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치유되어야 할 대통령의 불안 심리
얼마 전 민주당 김경재 의원이 밝힌 바에 의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후원회 회장이었던 이기명씨 문제로 이메일을 띄울 때 청와대 정무수석인 유인태씨가 ‘온정주의에 빠진 적절치 않은 조치’라고 하자 노대통령이 “당신은 경기고, 서울대를 나온 사람이니까 사고방식이 다르다. 나는 고교밖에 못나와 사고방식이 다르다.”며 화를 냈다고 한다.
인간은 욕구와 충동은 강한데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거나 처리할 능력이 없으면 자기 방어를 위해 여러 가지 심리적인 機制(Mechanism)들을 동원한다. 남을 원망하거나 얼토당토한 핑계를 대거나 엉뚱한데 화풀이를 하거나 ‘일이 이렇게 된 것은 다 당신 때문’이라는 식의 책임 회피를 일삼는다. 아니면 어떤 일이 닥칠 때 무조건 거부를 하거나 아예 모르는 척하고 돌아선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때는 모르면서 아는 척하거나 겉으로는 상대방을 치켜세우면서 속으로는 비난하기도 한다. 모두 자신에게 닥친 긴장(Stress)을 벗어나 평온을 찾으려는, 인간이면 누구나 갖는 심리적인 속성이다.
지금의 노대통령은 권력의 頂点에 서서 商高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는 듯하다. 인간은 누구나 劣等意識을 갖고 이로 인해 심리적인 갈등(Conflict)을 겪는다. 일국의 대통령이 됐으면 이를 과감히 불식하고 자기의 부족한 면은 전문적인 지식과 처리 능력을 갖춘 인재들을 등용시켜 맡기면 된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세상만사에 다 형통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더군다나 당면하고 있는 세계화의 거센 물결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화합을 이뤄내도록 대통령이 힘을 쏟아야 한다.
대통령 혼자서, 그리고 대통령과 뜻이 맞지 않는 사람들은 다 무시하고 뜻이 맞는다는 몇몇 사람들만이 모여서 국가를 운영한다고 한다면 나라 경영이 잘 될 리 없다.
대통령은 無所不爲의 왕이나 다름이 없다. 뭐가 그리 못마땅하다고, 조그마한 일에 화를 내는지 알 수 없다. 대통령이 시중의 小人輩나 다름없이 자기 성질을 건드렸다고 같이 성질을 낸다면 어느 누가 마음 놓고 대통령과 국사를 의논할 수 있겠는가. 국가 발전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사소한 일을 가지고 공격적인 언행을 일삼는다면 도저히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행동이 아니다. 마치 패거리를 이룬 중고등학생 집단들이 주고받는 말과 행동을 보는 듯 해 안쓰럽고 불안한 마음도 들게 한다.
인간은 열등의식을 성취동기로 전환하거나 모든 이들이 수긍하고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형태로 승화시켜 내적인 마음의 안정과 평온를 추구한다. 극소수의 예외적인 일이기는 하나 노대통령의 성공사례가 좋은 예다.
우리 노대통령이 유인태 정무수석에게 보인 반응은 아직까지도 버리지 못한 열등의식에서 나온 중고등학교 아이들의 행태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退行性 발언이었다. 나는 이런 학교 밖에 못 나와서 운운하고 토를 달아 가면서 자기의 주의 주장을 펴는 대통령의 언사는 온 국민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다.
국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는 개인적인 사소한 일을 가지고 자기 방어에만 급급하다가 나라살림 다 망칠까 겁난다. 수많은 비서관들 중에는 노대통령의 이러한 불안심리를 치유해줄 카운슬러(Counselor) 역할을 할 사람도 있어야 한다.
일류학교를 나온 사람들을 질시하여 학벌을 타파하고 능력과 서열 파괴를 공론하거나 죄악시한다면 한국이 일류 국가로 발전하기는 힘든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고 야단들이다. 노대통령은 일년 후면 판결이 날 것이라며 대통령이나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과 힘겨루기 하는 데 온 힘을 쏟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금이 어떤 때인가. 이런 데 신경 쓰지 말고 오직 富國强兵에 온 힘을 기울여 한다.
商高 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열등의식에 젖어 그동안 참여의 기회를 찾지 못했던 인사들 중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경험도 없고 능력도 없는 인사들만 찾기보다는 오늘날 이만큼 살 수 있게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온 인사들 가운데서 능력 있는 인재들이나 젊은이들을 발굴해 등용해야 한다.
이 땅에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의한 정치, 경제, 사회 발전이 흔히들 주고받는 말로 이미 물 건너갔다면 노대통령은 차라리 王처럼 군림할 일이다. (한국논단 11월호에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