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등산복 차림 언제까지?

  • 이오봉 월간조선 객원사진기자 oblee@chosun.com
  • 업데이트 2004-12-26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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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등산복 차림 언제까지? <11월28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북한산 독바위 등반> 히틀러에게 무조건 복종과 충성을 바쳤던 독일의 나치친위대들이 아래위 검정색 제복을 입고 활개를 치던 때를 연상케 하는 검정색 복장의 등산객들이 주말이면 근교 산을 줄지어 오르 내린다. 10명중 2-3명을 빼고 모두 바지도, 짜켓도 모두 검정 등산복으로 차려 입고 있다. 검정 등산복을 입지 않으면 산에서 행세를 할 수 없다고들 한다. 이런 검정 등산복 일행을 보고 ‘이건 또 웬 까마귀 떼들이야’라고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있다. 요즈음 등산객들의 복장이 온통 검정색으로 통일되여 있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 획일적인 사회분위기가 등산용 복장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갖게 한다. 검정색은 가장 과시적인 빛깔이다. 검정색은 오색 찬란한 색채로 표현하는 허영심을 포기한 강력한 빛깔이다. 우리네 귀신들은 素服을 입고 나타나지만 서양의 귀신이나 마녀들을 검정색 옷을 입고 나타난다. 상대방에게 자기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다. 검정색은 죽음이나 암흑을 상징하지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예고하거나 이를 감추기 위해서 사용하는 빛깔이다. 名品을 포장 할 때는 검정상자에 넣는다. 명품의 우수성을 과시하기 위해서다. 고급 승용차의 빛깔도 검정색으로 塗色을 하여 다른 차들과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게 한다. 검정색 가구나 의복은 무겁고 튼튼해 보인다. 검정색 제품들은 다른 제품과 비교를 하여 기술적으로도 우수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조폭들의 의상을 보면 상하의 모두 검정색의 옷을 입고 그것도 모자라 검정색 안경까지 끼고 다닌다. 상대에게 자기의 신분을 감추고 조직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다. 우리 등산복이 검정색 패션 일색으로 바뀐 것은 1997년 IMF시절부터였다. IMF 이후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내쫓긴 失業者들이 위로를 받거나 불안감을 잠시 잊으려면 찾아 갈 곳은 산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때 덜타면서 자신의 體格이나 身分을 적당히 감추기 알맞은 옷은 아래 위 검정 등산복이 제격이였다. 이때부터 등산인들의 복장이 온통 검정색으로 변했다. 등산 의류 판매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손님들도 등산복을 사려 와서는 제일 먼저 삼원색의 빛깔있는 등산복을 집어들고 한참 생각하다가 결국 맨 마지막으로 검정 등산복을 선택한다고 한다. 등산용 의류 제조업자들도 화려한 색상의 등산용 의류를 제조하여 시장에 내놓으면 검정색 등산용 의류보다 잘 팔리지 않을 뿐더러 나중에 재고처리에 골치를 썩힌다고 한다. 검정 등산복은 두고 두고 팔린다. 검정색 상하의로 차려입은 남녀 등산인들의 모습올 보면 SF영화에 나오는 戰士들처럼 강인하고 신비롭게 보인다. 검정 등산복의 유행은 전문 산악인들이 즐겨입던 검정 암벽등반용 의상에서부터 시작됐다. 남들이 감히 오르지 못하는 암벽이나 빙벽을 오르내리는 전문 산악인들의 블랙 패션이 일반 등산인들에게 선망의 대상된 것이다. 이를 재빨리 눈치챈 의류제조업자들이 검정 등산복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자 붙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검정 등산복을 차려입고 떼지어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을 보면 유태인 색출에 나선 나치친위대원들 같아 섬찟한 느낌도 갖게 한다. 언제 끝날지모를 긴 不況의 턴널을 지나야 하는 우리경제 사정을 보면 검정 등산복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는 오랫동안 지속될 같다. 실업율이 4%대에서 내년에 6%대로 늘어나면 지금의 倍가 되는 실업자들은 검정 등산복을 입고 검정 배낭을 매고 매일 산으로 출근을 할 것이다. 경제 사정이 안좋다보니 낚시꾼들도 낚시대를 접고 산으로 간다고 한다. 산은 온통 검정 등산복을 입은 등산인들로 넘처날 것이다. 언젠가 검정 등산복 패션시대가 종막을 내리고 사계절의 변화에 맞게 다양한 빛깔을 지닌 등산복 차림의 등산인들이 산을 오르 내리는 날도 다시 찾아올 것이다. 지금의 검정 등산복 패션시대는 언제쯤 끝날 것인가? 10년후?, 20년후까지 내다보는 학자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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