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가 함께 사는 특별한 가족(渡邊 家)

  •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 업데이트 2007-05-2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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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시내에 위치한 나카무라 학원(中村學園) 대학(1953년 설립)은 특히 식품영양학과가 유명하다. 영양사 국가자격 시험 합격률이 일본 전국적으로 평균 15%대라고 하는데, 이 학교의 합격률은 85%가 넘는다. 이 학교는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어서 몇 걸음만 옮기면 학교 정문이다. 현관에 들어서면 “노력의 위에 꽃이 핀다”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설립자 나카무라 하루(中村 Haru) 선생의 기본 정신이다.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이 세상의 그 무엇도 노력이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다. 설립자의 이러한 정신이 바탕이 되어 훌륭한 영양사들이 많이 태어 난 것 같다.
필자는 이 대학의 사무국장인 와타나베 아키라(渡邊 章, 60세)씨를 만나기 위해서 가끔 그  학교에 간다. 필자가 ‘진정한 사무라이(侍)’라고 소개한바 있는 와타나베 씨는 이 학교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일본의 유명 건설회사인 ‘하자마 구미(間組)’의 영업부장에서 대 변신을 하여 이 대학에 몸담고 있다. 원래 인간관계가 좋고 마당발이어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일본 사람들은 발이 넓은 사람을 ‘얼굴이 넓다’고 한다. 그는 대단히 얼굴이 넓은 사람이다. 필자는 그를 통해서 후쿠오카 현 지사, 후쿠오카 시장, 은행장, 유명 회사의 사장 등을 알게 되었고 업무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언덕위의 하얀 집?

 

와타나베 씨는 필자를 자기 집에 자주 데리고 간다. 20여 년 동안 이어진 만남이어서 가족들과의 관계도 편한 사이가 되었다. 그의 집에 들어서면 언제나 ‘넉넉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집은 후쿠오카 시내의 산등성이에 있다. 우리가 ‘일본 사람들은 모두 좁은 집에서 산다’고 생각하지만, 넓은 집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다.
와타나베 씨의 집 안에서 밖을 내다보면 바로 앞이 울창한 숲이다. 그리고 숲의 저 너머로 후쿠오카의 명물인 ‘후쿠오카 타워’가 보이고, 그 아래로 파도가 넘실대는 푸른 바다가 펼쳐  진다. “저 푸른 초원 위에....”의 노래가 저절로 나올 것 같은 대자연 속에서 나무들의 숨소리와 새들의 노래 소리를 듣고 사는 이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상수리나무랑 졸참나무랑 오리나무랑
 저마다 아름다운 이름이 있거늘
 잡목림이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소박한 나무들의 이름이 존중받기를........



 빨강이랑 보라랑 백록(白綠)의
 새싹의 구슬이 눈부시다
 츠이삐 츠이삐 츠이삐.......
 박새는 우듬지에서 소리 높여 지저귀고
 이름 모를 날벌레는 주정꾼처럼 나직이 날고 있다“



이 집의 행복 요소는 토미 하야히코(鳥見迅彦)의 ‘잡목림으로’란 시(詩)가 어울릴 법한
주변 환경뿐만 아니라 가족의 수(數)가 나무들만큼 많은 다복한 가정이다.
와타나베 씨는 “저의 가족은 외손자, 외손녀를 포함하면 모두 17명입니다. 금년 11월쯤이면 두 명이 새로 태어납니다”고 하면서 너털웃음을 웃는다.
2남 2녀를 둔 그는 82세의 노모(老母)를 모시고 산다. 4형제 중에서 동생들에게 추월을 당하여 재작년에 결혼한 장남 부부도 한 집에 살고 있다. 얼마 전 손자가 태어났으니 4대가 함께 살게 된 셈이다. 와타나베 씨는 60세에 불과한 젊은 나이다. 그런데도 이처럼 대가족을 거느리고 있다. 요즈음 보기 드문 특별한 가족이다. 필자와 자주 어울리는 은행원인 오자키(尾崎, 60세)씨도 30대 중반의 두 딸이 있다. 그런데,  ‘딸들이 도무지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면서 와타나베 씨의 가족을 부러워한다. 그리고 일본의 한 친구는 와타나베 씨는 인생설계(人生設計)를 참 잘했다고 칭찬 한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1.16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도 1.32로 출산율이 대단히 낮다. 일본도 저 출산(低 出産) 문제로 온 나라가 머리를 싸매고 대책 마련에 고심을 하고 있다. 와타나베 씨가 근무하고 있는 나카무라(中村) 대학에서도 3번째 아이가 태어나면 월 24,000 엔(한화 약 20만원)의 특별 장려금을 20년간 지급한다고 한다. 필자가 “이러한 제도가 보다 빨리 시행되었으면, 와타나베 씨도 많은 혜택을 받았을 텐데....”하자 모두들 웃었다.
오늘날 가족들이 대부분 핵가족화 되어 여럿으로 분리됨에 따라 더욱 많은 집을 지어야 하고, 노부모 모시기, 아이들 양육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 옛날의 대가족은 할아버지, 할머니들로부터 예의범절을 배울 수 있었는데 요즈음은 그러한 기회를 갖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아무튼, 와타나베 씨의 가족은 이러한 사회 문제와는 거리가 멀다.

