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까불지 마’
단둘이 사는 어느 노부부가 있었는데 하루는 남편이 산책을 나갔다 와보니 마누라가 냉장고 문에 ‘까불지 마’라고 크게 써서 붙여 놓고 외출을 한 것이 아닌가. 남편이 보기에 잠깐 나갔다가 올테니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을 잘 챙겨서 밥을 차려 먹으라는 뜻일 터인데 ‘까불지 말라’니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마누라가 평소에 자기에게 언짢을 일이 있어 말을 못하고 속으로 꿍하고 있다가 외출을 하면서 내뱉은 말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으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40여년을 같이 살아 온 남편에게 이 무슨 막말인가. 은근히 화가 났다.
‘까불지 말라’는 말은 곡식을 ‘까부르다’에서 나온 말이다. 곡식의 낱알을 키 위에 올려놓고 아래 위로 흔들어 가벼운 쭉정이나 티끌들을 날려 보내는 것을 ‘까분다’고 한다. 곡식을 ‘까부른다’는 말이 언제부터인지 분별없이 輕擧妄動하는 것을 보고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다. 이러한 행동을 보고 그만두라고 타이를 때 “까불지 마, 까불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아래 사람이 윗사람을 보고 ‘까분다’고 하거나 ‘까불지 말라’고는 하지는 않는다. 윗사람이 아래 사람을 보고 타이를 때 ‘까분다, 까불지 말라’는 말을 쓴다.
‘까분다, 까불지 말라’는 말은 고상한 말이라기보다는 아이들끼리 어르고 윽박지를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어른들 사이에서는 잘 쓰질 않는 말로 이런 말을 어른들이 썼다면 애교로 봐줄 수도 있겠으나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은 스스로 자기의 품위를 떨어뜨린다.
이웃이나 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자기 자식들의 장래 마저 생각하지 않고 권력과 돈에 눈이 멀어 폭력을 휘두르는 조폭들이나 쓰는 저속한 말이다.
그런데 마누라가 남편한테 ‘까불지말라’고 하다니 너무나 터무니가 없어 냉장고 주위를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다 다시 들여다보니 큰 글씨 밑에 작은 글씨로 뭐라고 써있는데 잘 보이질 않는다.
부랴부랴 돋보기를 찾아 쓰고 마누라가 쓴 메모지를 다시 들여다 보니 ‘까불지 마‘라고 쓴 큰 글씨 옆에 작은 글씨로 토를 달아 놓은 것이 보였다. “까-까스 잠그고, 불-(전기)불 끄고, 지-지퍼 올리고, 마-마누라씀.” 이라고 적혀 있지 아니한가.
나이 먹어 외출을 할 때는 늘 이렇게 조심하라는 당부의 말-‘까불지 마’ 라고 쓴 첫 글자들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서 남편이 나이 먹고 힘없다고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오해가 금방 풀렸다. 돌아서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누구나 나이를 먹게 되면 말도 어눌해지고 건망증도 심해져 바지 지퍼 올리는 것을 깜박 잊기 쉽다. 이를 일깨워주려는 마누라의 지혜와 위트에 감탄을 하면서 지난달 18일 유럽 순방 중 朝鮮日報, 東亞日報에 대해 “역사의 반역자, 더 이상 까불지 말라.”고한 李海瓚 국무총리의 폭력성을 지닌 위협적인 언사를 떠올렸다.
곧 ‘까불지 마’라는 제목을 가진 조폭들의 세계를 그린 영화가 개봉될 모양인데 ‘까불지 마‘라는 말을 유행시킨 이해찬 국무총리 때문에 공전의 힛트를 칠지도 모른다.
’까불지 마‘라는 막말을 서슴없이 내뱉은 이해찬 국무총리도 머지않아 나이가 들어 60,70살이 될터인데 그때가 되면 자신도 ‘까불지 마’-“까스 불 잠그고, (전기)불 끄고, 지퍼 올리고, 마누라씀.” 이라는 애정어린 충고를 받을런지 모른다.
그때가 되도 이해찬 총리 입에서 ‘까불지 말라’는 말이 마구 튀여 나올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