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3만 명의 재택근무를 발표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마쓰시타 전기(松下電器)가 이번에는 대대적인 전자제품 리콜(recall)을 선언하여 일본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마쓰시타 전기산업은 지난 5월 30일, 자사 제품의 전자레인지, 냉동 냉장고, 의류 건조기 등에서의 발연(發煙)과 발화(發火)의 위험이 있어서 회수 또는 무료 수리를 단행한다고 발표하였다(일본경제신문 5월 31일).
대상 품목은 28종, 약 305만 대로 사상 최대의 규모다. 원인은 부품의 납땜 등에 문제가 있어 이 제품을 장기적으로 사용하였을 경우 발연이나 발화의 위험이 있어서다. 수리 대상은 1988년-2001에 제조되어 출하된 것으로써, 이 제품은 이미 23건의 발화 사고가 있었다.
주원인은 흡기구(吸氣口)나 통기구(通氣口)가 먼지에 막혀 부품이 달아오르거나, 납땜한 부분에 균열이 생겨 제품 자체의 손상을 일으키고 마루나 천정에 불이 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주부는 목의 통증을 호소하고, 전치 5-10일 간의 진단을 받은 바 있다고 한다.
마쓰시타 측은 “설계상의 잘못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대대적인 리콜을 선언을 하게 되었다.
전자레인지와 냉장고는 2001년, 건조기는 2000년부터 사고 보고가 있었으나 “공통적인 원인이 있었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우발적인 사고라고만 생각했다”는 이 회사 임원의 얘기다. 그러나 설마(?)가 사람을 잡고 말았다. 마쓰시타의 늑장 대처에 반발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도 높다.
이번에 얼마나 많은 예산이 소요될지는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으나, 그 액수는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 같다.
이 회사는 2005년에 일어난 FF(强制給排氣)식 석유 온풍기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로 26만 3,000대의 제품을 리콜을 지금도 하고 있는데, 금년 4월 현재 15만 2,000대가 회수되었다고 한다.
고난의 연속이라고 해야 할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삼가 고(告)합니다’
‘내쇼날 전자레인지와 냉동 냉장고, 전기의료건조기를 애용하시는 여러분께 사죄와 부탁’이라는 제목의 사과문에 이 회사의 절절함이 배어 있다.
〈평소, 폐사(弊社)의 제품을 애용해 주신데 대해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폐사가 제조한 전자레인지, 냉동냉장고, 전기 의류건조기의 일부 기종에서 발연, 발화의 가능성이 판명되었습니다. 따라서, 사고 방지를 위하여 무료로 부품교환 등의 처치(處置)를 하려고 합니다.
사용 중이신 고객 여러분께는 대단히 죄송스러운 일입니다. 품목 번호를 확인하시고 제품별 연락처, 또는 구입 점으로 연락을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희 회사 홈 페이지의 ‘점검접수 양식’으로도 접수를 받습니다.
애용자 여러분께 폐를 끼치게 된데 대해 깊은 사죄를 드립니다. 넓은 이해와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제품의 품질사고는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인간이 하는 일에 완벽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사고가 나더라도 이에 대한 신속한 대응 조치를 잘 해야 한다. 이는 곧, 소비자의 신뢰를 잃지 않는 일이기에 더욱 절실하다. 마쓰시타는 총력을 다 해서 소비자들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회사 홈페이지는 기본이고, 우편엽서, 찌라시(전단지), 신문광고, TV광고 등 이용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총 동원 한 것이다. 이 회사가 언론을 통해 Q&A(질문과 답변)까지 예시하면서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일본 경제 신문에 게재된 Q&A를 몇 가지만 보기로 한다.
〈질문〉대상제품은 어떻게 고지(告知)됩니까?
〈답변〉신문에 고지하고, 찌라시, 웹(web)상에도 고지합니다. 해당 기종이라고 파악하실 경우는 게재된 프리다이얼이나, 구입하신 판매점에 전화를 걸면 회수가 됩니다. 수리는 무상입니다.
〈질문〉해당되는 것은 마스시타 제품 뿐 만입니까?
〈답변〉건조기의 일부는 마쓰시타가 만들고, 판매는 미쓰비씨(三菱)전기 프랜트가 판매한 기종이 38,000대입니다. 비쓰비씨 제품에 대해서는 그 회사가 별도로 고지합니다.
〈질문〉회수는 순조롭게 진행됩니까?
〈답변〉오래된 제품은 난항이 예상됩니다. 2005년에 일어난 석유온풍기의 일산화탄소 중독사고시 마쓰시타는 249억 엔(약 2,000억 원)을 들여서 TV광고 42,000회, 찌라시 6억9,000만 장을 배포하여 회수를 호소하였으나, 오늘에 이르기 까지 약 70%의 회수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속한 리콜은 신뢰도를 높인다
리콜(recall)은 제품의 결함으로 인하여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품목에 대하여 제조업자가 그 결함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무상으로 수리 해 주거나 교환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소비자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도입한 제도이다. 특히, 사람의 목숨과 직결되는 자동차나 전자 제품 등의 리콜은 대단히 중요하다. 또, 인체에 유해한 식품이나 용기도 철저한 리콜이 이루어 져야 한다.
일본 PR 컨설팅 회사의 시노자키 료이치(篠崎良一, 61세)교수는 “회사제품이 인체에 위해를 끼치고, 재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을 알았을 경우 신속하게 리콜을 시행하여 소비자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리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언론 발표를 통하여 모든 소비자에게 신속하게 알림으로써 단 한건 피해라도 줄이려는 노력을 최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솔직한 사죄와 사실 경과의 상세한 공개,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 제시, 원인의 초기 규명, 책임표명” 등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했다.
브랜드 전문가인 인하대학교 언론정보학과의 김상훈(47세)박사도 일본의 소니, 마쓰시타 의 대대적인 리콜에 대해서 “소비자 중심의 시장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전자제품 등의 독과점 체제로 인하여 아직까지 자발적인 리콜이 대대적으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면서 사실에 입각한 공개적인 리콜은 오히려 기업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했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도 리콜에 대한 제조업체의 의지와 제도적인 보완이 철저히 이루어 져야 함은 물론 소비자의 의식과 사회적인 분위기가 바뀌어져야 할 것 같다. 리콜은 곧 불량제품이라는 인식이 오히려 커다란 사회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쓰시타의 대대적인 리콜에도 일본의 소비자들은 흥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도쿄의 야마모토(山本, 53세)라는 한 소비자는 “재작년의 대대적인 리콜을 통해서 마쓰시다의 신뢰도가 더 높아 졌다”고 한다. 리콜은 결과적으로 피해를 사전에 방지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는 것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평범한 말 같지만 너무나 중요한 얘기다. 인간사에 있어서도 ‘현실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진실 된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교훈적인 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도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솔직한 사과’ 보다는 사실을 은폐(隱蔽)하려다가 더 큰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진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으랴.
“상처가 있는 과일이 향기롭듯이, 고통과 슬픔을 겪어 본 그늘 있는 사람의 영혼이 향기롭고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사상 최대의 리콜을 시행한 마쓰시타를 보면서 일등(一等)기업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한 ‘상처의 여정(旅程)’이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