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너머, 잊혀질 이야기

  •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hanal@chosun.com
  • 업데이트 2007-05-09  20:6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마지막 머슴 노인.(기자수첩 관련 글 보기 -> 머슴 노인) 
결혼을 하지 못해 동네 사람들이 그냥 '00이 아저씨'라고 부른다. 나를 보더니  별 할 말이 없었던지 "차를 조심해서 몰아야 된다"고 했다.  
 

무너지고 있는 빈집. 지금은 겨울이라 집의 형채라도 보이지만, 한 여름에는 풀에 뒤덮혀 마당으로 들어설 수가 없다. 이 집 주인이 예전에 장에 다닐 때 말 2마리가 끄는 마차를 끌 정도로 부잣집이었다고 한다. 이 집이 만약 댐 수몰 지구에 있었으면 그대로 문화재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조선시대 평민들 집 중에 아주 부자가 아닌 중간 부잣집 정도 사람들이 살던 집의 양식을 잘 보여주는  집이다. 비록 무너지는 중이지만, 아직까지 안채와 사랑채, 바깥채가 그런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사진에 보이는 이 집보다 바깥채가 더 오래되고, 나무로 잘 지어진 집이다.
(기자수첩 관련 글-> 폭격 맞은 듯한 고향 마을)


동네에 또 다른 쓰러져 가는 집. 옛날 우리집 아랫 집이었는데, 추억과 사연이 많은 곳이다. 이 집은 전형적인 우리나라 가난한 농민들이 살던 흙벽돌 집이다. 같은 벽촌이지만 다소 부자가 살던 윗 집하고 집을 지은 재료나 구조가 확실히 다르다. 옛날 시골에서는 조그만 흙벽돌 사랑채 하나 딸린 이렇게 작은 집에서 보통 대 여섯 명이 넘는 식두들이 바글바글 살았다.
 
슬레트 지붕은 1970년 중반에 한 것이다. 그때 초가집을 벗기고, 슬래트 지붕을 한 것이 지금 사진에 보는 슬래트다. 30년이 넘은 슬래트다.  1988년 전까지 50 ~60가구가 넘던 동네에 지금은 열 다섯 채 정도의 집에 사람이 살고 있으니, 동네 집 대부분이 위 사진과 같은  운명을 맞았다.  위 사진에 보이는 집 바로 오른쪽 위가 내가  태어난 집이 있던 자리나, 지금은 밭으로 변했다. 

 
성묘하는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막내 삼촌). 삼촌은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다. 물론 나도 할아버지 얼굴을 모른다. 이 순간 아버지만이 할아버지를 기억할 수 있다. 우리 아버지 고무신이 인상적이다. 평생 고무신만 신으셨다. 내 결혼식에 고무신 신고 나타나실까 적정이다. 삼촌은 우리 어머니가 업어 키우셨다.
 

할아버지 무덤을 둘러보시는 아버지. 아버지는 설이나, 추석 전 벌초 하면서 절을 하기 때문에 막상 명절 당일은 할아버지 무덤에 안 와보시는데, 올해는 오고 싶다고 하셨다.  
 

사랑하는 동생의 유골이 뿌려진 동산마루... 저 작은 언덕을 동생이 떠난 후 7년 동안 가보지 못하다가, 작년 추석 때 처음으로 올라 가 보았다. 동네를 둘러보다가, 생각지도 않은 장소에서 동생이 잠들어 있는 동산마루를 이렇게 정면으로 바라보고 난 후 기분이 몹시 우울해 졌다. 우리 집 마당에서도 물론 저 장소가 보이지만, 동네 다른 장소에서 이렇게 바라보면 또 다른 느낌이 든다. 
 
아버지는 막내 아들의 유골이 저곳에 뿌려졌는지 모르고 계신다. 아니 어쩌면 어머니가 말씀해 주셨을 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단 한번도 동생의 유골을 어디에 뿌렸는지 묻지 않으셨다. 당시 경황이 없어 모두 제 정신이 아니었는데도, 낯 설고 물 설은 아무 곳에나 동생의 유골을 뿌리지 않고, 고향으로 가져온 것을 지금 생각하면 무척 위안이 된다. (기자수첩 관련 글-> 노을)
 
(어머니 사진도 올렸었는데 수심에 찬 모습이라 보기가 불편해 내림)
  • 스크랩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많이 본 뉴스
  • 세계속 코이카'
  • 배진영의 '어제 오늘 내일'
  • 김태완 'Stand Up Daddy'
  • 권세진 ‘별별이슈’
  • 정혜연 ‘세상 속으로’
  • 박희석 ‘시시비비’
  • 이정현 ‘블루오션을 찾아서’
  • 박지현 ‘포켓 저널리즘’
  • 하주희 ‘블루칩’
  • 이경훈 현장으로’
  • 김광주의 뒤끝
  • 백재호의 레이더
  • 고기정의 特別靑春
  • 슬기로운 지방생활
  • 이상곤의 흐름
  • 서봉대의 되짚기
  • 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 취재본부는 지금’
  • 조갑제 기자의 최신정보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