 

주말이면 부모님을 뵈러온다



와타나베 씨의 모친 와타나베 히사에(渡邊 hisae, 82세) 여사는 건강한 모습으로 필자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한국에 갔을 때의 얘기를 꺼냈다. 꽤나 오래 전의 일인데도 그때의 상황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노모(老母)는 이어서 와타나베 씨의 학창 시절의 얘기로 꽃을 피우다가 기록 영화 같은 오래된 비디오를 틀어 주었다. 그가 중,고등학교 때 학생회장을 하면서 주름잡던(?) 내용들이었다. 필자가 보기에도 와타나베 씨는 리더쉽이 있다. 개인적인 모임에서도 회장이나 부회장을 맡아 그 모임을 활성화 시킨다. 최근에는 ‘한국을 사랑하는 모임’인 하카다회(博多會)의 부회장이 되었다.
아버지의 리더쉽 때문일까?
부모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은 기본이고 주말에도 수시로 가족들이 모여 집안 잔치를 한다. 그 중심에는 항상 와타나베 씨의 모친이 서 있다.

 

미국의 가족 치료사인 존 브래드쇼(John Bradshw)는 “가족은 성격이 형성되는 모형이다. 즉, 가족은 참된 미덕의 기초를 닦으며 변치 않는 진정한 가치관을 내면화 하는 장소다”고 했다. 그래서 가족의 관계는 너무나 중요하다. 가족은 서로의 사랑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는다. 부모와의 갈등, 부부간의 불화, 형제간의 재산 다툼 등 오늘날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가족 간의 관계를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런데 존경과 사랑으로 뭉쳐진 와타나베 씨의 가족은 딴 세상 사람들 같다. 할머니를 비롯하여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딸, 형제자매 모두가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존경심으로 화목한 가족관계를 꾸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엄격함과 너그러움이 조화를 이뤄야

 

와타나베 씨는 “가족 관계에 있어서도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고 한다. 그리고 엄격함과 너그러움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가 좀 엄격한 편이거든요. 자녀 교육에서도 엄격할 때는 엄격해야 하지만, 너그러움도 있어야 합니다”면서 너그러움은 부인의 몫이라고 했다. 어쩌면,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 분담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시할머니와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젊은 며느리의 생각도 남다른 면이 있었다. 요즈음 다들 따로 살기를 원하는데 어찌해서 시부모님과 함께 살 생각을 했느냐? 고 필자가 질문하자  “남편과 오랫동안 사귀다 보니 친부모처럼 느껴졌습니다. 또, 어른들을 모시고 살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고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요즈음 신세대들의 발상과는 정 반대다.
필자가 그의 집에 갔을 때도 장남 가족을 비롯해서 장녀 가족, 차녀 가족 등 12-3명 정도가 모였다. 식사하기 전에 ‘야마가사(山笠)’ 마쓰리 때 즐겨 부르는 ‘하카다 축하의 노래’를 다함께 박수를 치면서 불렀다.

 

“축하가 경사스럽네
 어린 소나무(若松)여 ! 어린 소나무여 !
  ...........
 당신은 100까지, 나는 99까지
 우리 다함께 살아가자 백발(白髮)이 될 때까지“

 

이들의 행복한 가정이 대대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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