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낙연 국무총리가 8월 19일 충북 오송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마련된 ‘살충제 달걀 긴급대응본부’를 찾아 “전문성이라는 미명 아래 유착까지 용납해선 안 된다”며 농피아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사진=뉴시스
식품 안전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가장 믿고 사는 제품이 ‘HACCP’이다. 흔히 ‘해썹’이라 부르는 이 마크가 붙어있으면 소비자들은 가격이 좀 비싸도 두말 않고 손이 간다.
HACCP은 식품 원재료부터 생산과 가공 및 유통 공정에서 발생하는 위해(危害)요소를 관리하는 위생관리체계로 1995년 12월에 도입했다. 식품위생법에서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이라 한다.
그동안 식품 등 관련 업체들은 너도나도 이 마크를 따려고 동분서주해 왔다. 신뢰성과 매출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HACCP 인증은 시행초기에는 꽤 엄격하게 관리돼 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느슨해져 이낙연 국무총리가 최근 “친환경 인증 HACCP마저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평가할 정도로 신뢰도가 낮아졌다. 이는 살충제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 49곳 가운데 29곳이 HACCP 인증을 받은 사실만으로도 부실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HACCP 문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짜 HACCP’도 상당히 유통됐다. 그동안 관리 부실문제가 종종 도마 위에 올랐지만 그때뿐이었다.
지난 2015년 4월에는 HACCP 인증업체가 아닌데도 간판과 제품 라벨 등에 가짜 인증마크를 붙여 관공서, 학교 등에 급식자재를 납품한 축산물 유통업자가 입건됐다. 같은 해 7월에는 식약처에서 HACCP 인증을 담당했던 전직 공무원을 채용해 인증을 따낸 후 대장균과 식중독균으로 범벅된 떡볶이를 유치원등에 납품한 업체가 적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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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7월에는 HACCP 마크를 도용한 수산물을 대형마트와 병원 등지에 8억 원어치나 유통시킨 업자가 적발됐다. 이들은 일부 품목에 한해서만 HACCP 인증을 받았는데, 조갯살, 새우살 등 HACCP 인증을 받지 않은 어패류 제품에도 HACCP 마크를 붙여 납품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식품의약품 안전처로부터 HACCP 인증을 받으면 해당 도안을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는데다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관리기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인증 후 무단사용 여부는 업체의 손으로 넘어가 비양심적인 업체가 인증을 받아놓고 ‘엿장수 마음대로’ 운영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
HACCP은 최종 제품을 검사하여 안전성을 확보하는 개념이 아니라 식품의 생산 유통 소비의 전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제품 또는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보증하는 예방차원의 개념이지만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GAP(우수농산물인증제도)나 ISO9000(국제표준화기구가 정한 품질 관리와 품질 보증을 위한 모델) 등도 마찬가지다.
부적합식품을 제조하거나 유통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전문가들은 처벌 수위는 외국에 비해 가볍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가는 경우가 많다. 법원에서는 HACCP 사용의 의도성과 사전 인지성 등을 따져서 처벌하는데 대부분 100~200만 원 정도의 벌금을 부과하는데 그친다. 피해액이 이득보다 훨씬 낮으니까 “벌금 내면 그만”이라며 노골적으로 판매한다.
전문가들은 식품안전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이 바뀌어져야 함은 물론 처벌 수위를 높이고 부정하게 벌어들인 수익을 끝까지 추적하여 철저하게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HACCP는 국제 HACCP보다 수준이 낮은데다 인증은 서류준비가 우선순위라고 한다. 현장은 거의 보지도 않고 내준다는 이야기다. 실질적인 관리방안 대신 설비 따위의 신규 설치 여부 등만 따지는 등 형식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HACCP 인증은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에서 한다. 식약청에서 할 때 보다 인증받기가 훨씬 쉬워졌다는 게 업계 평가다. 그 배경에는 ‘農피아(농식품 공무원과 마피아의 합성어)’가 있다는 의심이 점증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농피아를 공개 경고하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로부터 친환경 농산물 인증기관으로 지정된 민간업체 64곳 중 5곳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출신 퇴직자가 대표를 맡고 있고, 임직원으로 가있는 사람도 수십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8월 19일 농림축산식품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농산물품질관리원 출신들이 친환경 인증 민간기관을 장악하고 있다는 언론 지적에 대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걸 끊어주셔야 한다. 전문성이라는 미명 아래 유착까지 용납해선 안 된다.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매우 위험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4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민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농업기술센터에 파견된 역대 소장 46명 중 34%에 해당하는 16명이 농촌진흥청 소속기관이나 고위공무원 퇴직자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공기업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퇴직한 직원이 설립한 농산물 비축지기 관리 회사에 지난 1999년부터 15년간 수의계약을 몰아줘 294억 원의 특혜를 줬을 뿐 아니라 퇴직자 40명이 이 회사로 재취업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나라 여러 분야에서의 가장 큰 적폐는 관련 공무원이나 기관 출신들이 협회나 유관기관을 장악하고 권력을 행사하는데 있다. 세월호 사고 때 해운조합의 ‘해(海)피아’가 그렇고 ‘관(官)피아’ ‘군(軍)피아’ ‘약(藥)피아’ ‘의(醫)피아’ ‘검(檢)피아’ ‘노(勞)피아’ 등 곳곳에 공직자 출신, 혹은 관련 기업출신들이 포진해 ‘갑질’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법조계의 ‘전관예우 변호사 모시기’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전 5년 이내에 담당한 업무와 관련 있는 기관이나 업체의 재취업을 퇴직 후 3년 동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금 10억 원 이상 또는 외형 거래액 100억 원 이상인 업체에만 적용한다. 이 법이 규정한 취업심사대상은 1만 6300여개 기관이나 기업이다.
퇴직자들의 업체 재취업은 이들의 생계를 보장해 주고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담당한 업무와 관련 있는 기관이나 업체에 바로 재취업은 하지 말아야 하며 이럴 경우에도 공개채용 등의 정당한 방법으로 취업해야 한다.
현재 농피아나 각종 ‘피아’의 배후에서 그들을 조종하는 일부 단체나 배후세력들을 해산시키지 않고는 진정한 적폐청산이 되지 않는다는 일부의 지적도 의미심장하다.●
글=주장환 월간조선 뉴스룸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