 김대중 정부에서 민노당의 발의로 2001년 12월 19일 법률로 제정되어  2003년 1월부터 시행되었다.
 
이 법의 핵심내용을 보자―첫째, 일정 금액 이하의 임대보증금에만 적용되고(서울은 2억4천만 원 이하) 둘째, 계약기간은 5년으로 임대료 인상폭은 5년간 5~10% 이내로 제한된다(현행 9%). 이 법 시행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이 법 시행은 2003년 1월이었는데, 시행 전인 2002년 11월경 명동, 강남, 신촌, 여의도 등 서울지역 주요 상권의 영세상인 관련 임대료는 평균 50% 이상이나 폭등했다. 왜 그랬을까? 이 법은 무엇보다도 영세상인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임대료 상한선을 규정한 것이 잘못이었다.
 
임대료 상한선이 서울의 경우 2억4천만 원으로 정해져 있어 건물주들이 법 적용에서 빠져 나가기 위해 법 시행 이전에 임대료를 미리 2억4천만 원 이상으로 일제히 올려버린 것이다. 이 같은 폭등은 법 시행 이전에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법 시행 직후에는 영세상인 관련 전국 평균 임대료 상승률이 무려 85%나 되었다. 
 
‘영세상인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영세상인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괴롭히고 말았다. 이는 ‘가격 규제는 국민을 괴롭힌다’는 대표적인 예다.
 
도입될 뻔한‘전월세 상한제’ 내용
 
2010년 전국 평균 전월세 상승률이 7.1%에 이르자 정치권이 나섰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2011년 2월 8일 전세대란 해소를 위해 전월세 계약 갱신 때 현행 법정 계약기간 2년 동안 전월세 인상률을 연 5%씩 10%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2년간 10% 인상안’은 당시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제안한 것이다.
 
민주당은 또 ‘총 4년 전월세 거주를 허용하는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도 계획했다. 이어 민주당은 전월세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를 놓고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민주당 개정안은 시장논리에 어긋난다고 반대하여 민주당의 전월세 상한제 도입은 추후 논의로 밀려났다.
 
그 후 전월세 대란이 사그라질 것 같지 않자 한나라당도 뒤늦게 2011년 3월 16일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월세 상한제’를 지역에 따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한나라당은 전월세 가격상승이 극심한 지역은 ‘관리지역’으로, 가격상승이 심하지 않은 지역은 ‘신고지역’으로 지정하여 전월세 상승을 억제하되, ‘관리지역’에서 임대인이 상한선 규정을 위반할 경우 과징금 부과나 형사 처벌을 하고, ‘신고지역’에서 임대인이 시장가격을 초과하는 증액을 요구할 경우 조정절차를 도입한다는 계획이었다.
 
전월세 거래 ‘관리지역’은 국토해양부장관이 지정하여 임대인이 상한선 규정을 위반할 경우 과징금 부과나 형사처벌을 하고, ‘신고지역’은 시도지사 등 자치단체장이 지정하여 임대인이 시장가격을 초과하는 증액을 요구할 경우 임차인의 신고에 따라 조정절차를 도입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위해 한나라당은 지역별로 적정 임대료를 나타내는 ‘공정시장임대료’를 산정한 뒤 이를 주기적으로 발표해 전월세 가격기준으로 제시하는 방안도 대책에 포함시켰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먼저 발의한 민주당의 당론을 요약한다.
첫째, 민주당은 전월세 계약기간 갱신 때 전월세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그래서 현행 법정 계약기간 2년 동안 10% 이내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둘째, 민주당은 또 계약갱신 청구권을 허용함으로써 세입자가 4년 동안 마음 놓고 살 수 있게 보장한다는 것이다. 전두환 정부 때 전세 값이 폭등하자 당시 법정 계약기간 1년이 2년으로 연장되어 지금까지 시행되어 왔는데, 민주당은 ‘계약갱신 청구권’을 도입하여 전세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려 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당론을 요약한다.
첫째, 한나라당은 전월세 상승이 극심한 지역은 ‘관리지역’으로, 상승이 심하지 않은 지역은 ‘신고지역’으로 지정하여 전월세 상승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둘째, 한나라당은 지역별로 적정 임대료를 나타내는 ‘공정시장임대료’를 산정한 뒤 이를 주기적으로 발표해 전월세 가격기준으로 제시한다는 것이다.
 
