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3년 3월 서울 중구청이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농성장 천막을 강제철거 과정에서 쌍용차 조합원들과 중구청 관계자들이 뒤엉켜 몸싸움을 하고 있다. 조선DB.
노동시장 경직화가 한국경제의 걸림돌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의 하나는 해외직접투자(FDI)에서 유출이 유입을 앞서기 때문이다. 해외직접투자 유출이 유입을 앞서면 국내 소득과 일자리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2005년부터 2013년 8월까지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순유입액(유입액-유출액)은 마이너스 1,232억 달러로, 이는 외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보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더 많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이 수치에는 국내에 투자한 외국 기업들의 철수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면 국내외 기업들은 왜 내리 9년여 동안 국내 투자를 기피해 왔을까? 2005∼2012년간 서울보다 약 1.1배 큰 싱가포르는 해외직접투자 순유입액이 2,114억 달러나 되었는데도 한국은 1,154억 달러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문제는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이유야 어떻든 필자는 그 주범이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화’라고 믿는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한 때 세계에서 노동시장이 가장 경직된 나라’ 독일과 ‘노동시장 경직화가 지속되어 온 나라’ 한국을 비교한 뒤 노동시장의 경직화가 한국경제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지적한다.
앙겔라 메르켈 통치하에서 독일 노동시장은 유연해져
프레이저 인스티튜트는 최근 2011년 152개국의 경제자유지수를 발표했다. 경제자유지수는 시장경제 활성화 수준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로, 한국은 2011년 34위로, 전 해 37위보다 다소 개선되었다. 경제자유지수 평가 항목에는 ‘금융·기업·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는 OECD가 발표하는 ‘고용보호’와 함께 노동시장 유연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바로미터로 사용된다. 여기에서는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를 중심으로 먼저 독일과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화를 비교한다(<표> 참조).
<표> 독일과 한국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순위, 2000∼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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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김대중 정부 |
2003
노무현 정부 |
2006
노무현 정부 |
2011
이명박 정부 |
2013
박근혜 정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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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개국 중 |
127개국 중 |
141개국 중 |
152개국 중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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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한국 |
74위
58위 |
101위
81위 |
124위
132위 |
84위
133위 |
?
? |
자료: Fraser Institute, Economic Freedom of the World, 2000∼2011.
<표>에서 2000∼2011년은, 한국은 김대중∼이명박 정부의 통치, 독일은 좌파 슈뢰더∼우파 메르켈 정부의 통치 기간에 해당한다. <표>의 연도는 이 기간 동안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순위의 특징 있는 변화를 보여준다.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에서 독일은 2000년 123개국 가운데 74위로 크게 나쁜 편은 아니었으나 그 후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2006년 141개국 가운데 최악인 124위를 기록했다. 이 무렵 독일은 노동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경직된 나라’로 불렸다. 이런 실정에서 슈뢰더는 2003년 8월 ‘2010 아젠더’로 불린 경제개혁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이렇게 외쳤다―‘독일경제 자체가 망할 것 같으니까 분배 위주의 사회주의 정책을 버리고 성장 위주의 시장경제 정책을 실시하겠다.’ 경제개혁안 내용은 ‘복지 축소, 조세 인하,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세 가지였다. 불행하게도 슈뢰더는 2005년 총선에서 패했다.
정권을 잡은 메르켈은 시장경제 정책을 도입하여 독일경제를 바꿔갔다. 메르켈은 슈뢰더가 계획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그대로 따랐다. 이 결과 독일 노동시장은 2006년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유연해지기 시작하여 2011년에는 152개국 가운데 84위로 개선되었다. 독일은 이제 더 이상 노동시장이 경직된 나라가 아니다. 독일 실업률은 2005년 11.5%에서 2013년 7월 5.3%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13년 7월 실업률이 유로지역 12.1%, 미국 7.4%, 영국 7.8%, 프랑스 11.0%인데 비해 독일은 낮아도 너무 낮다. 독일 실업률은 선진국 가운데 사실상 가장 낮은 편이다.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면 경제가 살아나기 마련이다. 독일은 성장률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5.1%를 제외하면 2006∼12년간 해마다 1.1∼4.2%에 이른다. 이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고,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한국 노동시장은 김대중∼이명박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경직돼
한국 노동시장은 어떠한가?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로 평가한 한국 노동시장 유연성은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 58위로 독일보다 훨씬 높았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2003년 81위로 악화되었다가 2006년에는 141개국 가운데 132위로 추락했다. 순위 ‘141개국 중 132위’는 노동시장 유연성에 관한 한 한국은 아프리카 미개국과 같다는 것을 뜻한다. 이 순위는 이명박 정부에서 개선은커녕 악화되었다. 이제 각 정부별로 한국 노동시장이 경직된 과정을 설명한다.
김대중 정부의 ‘정규직 과보호법’이 노동시장 경직화의 원흉
한국경제가 1997년 12월 3일 IMF 관리체제에 들어가자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정권을 인수하기도 전에 노동개혁을 단행했다. 그 중 하나가 근로기준법 제24∼26조의 정규직 해고 관련법 도입이다. 정규직 해고와 관련하여 근로기준법 제24∼26조를 요약한다: 첫째,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어야 하고, 둘째, 노조와 성실한 협의가 있어야 하고, 셋째,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넷째, 고충수당을 지급해야 하고, 다섯째, 해당 근로자에게 50일 전에 통보해야 한다.
