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청와대 문건 발견 미스터리 ②

민정수석실 문건 관리자는 황당해했고 조대환 전 민정수석은 허탈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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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전 정부서 남긴 문서 없다고 한 청와대… 2개월 뒤 민정, 정무수석실 등에서 2000개 넘는
문서 발견했다 밝혀
⊙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우리 문서가 아니라는 주장 하겠다”(조대환 박근혜 청와대 마지막 민정수석)
⊙ “청와대 나오기 직전까지도 캐비닛에는 아무 문서도 없었다”(민정비서관실 문건 관리자)
⊙ “어떻게 인턴 책상에 그런 문건이 들어 있을 수 있나요?”(정무수석실 관계자)
⊙“의심이 가는 인물이 있긴 하지만 정황만 있고, 증거가 없어 말하기 어렵다” (박근혜 청와대 관계자들)
⊙ 제2의 고영태 태블릿 PC 사건 되나?
7월 18일 국가안보, 7월 20일 국정상황실 문건 발견

다음날인 18일 청와대는 최근 민정·정무수석비서관실 사무실 캐비닛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만든 문건을 발견한 데 이어 국가안보실에서도 전 정부 문건을 다량 발견했다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는 외교·안보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발표하지 않았다.

국정상황실에서도 문건이 발견됐다. 청와대는 7월 20일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작성한 504건의 문건을 국정상황실에서 발견했다며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발표한 문건의 작성 시점은 2014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로,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현재 국정상황실이 정책조정수석실의 기획비서관실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15년 4~6월 국정환경 진단 및 운영 기조’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보수 논객 육성 프로그램 활성화 등 홍보 역량 강화’ ‘보수단체 재정 확충 지원 대책’ ‘상대적으로 취약한 청년과 해외 보수세력 육성 방안’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했다. 2015년 7월의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결과’ 문건에는 “신생 청년 보수단체들에 대한 관련 기금 지원을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이 있고, ‘부처 현안 관련 정책 참고’ 문건에는 카카오톡 검색 기능과 관련해 “좌편향적인 자동 연관 검색어 논란이 있으니 카카오톡 ‘자동 연관 검색어’를 개선토록 주문하라”는 내용이 있다고 박 대변인은 밝혔다.

또 ‘포털 뉴스서비스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 문건에는 언론사로서의 위상 부여 여부와 포털의 수익 환류 제도화 추진 검토 내용이, ‘중앙정부-서울시 간 갈등 쟁점 점검 및 대응방안’ 문건에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정부가 무조건 반대한다는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면서 서울시 계획의 부당성을 알려나가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청와대는 ‘서울시 청년 수당 지급 계획 관련 논란 검토’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 ‘해외 헤지펀드에 대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 대책 검토’ 등의 문건도 함께 발견됐다고 밝혔다.

 
“어느 정권보다 꼼꼼히 자료 파기했다”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5월 중순 눈을 씻고 찾아도 없었던 박근혜 정권의 문건이, 2달 뒤 민정수석실 300건을 시작으로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2165건(민정수석실 300건, 정무수석실 1361건, 국정상황실 504건, 개수 밝히지 않은 국가안보실 문건 제외)이 발견됐다. 이 중에는 문재인 정부의 입맛에 맞는, 반대로 박근혜 정부에는 치명타를 줄 수 있는 문건도 다수였다. 앞서 거론한 청와대에서 발표한 문건의 제목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전 정권이 남긴 문건이 없어 인수인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볼멘소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왔다. 전 정권이 괜한 논란과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고 남은 자료는 깨끗하게 없애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노무현 정부도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을 3일 내내 태워 완전히 없앴다.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4월 15일 “청와대에 와보니 존안(存案) 자료 같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다. ‘존안 자료’란 국정원, 검찰, 경찰 등 정보·사정기관들이 수집한 자료에 청와대 인사 검증팀의 자체 검증 결과를 합친 핵심 인사 자료다.