‘전월세 상한제’의 문제점
 
첫째,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되면 전월세는 시행 다음날부터 폭등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계획한 전월세 상한제의 핵심 내용은 전월세 계약기간 갱신 때 전월세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그래서 계약기간 2년 동안 10% 이내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전월세 계약은 전국적으로 일 년 내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월세 상한제가 시행된다면 시행 다음날부터 신규 계약에 들어가는 집주인들은 ‘2년간 전월세 10% 이내 인상’ 규제에서 벗어나고자 전월세를 미리 엄청나게 인상하려 할 것이다. 전국 평균 전월세 인상률이 2010년 7.1%, 2011년 12.3%나 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무리 구속력이 강한 특별법을 도입해 규제한다 할지라도 ‘2년 계약에 10% 이내의 인상률’이 지켜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전월세 상한제가 끝내 도입된다면 새로운 ‘전월세 대란’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둘째, 민주당의 당론대로 ‘세입자에게 계약갱신 청구권을 허용하여 총 4년에 걸쳐 추가계약 연장권이 보장’된다면 계약이 끝나고 신규계약에 들어가는 집주인들은 4년 동안 20% 정도밖에 인상하지 못한다는 점을 내세워 신규계약 때 전세금을 엄청나게 올리려고 할 것이다.
 
미국은 1970년대 초 닉슨 정부가 1차 유가파동 직후 4단계에 걸쳐 임금·물가규제 정책을 2년 동안 실시했다가 이를 해제한 직후 임금과 물가가 폭등하자 이 같은 가격규제 정책을 더 이상 실시하지 않는다. 이를 감안할 때, 설사 4년 동안 전월세 인상 규제가 성공한다 할지라도 4년 후 계약이 끝나고 신규계약이 체결될 때 전세금은 엄청나게 폭등하게 될 것이다.
 
셋째, 주택정책이 실효를 거두어 전월세주택 공급이 수요를 웃돌아 전세금이 하락할 경우 전월세 상한제는 독소조항으로 남게 될 것이다. 공급 초과로 전월세가 떨어지는 경우에도 전국의 모든 집주인들이 전월세 상한제를 내세워 2년 동안 10% 정도의 인상을 요구한다면 세입자들은 어쩔 수 없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되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넷째, 민주당의 당론대로 ‘계약갱신 청구권’이 도입되어 세입자가 4년 동안 마음 놓고 살 수 있게 보장된다면 집주인이 어떤 이유로 자기 집을 반드시 팔아야 할 경우에도 팔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자유시장국가에서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사유권이 침해당하는 것을 정치권은 어떻게 생각할까?
 
다섯째, 한나라당의 당론대로 집주인이 전월세 상한선 규정을 위반할 경우 ‘과징금 부과나 형사처벌’로 벌을 준다면 이 또한 헌법이 보장하는 사유권이 침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자유시장국가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사유권이 침해당하는 것을 정치권은 어떻게 생각할까?
 
‘전월세 상한제’도입 무산은 잘된 일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매달린 전월세 상한제 도입은 여야 합의로 처음에는 2011년 4월 말로 연기되었다가, 다시 같은 해 6월 말로 연기되었다가, 끝내는 무산되고 말았다. 그 무렵 필자는 <국회의원님, 제발 ‘전월세 상한제’만은 도입하지 마세요>라는 칼럼을 발표했는데, 한 유력 여당 의원이 이 칼럼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 적잖은 정치가들이 이 칼럼을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떻든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되지 않은 것은 정치권이 전월세 상한제의 문제점을 뒤늦게나마 깨달았기 때문이다. ‘영세상인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처럼 ‘전월세 상한제’도 가격 규제를 통해 국민을 괴롭히게 된다는 것을 정치권이 뒤늦게나마 깨달았기 때문이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은 서민들과 신혼가정들의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올바른 해법은 주택 매매 활성화와 주택 공급 확대에서 찾아야 한다. 주택 공급 확대라는 점에서 임대주택 건설도 대안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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