그런데 정리해고법은 ‘도입 자체’는 해고를 가능하게 해줬다고 볼 수 있지만 이는 기존 판례를 명문화한 것이었을 뿐 사실상 해고를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이들 조항 때문에 한국은 ‘고용보호’가 심해 정규직 해고가 어렵기로 OECD 국가 가운데 포르투갈 다음이다.⑵ 김대중 대통령이 도입한 ‘정규직 과보호’가 바로 한국 노동시장을 경직시킨 원흉이다.
참고로,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로 평가한 노동시장 유연성은 김대중 정부에서 2000년 123개국 중 58위에서 2002년 78위(표에는 없음)로 악화되었다.
노무현 정부의 친노(親勞)정책이 노동시장 경직화를 부추겨
이어 노무현 정부는 출범과 함께 한국을 노조천국, 파업공화국으로 만들었다. 노무현 대선 후보는 2002년 대선 과정에서 ‘한국은 사용자에 비해 노동자의 힘이 약하다’며 노동자 편에 힘을 실어줬고, ‘한국은 근로자의 56%가 비정규직이다’며 비정규직 철폐를 내세웠다.⑶ 2003년 2월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한국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내세운 노조천국의 파업공화국으로 바뀌어갔다. 노조파업은 2006년까지 지속되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어렵사리 2006년 비정규직 보호법을 도입하여 비정규직을 2년 고용하면 자동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되게 함으로써 노동시장 경직화에 박차를 가했다. 여기에다 노무현 정부는 일자를 창출한다며 소위 ‘사회적 일자리’에 수 조 원에 이른 세금만 쏟아 부었다.
참고로,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로 평가한 노동시장 유연성은 노무현 정부에서 2003년 127개국 중 81위에서 2006년 141개국 중 132위로 크게 악화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도 노동시장 경직화를 부추겨
이명박 정부도 노동시장 경직화에 기여했다. 노무현 정부가 ‘사회적 일자리 창출 정책’이 효과가 없자 2006년‘사회적 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정책’을 세웠는데, 이명박 정부가 이를 그대로 물려받아 실시했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은 효과가 크지 않았고, 결국 세금만 먹은 하마로 전락했다. 여기에다 이명박 정부는 2011년 말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불법근로자로 밝혀지면 그가 사원이 아닌데도 원청회사는 그를 즉각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등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도입하여 노동시장을 경직시켰다.
참고로,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로 평가한 노동시장 유연성은 이명박 정부에서 2007년 141개국 중 113위에서(표에는 없음) 2011년 152개국 중 133위로 노무현 정부에 비해 악화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고용률 70% 달성’도 노동시장 경직화 부추길 듯
박근혜 정부는 ‘70% 고용률 달성’을 목표로 일자리정책을 펴고 있다. 한국은 고용률이 2002년 63.3%에서 2012년 64.2%로 10년간 겨우 0.9%포인트 증가했다. 이를 박근혜 대통령이 5년간 70%로 올리겠다고 공약하고 있는데 우려가 앞선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보면, 60세 정년의무화, 공공부문 일부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공부문 채용 늘려 4명 중 1명을 ‘시간선택제 근로자’로 뽑기 등 ‘일자리 만들기’보다는 ‘일자리 나누기’에 역점을 두고 있다.
노동시장 경직화와 관련된 정책은 출범 8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등장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정책은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우려된다. 예를 들면, 60세 정년의무화는 청년실업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임금경직화도 가져오고, 공공부문 일부 비정규직 정규직화 역시 청년실업을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선택제 근로자’정책은 공공부문에서는 가능하겠지만 민간기업 적용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일자리 나누기 정책은 선진국에서는 실패한 것으로 밝혀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그쳐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 만들기에 역점을 두면 세금 낭비만 따른다. 노무현 정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 이명박 정부의 사회적 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세금만 먹은 하마만 키웠다. 박근혜 대통령은 70% 고용률 달성에 집착하지 말고 경제를 활성화하여 ‘세금을 만드는 일자리 창출’에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든다. 전경련은 2010년 3월 고용창출위원회를 발족하여 그로부터 8년간 300만 개 일자리 창출 계획을 세워 구체적인 투자계획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대기업 압박정책’ 등장으로 고용창출위원회는 곧 사라지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 대신 ‘세금을 만드는 일자리’ 정책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8년간 ‘세금을 만드는 일자리’300만 개 창출! 이는 연평균 37만 5천개에 이른다. 기업을 살려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고용률을 높이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다.
무엇보다도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 노동시장을 독일처럼 유연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는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각주
1) 메르켈은 2005년 11월 22일 총리에 취임했으므로 2006년 통계는 사실상 슈뢰더 통치와 관련된다.
2) 박동운(2003), 『한국 노동시장,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FKI미디어, p.196. OECD(1999), Employment Outlook, p.57-66.
3) 당시 비정규직 비율 56%는 과장된 것으로 노동연구원이 후에 27.3%임을 밝혀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