청와대를 비워주는 쪽이 인사 자료를 포함한 모든 자료를 대통령기록관에 넘긴 뒤 시스템을 비우는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정부가 도입한 법령에 따른 것이다. 현행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과 비서실·경호실·자문기관·인수위원회가 생산한 종이·전자 문서 등 모든 형태의 기록 정보 자료는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게 돼 있다. 또 ‘공공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기록 이관 이후 청와대에 남은 전자 기록물은 복구 불가능하게 파기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3월 11일 탄핵당했다. 3월 15일 차기 대통령 선거일 지정 등 관련법에 따라 대선일은 5월 9일로 확정됐고, 3월 31일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됐다. 선장을 잃은 청와대 인사들은 누구보다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지키려 했을 것이다. 대통령이 구속까지 된 상태에서 오해를 살 수 있는 문건이 발견될 경우, 관련자의 검찰수사는 물론 처벌까지도 받을 수 있어서다. 어느 정권 때보다 꼼꼼히 자료를 파기했을 가능성이 크다. 시간도 충분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탄핵 직후부터 각 수석실대로 TF팀을 구성해 이관할 것은 이관하고, 파기할 것은 파기하는 작업을 했다”고 했다. 파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근무한 관계자의 이야기다.

“파쇄가 어려운 게 아닙니다. 위민3관(현재 여민3관) 지하에 가면 대형 파쇄기가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양의 자료도 넣기만 하면 가루가 됩니다. 스테이플러 철심 등을 제거하지 않아도 되죠.”

그런데도 2000건이 넘는 문건이 발견됐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진실은 무엇일까.

 
민정수석실 문서 관리자 “캐비닛 깨끗이 비웠다”

우선 박근혜 정부 4년 내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한 관계자를 7월 30일 접촉했다. 문재인 청와대는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민정수석실 문건 300여 종을 발견했다”고 했다. 그의 주 업무는 ‘사정’팀 문서 담당이었다. 민정비서관실은 사정, 민심, 특별감찰팀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문건 300여 개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종이 한 장도 남아 있을 수 없습니다.”

― 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하시죠.

“저희가 어떻게 문서를 관리했느냐면 인터넷 기사를 하나 출력해서 봐도 보자마자 파쇄를 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기사를 봤느냐도 외부에서 보면 오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죠. 제가 문서 담당이니까, 행정관분들한테도 항상 말씀을 드렸어요. 사소한 것조차도 모두 보안사항이니 괜히 불필요한 오해 사지 않도록 파쇄하시라고요. 다들 그렇게 했습니다.”

― 그럼 문건은 하늘에서 떨어진 겁니까.

“저희도 황당하고 억울할 따름입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지금 제가 듣기론 청와대에서 발견됐다는 문건 300여 개를 민정비서관실 사정팀 캐비닛에서 찾았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됩니다. 사정팀은 사정기관 간의 연락 업무를 주로 했기 때문에 그런 종류(삼성 승계, 블랙리스트 등)의 문건을 만들지 않습니다. 어떻게 우리 캐비닛에서 그런 문건이 나왔는지 참….”

― 마지막까지 캐비닛은 확인하셨습니까.  

“제가 나오기 직전(대선 후)까지도 확인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쓰는 캐비닛이 많지도 않습니다. 확인하는 데 어려움도 없었고요. 정말 없었습니다. 제가 몇 번이고 확인한 걸요.”

사정팀이 아닌, 민심·특별감찰팀에서 문건을 남겨놓은 것은 아닐까. 각각의 팀에서 문서를 관리한 인물의 이야기를 그들의 지인을 통해 전해 들었다.

그들의 답은 같았다.

“모두 확실히 정리를 했다. 그 문건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알 수가 없다. 확실한 것은 우리도 문건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아주 여러 번 확인했다는 것이다. 정말 의아할 뿐이다.”

 
“인턴 책상에서 문건이 발견됐다고요?”

7월 28일 정무수석실 관계자를 만났다. 문재인 청와대는 정무수석실 인턴 책상 캐비닛에서 다량의 문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 인턴 책상 캐비닛에서 다량의 문건이 나왔다고 했는데요.  

“저도 그 기사를 보고, 너무 억울하고 황당했습니다. 그 책상에서 어떻게 그런 문건이 나올 수 있지요?”

― 캐비닛을 확인했습니까.  

“당연하죠.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
 
― 발견했다고 하는 문건 중에는 삼성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 현안 관련 언론 활용 방안 등이 포함돼 있고 위안부 합의, 세월호, 국정교과서 추진, 선거 등과 관련해 적법하지 않은 지시사항 등이 포함돼 있다고 하던데, 이런 문건을 만든 적 있습니까.

“단연코 없습니다.”

질문에 답하던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옆에 동석한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근무한 관계자가 입을 열었다.

“한 진보 언론에서 우리(박근혜 청와대)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5차례에 걸쳐 파쇄기 26대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조직적인 증거 인멸 작업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문건이 몇천 개나 발견됐다고 하네요. 무슨 코미디도 아니고….” (계속)
 
글=최우석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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